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정신과 - 별난 정신과 의사의 유쾌한 진료일지
윤우상 지음 / 포르체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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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We are all patients! 우리는 모두 환자야."는 내가 정신과 전공의 1년 차로 들어갔을 때 3년 차 선배가 해 준 말이다.

"우리 머릿속에는 나만의 색안경이 있어. 살아오면서 저절로 생긴 거지. 내 머릿속 안경이 빨간색이면 하얀 세상을 빨갛게 보고 세상은 빨갛다고 믿고 살아가지. 이런 게 투사야. 내 꼴대로 세상을 보는 거야. 바깥세상의 진실은 상관없고 내가 보는 게 진실이 되는 거지. 투사는 한마디로 망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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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동그란데 나는 세모라 하고 누구는 네모라 하고 누구는 별 모양이라 한다. 각자 자기가 본 세상이 맞다며 우기고 싸운다. 진실은 어디 가고 망상의 싸움만 한다.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착각 속에 살고 있을 수 있다. 내가 보는 세상은 모두 내가 만든 투사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pp.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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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자 환자다. 연애를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모태 솔로다. 여자 목소리 환청이 들리는데 두 가지 버전으로 나타난다.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애인 목소리와 바보, 멍청이라고 욕하는 엄마 목소리다. 환청이 애인 목소리일 때는 기분 좋게 웃다가 엄마 목소리로 바뀌면 시무룩해진다. 그 환자가 시무룩하게 있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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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오늘은 엄마 목소리가 들려요?"

"아니요. 오늘은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소리가 안 들리니 편하겠네요."

"아니에요. 소리가 안 들리면 이상해요. 둘 다 나를 버린 것 같아요. 애인도 엄마도요..."

pp.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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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내 삶을 바꾸고 싶다면 공간을 바꾸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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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간 바꾸는 게 쉽지는 않다. 걸리는 게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걸릴까? 내적인 이유와 외적인 이유가 있다.

내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불안, 의심, 귀찮음이다.

외적인 이유도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시간, 돈,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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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갈 때는 그냥 방해물을 주렁주렁 매달고 들어가야 한다. 불안과 의심을 품에 안고, 돈과 시간과 가족의 문제를 등에 업고 뚜벅뚜벅 움직여야 한다. 신기한 점은 해결 안 날 것 같은 문제도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면 어떻게든 정리된다는 것이다.

pp.6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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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이렇게 생각한다.

'나의 혀는 메스다. 나의 혀 놀림이 집도의의 칼과 같다. 내 혀 놀림으로 상처를 봉합하고, 내 혀 놀림으로 암을 제거하고, 내 혀 놀림으로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잘 못하면 내 혀 놀림으로 상처를 주고, 멀쩡한 혈관을 자르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내 혀는 칼이다.'

지금도 몸 컨디션이 안 좋으면 나태해지고 흔들린다. 그때 다시 생각하고 정신 차린다. 나는 수술하는 사람이다. 오늘 수술하는 날이다. 나의 혀, 나의 말 한마디가 그의 삶을 좌우할 수 있다!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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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고통은 혼자서 겪을 수밖에 없지만 마음의 고통은 나눌 수 있다. 누군가 그의 고통을 알아주고 받아 주면 그 고통이 덜어진다. 몸의 고통은 의사가 치료해 주지만 마음의 고통은 같이 아파해 주는 사람이 치료해 줄 수 있다.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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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머릿속에 가혹한 재판관을 모시고 산다. 자기 행동 하나하나를 판단해서 죄를 묻고 벌을 내린다. 그러니 늘 불안하고 두렵다. 가혹한 재판관은 '병적인 초자아' 때문이다. 초자아는 '착하게 살아라', '좋은 사람이 돼라'와 같이 도덕과 윤리를 추구하고 이상적인 자신을 추구하는 정신 기능이다.

그러나 초자아도 너무 강하면 병이 된다. 내 안의 초자아가 너무 가혹하면 가벼운 실수에도 하루 종일 바보라고 구박하고, 남에게 살짝 민폐 끼쳐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남보다 조금만 부족해도 심한 열등감에 허덕인다. 매일 자책과 자학이 번갈아 온다.

pp.269~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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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상, <명랑한 정신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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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30년이 넘게 환자와 함께 해온 일상을 담고 있다. 마음이 아픈 이들을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의 삶, 그리고 자기만의 철학과 생각이 확고한 환자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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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정신과'라는 책의 제목만큼 화사하고 귀여운 그림들로 가득 찬 명랑한 책 표지를 보며 책의 분위기를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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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을 펼치면서 환자들의 짠하고 아픈 이야기, 그러면서 되게 유쾌하고 신기한 이야기, 또 그들 나름의 우직하고 흔들림 없는 이야기 등을 접하며 웃다가 울고, 울다가 다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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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환자라고. 세상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그게 진실인지의 여부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본 세상이 정상이라고 믿고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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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다. 우리는 대부분 자기가 경험한 것 위주로, 자기가 보고 들은 것 위주로 세상을 판단한다. 사람들을 분석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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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틀에서 자기만의 철학을 쌓고 자기만의 잣대를 만든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과연 누가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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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좀 줄어들었다.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겼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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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왜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환영과 들리지 않는 환청이 들리는지, 또 그 순간 그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등을 우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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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쾌하고 발랄하며 제목 그대로 명랑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물론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갖지만 시원하게 웃으면서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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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스토리에서는 마음이 아파 훌쩍이다가,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 그리고 환자들 곁에서 응원해 주는 이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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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사이코드라마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타인이 하는 연기일 뿐인데 감정 몰입이 될까, 그게 당사자들에게 와닿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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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자기의 솔직한 심리를 토로하는 이들의 사연을 보기만 했는데도 감정 이입이 되어 훌쩍이다가 엉엉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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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이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던 저자의 말이 기억난다. 사람 사이에서 받은 상처도, 어쩌면 사람 사이에서 나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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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병원의 일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들, 그리고 마음이 아픈 이들이 왜 그렇게까지 되었는지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의 삶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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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 마음이 아파 힘든 사람들, 따뜻하고 유쾌한 이들의 대화로 한바탕 웃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기만 했는데도 위로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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