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우리집에서 다락방 예배를 드렸다.  남편들이 다들 바쁜 관계로 처음으로 아내들의 기도 모임으로 가졌다.  평소보다 30분 빠른 저녁 8시 예배.  두 시간이면 끝나지 않을까 했지만...결국 넷이 모이든 여덟이 모이든 11시가 되어 끝났다.  내일 일을 생각하면 자정 이전에는 예배가 끝나야 하는데...항상 우리들의 나눔은 끝이 없다.

기도 모임이 끝나고 초등5학년 남자 아이에게 왕사 애벌레를 준다고 했더니 의외로 싫다는 반응이 나왔다.  애벌레라는 말에 모든 아내들은 손을 내저으며 "아으, 징그러워"를 연발했다.

모임이 끝날 때쯤 퇴근해 왔던 남편이 왕사를 꺼내 보여주니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초등2학년 여자 아이가 너무 좋아라 한다.  그 손에 2령쯤 되는 애벌레를 하나  들려보냈다.

나도 그랬다. 살아있는 것은 아이들로 충분했다.  강아지는 고사하고 화초도 잘 못 키우는 나.  오죽하면 휑한 한 쪽 구석에 놓자고 부부가 화분 사러 나가서 결국 선인장을 사갖고 왔겠는가....

용신목을 사니 화원 아저씨가 껴주었던 작은 화분을 금세 죽였고 용신목마저 2년쯤 지나니 끝부분이 말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선인장도 죽이는 여자인가 봐.  내가 그렇지 뭐." 했는데....


우리집 용신목이다. 보는 사람들마다 희한하게 생긴 선인장이라고 한다.  저게 무게 중심이 맞나...어떻튼 남편에게 매달려 있는 나, 나에게 매달려 있는 아이....친정엄마는 이 선인장을 이렇게 풀이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빼빼 마른 세 가족이 꼭 자기 같은 선인장을 샀다고도 했다...이 선인장은 키는 자라도 절대 굵어지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올 봄 저렇게 줄기에서 새끼가 자라는 것이었다.



균형을 잡으려고 그러는건지,   햇빛이 드는 쪽이 이 방향이어서 그런건지 다 오른쪽 방향에서 이렇게 새끼가 자라고 있다.  끝부분이 저렇게 변해 버려 죽어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애벌레 징그럽다고 손사래 치던 집사님들처럼 나도 그랬다.  절~대 안 만졌다, 못 만졌다....그러나 알면 사랑하게 되는 법....이제는 발효톱밥의 부드러운 느낌을 알고,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들이 두 배로, 세 배로 커져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용신목에 저렇게 새끼가 나오니 더 많이 바라 보게 된다.  내 손으로 일일이 사육병에 셋팅해 준 애벌레들이니 더 많이 들여다 보게 된다.  내게 아무 의미 없던 것이 저렇게 자라고 크는, 생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 왜 저렇게 사나 싶은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파르르 성을 내는 저 모난 성격, 저 가시돋친 말...아니면 스스로 못났다고 징징거리는, 다 비틀어 보고 다 어긋장 놓는....그러나 이제는 쉽게 너 왜 그렇게 사냐고 할 수가 없다.

불우했던 가정 환경, 배신당한 어두운 기억들...그게 사실이든, 아니면 말하는 그 사람의 착각이고 편협된 생각이었든 그가 아직도 저렇게 허덕이고 있는 그 고단함에 마음이 아프다. 

알아가는 것이 많을수록 더 사랑하게 되길 소망한다.  알면 알수록 사람이 시시해지고 세상이 시시해지지 않게...알면 알수록 사랑하게 되는 그런 풍성함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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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9-16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을 알게 되어 이렇게 사랑에 빠졌답니다 ^^
저도 알고 보면 연약한 여자라지요 ㅎㅎㅎ
좋은 아침이지요?

똘이맘, 또또맘 2006-09-1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신목이라고 하였나요 저 선인장~ 길쭉한 오이같기도 하고 예쁘게 봐 주자니 한껏 포즈잡고 있는 발레리나 같기도 하네요.ㅋㅋㅋ 암턴 저도 집 베란다에 화분을 몇개 키우고 있는데, 새싹이 돋고 키가 자라고 하는걸 보면 생명을 신비로움을 새삼 느끼게 된답니다.

반딧불,, 2006-09-1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게 죽이다가 올해 드뎌 화분 두 개를 살렸어요.
그나저나 새싹은 늘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마노아 2006-09-1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알로에인줄 알았어요^^;;; 알면 사랑하게 된다니... 너무 멋진 말입니다. 사랑하면 또 알게 될까요? ^^

전호인 2006-09-1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인장 이름은 처음 알았습니다,

달콤한책 2006-09-17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유스또님..아잉~몰라~부끄러워요^^
똘이맘또또맘님...발레리나까지? 저는 제가 저 선인장을 안 죽였다는 것만으로도
기뻐요...화분은 아직도 제게 무리에요...
반딧불님...축하드립니다...저는 내버려두는 것만 하지요 ㅋㅋ
마노아님...사랑하면~~무지하게 알고 싶어지겠죠^^
전호인님..요즘 무지 바쁘시죠^^ 건강 챙기세요...

치유 2006-09-18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우했던 가정 환경, 배신당한 어두운 기억들...그게 사실이든, 아니면 말하는 그 사람의 착각이고 편협된 생각이었든 그가 아직도 저렇게 허덕이고 있는 그 고단함에 마음이 아프다. "
...................동감합니다..
선인장 특별하게 크네요..*^^*


달콤한책 2006-09-1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전에는 왜 저 모양이냐 했는데...조금씩 넓어져 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