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더 귀하다 - 아픔의 최전선에서 어느 소방관이 마주한 것들
백경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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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병원 기록에 의하면 남자는 오래도록 심장병을 앓아서 재작년인가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게다가 당뇨 합병증으로 몸속 여기저기가 망가진 상태였다. 그래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목숨을 잃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놓쳤기 때문에 남자가 목숨을 잃은 것 같았다. 살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하늘이 돕는 상황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내가 죽였다. 변변치 않은 나를 향한 의심과 질책이 폭우가 되어 쏟아졌다. 마음의 댐은 늘 한계 용량에 가깝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문을 열었다. 꽁꽁 막아둔 기억이 벌컥벌컥 밀려 나왔다.

p.28

이후로 다행이란 말은 나에게 구급차 내 금기어가 되었다. 뭐든 내 기준으로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 벗겨지지 않고 까져서, 잘리지 않고 찢어져서, 죽지 않고 살아서 다행이란 말은 보통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요새는 그냥 속으로만 뇐다.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그건 당신의 삶이 죽음에서 벗어난 것을 안도하는 내 마음의 소리다. 나름 애틋함의 표현이다.

p.42

나는 스스로 '사람을 돕는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우월감에 도취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 건 원래 당연한 일이라는 사실 말이다.

결국 제일 인간답지 않았던 건 나였다.

p.54

편지엔 저희 같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하단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때 저희 같은 사람이란 말이 왜 그렇게 우울하게 들렸는지 모릅니다.

사실, 세상에 큰 죄를 짓는 건 가난이 아니라 큰돈인데 오히려 가난을 죄라고 말한다는 참 우스운 일입니다.

당신 아들은 그런 나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당신을 모욕하고 삶에서 영영 떨어뜨려 놓은 사람을 두고 편지에 은인이라고 썼습니다.

pp.64~65

마주하는 모든 죽음에 눈을 빼앗기면 마음이 남아나질 못한다. 그래서 출동부터 귀소까지 머릿속에 주문처럼 뇐다.

내 가족 아니고 내 친구 아니다. 그게 룰이다.

pp.71~72

대신 세상에서 보통 사람이 가지는 역할이 하나 있다. 그건 가장 보통의 역할이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바로 타인을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는 것, 그래서 세상을 보통 사람들의 온기로 채우는 것이다. 나는 그 역할이 우리가 사는 땅에 지금껏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믿는다.

p.105

우울한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닌데 미안해. 여하튼 네가 죽으면 내가 너무 힘들어. 그러니까, 완벽한 해결책이 되진 않을 텐데 이렇게 한번 해보는 건 어때?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밖으로 나가서 걷는 거야. 배고파서 쓰러질 것 같으면 억지로 뭐도 좀 먹고, 목마르면 편의점에서 물도 사다가 마시고. 그러다가 막 뿜뿌가 오는 물건이 눈에 들어오면 질러버리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걷는 거니까. 그렇게 걷다 보면 꼭 괜찮은 사람을 만난다거나 쓸 만한 뭔가를 줍게 되어 있거든. 인생이 그래.

p.199

백경, <당신이 더 귀하다> 中

+) 이 책은 소방관으로, 119 구급 대원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단상 형식으로 담고 있다. 정확히는 저자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저자가 접한 죽음들, 저자가 느낀 감정들을 진솔한 문장으로 쏟아냈다.

평생 누군가의 죽음을 한두 번 보는 것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방관이나 구급 대원들은 거의 매일 한 두 번씩 죽어가는 사람의 고통스러움과 이승을 떠나 저승의 길에 들어선 이들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그 심적 동요는 상당한 충격이라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직업으로 반복되면서 저자는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에 거리두기를 한다. 그게 스스로의 위치에서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진상일 수 있나 싶은 사람들부터, 구급 대원을 만나서 정말 다행인 사람들, 형식적으로는 돕지 않아도 되지만 인간적으로 돕게 되는 사람들까지.

너무나 솔직하게 쓰인 이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에 함께 슬퍼했고 아파했고 속상했고 씁쓸했다. 또 저자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왜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며 동감했다.

소방관들과 구급 대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 책이었다. 어떤 직업이 사명감이 없겠냐마는 인간의 생명과 죽음을, 가장 위급할 때 제일 먼저 접하는 그들의 몸과 마음이 어떨지 깊이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또한 인간에게 실망하면서도 인간에게 희망을 갖는다는 걸 이 책의 여러 사람들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저자의 말처럼 보통 사람이 따뜻한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를 위해, 그리고 저자가 만나는 사람들과 숭고한 죽음을 위해 심리적 거리두기가 옳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보다 먼저 지켜야 할 규칙들과 선을 따라 행동하는 것, 그게 더 많은 이들을 살리고 더불어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지 않나 싶다.

당신이 더 귀하다는 저자의 말에 새삼 뭉클했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세상에 숭고하지 않은 죽음도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들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소방관과 구급 대원들의 모습에 감사함을 갖게 해준 책이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소방관의 삶과 마음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타인의 고통을 마주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진솔한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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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춘문예 시 깊게 읽기
민용태.박태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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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시가 명품이 되려면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정도는 가져야 한다고 민용태 교수님은 강조한다.

첫째는 시에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서 얻는 체험, 느낌 그리고 감동이 그 소재가 되어야 한다.

둘째는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독창성, 그것은 남과 다르다는 것이다.

셋째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비전은 앞을 내다보는 눈이다. 시인은 예언자적 영감을 가져야 한다.

pp.8~9

신춘문예에서는 시가 지나치게 서정적이거나 발이 땅에 붙어 있지 않은 환상이나 상상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현실 비판적인 의식이나 문명 비판적인 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합니다. 이 시는 그런 측면에서 아주 좋은 점수를 얻고 있지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진화 때문에 새는 벽에 부딪히고 깨진다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p.23

개와의 공놀이가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살아간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것이지요.

제대로 된 시가 되려면 어떤 형태로든 마지막에 가서는 어떤 구체적인 의미를 밝히지 못하면, 상징이 주는 감동을 주지 못하면, '이 시는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거야?' 독자들이 의아해할 것입니다.

p.48

우리는 우리의 수업에서 최상의 텍스트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가 이런 시를 보면서 공부하고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 매년 실시되는 신춘문예는 충분히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 시는 매우 잘 쓴 작품입니다. 대단히 철학적이거나 교훈적인 글은 아니지만, 일상성과 반복을 통한 개인적 상징을 만들어 낸 시입니다.

이 시가 좋은 시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일상적인 주제를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왼편'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연상이나 비유법을 쓰지 않고도 '개인적 상징'을 독창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결론을 내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네 편'과 '내 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가까워지고 익숙해지고 있다는 내용으로 잘 정리했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pp.58~59

대단히 야단스러운 시적 표현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선, 가식, 진짜가 아닌 가짜, 그것들이 우리에게 와닿았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시라고 합니다. 시적인 미학은 한 군데도 찾을 수 없는 산문시를 아이러니 기법을 써서 성공시킴으로써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 낸 훌륭한 시를 읽었습니다.

p.98

우리들이 이 시에서 제일 눈여겨봐야 할 시어는 바로 어깨입니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어깨가 적셔지는, 그러다가 심하면 과로사도 하게 되지요? 우리 사회는 그런 것을 인정해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시인은 꿋꿋하게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때요, 감동적이지요? 남들은 실체가 없다고 하는데, 시인은 여기에 있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식과 관념의 세계가 물방울을 통해 존재한다는 점을 충분히 느끼게 하지요? 시를 공부하는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시를 만났을 때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p.161

  • 신춘문예 시 비결

첫째, 신춘문예 시는 너무 짧거나 너무 길어서도 안 된다. 평균 18행 이상 25행 이하 정도가 좋다.

둘째, 신춘문예 시는 산문성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신춘문예 시는 산문성이 짙은 만큼 아이러니 수사법의 활용이 절대적이다.

넷째, 신춘문예 시는 기발한 은유나 상징을 창출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신춘문예 시는 지나치게 실험적이거나 혁명적이어서는 안 된다.

pp.337~345

민용태, 박태만, <"2024 신춘문예 詩" 깊게 읽기> 中

+) 이 책은 제목에서 연상되듯 작년 2024년 신춘문예 시 부문에 등단한 작품들을 분석한 평론을 엮은 것이다. 정확히는 민용태 시인의 시문학 강의록이라고 볼 수 있다.

민용태 시인이 문학 전공자가 아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춘문예 당선 시를 해설한 강연을 박태만 저자가 다듬어 평론서로 만들었다.

이 책은 2024년 여러 신문사에서 등단한 시인들의 당선작품 11편과 신작시 20편을 함께 담고 있다. 시 작품 한 편을 먼저 싣고, 뒤이어 그 시에 대한 저자의 분석을 담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각 시에 대한 분석은 어렵지 않고 이해하기 쉬워 공감이 간다. 또한 시를 읽어내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 깨닫는 바가 있다. 시 창작법을 배울 수 있는 만큼 시 분석법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신춘문예 심사위원의 심사평에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간혹 심사평에 제시되지 않은 점을 설명하며 심사평과 결을 달리하는 해석도 내놓는다.

그런 부분은 문학 작품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춘문예 당선작과 신예 시인의 신작들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어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시 창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2024년 각 언론사의 당선작들을 읽으며 분석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 평론 공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한 편의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문학 전공자가 아닌 대중을 위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실하고 알찬 책이었다. 신춘문예를 목표로 시 창작법과 시 분석 방법을 익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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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라면 군주론
김경준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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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군주론>은 인간의 본성, 조직의 성격, 리더십, 통치 기술 등에 걸쳐 핵심을 꿰뚫고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p.10

기업, 개인을 포함해 어떤 집단도 생존을 위해 구사하는 책략과 속임수는 본능적이다. 물론 개인이든 조직이든 위장과 속임수만으로 성공할 순 없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성실하고 신뢰를 지키는 개체가 살아남고 발전한다.

현실을 살아가는 근본은 신뢰와 성실이다. 그러나 위장과 속임수로 가득 차 있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순진함으로는 생존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위장과 속임수에 속지 않도록 자신을 방어하면서 적절히 대응하는 역량을 현실적으로 갖춰야 한다.

pp.53~54

사람을 지배하는 건 논리가 아니라 감정이다.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자 논리적 근거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합리화하고자 논리를 동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사실이기 때문에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기 때문에 믿는다.

지식인과 리더의 차이점은, 지식인은 논리를 만들지만 리더는 사람을 움직인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리더는 사물을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사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미지를 만들어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p.88

'완벽한 선을 추구하지 말고 악해지는 법도 배워야 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을 추구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들 속에서 파멸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지키려는 군주는 악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ㅡ [군주론] 15장

p.106

'인간은 두려워하던 자보다도 애정을 느끼던 자에게 더 가차 없이 해를 입힌다. 원래 사람은 이해타산적이어서 단순히 은혜로 맺어진 애정쯤은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기회가 생기면 즉시 끊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자에 대해선 처벌이라는 공포로 묶여 있기에 결코 모르는 척할 수 없다.'

ㅡ [군주론] 17장

p.167

지식인은 논리로 말하고 리더는 결과로 말한다.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지식인이 인정을 받지 못하듯, 의도했던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리더도 평가받기 어렵다.

p.263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이 지점에서 현재적 생명력을 갖는다. 그는 선악을 부정하는 반도덕이 아니라 선악을 초월하는 초도덕을 주창했고, 부정적 비관도 아니고 막연한 낙관도 아닌 긍정적 현실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에 기반한 낙관주의로 평가할 수 있다.

p.323

김경준, <오십이라면 군주론> 中

+) 이 책은 제목에서도 연상되듯,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지금의 시대에 대입해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군주론>의 핵심적인 구절들을 직접 인용해, 오십 대의 나이쯤에 꼭 한 번을 읽어야 할 인간의 생존 전략들을 풀어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삶의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덕목이 필요한지, 선과 악 그리고 자애로움과 엄격함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안팎의 위기와 흔들림에 대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군주론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읽으면 조직을 현명하게 통솔하는 방법과 리더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 등을 배울 수 있다.

개개인이 읽어도 대인 관계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은지, 미래를 위한 진취적 선택으로 무엇이 있는지, 방황하게 되는 삶의 전환점에서 어떻게 올곧은 자세를 취할 수 있는지 습득할 수 있다.

<군주론>의 구절들을 인용하고 있고, 불안하고 불확실한 시대를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26가지 방법들을 명확히 제시하며, 그에 맞는 다양한 역사적, 사회문화적 사례를 들고 있기에 신뢰감이 생긴다.

누군가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동의하겠지만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주장과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판단이 담긴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점을 고려하여 현재의 인생에서 마키아벨리의 전략을 부드럽게 접목하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문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라 단호한 표현으로 드러냈다고 본다.

읽는 이들이 자기의 삶에 필요한 전략들을 선택해 활용해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생각의 전환으로 바뀔 수 있는 선택은 많기 때문이다. 꼭 오십의 나이에 한정해 읽을 필요도 없다고 본다.

인생의 지혜를 <군주론>을 바탕으로 얻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삶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싶은 개인이라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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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 - 프로아나부터 폭식증까지, 청소년 식이장애에 대한 모든 것 알고십대 7
박지현 지음, 최혜령 그림 / 풀빛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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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강한 다이어트와 거식증의 차이점 - 건강한 다이어트는 일단 음식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살 안 찌는 나쁜 음식과 좋은 음식을 나눌 수는 있어도 그걸 어겼다고 해서 죄책감이나, 우울, 불안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경험하지 않아야 합니다. - 건강한 다이어트는 다이어트의 여러 규칙들이 내 삶을 통제하지 않는 것입니다. - 건강한 다이어트는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의 체중 유지를 목표로 삼아요. - 건강한 다이어트는 체중에 따라 나의 자존감이나 감정이 왔다 갔다 하지 않아야 해요. 체중이 내려가면 기분이 좋긴 해도 딱 거기까지입니다. 건강한 다이어트는 체중과 나의 존재감 자체를 연결 짓지 않아요. - 건강한 다이어트는 배고픔과 배부른 느낌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여겨요. pp.17~19 중요한 사실은 반드시 폭식도, 체중 증가도 한없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회복되면 멈춘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정말 주의할 점! 자꾸 머리로 계산해서 식욕을 누르면 안 돼요. 이때 최고 체중까지 올라간 자신의 몸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살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하게 된다면 거식증은 폭식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p.31 힘들어도, 짜증 나도, 외로워도 실제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 떨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보다는 폭식과 구토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일상을 마비시키는 가장 큰 문제는 감정 조절의 가장 기본인 먹는 것과 자는 것 모두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혼자 있을 때에도 먹는 것이 무너지니 당연히 타인과 먹는 것도 어려워지고, 타인이 얼마만큼 먹는지를 계속 보면서 나와 비교하게 됩니다. p.43 ​ 내가 느끼는 배부름과 배고픔의 감각을 믿지 말아야 해요. 가장 먼저 점검해 봐야 할 것은 '내가 객관적으로 먹고 있는가?'입니다. 다이어트 식단과 비교하지 말고 정말 영양가 있는 적당한 양을 먹고 있는지를 보라는 것이지요. pp.50~51 다이어트 문제는 겉에서 보이는 빙산의 일각이에요. 그 안에는 가족 간의 깊은 갈등, 억압된 분노, 대인 관계의 어려움, 낮은 자존감, 완벽주의 등 여러 심리적 부분들이 들어 있답니다. 즉 무리한 다이어트로 출발했다 하더라도 식이장애를 생기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마음의 문제입니다. p.67 마음의 눈으로 나의 내면을 관찰하는 훈련의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바로 호흡 관찰하기예요. 호흡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마음에 변화를 일으켜요. 내 마음 안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충분히 관찰하고 난 뒤, 몸을 편안하게 바꿔 주는 활동으로 주의를 전환시켜 주세요. 몸의 자세를 바꿔 주고 긴장을 풀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정과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pp.146~150 나의 신경계가 어떤 것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을 긍정적 자원 찾기라고 해요. 아주 찰나이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안 들고 마음이 편안할 때를 찾아보는 거죠. p.173 ​ 박지현, <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 中 ​ +) 이 책은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거식증, 폭식증 등의 식이장애를 겪고 있거나, 겪을 위험에 처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작성되었다. 저자는 식이장애 전문 심리상담사로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가진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건강한 다이어트와 거식증의 차이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리고 폭식증이 왜 생기는지 원인을 살피고, 의식적으로 느끼는 배고픔과 배부름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는 청소년들의 극단적 다이어트는 몸의 문제 이면에 깔린 마음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다. 대인관계를 잘하고 싶은 마음과 애정 결핍, 잘못된 의사소통 아래 굳어진 자기 비난, 분노와 질투, 감정을 억누르기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기 자신을 관찰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늘리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찾고, 건강하게 감정을 조절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며 새롭게 배운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 건강한 다이어트와 정상적인 식사법이 무엇인지 확인했고, 마르고 싶은 욕구 이면에 깔린 마음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폭식증이나 거식증이 극단적인 식이장애라고 생각했는데, 다이어트에 몰두하다 보면 바로 그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식이 장애를 겪고 있다면 자기 마음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어떤 점이 스스로를 불안하고 불쾌하게 하는지 찾아 관찰하는 시간을 늘리며 그때의 감정과 지금의 자신을 분리해야 한다. 청소년을 예상 독자로 설정했지만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더불어 마음의 안정을 위한 정신적, 정서적, 신체적 대안을 실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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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의 향기를 찾아서 - 자장율사 사릿길 탐사기
권오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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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이 법성포 포구는 자장율사 이전 약 250년 전 동진의 승려 마라난타가 처음으로 불교를 백제에 전파한 유서 깊은 곳이다.
 자장율사가 귀국하면서 어느 곳으로 왔다는 기록은 없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주변 유적지와 설화를 유추해서 그곳이 영광군 법성포라 생각하고 도보 답사 첫 출발점으로 정했다.
 앞으로 기나긴 도보 답사 예상 여정을 계획해 보며 법성포를 출발하여 익산을 지나 경주에서 양산을 거쳐 울산으로 동해를 따라 올라가 강원도 내륙에 있는 적멸보궁을 모두 답사할 예정이다.
pp.15~16


미륵산 너른 품에 서동요 담겨 있고
옛 가락 미륵사지 쌍 석탑 장엄하네
역사와 설화의 경계 어느 곳에 머물까

폐사지 한 모퉁이 흩어진 기와 조각
묻혀진 천사백 년 담겨진 백제 역사
한 조각 손에 쥔 와편 흥망성쇠 말하네
p.36


저 건너 경주 남산 서라벌 진산이라
불성의 향기 찾아 걸어온 나그네 길
무심한 시선 끝 간데 피안의 길 예 있다
p.82


청량한 운판 소리 설화를 반추하고
죽비음 날 선 소리 망상을 깨우시네
나 어디 무엇을 찾아 행랑 꾸려 길 가나
p.138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에는 주변 지형지물이 사자를 상징하는 천연 지형지물이 없어서 사자암을 건립하여 문수보살의 사자를 대신하였고, 법흥사 적멸보궁은 보궁 그 자체가 사자산에 봉안된 것이고 설악산 봉정암 사리탑의 적멸보궁은 사자바위가 힘찬 기운을 포효하며 사리탑을 호위한다.
pp.158~159


선재길 걸음걸음 한 걸음 지혜롭게
청정심 일으켜서 두 걸음 깨어 있게
날마다 환희심 가득 걸어가게 하소서
p.163


권오찬, <불성의 향기를 찾아서> 中


+) 이 책은 신라 시대 스님인 자장이 부처님 진신사리, 가사 장삼, 불경을 갖고 당나라에서 신라로 귀국하면서 걸어온 길을 따라 저자가 도보 답사하는 기행문이다. 

저자는 문수사, 금산사, 미륵사, 탑사, 대견사, 분황사, 통도사, 정암사, 법흥사, 수다사, 월정사, 상원사, 건봉사 등의 사찰을 방문하거나 그에 얽힌 불교 관련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자장 스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따라 걸으며 떠오르는 시상을 시조로 담아냈다. 책의 제목처럼 불성의 향기를 글자와 운율에 맞게 창작 시조로 정성스럽게 묘사한다.

천천히 여유로운 호흡을 지닌 도보 답사기인 셈이다. 중간중간 사진과 지도, 저자의 창작 시조를 담고 있기에 느릿느릿 여유를 즐기며 볼 수 있다.

종교를 떠나 긴 도보 여행을 떠난 사람의 마음과 걸음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도보 여행을 하며 시조를 짓기란 무척 힘들었을텐데. 걷기와 짓기, 모두를 부지런히 그리고 묵묵히 해낸 저자의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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