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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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온





현실은 꿈으로 둘러싸여 있다

현실과 꿈 사이의 틈,

진공은 현실의 온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꿈은 보온병이다

현실이 뜨거우면 뜨거운대로

현실이 차가우면 차가운대로

꿈은 현실을 포근히 안아준다


꿈은 두 팔 벌려 나는

새,

바늘귀보다 작고

세포 속 단백질보다 작은

그 틈 속으로

고개를 들이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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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시집 시인수첩 시인선 2
유종인 지음 / 문학수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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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는 길을 잃어야 즐겁다

직박구리와 딱따구리가

이쪽이야, 여기라고, 길을 알려주어도

나는 기어코 길을 잃어버린다



비행기의 연착이 반갑고

물안개가 그 어떤 마사지보다 내 몸을

가뿐하게 들어올린다



숲에서

숲속에서 나는

모서리를 깎으며

숨을 쉰다

숨을











* 메모




- 창경(鶬鶊) 15쪽


봄볕이 좋아/ 영혼의 내장까지 환히 비춰질 것 같네/ 거기 전생을 밟고 온/ 징검돌에 이끼가 파르라니 돋아서/ 이젠 머리를 괴고/ 낮잠을 다독이는 석침(石枕)으로 쓰려는데/ 봄볕이 좋아/ 꾀꼬리 소리가 맴도네/ 슬픔까지는 너무 처지고/ 웃음까지는 너무 날래서/ 그냥 한 꾸러미 명랑이 날개를 달았다 싶네/ 그것도 샛노란 판본(板本)을 하고 / 나온 저 허공의 생색(生色)이려니/ 겨우내/ 군동내 나는 허공이 엉덩이로 지긋이 뭉개고/ 주니가 든 앙가슴으로 얼러 내놓은/ 샛노란 명랑이려니 싶네/ 봄볕이 좋아



- 숲의 기적 69쪽


다람쥐나 청설모가/ 입안 가득한 상수리 열매를 어쩌지 못해/ 도린곁 어웅한 데다/ 그걸 파묻어 버리곤 더러 잊는다고 한다/ 나 같으면 나무 십자가라도 세워 놓았을 그곳을/ 까맣게 잊어버린 탓에/ 먼 훗날 푸른 어깨를 겯고 숲이 나온다 한다


기억보다 먼저/ 망각이 품고 나온 숲,/ 그 망각 때문에 울울창창해진 숲/ 용서보다 웅숭깊은 망각,/ 어딘가 잊어 둔 파란 눈의 감정도/ 여러 대륙에 걸쳐 사는 당신도/ 어쩌면 망각을 옹립한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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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5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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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는 나눠서 맞아도 빚은 나눠서 못 지는 거다"



매는 나눠서 맞으면 가벼워지는데

빚은 나눌 수록 무거워진다



누가 수 억 톤의 그물을 그들에게 던졌는가

어둠은 하늘에서 내려와

땅의 모든 것들을 가둔다



촘촘한 그물코를 뚫고 쏟아지는




희망은

그들이 어둠의 그물이라 불렀던 것들을

빛의 그물이라 명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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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샤워 이음 희곡선
장우재 지음 / 이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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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자에게





광자야,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는데 너는 이름대로 살다왔구나

빛 광, 이름 자

싱크홀 만큼 어두운 반지하에서 너는 스스로

빛이 되었구나

어두운 빛으로 태어났구나

그래서 너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구나

아영, 아름다울 아, 꽃부리 영





광자야,

너는 나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지 너와 나는

관계 있는 사람이 되는구나



"가난은 튿어진 팔꿈치가 아니라 그게 신경 쓰이는 마음"이라는 말

백화점 쇼윈도처럼 화려하고 밝고

쓸쓸한 광자야,



이제 그만

빛을 거두고 어둠이 되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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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언어 -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
양정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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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언



웃어라,

거울 밖의 당신이 마지막으로

웃었던 것은 언제인가



얼마나 좋을까

말을 알아들어도

말을 못하는 당신은



고개를 흔든다

딸랑딸랑 요령처럼



당신은 무동을 태운다

자장가를 부른다

만가처럼



자장자장 잘도 잔다 자장자장 잘도 잔다......



노을이 파랗게 지는 화성까지

토성의 고리까지 울려퍼진다



가봉이 없는 죽음의 우주선을 타고

미열로 식어가는



당신의 옹알이는

꼭 유언 같네



"운명이다"

"오래된 생각이다"



하나 보내고

하나 얻었네





2. 문재인 대통령을 지척에서 보좌하던 사람이 '언어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책을 출간해서 처음에는 의외였다. 그가 학보사와 언론사의 기자로,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는 점, '투쟁의 언어, 자본의 언어, 권력의 언어'를 몸소 겪으며 '공감의 언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을 읽으면서 왜 언어에 관한 책을 냈는지 이해되었다.





이 책은 정치적인 성격의 글모음이 아니다. 오히려 '언어'에 집중해서 국민들의 언어습관, 정치인들이나 언론인들이 쓰는 언어의 문제점, 군사용어 외국어 오남용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양성평등과 배려, 존중과 공감의 언어를 익힐 것을 제안하고 있다.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과 대충 쓴 낱말과 문장이 얼마나 편향적인 말들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다 아는 것 같았지만 실제 아무것도 몰랐구나,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다. 끝부분에는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언어와 말 습관을 알 수 있는 챕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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