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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도 해야지 하룻밤 죽음 공부 - 마지막을 마주하고 비로소 온전해지는 삶의 성찰
이원희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9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이처럼 죽음은 누구나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하고(확실성), 그 강을 홀로 건너야 하며(단독성), 한번 떠나면 돌아올 수 없고(불가역성), 단 한 번뿐인 미완성의 과정이며(일회성),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지만(평등성), 도대체 언제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부정기성) 냉정한 손님이다.
피할 수도, 대신 겪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조차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그 의미를 미리 돌아보고 준비해야 한다.
pp.39~40
미국의 재택 돌봄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돌아가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 투자해 가야 한다.
우선, 환자의 거동을 위해 주거 환경을 개조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다학제 왕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간병 비용이 부담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하고 가족들의 휴식도 보장되어야 한다.
pp.77~78
죽음 공부를 해 오면서 든 짧은 생각 몇 가지를 조심스럽게 보탠다면, 완화 의료에 대한 보상을 지금보다는 현실적으로 손봐야 병원이 '치료'만큼 '돌봄'에도 마음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가정방문 호스피스나 동네 단위의 돌봄도 더 많아져서 한 가족, 한 사람이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였으면 한다.
결국 가장 큰 변화는 제도보다 인식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죽음을 의학의 실패가 아니라 삶이 자연스럽게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치료에 쏟던 마음의 일부를 돌봄 쪽으로 조금씩 옮겨 갈 수 있을 것이다.
pp.103~104
임종기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멈추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엄격하게 정해 둔 '제도적 합의'라면, 말기는 남은 삶의 고통을 덜고 호스피스라는 따뜻한 돌봄을 시작하기 위해 의사가 환자를 세심히 살펴 내리는 '임상적 진단'이다.
* 임종기 :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이 임박한 상태
* 말기 :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수개월 내 사망이 예상되는 상태
pp.191~195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섯 가지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인 답을 준비해야 한다.
-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미리 행사하는 일.
- 내 삶의 흔적과 재산을 투명하게 정리하는 일.
- 남겨질 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
- 장례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
- 내가 세상에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고민하는 일.
결국 준비된 죽어감이란, 남겨질 가족의 문제를 최소화하고 내가 세상에 남길 의미를 선명하게 하는 과정이다.
pp.206~208
이 법(연명의료결정법)의 테두리 안에서 작성되는 두 서류는 '누가 언제 작성하느냐'에서 명확한 차이가 난다. 쉽게 말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건강할 때 미리 쓰는 다짐'이고, 연명의료계획서는 '아플 때 의사와 함께 정하는 구체적인 처방 계획'이다.
p.257
이원희, <싫어도 해야지 하룻밤 죽음 공부> 中
+)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멀리하고 싶어 하는 '죽음'에 대한 현실적 논의를 하고 있다. 우리가 왜 죽음을 마주 보아야 하는지, 죽음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웰다잉이란 무엇인지, 남아있는 이들은 감정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등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걸 금기시해왔다. 두려움과 거부감 때문이겠지만 저자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살아있는 동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죽음에 대한 정의, 죽음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절차, 호스피스에 대한 생각, 치료와 돌봄의 적정선, 죽음을 둘러싼 역사와 종교 및 예술의 논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준비, 연명의료결정법의 정의와 구성, 사별에 대처하는 자세 등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치료와 돌봄의 비율을 정해 개개인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국가가 도와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집에서 죽는 사람들보다 병원에서 죽는 사람들이 약 75%라는데, 그런 이들이 어디까지 치료를 원하는지, 어디서 죽고 싶어 하는지, 마지막의 결정권을 스스로에게 주도록 제도와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느낀다.
그리고 법과 제도의 변화에 앞서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도 동의한다. 죽음에 대한 논의를 피할 것이 아니라 표면화해 남겨질 이들과 의견과 마음을 나누는 자세가 요구된다.
또 개개인의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결정법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사람들도 이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즉, 죽음을 맞이하는 이가 남기고 가는 모든 것들을 스스로 미리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태도가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알고 있던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으며,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된 서류 작성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죽음에 대한 논의를 무겁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살아 있을 때 준비한다면, 더 나은 오늘을 위한 삶의 자세를 가질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죽음과의 거리가 먼 게 아니라 가깝다고 느낄 때 오늘 하루의 삶이 더 소중하리라는 걸 알게 해준 책이었다. 더불어 남아 있는 이들을 위해 죽음에 대한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문서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죽음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죽음을 대해야 좋은지, 죽음을 미리 준비하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 가족의 죽음을 어떻게 정리하는 게 좋은지 궁금한 이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