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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세트 - 전10권 - 우리가 몰랐던 이름의 유래 ㅣ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조은영 외 지음, 김윤정 외 그림 / 기린미디어 / 2021년 12월
평점 :

우리가 어렸을 때는 종종 아이들의 이름을 사주에 걸맞은 좋은 이름으로 짓기 위해 작명소에 갔다. 이름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믿음에 기인한 모습이다. 이름은 사람이나 사물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규정한다. "이름값 좀 하라!"라는 질책 속에는 이름이 한 사람의 인품을 대변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녹아있다. 이렇듯 이름은 중요하다.
이름에 관한 재미있는 아동도서 세트가 출간되었다.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는 동물, 식물, 음식, 지역, 사물, 자연, 이렇게 6개의 테마 속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주요 타깃 독자층이다. 하지만 내용이 워낙 훌륭해서 성인들이 읽어도 유익한 내용이 빼곡하다. 한자어의 조합에서 탄생한 이름, 오랜 세월을 거치며 발음이 변한 이름, 행동이나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 전설과 신화 속에서 발생한 이름 등 이름이 발생하고 발전하게 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독자의 흥미와 지적 욕구를 동시에 저격한다.
고깃집 메뉴판에 있는 갈매기살은 정말 바다 갈매기를 먹는 것일까? 갈매기살의 원래 이름은 가로막살이다. 돼지의 가슴과 배 사이 횡격막살인 가로막이살이 세월의 풍화 속에 변해서 가로마기→갈마기→갈매기로 변했다.
기분이 좋거나 잠을 잘 때 '골골' 소리를 낸다고 '고양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강강', '겅겅' 짖는다고 '가히', '가이'라고 불리다가 '개'라는 이름이 되었다. 사람의 뼈에 좋은 수액을 내는 '고로쇠 나무'는 '뼈를 이롭게 하는 나무'라는 의미의 '골리수 나무'라는 전설 속에서 탄생된 이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이름이 대상의 생김새와 행동, 쓰임 등의 외적인 모습을 모티프로 한다. 이름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조금 더 부르기 편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름의 진화론을 보는 것만 같다. 배로 기어 다닌다고 '배암'이라고 불리다가 나중에는 뱀으로 축약됐다.
빵 사이에 길쭉한 소시지를 넣어서 만든 빵을 독일 사냥개 닥스훈트를 닮았다고 '닥스훈트 소시지'라고 불렀다. 이후 한 신문 만화가의 무지로 핫도그(뜨거운 개)가 되어버린 사연은 언어유희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이름의 발생 유래와 더불어 그 이름에 얽힌 전설이나 옛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매우 흥미롭다. 또한 해당 이름과 관련된 속담을 제시하기에 아이들의 속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잠깐 상식 코너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편집자의 애씀이 엿보인다.
살면서 왜 저런 이름이 생겼을까 한 번쯤 의문을 품고 지나쳤던 다양한 이름에 관한 호기심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완소'도서다. 아이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건네었지만 잠자기 전 매일 한 권씩 읽으며 내 스스로가 궁금했던 다양한 동식물과 사물의 이름을 배워갈 수 있었던 귀중한 독서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1주일 여의 시간,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묻혀 잠자고 있던 호기심과 의문의 타임캡슐의 뚜껑이 열리는 경험을 한다. 코끼리는 왜 저런 이름일까? 거미는 왜 거미지? 허수아비 이름의 뜻은 뭘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중에서...
이름은 누군가가 불러줄 때 비로소 대상의 이름이 된다. 이름은 대상에게 형상을 부여한다. 한 사람의 이름이든 동식물과 사물의 이름이든 각 개체를 그 개체의 고유함으로 대하도록 규정짓는 이름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그래서 이름은 어느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 책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개별적 이름을 갖는다는 너무나 단순한 사실을 통해 세상이 가진 이름의 미학을 전수한다.
이름값 못하는 인간 군상이 너무나 많은 요즘 리뷰의 서두에서 이야기한 "이름값 좀 하라!"라는 질책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의 무게가 진중하기에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 책임 또한 무겁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름의 세계를 여행하고 마지막 10권의 뚜껑을 덮는다.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가 독자의 마음속 의미 있는 교훈으로 차분히 가라앉는다. 올해가 가기 전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어보자! 자녀들과 함께 깔깔대고 웃으며 다양한 이름의 유래를 배워갈 때 그들의 마음 안에는 이름이 가진 가치와 의미가 아로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