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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해답은 언제나 과거의 내 안에.'
p.41
살아도 돼.
살아도 되고말고.
내게 보낸 편지에 '이런 나라도 계속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라고 썼던데, 그런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마.
세상에는 뇌물을 받아먹는 정치인도 있고 자기 부모를 죽이는 자식도 있어. 그런 사람들도 사는 마당에.
올바르게 살아가는 네가 살아도 될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
p.46
- '해답은 언제나 과거의 내 안에'
과거와 미래의 경계선에서 서성일 때면 네가 지나온 과거를 믿으면 돼.
현재는 과거를 이겨냈다는 증표잖아.
괴롭다는 건 과거에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pp.79~80 [첫 번째 편지 - 최애에게]
비굴해지지 말게.
비굴해지면 안 돼.
지갑을 훔쳤다고 솔직하게 고백할 줄 아는 사람이 어째서 쓰레기라는 건가?
생각해 보게.
아침 일찍 시작되는 건설 현장에 자네가 한 번이라도 지각한 적 있나?
내가 지쳐서 일어설 기력이 없을 때 손을 내밀어준 게 누구였나?
전에도 말했다시피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은
자기가 변변찮다는 사실을 모를뿐더러 설사 알더라도 인정하지 않아.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사람을 이 사회는 반드시 받아들여 줄 걸세.
pp.150~151 [두 번째 편지 - 친구에게]
"나는 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그렇지만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결정할 수는 없단다. 중요한 건 네가 어떻게 하고 싶으냐, 더 정확히 말하면 네가 무엇을 믿느냐에 달렸단다."
"네 신념을 타인에게 반드시 인정받을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그걸 옳다고 믿는 네 마음이지. 네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단다. 너는 네가 아요이에게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일 네가 소신을 지켜 나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현혹될 거 없단다. 좀 외로울 수는 있지만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줄 거야.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건 없다고 나는 믿어."
pp.196~199 [세 번째 편지 - 할머니에게]
혹시 몰라서 헤드라이트도 하나 챙겼어.
네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두울 수도 있거든.
그래도 겁낼 거 없어.
착한 사람이 길을 안내해 줄 거라 믿지만,
혹시 아무도 없으면 그걸 머리에 쓰면 돼.
밝은 빛이 사방을 비추면 헤매지 않고
앞으로 걸어갈 수 있을 거야.
pp.267~268 [네 번째 편지 - 반려견에게]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지 당신을 보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등대는 눈에 띄지 않지만,
누군가는 그 불빛을 의지하고 있잖아.
당신 얼굴까지는 안 보이지만, 당신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여기에도 한 명 있다는 것만은 기억해 줘. 이상.
p.323 [다섯 번째 편지 - 연인에게]
무라세 다케시,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中
+) 이 소설집에는 다섯 편의 소설이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실려있다.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편지를 보낸다는 설정 하에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판타지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각 소설마다 다른 주인공으로 인물을 설정했으나 이들이 다른 작품에도 주변 인물로 등장해, 작품 간의 관련성을 유지하고 있기에 연작 소설의 분위기를 풍긴다.
광고 회사 영업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미키'를 버티게 해준 음악가에게 보내는 편지, 알바로 전전하던 '오키'를 헌신적으로 도와준 친구를 속여 괴로울 때 그에게 보내는 사과의 편지,
진심을 왜곡하는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괴로운 '메구미'가 지혜로운 할머니께 보내는 편지, 남편을 잃고 유일한 가족이었던 반려견도 자신의 부주의로 잃었다고 자책하는 엄마가 반려견에게 보내는 편지, 부정한 방법으로 대기업을 이끌다가 실패의 길에 들어선 '사와무라'가 죽은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이들은 모두 천국에 편지를 보낸다는 '아오조라 우체국' 광고를 보고 우체국을 방문한다. 그리고 본인의 재산에 비례해 상당히 큰 금액을 지불하며 천국으로 편지를 쓴다.
죽은 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 49일이 되기 전까지만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기에, 이들은 두 배의 우푯값을 지불해서라도 답장을 받고 싶어 한다.
처음부터 편지에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적지는 못하지만, 그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이들은 지난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또 희망적인 미래도 꿈꾸며 적극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한 사람의 생을 버티게 하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에서도 사람들은 반성하며 배우고 성장한다는 걸 가르쳐준다.
'굿 럭' 인형이 여러 사람에게 계속 선물로 전해지며 받는 이의 행복과 행운을 빌어준다는 설정이 다섯 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는 데 도움이 된다.
죽은 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사과를, 누군가는 고백을,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감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살아있을 때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판타지 힐링 소설이었다. 천국으로 편지를 보내도록 돕는 우체국이 정말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있었으면 좋겠는,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