기적의 지압법 - 1분만 누르면 통증이 낫는 기적의 건강법
후쿠쓰지 도시키 지음, 김나정 옮김 / 길벗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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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술 고수가 상대의 급소와 혈도를 찍으니 몸이 굳어버린다. 몸이 굳어진 사람을 또 다른 무림 고수에게 데려가니 치유하는 혈도를 찍어 마비된 사지를 풀어준다. 오래전 빛바랜 중국 무협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인체에는 기(氣)가 흐르고 기가 출입하는 자리가 있다. 기가 흐르는 길을 '경락'이라고 하며 기의 출입구는 '혈자리'라고 칭한다. 이러한 경락과 혈자리를 손으로 누르고 문지르는 방식으로 자극을 주어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대체의학적 행위가 바로 '지압'이다.

 

지압은 앞서 이야기한 중국 무협영화의 혈도를 누르는 행위가 전혀 근거 없는 일이 아님을 증명한다. 즉 지압은 이미 2천 년 전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엄연한 의료 행위였다. 이러한 지압에 관한 매우 유익한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1분만 누르면 통증이 낫는 기적의 지압법>은 일본 침구술의 대가 '후쿠쓰지 도시키'원장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손쉬운 지압법을 소개한 책이다.

 

책은 총 6개의 주요 주제로 지압의 효과를 설명한다. 응급처치, 만성 질환, 정신 건강, 여성질환, 현대 질병, 미용과 다이어트라는 굵직한 건강 테마를 지압과 연결시켰다.

몸에 흐르는 14개의 경락과 경락의 길목에 있는 다양한 혈자리에 대한 내용이 자세한 인체 삽화를 통해 그려졌다. 지압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민간 치료법이다. 저자는 다양한 증상에 맞는 대증적인 혈자리를 포인트화해서 매우 상세하고 쉽게 설명한다.

흔히 우리는 과식 후 급체를 했을 때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이 연결되는 손등 부위의 움푹한 부분을 지압한다. 잠시 후 트림이 나오면서 거짓말처럼 속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한다. 이때 누르는 혈자리가 바로 '합곡'혈이다. 합곡혈의 주요 대증 효과는 고혈압과 저혈압이다. 그러나 합곡은 전신에 활력을 더하며 다양한 통증에도 효과적인 만능 혈자리이기에 소화를 촉진하는 기능도 있다.

이렇듯 우리네 일상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학지식 없이 행했던 민간요법과 같은 지압 행위들이 사실은 전부 중요한 경락과 혈자리의 하나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지압을 처음 시도하는 초보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지압술을 잘 풀이해놓았다는 점이다. 지압의 효과, 경락과 혈자리 찾는 법, 지압의 강도와 빈도, 혈자리를 잘못 찾을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을 Q&A를 통해 해결해 준다.

또한 저자는 매 챕터가 끝나는 말미에 자신이 일하고 있는 침구원의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베스트 질환 5개를 선정하여 스트레칭을 이용한 질환 치유법을 설명한다. 마치 앨범의 보너스 트랙 같다.

개인적으로 약간의 생활 요통이 있다. 심각한 것은 아니기에 생활에 큰 지장은 없지만 오래 앉아 있으면 뻐근한 통증이 느껴진다. 책을 통해 요추 5번 양옆에 위치한 족태양 방광경의 '대장유'라는 혈자리가 요통에 효과를 보이는 혈점임을 배웠다. 골반 위에 위치하기에 손을 뒤로 돌려 충분히 셀프로 지압할 수 있다.

책을 보며 따라 했다. 신기하게 금세 허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적인 느낌! 저자는 혈자리를 일시적으로 눌렀다가 떼면 물이 흐르는 호스 끝을 막았다가 놓을 때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지압으로 인해 잠시 정체되었던 혈류가 손을 떼는 것과 동시에 힘 있게 방출됨으로써 혈행과 순환이 좋아지면서 다양한 증상들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14개의 경락과 361개의 혈자리를 모두 외우고 찾아서 짚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대표적인 증상들의 완화를 위해 필수적인 혈자리 몇 개를 알아두고 수시로 지압할 수 있다면 훌륭한 민간 대증치료법 하나를 습득하는 것이다.

소화불량, 멀미, 요통, 치통, 어깨 결림, 코막힘, 두통, 졸음, 딸꾹질, 코피, 눈 피로 등과 같이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일반적 질환과 증상은 다양하다. 이 책을 읽었다면 병원을 찾기 전 셀프로 해당 혈자리를 눌러보는 것도 해볼 만한 시도다. 서두에서 언급한 혈도 하나로 사람을 마비시킬 정도의 고수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과식 후 급체를 가라앉게 함으로서 주위 사람들에게 '무면허 명의'라는 기분 좋은 칭찬 정도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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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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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월주의 철학자이며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근대 미국인들의 정신세계에 크고 작은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인간 본성의 자연적인 면을 강조한 에머슨의 초월주의 사상은 이후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탁월한 젊은이에게도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 에머슨과의 만남은 소로의 인생에 있어 획기적 전환을 가져왔다.

1845년 소로는 도끼 한 자루를 들고 스승 에머슨의 소유지였던 월든 호수 근처의 숲속으로 들어가 오두막집을 짓고 약 26개월의 시간을 숲속에서 홀로 생활한다. 레프 톨스토이,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거성들에게 깊은 영감을 불러일으킨 소로의 저작 <월든>은 이렇게 탄생했다. 월든 호수 숲에서 대자연과 함께하며 그 안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인간과 우주, 자연을 명상하며 깨달은 삶의 교훈이 고로쇠나무의 수액과 같이 진하게 흘러나온다.

소로는 <월든>을 통해 당시의 사람들과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삶의 자유를 강조한다. 문명에 묶임이 아닌 그 문명 속에서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문명의 발전을 향유하길 바라는 소로의 메시지는 담박하다. 욕심이 없고 인위적이지 않은 그의 숲속 생활이 날 것 그대로 묘사된다.

 

인간 세상의 번잡함과 고뇌를 월든 호수를 거닐며 깊은 호심 속에 던져 버리는 소로의 사유가 남다르다. 복잡한 기계 문명의 기름때에 찌든 현대인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자연 그 자체의 삶이다. 인간에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가감 없이 비추는 거울은 문명의 톱니바퀴 속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소로는 도끼 한 자루를 들고 월든의 숲속으로 들어간 것이 아닐까?

 

이 지상에서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일은 고행이 아니라 오락이다.

우리가 검소하고 현명하게 살아가기만 한다면 말이다.

당신 일을 백 가지, 천 가지로 늘리지 말고 두세 가지로 단순화하라. p94, 123

 

소로의 사상과 철학을 위의 두 문장만큼 명확하게 밝혀주는 것도 없다. 동양 사상에 깊이 심취해 있었던 소로였기에 어쩌면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 그의 사상에 알게 모르게 녹아져 있었으리라.

 

 

이번에 현대지성에서는 그의 또 다른 저작 <시민 불복종>을 합본으로 출간했다.

 

가장 적게 통치하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p447

 

소로는 당시 미국이 일방적 침공으로 벌인 멕시코 전쟁이나 노예제도에 반대했다.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옭아매고 억압하는 것은 불의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소로에게 있어서 영토를 빼앗기 위한 침략전쟁이나 인간이 같은 인간을 노예로 삼는 경악할 만한 만행은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행태였다. 

 

소로는 <시민 불복종>을 통해 정당하지 못한 국가 권력에 대해 행동하는 양심으로 자신의 인간성을 증명하라고 외친다. 실제로 소로는 도망친 노예들을 숨겨주고 그들을 캐나다로 안전하게 도피시키는 '지하철도' 계획에 동참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실천적인 삶으로 연결시킨다.

 

전체적인 주제는 인간 내면 안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초월주의 사상이다. 자연과 우주 만물에 깃든 신성이 인간의 내면과 영혼 안에도 동일하게 실재한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이었던 에머슨의 초월주의와의 차이는 소로가 월든 호수에서 숲속 생활을 하며 체험한 자연이 조금 더 실재적이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보존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연과의 합일을 긍정하는 인간 내면의 신성을 고양하는 착한 일이다. 이는 인간성의 극대화로 이어진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세상은 문명이라는 지도자의 영도 하에 부수고 깨뜨리고 파괴한다. 욕심과 탐욕은 빼앗고 갈취함으로써 비극을 잉태하고 출산한다. 복잡다단한 현대 문명의 틈바구니에서 인간은 참된 인간으로서의 본성과 본질이 무엇인지조차 반추할 정신적 여백이 없다. 밀려오는 세속적 사고와 사상의 물결 속, 등 떠밀려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현대성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자기 성찰은 요원하다.

종교의 색을 떠나 목표와 목적을 상실한 채 달음박질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의미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일깨우는 고전으로서 만나보기를 권한다. 날카롭게 비판적으로도 읽어보고 편안하게 수긍하며 읽어보아도 좋다. 소로가 도끼 한 자루를 들고 자발적 로빈슨 크루소의 삶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수많은 디지털 소음과 미디어 공해 속 잠깐의 고독도 끔찍한 고문과 같이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책이 주는 메시지는 참신하다. 저작에서 풀냄새와 함께 이름 모를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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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세트 - 전10권 - 우리가 몰랐던 이름의 유래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조은영 외 지음, 김윤정 외 그림 / 기린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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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렸을 때는 종종 아이들의 이름을 사주에 걸맞은 좋은 이름으로 짓기 위해 작명소에 갔다. 이름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믿음에 기인한 모습이다. 이름은 사람이나 사물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규정한다. "이름값 좀 하라!"라는 질책 속에는 이름이 한 사람의 인품을 대변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녹아있다. 이렇듯 이름은 중요하다.

이름에 관한 재미있는 아동도서 세트가 출간되었다.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는 동물, 식물, 음식, 지역, 사물, 자연, 이렇게 6개의 테마 속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주요 타깃 독자층이다. 하지만 내용이 워낙 훌륭해서 성인들이 읽어도 유익한 내용이 빼곡하다. 한자어의 조합에서 탄생한 이름, 오랜 세월을 거치며 발음이 변한 이름, 행동이나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 전설과 신화 속에서 발생한 이름 등 이름이 발생하고 발전하게 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독자의 흥미와 지적 욕구를 동시에 저격한다.

고깃집 메뉴판에 있는 갈매기살은 정말 바다 갈매기를 먹는 것일까? 갈매기살의 원래 이름은 가로막살이다. 돼지의 가슴과 배 사이 횡격막살인 가로막이살이 세월의 풍화 속에 변해서 가로마기→갈마기→갈매기로 변했다.

기분이 좋거나 잠을 잘 때 '골골' 소리를 낸다고 '고양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강강', '겅겅' 짖는다고 '가히', '가이'라고 불리다가 '개'라는 이름이 되었다. 사람의 뼈에 좋은 수액을 내는 '고로쇠 나무'는 '뼈를 이롭게 하는 나무'라는 의미의 '골리수 나무'라는 전설 속에서 탄생된 이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이름이 대상의 생김새와 행동, 쓰임 등의 외적인 모습을 모티프로 한다. 이름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조금 더 부르기 편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름의 진화론을 보는 것만 같다. 배로 기어 다닌다고 '배암'이라고 불리다가 나중에는 뱀으로 축약됐다.

빵 사이에 길쭉한 소시지를 넣어서 만든 빵을 독일 사냥개 닥스훈트를 닮았다고 '닥스훈트 소시지'라고 불렀다. 이후 한 신문 만화가의 무지로 핫도그(뜨거운 개)가 되어버린 사연은 언어유희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이름의 발생 유래와 더불어 그 이름에 얽힌 전설이나 옛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매우 흥미롭다. 또한 해당 이름과 관련된 속담을 제시하기에 아이들의 속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잠깐 상식 코너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편집자의 애씀이 엿보인다.

살면서 왜 저런 이름이 생겼을까 한 번쯤 의문을 품고 지나쳤던 다양한 이름에 관한 호기심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완소'도서다. 아이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건네었지만 잠자기 전 매일 한 권씩 읽으며 내 스스로가 궁금했던 다양한 동식물과 사물의 이름을 배워갈 수 있었던 귀중한 독서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1주일 여의 시간,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묻혀 잠자고 있던 호기심과 의문의 타임캡슐의 뚜껑이 열리는 경험을 한다. 코끼리는 왜 저런 이름일까? 거미는 왜 거미지? 허수아비 이름의 뜻은 뭘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중에서...


이름은 누군가가 불러줄 때 비로소 대상의 이름이 된다. 이름은 대상에게 형상을 부여한다. 한 사람의 이름이든 동식물과 사물의 이름이든 각 개체를 그 개체의 고유함으로 대하도록 규정짓는 이름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그래서 이름은 어느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 책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개별적 이름을 갖는다는 너무나 단순한 사실을 통해 세상이 가진 이름의 미학을 전수한다.

이름값 못하는 인간 군상이 너무나 많은 요즘 리뷰의 서두에서 이야기한 "이름값 좀 하라!"라는 질책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의 무게가 진중하기에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 책임 또한 무겁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름의 세계를 여행하고 마지막 10권의 뚜껑을 덮는다.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가 독자의 마음속 의미 있는 교훈으로 차분히 가라앉는다. 올해가 가기 전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어보자! 자녀들과 함께 깔깔대고 웃으며 다양한 이름의 유래를 배워갈 때 그들의 마음 안에는 이름이 가진 가치와 의미가 아로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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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 직장에서 바로 써먹는 72가지 심리 기술
완자오양 지음, 이지은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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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나와 상대방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다. 이 말이 가장 잘 적용되는 영역이 있는데 다름 아닌 우리의 직장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라면 아마 공감할 것이다.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의 역학이 오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직장이야말로 TV 속 '동물의 왕국'에 버금가는 약육강식 생존의 각축장이다.

고도의 산업사회 속 다양한 직장 환경 속 '프로 일잘러'로서 성공적 커리어를 유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딱 맞는 직장 처세에 관한 책이 있다. 중국 IT 업계에서 이미 일잘러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저자 '완자오양'의 <일잘러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은 변화무쌍한 직장 무림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기 원하는 현시대 샐러리맨들에게 직장 처세의 네비게이션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가? 답은 No! 열심히 일한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후배, 상사와의 아슬아슬한 관계의 줄타기를 수행하며 지혜롭게 일해야 한다. 저자는 직장에서 탁월한 인재로서 인정받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72가지의 심리학 기술을 제시한다.

 

첫 인상을 강조하는 초두 효과 : 단정한 외모, 약속 시간 엄수, 미소, 예의

직업의 편견을 깨라! 각인 효과 : 기술은 가능한 많이 배워놓을 수록 좋다

생존에 대한 고민! 독수리 효과 : 흐름에 따라 행동하자,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자

그랜드마 모지스 효과 : 평생 배우라! 공부 공부 공부! 배움을 포기할 때 도태된다

 

사적 영역은 없다! 어항 효과 : 업무로 만난 직장 동료는 친구가 아니다. 사생활을 오픈하지 말라


 

직장은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무림 강호와 같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고 늘 적절한 텐션을 유지해야 한다. 코에서 호흡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공부해야 하고, 필요한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업무로 만난 직장 동료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이 팩폭처럼 들려 서글프다. 자신의 카드를 전부 오픈하는 우를 범치 말라는 조언이다.

 

 

 


72가지의 심리 기술 대부분이 직장뿐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처세의 기본이다. 그래서 책의 가치가 높다. 사실 가볍게 집어 들었다가 자세를 고쳐잡으며 완독한 책이다. 내용은 심각하지 않고 캐주얼하다. 은근 재미도 있기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한 테마의 챕터를 2~3장으로 끝내기에 지루하지 않고 핵심만을 정확히 전달한다. 여기에서 벌써 어떻게 저자가 중국 IT 업계에서 성공한 커리어의 직장인이 될 수 있었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전부 쓸어 담고 싶은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심리 효과는 목표에 맞게 행동하는 '디드로 효과'다. 새 물건을 얻었을 때 그것과 어울리는 다른 물건을 원하는 심리적 균형 현상이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디드로 효과에 걸려 넘어진다.

 

 

사치스럽게 사느라 지쳐 있는 우리는 행복과는 점점 멀어져간다. 행복한 삶은 때로는 단순하다. 가장 좋은 집은 생활필수품을 갖추되 불필요한 물건은 하나도 없는 집이다. 사람은 만족을 알아야 한다. 다만, 일할 때는 부족함을 알아야 하고 배울 때는 만족을 몰라도 된다... 소크라테스 p105~106

 

 

일과 삶의 영역에서 다각도로 소양을 갖추고 집중하려면 단순해져야 한다. 삶을 라이트 하게 만들라는 의미다. 군더더기 없이 삶에서 거품을 빼라! 시선을 분산시키는 소유물, 집착하는 물건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가지치기하라! 심플한 삶은 더 중요한 일을 위한 기반이다.

행복한 삶은 정말 단순함 속에 있는 것 같다. 무소유, 미니멀라이프의 철학이 직장 처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욕심을 비우고 집중할 때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가족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는 직장 선후배, 상사들과의 미묘한 관계를 효율적이고 아름답게 만들어가기 위한 고민은 모든 직장인들의 이슈다. 일 잘한다는 칭찬과 인정뿐 아니라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승진과 연봉 인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심리적 처세가 필요하다.

서두에서 지피지기를 강조했다. 나를 알고 나와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을 알면 실패할 확률은 낮아진다. 직장 생활은 모 아니면 도다! 중간은 없다. 직장을 자신의 꿈과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서 만들어 갈 것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잽을 날리는 상대의 공격에 한껏 가드를 올리고 카운터펀치를 애써 피해 가는 처절한 투쟁의 사각링으로 만들 것인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인간관계의 고전으로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꼽는다. 직장 처세의 규범서로 완자오양의 <일잘러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을 꼽고 싶다. 이 시대 모든 샐러리맨들의 인생 제단에 바치는 한 권의 책! 읽어볼 만하다. 특별히 총알이 빗발치는 무한 경쟁 사회라는 적진에 상륙할 준비를 하는 신병들에게는 더욱더 필요한 전투교범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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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팡세 클래식
알퐁스 도데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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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이솝의 환생! 책을 펼치고 마치 이솝 우화를 보는 것만 같은 순간적 착각에 빠진다. 19세기 프랑스의 극작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과 함께 수록된 6편의 단편들이 뿜는 첫 느낌이다. 작고 아담한 단편집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

프로이센(현 독일)과 프랑스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그의 작품들이 가진 특징은 매우 사실적이다. 인간사의 비극과 현실의 냉혹함, 인간 본성의 민낯을 아름다운 동화 속에 기막히게 녹여냈다.

특별히 인상 깊은 몇 편의 단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타이틀 작 '마지막 수업'은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영토분쟁 속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마지막 수업의 장면을 그린다. 프랑스 사람이라고 잘난 체하지만 제 나라말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꼬집는다. '꼬마 간첩'에서는 오락을 위한 푼돈을 위해 프로이센에 프랑스군의 정보를 팔아넘기는 어느 꼬마의 이야기다. 탐욕이 가져온 비극이다.

'스갱 씨의 염소' 이야기는 울타리를 벗어난 염소 블랑케트가 자유를 누리다가 이리를 만나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을 그린다. 제약이 따르는 안전이냐, 자유가 있는 모험이냐의 선택 속 염소 블랑케트는 후자를 선택했다. 동이 뜰 때까지 밤새 이리와 혈전을 벌이다 쓰러져 가며 하는 말이 압권이다. "르노드(염소)아주머니보다 더 오래 버텼어." 어리석음의 극치를 보여준다.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나이'는 자신의 생명이 깎여나가는 것도 모른 채 황금 두뇌를 야금야금 떼어 파는 남자의 아이로니컬한 이야기다. 욕심과 지혜롭지 못함의 전형이다. 두뇌가 황금이지만 생각은 돌덩어리다.

 

 

단편집의 백미는 '왕자의 죽음'이다. 병에 걸려 죽어가는 왕자가 죽음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를 강구한다. 경비병과 대포를 동원해서 죽음이 접근하는 것을 막도록 지시한다.

 

어마마마, 걱정마세요! 죽음이 감히 저를 데려가진 못해요.(중략) 저는 이 나라의 왕자인걸요.

누군가 꼭 죽어야 한다면 나 대신 내 친구 베포를 죽게 하면 안 되나요?"(중략) 돈을 많이 주면 되잖아요?

저는 하늘나라에 가서도 왕자일 테니까 그나마 마음이 놓입니다.(중략)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왕자에 맞는 특별 대우를 해 주실 게 아니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옷과 가장 예쁜 비단신을 가져다주세요.(중략) 천국에 가면 천사들이 있을 거예요. 그 천사들에게 내가 왕자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요.

 

왕자이기에 죽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 어린 왕자의 치기가 불쌍하다 못해 안쓰럽다. 돈이면 자신의 죽음도 다른 이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왕자의 모습은 황금만능의 시대적 예표다. 죽어서까지 자신이 왕자이기에 특별 대우를 받을 것이며 왕자의 신분을 자랑하고 싶다는 대화는 현대인들의 허세와 뿌리 깊은 인본주의적 사고를 제대로 건드리는 도데의 문학적 장치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야 하며 돌아가고 있다는 지극히 유아적 사고의 발현은 현시대가 얼마나 프톨레마이오스적인지를 우회적으로 비꼰다.

예쁜 일러스트레이션이 함께 수록된 아름답고 서정적인 일곱 편의 단편집은 매우 사랑스럽다. 자극적이지 않고 섬세하기에 어리석음마저 순수해 보인다. 알퐁스 도데가 극작가이기에 그의 글은 더 회화적이며 시각적인 것 같다. 하지만 잔잔히 흐르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윽고 현실이라는 냉혹함과 자기 실재 앞에 서게 된다. 도데의 문학적 천재성과 반전의 미학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학창 시절 <마지막 수업>을 통해 도데를 처음 만났다. 다 큰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나는 <마지막 수업>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아니 내게 있어서만큼은 전혀 다른 작품이다. 예쁘고 아름다운 동화 속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앙증맞은 리본과 꽃무늬 포장지로 한껏 멋을 냈다. 독자 포인트는 두 가지다! 그냥 어린 시절 읽었던 아름다운 기억 속 동화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도데가 숨겨놓은 기막힌 메타포를 찾기 위해 예쁜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풀어볼 것인가! 선택은 책을 집어 든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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