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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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은 살인을 권하지 않는다. 남자는 설명하려 했다. 고통은 구원에 이르는 길이며 교단이 추구하는 것은 구원이다. 죽음은 목표가 아니다.

pp.23~24

그리고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ㅡ 삶의 의미, 그 삶이 고통이라도, 거기에 의미가 있고 목적이 있다면 사람은 어떻게든 견뎌낸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오래 지속되면 고통을 견뎌내는 것 자체가 삶의 의미가 된다. 삶의 의미를 고통에서 벗어나거나 더 건강하고 자학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찾을 능력과 자원은 이미 고통을 견디는 데 소모되어 사라진다.

이것은 사이비종교와 불법 다단계 사업체 등으로 대표되는 착취적인 조직이 주로 사용하는 흔한 방식이다.

pp.30~31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신체의 감각과 기능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p.128

경은 아픔을 견디는데 익숙했다. 아주 어려서부터 아주 오랜 훈련을 통해서 경은 아픔을 잊거나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아픈 자신의 몸을 다루는 법, 아픈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p.263

경이 삶의 모든 경험을 통해 가장 날카롭게 발달시킨 감각은 타인의 공격성과 악의에 대한 감지능력과 자기방어의 본능이었다. 경은 비상식적인 상황을 애써 호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그런 태도는 다가올 고통을 대비하지 못하게 하여 자신을 스스로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었다. 경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 이해했고, 도망쳐야 한다고 그만큼 빠르게 결정했다.

pp.270~271

흉터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흉터는 상처와 고통과 회복의 과정과 회복에 동반하는 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 뒤에 남는 감정과 기억을 대표했다. 경이 탐색했던 것, 탐색해서 되찾으려 한 것은 그 기억이었다.

탐색은 실패했다. 이제 경은 그 사실을 이해했다.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었다. 비일상적인 삶의 경험과 강렬한 고통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과 즉각적인 유대감을 맺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통과 고통의 탐색은 오히려 경을 타인을부터 고립시켰다.

pp.301~302

정보라, <고통에 관하여> 中

+) 이 소설은 고통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의 차이를 설명하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하는 고통의 가치를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다.

소설에는 인간에게 고통이란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종교단체가 등장한다. 이들은 사람들을 모아 고통을 느끼게 함으로써 인간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문제는 그 수준이 점점 심해져 가학적으로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무조건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이게 과연 구원을 향한 길인가 의심하게 된다.

반면에 고통을 잠재울 수 있는 진통제를 만드는 제약회사도 등장한다. 역시 여기서도 문제는 그 진통제를 목적 그대로 사용하면 약이 되겠지만, 그걸 악용하게 되면 고통을 가하는 치명적인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종교단체에 빠져 자식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부모, 남편의 폭력을 피해 종교단체에 들어갔지만 거기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악을 행하는 엄마,

종교의 교리를 의심하지 않고 맹신하는 형,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혼란스럽지만 교리를 따르는 동생, 제약회사 또한 종교단체와 엮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 그곳을 떠나려는 여자 등

이들에게 고통은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똑같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는다. 각자의 고통은 각자의 몫이니까.

저자는 이 소설에서 고통에 관하여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풀어냈다. 이 작품은 사람들이 각자 느끼는 고통의 성격이나 깊이가 같지 않다 걸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렇기에 함부로 타인의 고통에 관해 자기만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준다. 각자 고통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고 그것을 감당하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고통에 관해서도 우리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것의 존재 여부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각자의 몫이라는 말이 된다.

이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 스타일의 파격적 발상이 드러난다. 좀 놀랍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파격적이었는데 의외로 또 잘 어울리지 않나 싶기도 했다.

소설을 다 읽고 고통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말을 폭넓게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고통에서, 고통에 관한 기억에서, 고통으로 인한 상처에서, 고통이 남긴 삶의 기억에서 등.

한 권의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묵직한 내용이지만 스릴러 추리 소설처럼 다가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SF 과학 소설이라 해도 괜찮은데, 이 책을 다 읽으면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된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스릴러 추리 소설이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한 편의 영화로 제작해도 좋을 듯한 재미있는 소설,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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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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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모든 불운은 과거의 세계가 범하고 당해 온 업보이자 역사다. 비극은 대개 어떤 한 지점에서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과거로부터 천천히 지층이 마련된다. 어린 시절의 어떤 상황이 그를 형성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그는 어떤 잘못을 행하며, 그 잘못은 지금에 와서 비극으로 작동한다. 그러니 어떤 불행에 '갑자기'라는 개념은 결국 깊이 내재된 마음의 회피일 뿐이다.

생이란 그렇다.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언젠가의 나에게로 견인한다. 부정적인 과거를 청산하느냐, 긍정적인 과거를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당장의 삶으로 나타난다.

pp.45~47

그에게 틀린 것은 잘못되어 고쳐먹어야 할 것이 아니라 외려 다정스러워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틀렸기에 특별하고 잘못 쓰였기에 쓰다듬게 되는 것. 그렇게 뒤틀린 모든 단어와 감정들은 그의 세계에서 빛이 되고 꽃이 되었다.

틀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누군가는 그것을 극도로 기피하고 또 누군가는 부정의 잣대로 삼는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1분 1초마다 새로운 오류가 생겨난다.

그러니 틀렸다는 것은 스스로를 질책해야 한다는 개념을 넘어, 알아 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깨달음의 환희 속에서 자신이 저지른 지식의 과오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드러난 진실을 인정하면 될 뿐이다.

틀린 것이 외려 다정스러울 수 있다는 것. 좁디좁은 비의 세상 안에서 내가 배운 것 중 가장 넓고 깊은 시선이었다.

pp.107~111

"어디 보관해 두면 어때?"

"그럼 쓰지 못하잖아요."

"써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잖아."

"아니. 선물은 써야 해. 그래야 그 의미가 완성되지. 쓰지 않으면, 그 마음이 와해되는 거잖아요."

"가지고만 있어도 마음은 남는 거 아냐?"

"그럴 거면 주식을 줬어야지. 닳아 없어질 때까지, 지문 자국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쓰라고 준 거야. 이것들은."

p.125

삶을 살아 보니 아득바득 무언갈 해야만 할 때가 있으면, 이어진 악독한 습관과 낡은 관습을 끊어 내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내 마음이 고인 늪처럼 썩어 문드러지지 않으려면 어떤 걸 그만두어야 할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업에 관련된 것도, 도덕성에 관련된 것도 아닌 한 사람에 대한 감정이었다. 자꾸만 내 안에 우울을 심어 대는 사람이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거부하기, 이렇게 또는 저렇게 멀어지기 따위로 계획하고 다짐하면 시작부터 부담스럽지만, 그저 기다리지 않을 뿐이라 생각하면 그것대로 나름 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기.

pp.193~195

"말 돌리지 말고, 오빠." 아차차. 둘 사이에 해결할 게 있었지. '나도 사랑해.'라는 문장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넘겼고, 원은 지쳤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다. 크음, 헛기침으로 무언가 말하려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졸린 고개를 곧추세우고 귀를 쫑긋했다. '네 머리카락을 치우는 게 즐거워."

사랑, 사랑. 분명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고 했다. 걱정과는 달리 내 마음을 알게 되었다는 아주 다정한 어감과 내용이었다.

내가 자는 동안 머리칼을 치워 보니 생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다고. 욕실에도, 거울 밑에도, 그리고 탁상 밑에도 머리칼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매번 오빠가 다 치웠던 거야?

사랑한다는 건 뭐랄까, 조금 더 뒤늦게 발현되고 발견되는 마음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pp.251~253

정영욱, <구원에게> 中

+) 이 책은 누군가를 사랑하던 나날과 그 사랑이 끝난 후의 나날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사랑한 상대에 대한 기억만큼 사랑했던 순간의 자신에 대한 기억까지 솔직하게 풀어낸 글이 가득하다.

저자는 결핍과 죽음, 우울과 눈물, 운명과 다정을 간직하고 사는 이들을 만나며 그들과의 일화에서 느낀 감정을 차분하게 적어 내려간다.

그들이 각기 다른 사람임에도 결이 비슷하게 느껴진 건 저자의 기억 속 상대이기 때문이라 여긴다. 책의 초반부를 읽으며 이 작가가 이번 책에서는 개인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읽을수록 분명 사랑에 대한 단상이 맞는데 왜 이리 울적하고 아프고 가슴 찡한 이야기로 와닿나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픈 사랑이려니 하기에는 깊이 몰입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건 이 글을 쓴 이의 마음에 읽는 이의 마음이 보태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떠올리면 아직도 아릿한 혹은 비릿한 느낌의 추억. 책 표지의 붉은 색감과 달리 사랑을 읊었음에도 암흑의 색이 떠오르는 건 그래서일까.

그에게 두 번의 사랑이 지나갔을 때쯤 이렇게 중얼거렸다. 평범한 사람 만나서 산뜻한 사랑을 하면 좋겠다고. 그러면 저자가 조금은 가뿐한 감정을 간직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에 수록된 마지막 사랑은 평범한 사랑을 나눌 귀여운 상대 같았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어둠의 골이 깊은 저자에게는 맑고 밝은 상대방과 보통의 사랑을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지난 책에 대한 글들을 살펴보았다. 거기서 개인적으로 쓴 서평이 아니라, 오히려 작가의 문장을 곱씹어 보았다.

그러면서 확신했다. 지난 책들과 달리 이번 책의 문장은 확실히 다른 결을 지녔다. 촘촘하고 꼼꼼하며 가득 찬 문장.

심지어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느껴지는 호흡까지 그랬다. 속을 드러내는 걸 어려워하는 저자가 이 책에서 내면 안 깊은 것까지 쏟아내서 그런 걸까.

이 에세이집을 읽는 내내 '소설'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이 책의 인물과 이야기를 살려 소설로 만들면 어떨까. 이번 책에서 본 그의 촘촘한 문장으로 시니컬하면서 감수성으로 꽉 찬 소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한 상대만큼 사랑했던 자신을 기억하고 수용하는, 사랑 이후의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글자 옆에 누군가의 얼굴이 스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행복한 사랑 옆에 아픈 사랑이 나란히 선 이들, 사랑 이후의 고통으로 아픈 이들, 지금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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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일까? - AI, DEIB,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살아가는 MZ 회사원들을 위한 조직문화 지식백서
권지은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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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행복, 복지와 안녕, 삶의 질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 모든 문화를 일컬어 옴니웰빙이라고 말한다.

돈으로 핵심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시대는 저물어간다. 앞으로는 행복을 중요시하는 구성원들이 직장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옴니웰빙 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요인인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기반으로 회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들을 '통합적 웰빙'이라 부를 수 있다. 이는 직장 내 행복이 기업명이나 평균 연봉 같은 조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pp.23~26

퇴사는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이동과 전환이 이어지는 순환의 한 지점이다. 과거에는 퇴사가 조직과의 마지막 접점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작과 성장 그리고 재입사의 가능성까지 내포하는 보다 유연한 여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퇴사 과정을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 오프보딩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다.

오프보딩은 단순한 퇴직 서류 처리나 인수인계에 그치지 않고, 법적 리스크 예방, 데이터 및 보안 관리, 퇴사자와의 관계를 아우르는 종합과정이다. 순환 인재 관점에서 보면 퇴사 이후에도 조직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어가며 다시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돕는 마지막 연결 고리라 할 수 있다.

pp.64~65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일수록 리더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진정성 리더십이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데는 뛰어나지만 구성원의 감정, 동기, 불안을 섬세하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역할은 인간의 몫이다.

생성형 AI는 정보 제공, 데이터 분석, 콘텐츠 생성 등에서 강력한 도구가 되었지만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결국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리더는 알고리즘 편향, 프라이버시, 책임 소재 같은 윤리적 쟁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조직 안에 투명성, 책임성, 인간 중심성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화의 속도를 조직 전체가 함께 감당하기 위해서는 공유 · 순환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진정성 리더십은 신뢰와 공감을, 윤리적 리더십은 판단의 기준을, 공유 · 순환형 리더십은 책임을 나누는 구조를 제공한다.

pp.98~99

  • 베타조직의 주요 특징

- 실험정신

- 수평적이고 유연한 네트워크 구조

- 지속적인 학습과 진화 추구

-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중시

- 개방적인 협력 강조

- 유연한 혁신 실천

이처럼 베타조직은 자율성, 개방성, 수평적 구조라는 기존 혁신 조직 모델의 강점을 이어 받으면서도 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하게 진화한 형태다. 반복적인 실험과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적합한 조직 운영 모델이다.

pp.155~157

투명한 공정, 신뢰, 소통 중 어느 하나라도 투명성을 잃으면 균형은 무너진다. 세 가지가 동시에 구현될 때 조직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데이터를 통해 공정이 설명되고, 신뢰가 예측 가능성으로 축적되며, 소통이 기록과 공유의 구조로 정착될 때 '투명한 공정, 투명한 신뢰, 투명한 소통'의 세 축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pp.181~183

  • DEIB 실행방안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 Belonging(소속감))

- 대표성 : 조직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 참여 : 조직 활동에 의미 있고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것

- 적용 : DEI를 실제 운영과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

- 감사 : DEI가 창출하는 긍정적 가치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

p.246

인구와 시장이 동시에 줄어드는 환경에서 기업에게 외형적 확장을 전제로 한 전략은 점점 더 큰 부담이 된다. 대신 기업은 핵심 사업과 고객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자원을 재배치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은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전략적 결단이다.

직무와 성과 중심 체계, 재교육과 역할 전환은 고령 인력을 부담이 아닌 조직의 안정성과 학습을 함께 만들어내는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또한 국내 인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글로벌 인재 영입과 다문화 조직 운영 역량 역시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경쟁력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p.288

권지은, 정대식, 강요셉, 김정훈, 정지훈, 조가영, 한진희, <20230년,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일까?> 中

+) 이 책은 AI 시대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서 어떻게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좋은지, 새로운 조직 문화 조성에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고민하며 논의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저자는 심리적 안녕감과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인재, 퇴사와 귀환의 순환 구조에 적응하는 인재, AI 시대에 적합한 인재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AI와 상생하며 나아가는 조직, 지속적인 학습과 유연한 혁신이 가능한 조직, 투명한 공정성, 신뢰성, 소통이 통하는 조직 등의 모습을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DEBI의 현황과 전환점, AI와 ESG의 공존,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서 기업의 생존 전략 등을 설명하며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AI 시대에서 조직이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 사원들과 함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설문조사, 자료 분석을 근거로 의논하는 책이다.

저자 별로 소논문 혹은 에세이 형식으로 작성해, 관련 주제 하에 있는 여러 편의 글들을 살펴본 기분이 든다. 각종 사진과 도표, 그림 등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정리하기에 이해하기 쉽다.

또 MZ 세대 직장인들을 위한 조직 문화 트렌드를 이야기기하고 있어서 참신한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조직을 이끄는 리더와 팀원을 대표하는 리더가 읽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미래의 조직, 즉 앞으로의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길을 알려주는 책이다. 조직 문화, 인력 관리, 경영 기회, 리더십 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된다.

요즘 젊은 세대의 회사원들이 조직에 바라는 점, 외국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을 비교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점, 미래의 리더가 갖춰야 할 점, AI 시대 회사원의 사내 생활에서 필요한 점 등을 분석하고 있기에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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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 - 시장에 숨겨진 돈의 흐름을 읽는 20가지 이야기
조원경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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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주가와 5일 이동평균선과의 괴리가 크지 않을 때 매수를 고려하고, 반대로 역배열 상태에선 괴리가 클 때 매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주식매매 원칙이다. 즉 주식 정배열 때는 이동평균선이 모두 우상향하고 있을 때 매수를 고려하는 게 좋다. 역배열일 때는 섣불리 매수하기보다 관망해야 하며, 오랜 하락 기간 끝에 대량 거래가 발생한 시점 혹은 주가와 20일선의 괴리가 극대화된 지점을 매수 시점으로 고려하는 게 좋다. 정배열과 역배열 상황 모두 거래량이 최소 일평균 50만 주 이상 거래되는 종목을 선택하는 좋다. 거래량이 주가의 탄력성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개인의 순매수가 지속되는데도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를 계속한다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pp.22~25

혹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전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부채 없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돈을 풀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연준에선 금을 재무부에 맡기고, 금 증서만 보유한다.

연준이 시세대로 금 가격을 평가한다고 해보자.

의회 동의만 얻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예산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선 금 가격 상승이 미국에 큰 이득이 된다. 물론 부채없이 금 재평가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대로 국가 중요 산업에 돈을 풀 수 있다는 말이 실행될지는 의문이다.

p.36

우리는 '희소한 것'과 '희귀한 것'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희소성은 결국 선택의 문제를 만든다. 제한된 자원을 가진 우리가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어떤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수많은 다른 기회를 뒤로 남기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적 판단은 늘 희소성과 마주한다. 세상 모든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진짜 문제는 가장 값비싼 게 아니라 '희소한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선택할 것인가'다.

p.40

소수의 인기 상품이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과 달리 롱테일 법칙에선 수요가 작은 틈새 상품들이 모여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다. 온라인 유통, 스트리밍, 플랫폼 기술의 발달 등으로 선반 제약이 사라지며 희소 취향이 경제적 힘을 가진 시대가 열렸다.

그래서 롱테일 법칙으로 넘어가는 시대에선 억제보다 촉진, 규제보다 생태계 설계를 고민하는 정부가 필요하다.

pp.92~93

전쟁이란 리스크는 경제를 크게 뒤흔든다.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며 주가 하락, 금값 상승, 유가 급등 등 경제적 변동을 유발한다. 오늘날 전쟁과 경제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부국의 전략과 이익 구조를 동시에 살펴야 한다. 전쟁은 국방 수단 중 하나일 뿐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자본적 계산이 깔린 수단이며, 국가, 시장, 기업을 망라해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다.

p.136

흥미롭게도 스타벅스 매장과 그곳에서 판매하는 커피의 가격은 국가별 생활비 수준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를 활용해 여러 경제학자와 분석가가 '스타벅스 지수'라는 비공식 경제 지표를 만들기도 했다.

스타벅스 지수는 기업이나 정책 결정자에게도 시장의 신호를 읽는 단서가 된다. 다양한 경제 지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pp.190~191

  • 기술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4가지 전략

미국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 / 자국의 언어모델로 된 거대언어모델 구축 / 한국어 기반 거대언어모델 / 소버린 AI최적화

pp.220~222

탄소를 줄이는 게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된 지금,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 조선, 해양 산업이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탄소 중립 체제로의 이행은 육지보다 해상에서 더 빠르고 깊게 진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공간적 한계와 저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의 눈이 다시 바다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p.237

부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관점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리스크를 분산한 뒤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기회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전통 금융자산에 스테이블코인을 일정 비율로 포함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금융 혁신을 통한 수익을 추구한다. 또한 규제와 제도권 편입 여부를 철저히 분석해 안정성과 제도적 지원이 확보된 스테이블코인만을 선택한다.

pp.259~260

무엇을 완전히 이해하기 전엔 성급하게 나서지 마라. 기회인지 아닌지 모를 때는 은행에 넣어두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게 가장 현명하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린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 짐 로저스

p.313

조원경,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 中

+) 이 책은 제목에서 연상되듯 부자들이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시장 경제의 흐름을 바탕으로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같은 경제 자료를 접했음에도 그들이 해석하는 관점이 일반인과 무엇이 다른지,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해석하는 방법과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부자들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작용하는 규칙을 읽어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을 비롯한 각종 산업 군의 기저에 깔린 숨은 욕망을 찾아낸다고 언급한다.

그들은 디지털 자본의 등장과 AI 기술이 세계 경제에 가져올 변화를 추측하고, 흔들림 없는 자본주의 철학을 간직한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수없이 쏟아지는 경제 뉴스와 경제 지표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발전 가능성 등의 자료를 우리가 어떻게 분석하고 수용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기회를 포착하는 부자들의 시선을 '자본주의 언어', '자본주의 마인드' 등으로 이야기하며 기술 대전환의 시점에서 우리가 길러야 할 안목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있기에 미래 시장을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AI 시대에서 우리가 미래 자본주의 사회를 헤쳐갈 방법을 알려준다.

읽는 이가 이해하기 쉽게 저자의 생각에 다양한 사례와 비유를 근거로 사용하고, 도표와 그래프 등을 활용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작성했다.

책의 구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마치 돈의 흐름을 읽는다는 큰 주제 아래 네 개의 소주제를 설정해 들은 경제 강연 시리즈와 같다고 느꼈다.

어려운 경제 용어도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술술 이해가 되는 책이었고, 경제 시장을 조망하는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부를 쌓는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만날 수 있어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배울 기회가 되어 흥미로웠다.

주식 시장, 부동산 시장, 스테이블코인 등 자본주의의 미래를 가늠해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현 경제 시장 분석은 물론 가까운 미래 시장 경제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또 부를 축적하는 이들의 안목과 마인드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 현재 진행되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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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없는 마을 - 치매를 앓아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찾아서
황교진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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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랑드 알츠하이머 마을은 치매를 겪기 전의 자기 삶과 동일한 일상을 영위하며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최적화된 공간을 제공한다.

주민들은 쇼핑, 청소 등 자신이 살아온 삶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각자의 삶의 리듬을 존중받는다. 자신이 치매라는 것을 인지하지 않게 하는 이 마을에 입소한 사람들은 마을에 사는 동안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치매 환자를 이곳에 입소시킨 가족들은 죄책감과 불안감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전한다.

p.24 [프랑스 랑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은 삶을 원했고 치매를 다루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했을 뿐이죠. 사람들은 평범한 집에서 살기를 바랐어요. 병동에서 살고 싶어 한 이는 아무도 없어요.

요양원을 집처럼 바꿔야 하고, 한 병동에서 15명, 20명, 30명이 함께 살면 안 돼요. 가족처럼 6명, 7명 소그룹으로 함께해야 해요. 마치 친구들과 함께 사는 것처럼요. 사람들을 배치할 때도 그들의 삶의 방식을 고려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친구가 되도록 배려하며 함께 할 수 있게 해야 맞죠.

p.50

호그벡에서 일하는 전문가와 봉사자들은 치매 증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아는 이들이에요. 이곳의 전문가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되 환자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을 침해하지 않는 선을 반드시 지켜요. 이들이 이렇게 일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해요. 치매 노인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해요. 어찌 보면 대담한 관리 시스템이죠.

p.57 [네덜란드 호그벡]

한국 역시 치매 돌봄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사회, 경제적 부담이 연쇄적으로 터져 국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주로 조기 발견과 진단자 발굴에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환자 개인의 특성과 생활환경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조기 진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진단 이후 이어지는 돌봄, 교육, 생활지원 체계가 받쳐 주지 않으면 치매 환자와 가족은 여전히 막막하다.

pp.86~88

국가가 치매 돌봄을 공적 책임으로 받아들이며 조성한 치매 마을에서는, 치매 환자가 이전보다 안정되고 의미 있는 일상을 회복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지역사회가 함께 치매인의 존엄을 지키는 새로운 돌봄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치매를 가족의 몫으로만 남기지 않고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하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덴마크처럼, 치매 환자를 환자 이전에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성숙한 관점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

pp.102~103 [덴마크 스벤보르 브뤼후셋]

도쿄 주택가에는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이 있다. 장기 입원이 흔한 요양병원과 달리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병원이다. 일본은 노인 환자가 퇴원 후 집에서 진료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돌봄 환경까지 구축했다.

일본은 치매 환자를 지역사회에서 보듬고 있고, 우리는 요양 시설에 맡기고 있다. 일본 요양원은 치매 환자의 재활을 목적으로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돌봄을 지향하는데, 우리는 요양원에 입소하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머문다.

pp.144~145 [일본 오무타시 치매 친화 커뮤니티]

글렌너 타운 스퀘어는 사람이 과거의 기억을 통해 오늘의 삶을 견뎌낼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간으로 보여준다.

치매 환자에게도 과거의 기억은 사라진 세계가 아니라, 여전히 닿을 수 있는 삶의 일부다. 기억이 머무는 시대의 환경을 일상 속에 구현한 이 공간은, 치매를 단절이나 상실로만 보지 않고 기억이 남아 있는 방식에 주목한 돌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p.205 [미국 글렌너 타운 스퀘어]

싱가포르 니순 마을은 치매를 돌봄의 대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일상 속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과 관계를 함께 설계한 지역이다. 위험을 모두 제거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길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의 여지를 남기는 접근을 택했다. 대중교통과 보행 환경, 생활 거점을 치매 친화적으로 조정하고, 지역 주민과 상인, 공공 인력이 자연스럽게 돕는 역할을 한다. 조기진단을 받은 치매 당사자들이 설계와 운영에 참여해 '함께 만들어 가는 치매 친화 마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p.225 [싱가포르 니순 치매 친화 지구]

황교진, <한국에 없는 마을> 中

+) 이 책은 한국에는 없지만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치매 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치매를 앓아도 자기가 살아온 삶을 되도록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하는 시스템, 공동체가 협력해 환자를 돌보는 마을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열세 곳의 치매 마을에 대해 언급하며, 이미 오래전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 왜 아직도 이런 마을이 없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치매 환자들이 가족처럼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가도록 돕고, 과거의 기억을 담아낸 공간을 조성하며, 도와주어야 할 이들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 대하는 곳.

외부와의 단절이나 격리가 아니라 소외되지 않고 일상을 살며,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자와 치매 마을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치매를 겪을 때의 어려움을 고려한 공공 디자인이 숨 쉬는 곳.

이 책에 등장하는 치매 마을은 환자를 환자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그들이 겪는 증상을 지금의 우리와 다른 상황으로 수용하며, 이들이 주어진 현실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며 살 수 있게 배려한다.

이는 치매를 더 이상 치매 환자와 가족만의 문제로 내버려두지 않는 모습이다. 국가와 지역이 함께 이들을 보듬어 사람답게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는 없는 치매 마을,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도 있어야 할 치매 마을. 이 책을 읽으면서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했다.

치매는 더 이상 노인들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다. 치매 가능성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복지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치매를 진단하는 선에서 그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에 아쉬움이 많다.

진담만큼이나 중요한 게 그 이후의 돌봄과 생활 지원 체계이다. 사람들은 그 일이 쉽지 않다는 건 잘 알지만 꼭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결국 치매 마을을 조성한다는 건 많은 이들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마음을 모아 적극적인 행정이 가능하도록 돕는 데 있어서, 이 책이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되리라 본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치매 환자와 가족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치매 마을이 이들과 우리 모두에게 함께 살아가는 삶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느꼈다.

치매를 겪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들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돌봄 종사자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해준 책이라 마음이 따뜻했다.

치매 환자에 대해 편견이 있는 사람들이나, 국가와 지자체에서 치매를 적극적으로 돌보기를 바라는 이들, 치매 마을이 어떤 곳인지 궁금한 이들, 무엇보다 치매 마을 조성에 앞장서야 할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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