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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평점 :

19세기 초월주의 철학자이며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근대 미국인들의 정신세계에 크고 작은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인간 본성의 자연적인 면을 강조한 에머슨의 초월주의 사상은 이후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탁월한 젊은이에게도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 에머슨과의 만남은 소로의 인생에 있어 획기적 전환을 가져왔다.
1845년 소로는 도끼 한 자루를 들고 스승 에머슨의 소유지였던 월든 호수 근처의 숲속으로 들어가 오두막집을 짓고 약 26개월의 시간을 숲속에서 홀로 생활한다. 레프 톨스토이,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거성들에게 깊은 영감을 불러일으킨 소로의 저작 <월든>은 이렇게 탄생했다. 월든 호수 숲에서 대자연과 함께하며 그 안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인간과 우주, 자연을 명상하며 깨달은 삶의 교훈이 고로쇠나무의 수액과 같이 진하게 흘러나온다.
소로는 <월든>을 통해 당시의 사람들과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삶의 자유를 강조한다. 문명에 묶임이 아닌 그 문명 속에서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문명의 발전을 향유하길 바라는 소로의 메시지는 담박하다. 욕심이 없고 인위적이지 않은 그의 숲속 생활이 날 것 그대로 묘사된다.
인간 세상의 번잡함과 고뇌를 월든 호수를 거닐며 깊은 호심 속에 던져 버리는 소로의 사유가 남다르다. 복잡한 기계 문명의 기름때에 찌든 현대인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자연 그 자체의 삶이다. 인간에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가감 없이 비추는 거울은 문명의 톱니바퀴 속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소로는 도끼 한 자루를 들고 월든의 숲속으로 들어간 것이 아닐까?
이 지상에서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일은 고행이 아니라 오락이다.
우리가 검소하고 현명하게 살아가기만 한다면 말이다.
당신 일을 백 가지, 천 가지로 늘리지 말고 두세 가지로 단순화하라. p94, 123
소로의 사상과 철학을 위의 두 문장만큼 명확하게 밝혀주는 것도 없다. 동양 사상에 깊이 심취해 있었던 소로였기에 어쩌면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 그의 사상에 알게 모르게 녹아져 있었으리라.
이번에 현대지성에서는 그의 또 다른 저작 <시민 불복종>을 합본으로 출간했다.
가장 적게 통치하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p447
소로는 당시 미국이 일방적 침공으로 벌인 멕시코 전쟁이나 노예제도에 반대했다.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옭아매고 억압하는 것은 불의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소로에게 있어서 영토를 빼앗기 위한 침략전쟁이나 인간이 같은 인간을 노예로 삼는 경악할 만한 만행은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행태였다.
소로는 <시민 불복종>을 통해 정당하지 못한 국가 권력에 대해 행동하는 양심으로 자신의 인간성을 증명하라고 외친다. 실제로 소로는 도망친 노예들을 숨겨주고 그들을 캐나다로 안전하게 도피시키는 '지하철도' 계획에 동참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실천적인 삶으로 연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