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와 학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권남희 옮김 / 이야기공간 / 2022년 5월
평점 :
집에 있으면 나는 아이
나는 내가 된다.
학교에 가면 나는 학생
많은 아이 중 한 명이 된다.
학교는 집이 아니다.
선생님은 엄마가 아니다.
하지만 학교 위에도 하늘이 있다.
바다도 한눈에 보인다.
다니카와 슌타로, <나와 학교> 中
+) 이 책은 집이라는 공간과 학교라는 공간에서의 역할 차이를 인지해가는 아이의 성장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작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아이들을 위한 동화와 그림책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작사를 해왔다. 그만큼 아이들의 마음에 다가서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순수하고 따뜻한 시선이 이 그림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학교에 다니기 전, 집에서 오로지 '나'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읽고 싶은 책도 실컷 보고 좋아하는 것들도 마음껏 느끼던 한 아이가 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된다. 학교에 가면서 아이는 자신이 '나'이면서 동시에 '학생' 이면서 동시에 '친구'임을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낯설어서 두렵기도 했을텐데, 아이의 눈에는 여전히 곁에 있어주는 하늘과 바다가 보인다. 그러면서 학교를 천천히 둘러본다. 예쁜 꽃도 보이고, 좋아하는 책들이 잔뜩 있는 도서관도 보이고, 좋아하는 친구들도 보인다.
가끔 학교에 가기 싫거나 친구와 다툼이 벌어질 때도 있지만 아이는 이내 알게 된다. 계속 싫은 친구는 없다는 걸. 좋아하는 걸 공유하며 좋아지게 된다는 것을. 그러면서 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도 있다는 걸 배운다. 학교는 이렇듯 아이와 많은 것을 함께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는 몸도 마음도 한 뼘씩 성장한다.
이 책은 한 아이가 '나'와 '타인',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세계'의 존재를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관계의 의미를 깨달아가며 아이는 한층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두렵지만 설레는 과정을 학교가 함께한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드러낸다. 저자의 의미 깊은 문장과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잘 어우러진 그림책같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학교라는 공간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어도 좋을 것 같다. 또 이제 막 학교 생활을 시작해서 낯설고 어색해하는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읽어주면 좋을 듯 하다. 어쩌면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학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지도 모른다.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우리를 맞이하고 또 우리를 품어주는 공간으로 말이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