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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춘문예 시 깊게 읽기
민용태.박태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2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시가 명품이 되려면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정도는 가져야 한다고 민용태 교수님은 강조한다.
첫째는 시에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서 얻는 체험, 느낌 그리고 감동이 그 소재가 되어야 한다.
둘째는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독창성, 그것은 남과 다르다는 것이다.
셋째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비전은 앞을 내다보는 눈이다. 시인은 예언자적 영감을 가져야 한다.
pp.8~9
신춘문예에서는 시가 지나치게 서정적이거나 발이 땅에 붙어 있지 않은 환상이나 상상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현실 비판적인 의식이나 문명 비판적인 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합니다. 이 시는 그런 측면에서 아주 좋은 점수를 얻고 있지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진화 때문에 새는 벽에 부딪히고 깨진다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p.23
개와의 공놀이가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살아간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것이지요.
제대로 된 시가 되려면 어떤 형태로든 마지막에 가서는 어떤 구체적인 의미를 밝히지 못하면, 상징이 주는 감동을 주지 못하면, '이 시는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거야?' 독자들이 의아해할 것입니다.
p.48
우리는 우리의 수업에서 최상의 텍스트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가 이런 시를 보면서 공부하고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 매년 실시되는 신춘문예는 충분히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 시는 매우 잘 쓴 작품입니다. 대단히 철학적이거나 교훈적인 글은 아니지만, 일상성과 반복을 통한 개인적 상징을 만들어 낸 시입니다.
이 시가 좋은 시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일상적인 주제를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왼편'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연상이나 비유법을 쓰지 않고도 '개인적 상징'을 독창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결론을 내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네 편'과 '내 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가까워지고 익숙해지고 있다는 내용으로 잘 정리했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pp.58~59
대단히 야단스러운 시적 표현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선, 가식, 진짜가 아닌 가짜, 그것들이 우리에게 와닿았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시라고 합니다. 시적인 미학은 한 군데도 찾을 수 없는 산문시를 아이러니 기법을 써서 성공시킴으로써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 낸 훌륭한 시를 읽었습니다.
p.98
우리들이 이 시에서 제일 눈여겨봐야 할 시어는 바로 어깨입니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어깨가 적셔지는, 그러다가 심하면 과로사도 하게 되지요? 우리 사회는 그런 것을 인정해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시인은 꿋꿋하게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때요, 감동적이지요? 남들은 실체가 없다고 하는데, 시인은 여기에 있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식과 관념의 세계가 물방울을 통해 존재한다는 점을 충분히 느끼게 하지요? 시를 공부하는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시를 만났을 때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p.161
첫째, 신춘문예 시는 너무 짧거나 너무 길어서도 안 된다. 평균 18행 이상 25행 이하 정도가 좋다.
둘째, 신춘문예 시는 산문성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신춘문예 시는 산문성이 짙은 만큼 아이러니 수사법의 활용이 절대적이다.
넷째, 신춘문예 시는 기발한 은유나 상징을 창출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신춘문예 시는 지나치게 실험적이거나 혁명적이어서는 안 된다.
pp.337~345
민용태, 박태만, <"2024 신춘문예 詩" 깊게 읽기> 中
+) 이 책은 제목에서 연상되듯 작년 2024년 신춘문예 시 부문에 등단한 작품들을 분석한 평론을 엮은 것이다. 정확히는 민용태 시인의 시문학 강의록이라고 볼 수 있다.
민용태 시인이 문학 전공자가 아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춘문예 당선 시를 해설한 강연을 박태만 저자가 다듬어 평론서로 만들었다.
이 책은 2024년 여러 신문사에서 등단한 시인들의 당선작품 11편과 신작시 20편을 함께 담고 있다. 시 작품 한 편을 먼저 싣고, 뒤이어 그 시에 대한 저자의 분석을 담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각 시에 대한 분석은 어렵지 않고 이해하기 쉬워 공감이 간다. 또한 시를 읽어내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 깨닫는 바가 있다. 시 창작법을 배울 수 있는 만큼 시 분석법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신춘문예 심사위원의 심사평에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간혹 심사평에 제시되지 않은 점을 설명하며 심사평과 결을 달리하는 해석도 내놓는다.
그런 부분은 문학 작품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춘문예 당선작과 신예 시인의 신작들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어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시 창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2024년 각 언론사의 당선작들을 읽으며 분석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 평론 공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한 편의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문학 전공자가 아닌 대중을 위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실하고 알찬 책이었다. 신춘문예를 목표로 시 창작법과 시 분석 방법을 익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