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 역의 가스 누출 사고로 남편은 어제 퇴근도 못 했고, 오늘도 7시가 되어가는 이 시간까지 비상근무 중이다. 토요 휴무일인데 말이다. 오늘도 못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주일에는 교회 일로 바쁘니, 토요일은 차를 쓰는 모든 집안일들이 잡혀 있곤 했다. 그런데 운전할 줄 아는 남편이 없는고로 갑자기 모든 할 일들이 뒤로 미루어지고 내겐 여유가 생겼다.
일을 많이 안 벌리는 편인데....꼭 해야 할 일 같았는데, 미뤄지는 것 보니 사실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니 '꼭 해야 할 일'이라는 것...그게 과연 몇 가지나 될까....
또 내가 운전을 할 줄 알았다면...오늘 난 애 데리고 혼자서 그 일들을 다 했을 것이다...내가 할 줄 못하는게 하나 더 있으니 그만큼 더 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도서관에 반납할 책을 배낭에 넣고 마을버스를 타고 아이랑 다녀왔다.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었다. 토요일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린이실에는 얼마나 사람들이 많은지 앉을 자리도 없었다. 유아실이 시끄러울 것 같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철푸덕 앉아서 보는데...의외로 책이 잘 읽혀서 간만에 아주 느긋하게 책을 보고 왔다.
티타임 가질래? 하니 아이가 무슨 말인가 한다. 내가 아이에게 길거리 음식이나 구멍가게에서 공연히 뭐 하나 사 주는 일을 한 지는 얼마 안 된다. 그런데 지하에 내려가 자판기에서 코코아를 뽑아 마시자고 했으니 애가 놀랄 만도 하다. 아이에게는 코코아를 뽑아 주고, 나는 오래간만에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40이 되고, 50이 되어도 이렇게 도서관 지하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실까도 생각해 보았다. 40이 되어도 마실 것은 확실하다...40은 얼마 안 남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