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배우다 -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개정판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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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인간의 고통에 눈 밝기에 거짓말인 그런 글을 쓰는 황당한 사람 한 명이, 또 그런 글과 그런 인간이 소중한 줄 알기에 몇 장의 종잇장을 찾아 헤매는 황당한 사람 한 명이 이 삭막한 세상에 빛을 밝힌다. 허구로써 현실을 감내해보려는 것, 그것이 문학의 진면목이 아닐까 싶다. 또 그런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 인문학의 진면목일 것이다.

pp.22~23

무얼 좀 도와드리는 시늉을 하면 고맙다는 말 다음에 덧붙인다.

"괜찮아요. 이건 제 일인걸요."

내 일, meine Arbeit 혹은 my job. 사실 내가 독일에서 가장 자주 듣고 감탄하는 말이다.

"제 일인걸요." 현실인식과 책임감과 자긍심까지 배어 있는 이 말을 나는 사랑한다.

p.41

자녀들을 노동에서 소외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노동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고 거기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아 느낄 줄 아는 것, 그렇게 하도록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 삶의 지혜 중에서도 지혜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갖추어주어야 할 두 가지. 괴테가 요약했다. '뿌리와 날개'라고. 우리의 상황으로, 현실로 아주 낮추어 - 사랑에 기본을 두고- 의역해본다. 노동과 격려일 것 같다.

pp.59~60

젊었을 때, 온 세상이 캄캄해서 앉은뱅이처럼 앉아만 있었을 때는 누가 새끼손가락 하나만 잡아주면 일어설 것만 같았다. 그런데 세상은 때로 절벽 끝을 붙잡고 매달려 있는 사람의 손을 짓밟듯이 가혹했다. 어쩌면 세상의 정말 중요한 일들은 바로 외로움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런 이치를 젊었을 때는 몰랐다.

p.116

홀레 씨는 강연문에서 자신이 왜 평생 이윤 없는 문학에 관심을 가졌는가를 이야기하고는 이런 구절로 끝맺고 있었다.

"문학은 사람을 만듭니다."

p.143

병 깊은 어머니가 딸에게 시킨 것이 그저 마라톤이었을 리 없다. 세상을 헤쳐갈 힘을 길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험한 세상에서 딸이 어떻게든 스스로 튼튼한 두 다리로 서고, 세상을 헤쳐갈 수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무얼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야 사라질 리 없으니 길은 스스로 찾을 것이다.

p.213

책에서 나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생각을, 많은 생각을 하며 읽는다. 공감하고 받아들이기도 하고 낯설어하며 물리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세상에는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며 조금 사고가 열리기도 한다. 그렇게 열리는, 어쩌면 열려야 하는 사고의 지평은 무한하다.

p.257

전영애, <인생을 배우다> 中

+) 이 책은 약 10년 전에 출간된 책을 재출간한 것으로, 괴테 학회가 수여하는 '괴테 금메달' 수상자인 저자가 인생에서 소중하게 여겨야 할 순간들에 대해 써 내려간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연구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겪은 복잡한 감정과 힘든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또 문학과 음악 등의 예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언제 떠날지 모를 사람들과의 인연에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존재들에게서 얻은 감동도 언급한다.

책은 에세이 글과, 그 글의 소재를 연상하게 하는 흑백 사진과, 아름다운 문장을 필사할 수 있는 줄글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의 어려움을 알기에 그 시간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문장이 많이 담겨 있다. 더불어 그런 순간조차 우리에게 디딤돌이 될 수 있음을 조언하는 저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글을 사랑해서 얼마나 아픈지, 그러면서도 글에서 힘과 위안을 얻고, 그런 순간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진실하게 와닿는 책이었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소소한 인생의 순간들을 사랑하고, 힘껏 애쓰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 온화하지만 단단한 힘을 전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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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두 개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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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인 건 맞다. 다만 그 배움이 방학을 맞이한 당사자가 아닌, 모친의 것이라는 사실이 조금 다를 뿐이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죠."

아니면 정식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뽑든가요, 하는 표정으로 나는 손톱을 매만졌다.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도 전혀 아쉬울 게 없다는 여유를 보이면 된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협상 자체가 의미 없는 완벽한 갑과 을 관계가 있다.

"딸이 시험 끝나고 모처럼 반 애들을 위해......"

"공은 공이고, 사는 사죠."

pp.11~12

어느 곳이나 삐딱하게 세상을 보는 부류는 있다. 다만 그 소수 때문에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하는 현실이 어이없고 화가 났다. 쿠키는 그저 쿠키일 뿐이었다. 버리기 아까워서 가져왔다니. 어떻게 그토록 무례한 말을 내뱉고는 장난이라며 쉽게 웃을 수 있을까.

p.23

반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눠 준 것도, 꼬마에게 쿠키를 선물한 것도 모두 그냥이었다. 그러고 싶었고 그게 전부였다. 어떤 목적이나 이유 따위 없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의심하고 질타를 보낼까? 무거운 철문을 힘껏 닫아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 안의 문은 너무 쉽게 열려 버렸다. 그 안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던 서러움과 속상함, 외로움과 아픔이 허물어지며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pp.47~48

"또 어디 가는데?"

"그냥."

정말 그냥이었다. 이제 쿠키는 살 필요도 먹을 이유도 없으니까. 그럼 전에는 어떤 필요와 이유가 있었나? 그 생각을 하자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가라앉았다.

p.80

이희영, <쿠키 두 개> 中

+) 이 소설은 엄마의 쿠키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고등학생 '나'의 시선과, 그 가게 앞에 서 있는 신비한 '소년'의 시선으로 구성되었다.

전체적으로는 '나'의 관점으로 서사가 진행되는데, '나'는 쿠키를 팔다가 꿈에서 본 소년이 엄마의 가게 맞은편에 서 있는 걸 알게 된다.

그 꿈에는 소년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투명한 손이 나와 '나'에게 말을 건다. 그렇게 반복되는 꿈에 호기심이 생길 때쯤 그 소년이 실제 눈앞에 등장한다.

이 소설에는 사람의 진심을 왜곡하는 불쾌한 이들의 목소리가 종종 등장한다. 저자는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그냥'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따뜻한 진심이다.

그런데 그 진심 어린 마음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주인공은 상처 입고 힘들어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순수하게 타인의 기쁨을 내 기쁨처럼 여기는 마음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함께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쿠키 한 개로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도 있다는 희망을 느끼면서 또 같이 행복했다. 진심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 상처받기 보다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게 낫다는 걸 가르쳐 준 소설이었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장면들이 많았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꿈같은 이야기가 꿈이 아니게 되는 순간도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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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따위 넣어둬 - 365일 퇴직을 생각하는 선생님들께
장정희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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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나는 어차피 삶을 견디는 것,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스트레스가 나쁜 일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좋은 일에도 긴장을 일으킨다. 그러기에 우리의 일상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다. 누구나 견디며 살아간다면, 억지로 버티느냐, 기꺼이 버티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기꺼이 버티며 살아가자는 거다.

숨구멍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피아노, 요리, 독서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식구들 잠든 밤에 마시는 차 한 잔의 고요가 될 수도 있다.

p.26

나는 머릿속이 멍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는 걷는 편이야. 1박 2일로 걷기도 하지. 하루 일곱 시간도 여덟 시간도 걸어. 물론 혼자 걷지. 구례, 고창, 순천, 해남, 순창, 광주 천변을 따라 영산강까지 가본 적도 있어.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절뚝이며 걷는 동안 내 안의 모든 에너지와 물기가 다 빠져나가는 게 중요해. 학대에 가까울 만큼 완전 연소를 시키는 거야. 집에 도착할 때는 쓰러질 정도가 되도록.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비로소 내 안에 새 물이 찰랑찰랑 차오르는 것을 느껴.

p.42

등급을 매기는 구도에서는 누구 하나는 꼴찌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문제는 노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학점과 아르바이트와 자격증과 어학 공부에 죽을 둥 살 둥 매달려도 모두가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부족한 일자리로 인해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노력 부족'이라고 할 것인가.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 또는 모순된 사회 구조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슬픔은 나만의 슬픔이 아니라 우리들의 슬픔이 된다. 우리가 서로의 슬픔을 공유하고 손을 맞잡아야 하는 이유다.

p.81

"우리의 내면에도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해요. 혼자만의 고요함 속에서 사람들과 지내는 동안 부풀어 올랐던 온갖 감정들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 말이에요. 고독은 이처럼 우리에게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죠. 그러니 여러분,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고독은 우리를 안으로 익어가게 해 주는, 내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니까요."

pp.94~95

"쌤, 새로운 삶을 위해서 과거 인연을 끊으면 많이 외로울까요?"

잠시 할 말을 잃고 있던 내가 겨우 입을 열었다.

"새로운 삶은 또 다른 인연을 데려오기도 하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네가 만들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그 시작이니까."

p.102

그렇다. 나는 아이에게 진 게 아니었다. 용서를 받은 거였다. 용서 받는 마음이 그렇게나 아픈 줄 그때 처음 알았다.

p.117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그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어.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거야. 아빠도 아빠의 자리에서, 오빠도, 새엄마도, 할머니도, 제각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어딘가 아쉽고 불만스러운 점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바람(욕심)으로 생각하니까 그런 것일지도 몰라.

p.120

"내가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하고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떨쳐내지 못한 콤플렉스 중의 하나는, 재능도 없는 데다 살아온 삶 또한 지극히 평범했기에 고통이라는 재산도 없다는 사실이었어. 그래서 늘 작가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했지."

"네 불행한 삶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네가 아픔을 겪는다면 그건 너를 둘러싼 세계의 시스템과 어른들의 잘못이다.

게다가 글쓰기의 가장 큰 힘은 글 쓰는 사람 자신을 먼저 치유하고 구원한다고 믿어. 그것이 독자의 공감으로 이어지지."

pp.221~222

장정희, <존경 따위 넣어둬> 中

+) 이 책의 소개 글을 보면 '대한민국 교사의 비망록'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퇴직한 교사가 40년 동안 국어 선생님으로서 살아온 삶과,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한 가정의 아내로서의 삶도 담겨 있다.

정확히는 다양한 역할의 삶을 살면서 저자가 느끼는 고민과 복잡한 감정 등을 실은 책이다. 에세이집임에도 방대한 분량이 인상적이었는데, 천천히 읽다 보면 저자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았는가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성실하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요즘 학교에 많다고 생각하니 든든하면서도, 그들이 겪을 내적 고민과 그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가 이해되어 안쓰러운 마음도 깊었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학생으로 사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기본' 혹은 '근본'이라는 개념 하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런 것들이 정말 살면서 필요하다면 중요한 것만 선택해 깊이 있게,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본인들의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개정하며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경쟁 사회는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옳은 것일까. 저자를 비롯한 수많은 교사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스트레스로 쓰러졌던 저자는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걷기'를 선택한다. 한없이 걸음으로써 자기 안의 것들을 감당하려고 애쓰는 저자를 보며 단단한 사람이면서, 단단한 선생님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선생님인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했는지,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어떻게 교류했는지, 특히 문예반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을 담고 있다.

또 글쓰기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글과 생각을 만나며 스스로도 정화하고, 아이들은 글쓰기를 통해 정신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한층 성장하게 됨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소설 및 영화 그리고 에세이를 선정해 아이들과 교류하며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며 나누는지 제시한다.

한 권의 에세이집에서 중수필과 경수필 모두를 만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고민해 볼만한 것들과 일상에서 나누었으면 좋겠는 순수한 모습 등을 다양한 글에서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알찬 에세이집이었고, 솔직한 교사의 글을 읽으며 공감과 고민을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많은 이들에게 따라 걸어도 좋을 발자취가 될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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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수정빛 지음 / 부크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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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꾸준함이 만드는 단단함

책을 가까이하여 내면을 다지기

청결하고 단정하게 나를 가꾸기

가벼운 운동으로 꾸준히 체력 기르기

건강한 음식으로 잘 챙겨 먹기

긍정적인 사람들과 함께하기

나를 의심하게 하는 사람은 멀리하기

목표에 혈안이 되어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기

휴식을 즐기는 여유를 갖고 잘 활용하기

혼자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기

배움에 대한 즐거움은 놓지 않기

p.37

부정적인 사람과는 거리를 둔다.

그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저 나를 지키기 위함이다.

더 깊은 심연, 더 깊숙한 수렁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사람을 비롯해 부정적으로 이끄는 모든 것들을 멀리하는 태도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삶을 지켜 내기 위한 울타리라는 믿음이었다.

p.54

좋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사람은 변한다. 다른 사람의 눈에도 여지없이 티가 날 만큼, 웃을 일이 많아지니 인상은 자연스레 부드러워지고, 안정적으로 주고받은 사랑 속에서 마음과 얼굴에 드리웠던 그늘이 서서히 걷힌다. 환해지고 환해지다 주변 사람을 밝게 비추기까지 한다.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순간이다.

p.85

사랑이 더 깊어지는 태도

고마운 마음을 자주 표현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

화가 나도 다정함을 잃지 않는다.

말의 이면에 담긴 본심을 헤아린다.

자라 온 성장 배경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작은 것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언제든 남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한다.

p.121

진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요란스럽지 않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작은 것에 쉽게 감동하고, 말과 행동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불편한 상황을 겪어도 그 안에서 긍정할 부분을 찾고, 인연을 귀하게 여기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안다.

p.134

제법, 어른이 됐다고 느낄 때

끝난 인연에 미련을 두지 않을 때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알아볼 때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때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냉정히 끊어낼 때

문제를 만나면 유연하게 대처할 때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할 때

인생에 대한 고민은 늘어나지만

불만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낄 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을 때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우려할 때

p.171

볼수록 참 괜찮은 모습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묵묵히 자기 사람을 챙기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선의를 베풀되 생색내지 않으며,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에 말을 얹거나 함부로 옮기지 않는다. 삶의 가치관이 분명하고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다.

p.250

수정빛,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中

+) 이 책은 나와 타인,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을 여러 편의 에세이로 담고 있다. 저자는 나를 사랑하는 말과 상대를 사랑하는 말,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말을 다정하게 적어내려 간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우리를 살리는 말이 되고 우리의 삶을 지키는 말이 되며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말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문장은 체험에서 우러나와 깊이 사고한 뒤 신중하게 쓴 것으로 느껴진다. 그 신중함을 달리 표현하자면 섬세함이라고 할 수 있고, 저자는 다정함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에는 나를 아끼고 살릴 수 있는 다정한 말, 사랑하는 상대를 이해하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말, 그리고 고된 삶을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는 말이 실려 있다.

메모처럼 짧은 문장에서도 저자가 사람을 얼마나 귀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런 사람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등을 잘 그려냈다.

더불어 스스로를 아끼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은지,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등도 따뜻하게 정리했다.

자기 계발 서적이 아니라 단상을 적은 에세이집인데도 읽으면서 진실하고 현명하게 사는 방법과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는 방법, 그리고 나를 아끼는 방법 등을 배운 느낌이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 타인에게 따뜻한 사람,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 등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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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도 이 시간을 기억하겠지 - 사춘기 아들과의 일상 대화
오수아.최루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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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엄마, 나 나갈게."

"으잉? 15분인데?"

"진아가 지금 나온다고 톡이 왔어!"

현관 앞에서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이더니, '오늘 쫌 괜찮은데?'라며 혼잣말을 한다. 거울에서 씨익 웃어 보이기까지. 그 모습을 쳐다보는 나는 정말 아무런 감정이 없는데, 그저 사춘기려니 하고 있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게 이런 건가?

"엄마, 사랑해~ 나는 엄마밖에 없어! 다녀올게~"

pp.26~27

썸 이야기 다섯 편을 볼 때, 아들의 감정 공유는 정체성 발달의 신호이며, '내 감정을 말해도 안전하다'는 경험은 평생의 관계 태도를 결정한다. 엄마의 반응 방식인 유머, 수용, 그리고 가이드의 세 박자 감정은 사춘기의 특징을 수용하되, 중심은 아이에게 두는 방식으로 자율성과 책임을 함께 키워 준다.

관계적 정서 조절에서도 정서적 공감과 행동조절의 루틴은 유쾌한 반응 속에서도 공부 얘기, 자기관리 얘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안정 애착의 예시다. 이처럼 사춘기에도 부모와 감정 공유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pp.32~33

"나의 감정이 기울어짐을 느꼈다."

"다른 날 같았으면, '오냐, 오냐' 했을 일."

엄마가 의도적으로 기대와 감정을 조절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처럼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조절하는 태도는 자녀와의 긍정적 관계 유지에 필수적이다.

pp.60~61

어버이날 편지를 쓴 것은 '애착 강화'와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특히 "편지를 안 쓰는 건 아닌 것 같아서"라는 문장은 아들이 부모와의 정서적 연결을 의식하며 노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내적 애착체계가 건강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p.114

뭘 하든 네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해. 그래야 행복과 감사를 발견하는 날들이 많아지는 법이야. 세상은 진짜 공평해. 내가 열심히 한 만큼만 뭐든 주어지는 법이거든.

민근아, 네가 매일 선택하는 순간순간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거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매일 너에게 물어봐.

p.194

오수아, 최루비, <언젠가 너도 이 시간을 기억하겠지> 中

+) 이 책은 저자의 아들이 중학생이었을 때 아들과 함께하며 나눈 이야기와 편지들을 에피소드로 엮어 만든 것이다. 임상심리사가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분석한 글도 각 대화의 말미에 실려 있다.

중학생 아들과 이토록 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읽는 내내 본받고 싶은 엄마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이 있다. 엄마는 수십 번 참았다가 한두 마디 하는 건데, 아들은 이제 막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엄마가 잔소리를 해서 하기 싫어진다고.

이 책 속 모자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엄마는 유머 있게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아들은 엄마의 진심을 위트 있게 받아들인다.

이들이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임상심리사의 분석처럼 부모 자식 간 정서 공유가 자연스럽고 서로를 향한 신뢰가 크며 애착 관계가 잘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관계이기 때문에 모자 사이 소소한 갈등에도 이내 다시 원래의 쿨한 모자 사이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관계는 내면이 긍정적이고 건강한 사람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분명 어른이고 엄마로서 잔소리를 하고 싶을 때가 많을 텐데, 편지를 쓰거나 그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감당하는 모습에서 내면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또 그런 엄마의 모습을 아들이 오해하지 않고 진심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면 아들 역시 내면이 맑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예상된다.

관계라는 건 어느 한 쪽만 잘해서는 형성할 수 없다. 서로를 위해 마음을 쓰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사춘기 아이들을 둔 부모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건강한 부모 자식 관계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런 부분을 실제 자기에게 적용한다면 유쾌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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