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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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한 남자의 눈이 갑작스럽게 멀었다.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실명 현상이 들불처럼 번지며 환자들이 늘어났다. 정부는 긴급 조치를 통해 실명 전염병을 백색 질병으로 규정한 후 실명자들을 옛 정신병원 건물에 강제 격리토록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폐건물이 된 정신 병동에 강제 수용된 이후 이곳은 점차 생지옥으로 변해간다.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식량은 언제나 부족했기에 굶주림과 싸워야 했고, 생리적인 현상을 아무 데나 해결해버림으로써 병동 곳곳은 어느새 사람들의 배설물과 악취로 가득찼다.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 <눈먼 자들의 도시>에 나오는 이야기다. 소설이 내뿜는 열기에 숨이 멎는 것 같다. 눈먼 사람들 속에는 눈이 멀지 않은 여성 한 명이 존재했다. 작가는 이 여성의 눈을 빌려 눈먼 자들의 비참한 참상을 어떠한 여과 없이 날 것 그대로 묘사했다.

인간 본성의 심연을 그대로 까뒤집어 놓은 듯했기에 보는 내내 불편했고, 역겨웠다.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갖는 원초적 본능의 태도는 결코 예의 바르지 않다. 음식을 앞에 두고 주먹 다툼을 하며 아무 데서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모습은 눈이 먼 직후 인간의 품위라는 실존의 의미를 무색게 한다.

나름의 질서가 있는 그곳에서 무질서의 원흉인 불법 그룹이 탄생한다. 권총 한 자루의 힘으로 수용소의 모든 음식을 장악한 이들이 벌이는 행태는 그야말로 약육강식 동물의 왕국이다.


음식을 먹기 위해 권총을 가진 눈먼 악당들에게 자신들의 아내와 여성들의 몸을 상납하는 무기력한 남성들의 추악한 이기심, 온갖 수치를 무릅쓰고 짐승들의 침실로 들어가는 눈먼 여성들의 비애가 머릿속을 혼란케한다.

작가가 참담한 현실을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했기에 짜증이 날 정도다.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에 갇힌 실험 쥐와 같이 독서하는 내내 지난한 통증이 마음을 메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인간 본성의 민낯과 알몸을 목도케 하는 불유쾌함이 가득하다. 이 책이 문단에 극찬을 받은 이유다.

눈이 보일 때는 우리 모두 가장 고상하며 아름답다. 누구 하나 다른 이들에게 해코지하는 이가 없고, 서로를 사랑하며 위한다. 인간 본성의 심원에 꾹꾹 눌려져 감추어 있는 원초적 이기의 씨앗은 문명의 온실 속에서는 결코 싹트지 않는다.

하지만 규율하는 제도의 공백과 질서의 진공 상태가 이루어지고, 거기에 작가가 설정한 눈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기본적 인간 능력의 상실이 혼합될 때 인간의 참 모습이 머리를 든다.



말미에 나오는 한 문장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중략)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p463


작가는 인간 실존의 의미를 제대로 꿰뚫었다. 모든 인간은 원래부터 눈이 먼 존재다. 자신이 보기 원하는 것만 보기 원하는 선택적 시각 능력이 인간 사회가 원래부터 눈먼 세상임을 말한다.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외면, 오직 나만을 바라보는 극도의 이기심은 인간이 원래부터 눈이 먼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훌륭한 반증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 백색 질병의 출현이라는 인위적 상황 가운데 드러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인간에게 선함이 있는가? 책 전체를 뒤덮는 야만의 쓰레기와 폭압의 배설물은 원래부터 우리의 것이다. 하지만 눈먼 자들 틈 속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이웃을 돕는 눈이 보이는 유일한 여인의 존재가 그래도 아직은 세상이 살 말한 곳임을 기억케하는 작은 불씨가 된다. 작가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겨놓고 떠난 선물이다.

책을 읽는 내내 몇 개의 작품들이 오버랩된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다. 모두 다 추악한 인간 본성의 끝을 보여주는 데 있어 결이 같다. 질서의 부재가 가져오는 무질서와 혼돈, 그 안에서 자생하는 새로운 권력의 부패성과 이에 대항하는 소수가 가진 선의 의미에 대한 실재가 공통적이다.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무색한 소설, 여건이 조성되면 인간도 짐승, 괴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이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야만의 시대, 자신의 이기와 탐욕을 위해 마지막 남은 인간성마저 손쉽게 내던지는 작금의 시대를 작가는 정확히 간파했다.

인간에 대한 최후의 확신이 뿌리째 흔들리는 경험, 한 번쯤 해 볼 만하다. 동시에 주제 사라마구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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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즈 13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혜영 그림 / 국일아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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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은 추리 소설 마니아들에게 있어서 전설적인 작가입니다. 그가 탄생시킨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이지요. 비범한 두뇌와 번뜩이는 기지, 예리한 관찰력을 지닌 셜록 홈즈는 맡겨진 어떠한 난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합니다. 남들이 모두 지나쳐버리는 평범한 속에서 매우 작은 단서를 찾아내고, 그것을 사건 해결의 실마리로 연결하는 홈즈의 활약은 지켜보는 독자를 열광케 하기에 충분합니다.



이제 추리소설은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지요. '국일아이'에서 아서 코난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를 어린이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출간했습니다. 현재 13권까지 선보였는데 출간과 함께 어린이 독자들과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지요. 좋은 기회가 생겨서 <명탐정 셜록 홈즈 13>을 읽었어요. 총 3편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는 사라진 잠수함의 설계도와 그에 얽힌 살인 사건을 해결해 가는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입니다. 영국 해군의 전략 잠수함 설계도가 사라집니다. 적국의 손에 들어가면 영국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위기인 것이죠. 그리고 잠수함 설계도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해요.


이러한 총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충실한 친구 왓슨 박사가 출동하게 되요. 홈즈는 꼬여버린 실타래에서 실을 풀어내듯 자신만의 번뜩이는 기지와 놀라운 상상력을 통해 사건의 본질에 접근합니다. 그리고 안갯속에 둘러싸인 것만 같이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두 번째 이야기는 <금테 코안경의 비밀>입니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 마을의 저택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건실한 청년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살해 후 도주한 범인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지요. 범인의 행방 또한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홉킨스'경감이 홈즈와 왓슨 박사를 찾아옵니다. 이유는 당연히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고요.


사건의 냄새를 맡은 홈즈는 먹잇감 앞에서 모든 오감이 살아꿈틀대는 날렵한 사냥개와 같아요. 이러한 흥미로운 사건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홈즈는 당장 사건의 현장인 저택으로 달려갑니다.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은 저택의 주인 코람 교수가 홈즈의 추리 레이더망에 걸립니다. 살해당한 청년은 죽임 당하는 순간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금테 코안경을 손에 쥔 채 쓰러졌습니다. 홈즈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는 순간이지요.



피해자인 청년은 코람 교수의 비서였는데 교수는 이 사건을 자살로 몰아가려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과연 이번에도 홈즈는 청년의 죽음과 사라져버린 범인의 행방을 찾아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함이 증폭되네요.



세 번째 에피소드 <창백한 병사>는 단순 실종 사건인지 아니면 실종을 가장한 살인 사건인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제임스'와 '갓프리'는 보어전쟁을 통해 전우애로 맺어진 친구입니다. 전역 후 제임스는 자신의 옛 전우인 갓프리의 집을 찾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갓프리가 세계여행을 떠났다는 말뿐이지요. 그러나 뭔가 수상해요. 갓프리의 아버지 '엠스워드'대령은 매우 고집이 세고 완고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아들에 대해 무엇인가를 숨기는 듯한 느낌입니다.



제임스는 자신의 친구 갓프리를 찾기 위해서 우리의 히어로 셜록 홈즈의 하숙집을 찾지요. 이야기를 들은 홈즈가 가만히 있을 리 없지요. 이번 사건도 홈즈의 허를 찌르는 추리력과 예리한 관찰력이 빛을 발합니다. 사라진 갓프리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도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너무나 궁금하지요. 책을 펼치는 순간 셜록 홈즈의 마법 같은 추리의 세계가 열립니다.


국일아이의 <명탐정 셜록 홈즈>시리즈는 장점이 매우 많은 책이에요. 이 책은 글밥이 제법 많은 도서입니다. 하지만 큼직한 활자로 인해 가독성이 매우 좋고, 멋진 삽화가 페이지마다 그려져있기에 그림 많은 저학년 도서에서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초등 고학년 학생들에게 아주 특화된 도서에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가 가진 매력적인 플롯은 나이와 상관없이 독자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휘감아 버립니다. 책을 펼친 순간 책장을 덮는 것이 어렵다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 책은 바로 그와 같은 독서 경험을 선사합니다.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어린이 독자들의 추리력과 무한 상상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지요. 지각 있는 부모들이 왜 어린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가능한 늦게 보여주려고 애쓰는지 아시나요? 영상 매체를 보는 순간 아이들의 두뇌는 생각하고 상상하는 기능을 멈춘답니다. 영상이 전해주는 일방적인 정보를 바싹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아무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해버리기에 그렇다는 것이죠. 반면 아이들의 무한 상상력과 사고의 회로가 무섭게 돌아가는 순간은 바로 활자로 찍힌 책을 읽는 순간이랍니다.


국일아이의 <명탐정 셜록 홈즈>의 추리 이야기가 아이들의 상상력과 사고력에 불을 지르는 생각의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연말이 다가옵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한두 번 갖고 놀다가 싫증 나면 버리는 장난감이나 연말 시즌이 지나면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예쁜 쓰레기들 말고, 책장에 두고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돕는 알짜배기 선물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함께 <명탐정 셜록 홈즈>시리즈를 읽는 꿀팁 하나 방출합니다. 각 에피소드를 읽으며 사건의 전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아이들에게 반드시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네가 생각하기에는 누가 범인인 것 같니?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니?"와 같이 사건 해결을 위한 생각의 열쇠를 아이에게 쥐여주세요. 사고의 주체성을 키우는 데 있어서 안성맞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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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초등 철학수업
미셸 토치.마리 질베르 지음, 박지민 옮김 / 레몬한스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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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성과, 경쟁으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바른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미덕은 무엇일까? 창의력과 감수성,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외친다.

하지만 여기에 덧붙여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생각하는 성찰의 가치,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능력, 성찰의 가치를 알려주는 책 <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초등 철학수업>은 현장에서 아이들의 철학 교육을 주도한 두 명의 탁월한 학자들에 의해 쓰인 책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성찰의 의미는 잠시 멈춰서 생각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더불어 유연하게 생각한다는 의미 또한 갖는다. 성찰은 자신을 둘러싼 이웃과 사물과 세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유의 작업이다.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사유하는 작업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생각할 때 인간은 동물과 구별되는 종의 배타성을 갖는다. 사유의 힘이 우리를 짐승과 구별짓는다. 반대로 사유하지 않을 때 인간은 짐승이 된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삶 속에 철학적 성찰의 습관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라며 탄생했다. 정체성, 사랑, 가족, 학교, 감정, 행복, 차이, 폭력, 자유, 권리와 의무, 정의, 진실, 시간, 인생 계획, 더불어 살기 등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철학적 사유의 방법을 공유한다.

어린 시절 닭장 같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의 일방적 주입식 교육 속의 아이들이 잃어버리는 것은 창의력과 상상력만이 아니다. 더 큰 지적 손실은 바로 생각하는 능력의 소실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말이 맞다.

주어진 방법을 암기하여 기계적으로 정해진 답을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왜?"라는 물음의 부재는 현실에 순응하며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고착화된 인간을 양산한다.



자유로운 나라에서 왜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돼요? 인간은 죽어서 어떻게 돼요? 죽은 이후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나요? 정당한 폭력도 있어요? 불공평함은 왜 나쁜 것이죠?

자녀들과 이러한 대화를 해본 부모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대개 이 정도의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도 없을뿐더러 이러한 질문을 지혜롭게 답해줄 만한 지적 능력을 갖춘 부모도 드물다. 책은 부모가 먼저 성찰의 삶을 살도록 독려한다. 평소 생각하는 사고의 근력을 키우지 않으면 불쑥 던지는 자녀의 철학적 질문에 답해주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바른 철학함의 시작은 생각이며 성찰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며 인생과 세계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유의 작업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 중 하나는 바로 생각하는 능력, 유연한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책은 부모가 평소 아이들과 시도해 본 적 없는 철학적 대화의 방법론을 매우 자세히 설명했기에 책을 통해 가정 철학 수업을 꿈꾸는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책은 질문하는 자녀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운다. 자녀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게 하라! 아이의 깨알 호기심과 질문이 귀찮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아이의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생각의 회로가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책에는 위에 나열한 15개의 철학적 생각 주제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부모 된 독자는 이 물음들만 적절히 이용하여 질문해도 가정에서 아이들과 충분한 철학적 대화를 가질 수 있다.

철학적 성찰, 유연한 사고력을 가진 아이들은 주변의 환경과 사람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는다. 오히려 온전히 독립적인 정신을 소유한 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철학적 사유의 힘이며 성찰의 유익이다.

'한나 아렌트'가 기록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600만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실제적 실행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가장 큰 유죄 이유는 그가 생각, 즉 사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사유하지 않을 때 인간은 괴물이 된다.

우리 아이들이 책임감과 주체성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사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성찰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 중요하다. <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초등 철학수업>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매우 중요한 초등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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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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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지혜는 좀 먹지 않는 금과 같다. 이는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결코 변하거나 변색되지 않는 영원성을 지닌다. 여기 17세기를 살다간 탁월한 지혜자의 금과옥조와 같은 저작이 있다. 예수회 신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사람을 얻는 지혜>는 약 400여 년의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인간사의 보편적 삶의 지혜를 설파하는 고전이다.


총 8부로 구성된 저작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온전한 인간이 되는 길과 방법이다. 바르고 좋은 인간이란 어떤 모습이며 그런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지혜가 필요할까?


짤막한 격언을 300개의 소제목 아래 기술하여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이 가진 고민과 의문에 대해 선인의 지혜는 탁월함으로 빛을 발한다. 


"윗 사람을 이기려고 하지 말라.(중략) 우월함은 늘 남의 반감을 불러오기 마련인데, 윗사람보다 우월하면 훨씬 더 많은 반감을 산다.(중략) 사람들은 남들이 행운을 누리고 좋은 기질을 가진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자신보다 재능이 뛰어난 것은 참지 못한다." p33


나도 모르게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온다. 어쩜 이렇게 정확할까! 자신의 권위 아래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탁월하고 능력 있으면 윗 사람은 결코 그 사람을 가만두지 않는다.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아랫사람이 자신보다 더 큰 칭찬과 찬사를 받으며 인정받는 것을 결코 눈뜨고 봐줄 수 없는 타락한 인간 본성의 민낯을 그라시안은 정확히 꿰뚫었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행동은 삶의 본질이고, 말은 삶의 장식이다.(중략) 행동은 생각의 열매다. 따라서 생각이 지혜로우면 행동도 훌륭하다." p242


언제나 말은 쉽다. 하지만 그 말을 행동으로 살아내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한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는 지름길은 그가 자신이 뱉은 말대로 행동하고 살아가는가를 보는 것이다. 


저자는 말이 삶을 꾸미는 장식에 불과함을 알았다. 번드르르한 말은 인간의 외적 삶을 꾸미는 데 있어 훌륭한 재료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말대로 살아낼 수 없는 불완전함이 인간에게는 수치다. 그래서 저자는 지혜롭게 생각하면 따라오는 행동도 훌륭함을 덧붙인다. 언행일치와 심사숙고의 중요성을 간결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조심스러운 침묵은 지혜의 성역이다" p29


말이 넘쳐나는 세대, 무분별한 말로써 상대방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현대인들의 삶에 경종을 울리는 문구다. 고요함과 정적을 참지 못하는 이 소음과 광란의 세대 속에서 말을 참는 것은 일종의 고문이다. 침묵이 금이라는 격언은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정말 금 같은 가르침이다. 


내뱉지 않아도 될 말 한마디가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많은 이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가져다주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보는가! 저자는 깊이 생각하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침묵을 지킬 줄 아는 것은 지혜이며 그것이 성스러운 영역에 속한 행위임을 알았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깊이 우려낸 지혜는 실로 놀랍다. 17세기 합리적 이성주의의 파도가 일기 시작한 시대 속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은 저작 탄생의 필연적 귀결이다. 인간 본성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기울인 것은 온전한 인간성에 대한 회복을 염원한 저자의 또 다른 바람이 아니었을까?


로마 가톨릭 예수회 소속의 신부였지만 저작에는 종교적 색채가 거의 없다. 철저히 인문학적이고 인본주의적이다.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림과 동시에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조언이 가득하다.


온전한 인간, 바른 인간으로 가는 첩경으로 수많은 지혜가 동원되었다. 온전한 인간은 흠결이 없는 인간임과 동시에 완벽한 인간, 모든 어려움과 삶의 장애를 극복하고 뛰어넘는 인간으로의 지향이다. 


왜 이 책이 '프리드리히 니체'로부터 극찬을 받았는지에 대한 실마리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뛰어넘는 사람, 극복하는 사람 초인, 위버멘쉬가 뜻하는 긍정적 삶에의 주체가 되기 위한 근원적 지혜가 그라시안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날 현대인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온전한 인간의 삶인가에 대한 해답에 목말라한다. 절대적 존재에 대한 믿음을 미신적 신앙으로 치부한 채 옆으로 밀쳐두었기에 그렇다. 근본적 삶의 해답은 없지만 인간의 삶과 본성에 대한 통찰에서만큼은 책의 가치가 금처럼 빛난다. 깊이 사유하며 읽어야 할 독자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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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기분파 정답이 보이는 운전면허 필기 학과시험문제은행 (1종.2종 공통) - 문제 아래에 정답과 연상단어를 함께수록 + <부록> 핵심요약정리노트 수록, 6판 2023 기분파 시리즈
도로교통공단 지음 / 에듀웨이(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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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증 취득은 이제 현대인들의 삶에 있어 필수다. 운전을 하든 안 하든 또는 자차가 있든 없든 간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기에 그렇다. 그렇기에 예전에는 많은 고등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했다.

적잖은 세월이 지나며 운전면허 시험도 출제 경향에 변화를 가져왔다. 학과시험을 준비할 때 위로 넘기는 필기시험 교재를 가지고 도로교통법과 안전운행 방법에 관한 다양한 개념을 공부했다. 그러나 이제는 필기시험이 문제은행 형태로 바뀌었다. 다량의 문제를 풀이해 보고 문제를 익히기만 하면 동일하게 출제되는 문제를 손쉽게 풀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수험서 전문 출판사 에듀웨이에서 <2023 기분파 운전면허 필기 학과시험 문제은행>을 출간했다. 단순 이론을 무작정 외우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그냥 문제은행집에 수록된 약 1000개의 문제를 꼼꼼히 풀어보고 익히기만 하면 된다.

본서에 실린 1000문제 중 40문제가 그대로 출제된다고 하니 이 얼마나 혜자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유형별로 문제를 구분했다는 점이다. 문장형, 안전표지형, 사진형, 일러스트형, 동영상형으로 나누어진 문제를 통해 실제 문제의 유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수험생 가운데는 이 많은 문제를 어떻게 다 풀어보고 암기할 수 있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단순하게 문제를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100문제도 아니고 1000문제를 어찌 다 외울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이러한 수험생들의 고민을 에듀웨이 편집팀에서 한방에 불식시키는 묘안을 냈다.

그것은 바로 모든 문제에 핵심 키워드를 제시함으로써 각 문항이 가진 특징들만 기억하면 어렵지 않게 풀이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핵심 단어만 보아도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 문제들이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것들이 많기에 더욱더 고민하지 않고 정답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에듀웨이 수험서의 공통적인 자랑 '핵심 요약정리 노트'가 이 책에서도 동일하게 빛을 발한다. 정말 핵심만을 압축해서 간추려놓았기에 시험을 앞두고 자투리 시간에 학습한 개념을 한 번에 정리해 볼 수 있기에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각 문항에 별표 표시를 해놓음으로써 난이도를 분류했다. 상식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 일반적인 난이도의 문제, 고난도의 문제 등으로 나누었기에 어려운 문제는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수험생의 편의를 고려했다.


운전면허 학과 시험은 예나 지금이나 다른 자격증 시험에 비해 아주 어렵고 까다로운 시험은 아니다. 보통 평균 80%가 넘는 합격률을 보인다. 10명 중 8명은 합격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것도 공부를 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시험은 시험이기에 시험 자체를 무시한 채 전혀 공부하지 않고 응시하게 되면 간혹 출제되는 킬러 문항의 늪에 걸려 불합격자 20% 안에 들게 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책의 말미에는 2회의 평가 모의고사 문제가 수록되어 있다. 실제 시험이 어떻게 출제되는지 그 양상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섹션이다.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출제되는 문제의 정답 요구 개수다. 4지 1답, 4지 2답, 5지 2답과 같이 선지의 개수와 답의 개수가 문항마다 다르다. 수험생은 이 부분을 세심하게 확인하고 공부하며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 또한 핵심 키워드를 잘 익히고 많은 문제를 풀이해 봄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용어도 생소한 수많은 이론을 기계적으로 암기하여 시험을 보았던 예전의 시험 방식이 아닌 1000문제 가운데 랜덤으로 40문제를 뽑아서 시험을 보는 지금의 방식은 수험생들의 수고를 많이 덜어주는듯하다.

가독성 좋은 이 책 한 권이면 이제 운전면허 학과시험은 큰 문제 없이 응시하여 합격할 수 있을 듯하다. 운전면허 취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가? 머리가 굳어서 그 많은 도로교통법과 운전 관련 지식들을 암기할 자신이 없는가?

그렇다면 <2023 기분파 운전면허 필기 학과시험 문제은행>교재를 당장 꺼내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약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다른 어려운 자격증 시험과는 비교할 수없이 적은 수고로 국가에서 주는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운전면허 획득의 첫걸음, 시중에 출간된 많은 운전면허 학과시험 수험서 중 <2023 기분파 운전면허 필기 학과시험 문제은행>은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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