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탐정 강충 : 육식 베짱이 습격 사건 ㅣ 사계절 아동문고 121
송라음 지음, 란탄 그림 / 사계절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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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그제야 나무가 제대로 보였다. 가지마다 짚을 꼬아서 빙빙 돌려 가며 만든 것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이거 벌집 아니야."

"그럼 뭔데?"

"여치 집. 나도 사진으로만 봤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야."

​

"사람이 왜 여치한테 집을 만들어 줘?"

"반려 곤충이라는 말도 못 들어 봤냐? 풀벌레 소리가 듣기 좋으니까 그렇지."

"그럼 내가 들은 게 풀벌레 소리였다는 거야?"

"그래. 낯선 곤충이 한꺼번에 울면 놀랄 수 있지만, 귀신 소리라니 말도 안 돼. 이렇게 헛소문이 만들어진다니까."

pp.36~38

​

​

"만약 저주가 사실이면 충이 너도 위험한 거 아냐?"

도담이가 또다시 물었다.

"무덤을 건드린 사람한테 나쁜 일이 생긴다며? 나는 무덤은 안 건드렸어. 여치 집만 가져갔지. 이 자리에 여치 집이 새로 달린 건 신기하지만 그것도 사람이 한 일일 거야. 저주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어."

p.54

​

​

★ 용의자 ② 눈썹 할아버지

​

- 여치 집을 만들 줄 안다고 자백(그런데 옛날 앵곡 마을 사람들은 다 만들 줄 알았다고 함).

- 풀로 붓을 만들어 글씨를 쓴다고 함.

→ 집 안에 하얀 끈으로 묶인 보릿짚이 있었음.

​

- 곤충에 대한 상식이 풍부함. 어릴 때 곤충을 좋아했고 동무들과 많이 잡았다고 했음.

→ 가장 유력한 용의자. 하지만 만약 범인이라면 왜 그랬는지 의도를 파악할 수 없음.

p.97

​

​

"나도 그러려고 했어. 내일 수학 학원 가는 날이라 밤을 새워서 숙제를 해야 할 판인데, 그냥 집에 가려니까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야. 만약 이 컴컴한 곳에서 너한테 나쁜 일이 일어나면, 바이올린 찾아 달라고 한 나부터 조사할 거 아냐. 게다가 내가 여치 집에 귀신 짓이라고 한 것 때문에 네가 여치 집 주인 찾다가 잘못된 거면 난 뭐가 돼? 이상한 거나 믿고 친구를 위험에 빠뜨린 나쁜 놈이 되는 거잖아."

p.108

​

​

송라음 창작동화, 란탄 그림, <곤충 탐정 강충 - 육식 베짱이 습격 사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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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자칭 곤충 탐정인 '강충'에게 이웃 할머니께서 사건을 의뢰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갑자기 마을에서 찢긴 잠자리 날개, 머리 없는 메뚜기를 보았는데 이렇게 만든 곤충이 누구인지 밝혀달라는 것이다.

​

강충이 살고 있는 동네는 앵곡 마을로 이런 행동을 할 곤충이 나올 곳이 아니다. 예순일곱 마리의 곤충을 기르며 곤충을 깊이 연구하고 사랑하는 강충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그래서 범인이 누구인지 천천히 그 흔적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의 오해도 풀고, 생각이 다른 마을 어른들의 화해도 이끌고, 옛 조상들이 곤충을 대하는 마음도 헤아리게 된다.

​

이 동화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며 관심을 갖고 깊이 알아가는 어린이의 마음과 태도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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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달리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게 놀림거리가 아니라 호기심과 집중력이 발산된 모습이라는 걸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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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생생하고 재미있는 장면을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곤충을 무서워하고 곤충의 생태를 잘 모르는 초등학생들이 읽는다면 자연스레 관심을 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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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이들의 시선에서 탐정의 일상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에 유익하다. 그리고 다양한 곤충들의 생태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느낀다.

​

곤충에 집중하는 강충이 특이하고 낯설어서 멀리하던 친구들은 같이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친구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알게 된다.

​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들이 동등하게 소중하며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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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자연 그대로, 자연의 순리 그대로, 지구 환경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키는 자세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전달하는 책이라고 본다.

​

곤충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 탐험을 좋아하는 아이들, 어린 학생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길 바라는 어른들 등이 읽으면 재미있는 동화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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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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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하지만, 난 서른셋이면 죽어. 내 인생은 너무 짧다고. 그렇다면, 뭐든 해보자.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일은 닥치는 대로 도전해보자.

응, 결정했어. 그렇게 하자.

p.59

​

​

"연예계 진출에 반대한 일 말이야. 실은 사과하고 싶었어."

​

"있지 엄마, 이 세상 누구나 오래 살 것을 전제로 살아가고 있지?"

​

"그러니까, 엄마는 내가 앞으로의 긴 인생을 평온무사하게 누릴 수 있도록 생각해준 거잖아. 내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짧았지만, 나는 엄마 말을 듣길 잘했다고 생각해."

p.111

​

​

"의사 선생님의 힘이란 대단하네요.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왠지 무척 안심됩니다."

기침이 잦아들었다. "요즘은 잠들기가 무섭습니다.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점점 더 눈이 말똥말똥해집니다. 밤이란 참 이상한 것이더군요. 잊고 싶은 일만 자꾸 떠올리고 맙니다. 서른일곱 해 인생에서 즐거웠던 일이나 기뻤던 일도 많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 이 청진기의 서늘한 감촉, 기분 좋네요."

p.138

​

​

- 암이 온몸에 전이됐다는 걸 알고 난 뒤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 얼마든지 마음껏 즐겨도 좋지 않을까. 마이코가 품행방정한 아이가 아니라 불량소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턱없는 생각도 하게 됐지요.

p.204

​

​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보면, 자신의 선택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

그래도 건강해졌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앞으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겠지만, 어쨌든 살아 있으면 그것으로 됐다.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살아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한번 죽음을 각오했던 야에가시는 앞으로의 인생에도 지지 않고 맞서나갈 것이다.

pp.350~351

​

​

가기야 미우, <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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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병원에서 말기 암 환자를 담당하는 '하야사카 루미코'가 신기한 기능을 지닌 청진기를 주우면서 시작된다. 평소 루미코는 본의 아니게 나온 말로 환자 그리고 환자의 가족들과 자꾸만 불편한 사이가 된다.

​

의사와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루미코가 조심성 없이 말한다는 편견이 생기며 그녀는 진료를 보는 일이 지치고 어색하다.

​

그때 루미코의 눈에 뜰에 떨어진 청진기가 들어오고,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생각으로 집어 든 청진기는 그렇게 루미코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

그 청진기를 환자들 가슴에 대면 그들의 마음속 말을 들을 수 있다. 마법 같은 일이라 믿기 힘들지만 직접 사용해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면서 루미코의 일상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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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나아가 그녀는 죽음을 앞둔 이들이 아쉬워하는 과거의 순간으로 타임슬립을 하도록 돕는다. 환자들은 죽기 전에 다시 선택하고 싶은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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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이 되기도 하고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그들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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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대부분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살아본 경험이, 하루를 살더라도 지금의 현실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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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후회 없는 인생이란 존재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어떤 선택이든 완벽하지 않기에 선택하지 않은 다른 쪽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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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가 원 없이 살아보는 경험은 매우 재미있을 거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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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단순히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어떤 부분을 조심하고 유의해야 하는지도 보여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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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과 후회 없는 선택의 의미를 비현실적 소재를 통해 사실적으로 제시했다고 느낀다. 인간이 유한한 동물임을 알려주며 후회 없는 일상을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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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소설을 읽고 싶은 이들, 후회 없는 삶의 의미를 소설로 간접 경험하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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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초코는 달콤하다 ㅣ 초등 읽기대장
박현숙 지음, 하니 그림 / 한솔수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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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걱정 없어서 좋겠다."

나는 진심으로 미로와 단후가 부러웠다. 요즘은 아이들을 보면 걱정이 있을까,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걱정이 없을 거 같은 아이들이 한없이 부럽다.

'나도 성욱이만 없다면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을 텐데.'

나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33


​

그날 성욱이와 나는 친해졌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서 성욱이는 서서히 변해 갔다.

"태윤이, 너는 처음 볼 때부터 아주아주 착하게 생겼었거든. 그래서 연필이랑 지우개도 빌려준 거야."

​

"나는 착하지 않은 애는 안 좋아하거든. 착하지 않은 애가 매일매일 뭘 사 주지는 않잖아."

성욱이가 나를 보고 웃었다.

p.52

​

​

방향을 정해 놓고 달리는 버스가 부러웠다. 버스는 정해진 방향으로만 간다. 다른 곳으로는 절대 안 가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나는 버스가 되고 싶었다. 성욱이에게 끌려다니지 않아도 되는 버스, 가야 할 곳으로만 가는 버스.

p.57

​

​

"왜 쟤가 시키는 대로 해? 싫다고 말해 봤어?"

​

"안 해 봤구나? 싫으면 싫다고 말해야지."

​

"쟤, 되게 무서워."

​

"강태윤, 너 자신을 믿고 용기를 내 봐. 일단 싫다는 말을 해 보라고. 그래도 안 되면 어른들한테 도와 달라고 해. 도와 달라고 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pp.78~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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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글, 하니 그림, <핫초코는 달콤하다> 中

​

​

+) 이 책은 학교 폭력으로 힘들어하는 '태윤'과 가정 폭력으로 아파하는 '미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의 고민과 아픔에 대해 몰랐던 두 아이가 각자의 상황을 알게 되며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동화이다.

​

이 아이들은 본인들이 처한 상황도 정말 걱정이지만, 친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지 않는다. 친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며 친구가 얼마나 난처한 상황에 처했는지 깊이 공감한다.

​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며 용기를 내라고 힘을 북돋워준다. 그 시작은 미로였다. 태윤이가 '성욱'이에게 괴롭힘당하는 걸 눈치챈 미로는 성욱이 앞에서 태윤이를 지켜주고 멋지게 보호한다.

​

성욱이의 잘못된 행동을 당당하게 따지고 긴급한 상황에서 주변 어른들께 도움을 청하는 행동도 한다. 학교 폭력에 맞서 용감하게 대응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는 게 옳다는 걸 보여준다.

​

싫으면 싫다고 하라는 것,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것. 이런 미로의 말이 마음을 울리는 동화이다. 하지만 그런 미로도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며 멍들고 다친 자신을 감추려 한다.

​

그때 태윤이가 미로에게 들었던 용기의 말을 건넨다. 도와 달라고 하라고, 네가 잘못한 거 아니니까 창피해하지 말라고. 미로에게 용기가 무엇인지 배운 태윤이는 친구의 고통 앞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현재 미로에게 꼭 필요한 말.

​

이 동화는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 용기가 무엇인지, 친구가 어떤 존재인지 감동적으로 알려준다.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하고, 폭력으로 원치 않는 피해를 당한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가르쳐준다.

​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며 어른이지만 용기 내는 걸 두려워했던 때를 반성했다. 또 도와달라는 말이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줄 알았는데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에게 용기의 힘과 도움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

교우 관계로 고민인 아이들, 숨은 폭력으로 아픈 아이들, 당당하게 용기를 내고 싶은 아이들, 명확한 의사 표현을 배우고 싶은 아이들, 진짜 친구의 모습을 보고 싶은 아이들 등에게 권해주고 싶다.

​

더불어 어른들에게는 학교 폭력으로 시달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은지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기에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되는 현실적인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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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충 사육 준수 사항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48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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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부터, 누가 주입했는진 알 수 없지만,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는 압력이 너무나도 뿌리 깊게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음을 이제 와 깨닫는 것도 보통일까. 아님 한발 뒤처진 것일까. 좌절 속에서 생각은 끝없이 피어났고, 속절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무너져 내려갔다. 전과 다른 일을 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 안에 몰랐던 내가 있길 바랐다.

p11%

​

​

어쩐지 헛웃음이 나왔다. 이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밀려나고 있는 중은 아닐까. 서울에서 여기까지 어쩌면 더 먼 곳까지도. 생각해보면 나는 꽤나 삶의 정면을 비껴 나가는 데에 소질이 있었다. 수신 차단한 유진이 남긴 링크 주소 하나에도, 이장이 슬그머니 주고 간 종이 한 장에도 금방 팔랑이며 삶을 선택하는 나였다. 그러니 나는 결국 빵충이란 이 해괴한 것들을 키우게 될 것이다.

20%

​

​

"사람이 대체 왜 저러구 살까. 그런 의심 안 해봤어요?"

"그건... 개인적인 일이죠."

"사람 사는 세상에 개인적인 건 없죠."

그녀가 말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인간은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고. 자연을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44%

​

​

"나는 사냥꾼이여."

"갑자기 무슨...."

"사냥꾼은 죽을 때까지 사냥질하는 사람이여. 그게 다야. 넌 뭐여?"

"난..."

​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가 등 뒤까지 쫓아왔다. 여기서 나는 정말 뭐 하는 사람일까. 나는... 나는...

"나 정말 최악이네..."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신언주가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걸 이제 안겨?"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나를 바라보았다. 덜덜 떨면서도 한쪽 입꼬리를 올릴 수 있는 용기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강한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방관하지도 무시하지도 외면하지도, 이용하지도 않았다. 나와 반대였다.

78~79%

​

​

김혜영, <빵충 사육 준수 사항> 中

​

​

+) 이 소설의 주인공 '정한'은 트럼펫 연주를 하며 청춘을 보낸다. 여자친구 '유진'은 함께하는 구체적인 미래를 꿈꾸지만 그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에 만족한다.

​

그런 현재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그는 예술을 핑계로 불법 약초를 기르고 판매한다. 함께 연주하던 이들도 그를 이용하며, 그의 불명확한 태도에 지친 유진은 이별을 선언한다.

​

모든 관계에서 답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귀농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다짐한다. 이번에는 합법적으로 기를 수 있는 딸기 농사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

농촌에서의 인간관계도 그를 지치게 하면서 그는 삶에 대한 회의, 인간에 대한 분노, 자신에 대한 절망을 경험한다. 그렇지만 딸기 농사로 진 엄청난 빚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지원 사업인 식용 곤충 재배에 다시 도전한다.

​

이 작품은 식용 곤충을 기르는 이들의 욕망이 마을에 얼마나 큰 죄악을 가져오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괴기스러운 장면들이 그들의 탐욕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

그러면서 동시에 청년 실업 문제, 귀농 이후 귀농인들의 적응 문제, 예술가 지원 문제, 농촌 사업 확장 문제 등도 사실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

불법적으로 기르던 약초와 합법적으로 기르던 딸기 농사의 결과는 무엇이 다른가. 최악의 결과는 한 청년의 인생에서 탐욕을 합리화하고 양심을 외면하게 만든다.

​

소설은 농촌 곳곳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음울한 사건도 다루고 있다. 인간의 속물적 근성을 발견할 때마다 우리가 성충이 된 빵충과 무엇이 다른지 반성하게 한다.

​

괴물이 등장하는 건 확실한데, 과연 그 괴물이 한 종류가 맞는가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빵충을 재배하는 구성원들의 사연과 그들의 선택을 읽노라면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

이 작품의 갈래는 다양하게 말할 수 있다. 재난 소설 혹은 괴물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소설 혹은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실주의 소설 등.

​

참신한 소재로 인간의 내면에 깔린 욕망을 잘 포착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초반부의 리얼한 현실에서 후반부의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이어짐에 어색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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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행복 도감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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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안 버리고 있던 것의 쓰임새를 마침내 찾았을 때

​

-아니.. 딱 맞겠잖아...!!!

p.6 [미세 행복들]

​

​

낮잠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이른 시간일 때

p.13 [미세 행복들]

​

​

친구들과 엄마 차를 몰고 먼 곳에 있는 맛집에 갔다.

​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요원님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계셔서

차를 괜히 끌고 왔나 싶었는데...

갑자기 우릴 보고 환하게 웃으셨다

​

우리를 어디론가 구석으로 안내하셔서 가보니

딱 모닝만 들어갈 수 있는 주차 자리가 있었다.

​

한 번에 주차에 성공하고 내리니

주차요원님이 날 이렇게 쳐다보고 계셨다. (엄지 척)

​

그렇다... 주차요원님께서는

자동차들로 테트리스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

​

하루죙일 이곳에 들어갈 모닝만을 기다리셨는데

드디어 내가 나타난 것임...!!!

​

홀가분한 표정과 함께 입이 마르도록

모닝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pp.100~109 [경차]

​

​

- 너 이제 도둑이니까 아빠가 할머니랑 엄마한테 너 도둑 됐다고 말할 거야.

- 안 돼! 말하면 안 돼ㅠㅠ 나 도둑 아니란 말야!!

- 알았어, 아빠가 말 안 하면 다시는 안 훔칠 거야?

- 응, 다신 안 훔칠 거야.

- 약속하는 거야?

- 응!!!

​

*20년 후*

​

- 애기 때 나 장난감 반지 훔친 거 기억 나? 그때 진짜 다 티 나게 훔치다가 걸려는데 ㅋㅋㅋ

- ... 이게 무슨 소리야? 네가 언제 뭘 훔쳤어?? (엄마를 비롯한 다른 가족 모두 당황함)

- 아니 왜~ 준비물 사러 갔다가... 그 문방구에서...

​

- 설마... 아빠... 진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거야...!?

- ...

​

- 당연하지! 우리 약속했잖아!

​

아빠는 거짓말하지 않아!

​

6살 애기와의 약속을 20년간 지켜준 것이다

pp.161~164 [바늘도둑이 바늘도둑으로 남다]

​

​

썩어라 수시생, <미세 행복 도감> 中

​

​

+) 이 책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행복 요소들을 찾아 그림과 함께 짤막한 문장들로 작성한 그림 에세이집이다.

​

인스타툰 작가인 저자는 인생에서 살며시 미소 짓게 되는 순간과 박장대소하게 되는 장면을 놓치지 않고 만화와 글로 기록하고 있다.

​

책의 전반부는 기분 좋아지는 순간을 포착해 한 컷 만화로 만들었는데 동의하는 부분이 많아 같이 미소 지으며 읽었다.

​

후반부는 해외에서 유학할 때 그리고 국내에서 일상을 살아갈 때 접했던 기분 좋은 기억과 마음을 울리던 추억을 그림 에세이로 적고 있다.

​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기분 좋아지는 내용과, 가슴 찡한 감동 이야기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

이 책의 제목이 '행복 도감'이듯 우리가 찾으려고만 한다면 주변의 행복한 순간은 얼마든지 있다. 소소하고 '미세'한 부분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순간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

저자는 그 기쁘고 소중한 마음이 있어 우리가 따뜻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어느 순간에 행복해지는지 찾아볼 기회를 주는 책이라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다.

​

인스타툰에 실린 만화, 글, 그리고 사진을 담고 있어서 실제 저자의 이야기와 생각을 만난 듯 진솔함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싶다면, 언제 행복한지 찾아보고 싶다면, 기쁜 순간에 함께 웃고 싶다면, 인생을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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