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 가스 누출 사고 여파가 커요. 남편의 비상근무가 풀리지가 않네요. 사고 나고 남편 얼굴을 몇 번 봤나 모르겠어요. 어제는 아빠를 보더니 아이가 "아빠 오래간만이야!"하네요.
몇 시에 퇴근할지, 퇴근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른 채 계속 근무중입니다. 얼핏 잠든 자정이나 새벽에 들어와서 잠을 깨우기 몇 번....어떤 날은 퇴근 못한다고 해서 애랑 둘이 자기 무서워 현관문 걸쇠를 걸고 잔 날도 있지요. 그런데 새벽 두 시에 잠깐이라도 자려고 들어왔답니다. 번호키 눌러도 걸쇠에 걸리니 저를 부르더이다. 제가 일단 잠들면 세상 모르게 자는 스타일인데 딱 한 번 부르는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는 아닙니까...도로가 뻥뻥 뜷려도 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인데 그렇게 운전하고 와서 4시간 자고 다시 운전하면서 출근합니다. 어제는 잘 자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현장에서 전화가 와서 두 통화를 하더이다....그게 새벽 3시입니다.
자다가 깨는 일을 몇 번 했더니 총 수면 시간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는데 계속 노곤합니다.
다른 때는 몰라도 며칠째 집 밥 못 먹는 이러한 때에는 아침이라도 챙겨 주어야 할 터인데...오늘은 부시럭거리고 나가는 남편에게 눈도 못 떴습니다.
내일 아버님은 벌초가자고 새벽부터 오라는데, 그러면 이 사람 다섯 시 반부터 운전하기 시작해 종일 할텐데...아버지께 싫다고 할 사람이 아닙니다. 시립 묘지에서 다 관리해 주고 있는데도 일년에 서너번은 이렇게 벌초하러 가자고 하시는 이유가 여전히 이해는 안 되지만 남편은 "아버지 취미 생활이지 머"하며 순종합니다. 그것도 내일 출근하게 되면 갈 수 없지만 말입니다.
아...달게 자고 싶습니다...집에 있는 저도 이런데 남편은 오죽할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