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시집 ㅣ 시인수첩 시인선 2
유종인 지음 / 문학수첩 / 2017년 6월
평점 :
봄볕이 좋아/ 영혼의 내장까지 환히 비춰질 것 같네/ 거기 전생을 밟고 온/ 징검돌에 이끼가 파르라니 돋아서/ 이젠 머리를 괴고/ 낮잠을 다독이는 석침(石枕)으로 쓰려는데/ 봄볕이 좋아/ 꾀꼬리 소리가 맴도네/ 슬픔까지는 너무 처지고/ 웃음까지는 너무 날래서/ 그냥 한 꾸러미 명랑이 날개를 달았다 싶네/ 그것도 샛노란 판본(板本)을 하고 / 나온 저 허공의 생색(生色)이려니/ 겨우내/ 군동내 나는 허공이 엉덩이로 지긋이 뭉개고/ 주니가 든 앙가슴으로 얼러 내놓은/ 샛노란 명랑이려니 싶네/ 봄볕이 좋아
다람쥐나 청설모가/ 입안 가득한 상수리 열매를 어쩌지 못해/ 도린곁 어웅한 데다/ 그걸 파묻어 버리곤 더러 잊는다고 한다/ 나 같으면 나무 십자가라도 세워 놓았을 그곳을/ 까맣게 잊어버린 탓에/ 먼 훗날 푸른 어깨를 겯고 숲이 나온다 한다
기억보다 먼저/ 망각이 품고 나온 숲,/ 그 망각 때문에 울울창창해진 숲/ 용서보다 웅숭깊은 망각,/ 어딘가 잊어 둔 파란 눈의 감정도/ 여러 대륙에 걸쳐 사는 당신도/ 어쩌면 망각을 옹립한 탓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