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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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그래? 넌 이야기가 왜 좋은데?

지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ㅡ끝이...... 있어서?

소리가 신기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ㅡ난 반댄데.

ㅡ뭐가?

ㅡ난 시작이 있어 좋거든. 이야기는 늘 시작되잖아.

지우가 잠시 먼 데를 봤다.

ㅡ이야기에 끝이 없으면 너무 암담하지 않아? 그게 끔찍한 이야기면 더.

소리도 시선을 잠시 허공에 뒀다.

ㅡ그렇다고 이야기가 시작조차 안 되면 허무하지 않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잖아.

27%

ㅡ있지, 사람들 가슴속에는 어느 정도 남의 불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그런데 모를 리 없는 저열함 같은 게.

ㅡ그러니 너도 조심해.

ㅡ......

ㅡ믿을 건 가족뿐이야.

저 사람의 피가 자기 안에 흐르고 있다는 그 명백함, 그 징그러움을 어쩌지 못해서였다. '그러니 이상한 사람을 피해 도망친 곳에 더 이상한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채운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58%

어제 강당에서 상담 교육을 받는데, 여기 봉사활동을 온 정신의학과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더라. '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어.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74%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들. 하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의 무언가가 미세히 변했음을 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 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 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 변화 없음도? 지우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96%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中

+) 이 소설은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는 세 명의 고등학생들이 서로의 인생에 조금씩 관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담임 선생님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 즉 다섯 개의 문장 중 하나는 거짓말로 자기소개를 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진다.

작품에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인 다섯 문장이 누군가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쩌면 그건 스스로를 거리를 두고 살펴보는 방식의 게임인지도 모른다.

네 개의 진실과 한 개의 거짓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하고 세상은 그런 우리를 잠시라도 주의 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 다섯 문장으로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여기서의 이야기는 이 소설의 표면적 스토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꾸려가는 각자의 삶, 그중에서도 사연을 담은 한 부분의 이야기를 말한다.

엄마는 죽고 엄마와 동거하던 엄마의 애인과 살게 된 지우, 타인과 접촉하면 그의 미래를 잠시 볼 수 있는 소리, 가족의 틀에서 괴로움을 느끼며 비밀을 안고 사는 채운. 이 세 사람은 서로의 비밀을 눈치채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이 소설은 마치 청소년의 성장 소설 느낌이 있다. 아이들의 심리적 방황과 내면의 변화를 통해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선택을 할지 다짐하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 청소년만의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어른들도 어떤 순간이든 매번 선택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후회와 두려움, 그리고 새로운 다짐을 하기에 아이들에게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의미가 진실을 강조하기 위한 배경도 아니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장치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문장은 화자와 청자, 독자를 모두 하나로 엮고 있다.

진실과 거짓을 담은 이야기는 아이들의 말처럼 시작과 끝 둘 다 매력적이지만 그 자체로 빛을 낸다. 이야기를 사이에 두고 화자, 청자, 독자가 호기심을 갖는다. 어떤 사이든 그 관계의 의미를 은은하게 드러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숨 쉴 틈 없이 행간을 꽉 채워 써 내려가는 저자의 필법은 여전하구나 싶었던 작품이었다. 문장 구사력이 단단하고 참 알차다는 말을 이미 중견 작가가 된 저자에게 하면 실례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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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기지개 - 구겨진 감정의 해방 레시피
장훈 지음 / 보민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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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나의 마음이 내게서 멀리 떠나버린 것, 그것이 바로 우울이다.

p.14

삶의 무게가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무게를 계속 지고 갈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는 종종 일과 타인의 기대에 나 자신을 소비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온전히 해낼 수 없다.

pp.31~32

자신이 선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언제나 옳은 결정을 내린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에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 마취된 확신은 때로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모든 갈등의 시작은 내가 선하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는 내 안에 존재하는 갈등 요인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 인식은 단순히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언제든지 타인을 아프게 할 수 있고,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각이 있을 때,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더욱 성숙하게 행동할 수 있다.

pp.79~80

받은 상처가 크다면 받을 위로는 더 크고

겪은 이별이 크다면 겪을 사랑은 더 크고

느낀 절망이 크다면 느낄 희망은 더 큽니다.

지금까지의 나는 어제보다 더 큰 나입니다.

p.90

모든 오해를 다 풀 수는 없다. 때로는 우리가 가진 노력과 배려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오해도 존재한다. 그럴 때는 그 오해를 굳이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해를 풀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용기도 필요하다.

내가 상대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상대방 역시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오해는 덜 두려운 존재가 된다.

그 오해를 이해로 바꾸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그 안에서 배려와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모든 오해를 풀 수 있는 건 아니란 점이다.

어떤 오해는 그냥 거기까지인 것이다.

오해를 풀기 위한 적절한 시도와 노력은 언제나 중요하다. 다만, 그 노력이 지나쳐 나를 소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pp.136~137

기대치를 올리면 만사가 부족하고

이해치를 올리면 만사가 만족합니다.

바다는 언제나 강물보다 낮게 삽니다.

p.147

장훈, <마음 기지개> 中

+) 이 책은 타인과의 관계, 삶의 굴곡, 상처를 대하는 마음가짐, 자신의 감정을 바라볼 필요 등에 대한 생각을 짤막한 단상 형식으로 엮어 낸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이 책의 어떤 부분에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도 우리 자신을 너무 소진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자기 자신의 감정을 헤아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아도 자기 자신을 잘 돌보며 챙긴다면 그 아픈 시간을 비교적 잘 감당할 힘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찾을 수 있고, 삶의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을 확장시키는 일이며 성숙과 성장의 과정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사람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상처받을 일이 더 생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어떤 오해는 풀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스스로를 소진하면서까지 애쓸 필요는 없다.

충분히 마음을 다했어도 풀리지 않는 오해는 거기까지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관계를 끝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고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게 낫다는 말이다.

작은 책 한 권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배웠다. 그리고 내가 나를 아낄수록 대부분의 관계가 더 편해질 수 있음도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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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 전쟁, 위기의 세계사 - 위기는 어떻게 역사에 변혁을 가져왔는가
차용구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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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길은 아직 요원하다. 하여 '에너지 절약'을 불, 석유,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다음으로 제5의 에너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독일 정부도 에너지 절약으로 탈원전 시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처럼 인류는 주어진 자원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지녔다. 오늘날과 같은 쓰레기 과잉 배출의 시대는 인류 역사에서 그 기간이 매우 짧다. 반면 재순환 기술은 오랜 기간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법이었다.

원전 사고가 반복되는 오늘날 에너지를 절약하고 감량, 재사용, 재활용, 수거를 뜻하는 4R을 실천해 원전 의존도를 낮추면 그만큼 원전 참사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pp.67~69

푸틴의 역사 인식 문제점은 기억과 망각을 선택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2017년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이한 푸틴 정부는 아무런 공식 기념행사 없이 혁명을 완전히 무시하듯 지나쳤다. 이른바 '망각 정치'다. 혁명 논의가 권력자 타도 시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pp.133~134

서양 근대 300여 년의 역사는 사욕과 국익만을 앞세운 노예무역, 강제노동이라는 부끄러운 일들로 점철되었다. 최대 노예무역 국가였던 영국은 노예무역 금지법 제정 200주년을 맞은 2007년에야 학생들이 '수치스러운 과거'인 노예무역에 대해 반드시 배우도록 했다. 선조들이 행한 야만적인 역사를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p.152

역사 교육은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국가적, 민족적 정체성을 길러주는 수단이 아니라 자성적 관점을 길러준다. 그러려면 역사 교육은 일국사(一國史)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 교과서는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관용(官用) 역사책이 아니다.

p.213

산업사회가 유발한 생태적 위기인 코로나-19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생태적 거리 두기'라는 과제를 던졌고, 환경 파괴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삶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

되풀이되는 실수로 우리는 전쟁, 질병, 기근이라는 이미 정해진 삶의 늪에 빠져든다.

하지만 나쁜 역사의 재현을 막을 방법이 있다. 인간 본성을 재생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을 바꾸면 된다. 다행히 인간은 반복적 행동으로 저항의 힘을 만들고 기존 규범을 뒤흔드는 '전복적 반복'이라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pp.217~218

차용구, <역병, 전쟁, 위기의 세계사> 中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이 책은 인류가 처한 환경 위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공포 등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인류가 처했던 전쟁과 환경 위기 등을 설명하며 그때마다 인간이 어떻게 대처했고 대응해왔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걸 통해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 오염의 현실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구촌 전쟁 실태를 되짚어보고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생각해본다.

저자는 인류 위기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고, 그걸 해결할 힘도 우리 인류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현시대와 현 세대에 맞게 어떻게 이 어려움을 극복해갈지 의논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존, 상호 협력 그리고 오래도록 회자된 공동체 의식을 다시 떠올렸다. 한 지역, 한 국가만 위하는 이기적 관점으로 살아갈 게 아니라 그 주변국과 여러 나라 간의 상호 협력적 태도가 필요한 시기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공동선이라는 개념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환경 오염이나 전쟁은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공동선과 공동체 의식은 예전부터 꾸준히 강조된 개념이다. 형식적인 생각으로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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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Shakespeare, Memory of Sentences (양장) - 한 권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심리학 Memory of Sentences Series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예진 편역 / 센텐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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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arer action is in virtue than in vengeance.

덕을 베푸는 일은 복수가 행해지는 일보다 드물지.

p.38 [템페스트]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그 꽃은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향기롭잖아요.

p.49

With love's light wings did I o'erperch these walls, for stony limits cannot hold love out.

사랑의 가벼운 날개로 나는 이 벽을 넘었어. 돌담은 사랑을 막을 수 없거든.

p.57 [로미오와 줄리엣]

Better three hours too soon than a minute too late.

1분 늦는 것보다 3시간 일찍 도착하는 게 낫네.

p.75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Hope is a lover's staff; walk hence with that and manage it against despairing thoughts.

희망은 사랑하는 사람의 지팡이라네. 그것과 함께 앞으로 걸어가게. 그리고 이 지팡이로 절망적인 생각에 맞서게.

p.97 [베로나의 두 신사]

Fortune brings in some boats that are not steer'd.

운명은 항로를 잃은 배들도 항구로 데려오지.

p.143

Thou art all the comfort. The gods will diet me with.

너는 신들이 나에게 허락한 모든 위안이야.

p.150 [심벨린]

Brevity is the soul of wit.

간결함은 지혜의 정수이다.

p.157 [햄릿]

박예진 편엮, <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中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각 작품의 스토리와 함께 담고 있다. 특히 저자는 여러 작품 속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심리를 포착한다.

사랑, 질투, 진실, 오해, 권력, 욕망 등 인간의 심리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찾아본다. 셰익스피어의 명문장에서 인간의 본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걸 볼 때마다 작품 전체를 읽어보고 싶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셰익스피어의 문장들만 적은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간단한 스토리와 각 인물의 대립구도, 상황, 심리 등을 묘사하고 있어서 그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들어만 보았지 읽어보지 않은 그의 작품 속 명문장을 만나며 그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고전문학의 고전은 오래도록 전해내려온 것이라는 의미에서 한걸음 나아가 앞으로도 사랑받을 가능성이 높은 작품으로 생각했으면 싶다.

고전이 오랜 시간 사랑을 받고 전해내려오는 이유는 그 작품의 의미가 지금의 시대와 상황에서도 통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설명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지금의 시대에도 통하는 이야기들을 그 시대에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위트와 센스, 그리고 깊이가 있는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문장을 보며, 미술관에서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도슨트를 만난 듯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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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가 식품 사막이 된다고? - 식품 사막에 모래처럼 쌓여 있는 사회 문제들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23
장예진 지음, 편히 그림 / 썬더키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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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뭐야. 청년 회장이 아니라 할아버지 회장이잖아.'

슬아 생각을 눈치챘는지 청년 회장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왜? 너무 늙어서 실망했니? 이래 봬도 내가 이 마을에서 제일 젊어, 하하하. 젊은 사람들은 학교 따라 직장 따라 하나둘 떠나고, 주민이 줄어 장사가 안되니까 가게, 식당이 없어지고, 가게랑 식당이 없으니까 불편해서 주민이 또 떠나고. 이제 마을에 노인밖에 남지 않았지."

  • 식품 사막(food desert)이라는 말은 1990년대 영국에서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 주민들이 신선 식품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며 쓰이기 시작했어요.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렵듯이 신선 식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식품 사막이라고 불러요.

  • 식품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

- 지방 자치 단체가 추진하는 이동형 맞춤 슈퍼마켓

- 소외 지역도 택배를 받을 수 있게, 지방 자치 단체의 택배비 지원 서비스

- 직접 재배해서 먹고, 팔고!

pp.20~27

  • 일본은 자동차 운행이 어렵고, 집에서 마트나 편의점, 백화점까지 거리가 500미터가 넘는 65세 이상 노인을 쇼핑 약자 혹은 쇼핑 난민이라고 불러요.

  • 일본 정부는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쇼핑 난민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쇼핑 난민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식료품, 생필품 상점이 폐업하거나 버스, 전철 같은 대중교통이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 식품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

- 정부 보조금을 쏟아부은 이동식 마트

- 고령자의 쇼핑을 돕는 세발자전거 택시

- 드론과 로봇이 어디든 배달해 드립니다!

pp.60~63

"여러분이 겪고 있는 불편함은 어쩌면 불평등일지 몰라요."

"가난한 외곽 지역이기 때문에 마트가 들어오지 않고,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고 교통 시설을 제대로 만들지 않는 일, 모두 불평등이에요. 불편한 교통 때문에 교육받을 기회, 일할 수 있는 기회, 식료품을 살 기회를 잃었으니까요."

p.71

  •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둥지 내몰림)은 중산층이나 하류층이 생활하던 지역에 상류층 주거 지역이나 고급 상점가가 새롭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해요.

  • 하지만 외부인이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 그나마 남아 있던 식료품 매장도 폐점하거나 임대료가 싼 동네로 옮겨요. 식품 사막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젠트리피케이션이 꼽히고 있어요.

pp.112~113

장예진, <우리 동네가 식품 사막이 된다고?> 中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이 책은 식품 사막이 진행되고 있는 지구촌 여섯 지역의 이야기와 그렇게 된 이유 및 대응 방안을 그림, 사진 등을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어린이를 예상 독자로 설정해 만든 책이라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다. 어른들에게도 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상 깊게 전달하고 있어 의미 있다.

식품 사막은 우리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식료품 및 식자재를 전혀 구할 수 없는 현상을 말한다.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몇십분이나 걸리는 원거리 지역을 다녀와야 하고, 거기까지 가는 교통편도 이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

현대의 도시인들은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근처 마트, 편의점 등에서 쉽게 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계란이나 두부를 사기 위해 몇십분 동안 버스를 타야 하고, 마트와 교통편을 찾아야 하고, 식료품의 무게가 있으니 한꺼번에 많이 살 수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믿기 힘들게도 택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그 원인을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 격차에 따른 교통 불편, 인종 차별과 자본주의의 계급 차이 등으로 이야기한다.

어느 한 가지 요인으로 시작된 게 아니라, 이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식품 사막을 빠르게 형성하고 있다. 비단 해외의 어느 한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농어촌 지역에서도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다. 도시에 살다 보니 식재료 구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고령의 노년층이 계란과 두부 등을 구입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걸 확인하니 깜짝 놀랐다.

식품 사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지자체의 노력과 사람들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동식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지자체 혹은 정부에서 식자재 구입이 어려운 지역에 물류 배송 서비스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노년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식자재 자판기 등을 제작 및 설치하고, 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 등도 병행했으면 좋겠다.

어느새 식품 사막이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 같아 걱정이 되면서도, 그 해결책을 찾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 책에서 만나니 조금 안심이 된다. 그런 국가, 정부, 지자체,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희망한다.

어린이들에게 미래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유익하고, 어른들에게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식품 사막 현상으로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두루 살펴본 것 같아 효율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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