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조카에게 넘겨줄 책을 아이 책장에서 뽑아내기 시작했다. 조카는 우리 아이랑 세 살 터울이다. 아직까지도 그림책과 동화책의 경계를 넘어가고 있기에 세 살 터울은 책 넘겨주기가 참 애매하다. 더구나 조카는 지 엄마(즉 내동생)를 닮아서 책 읽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ㅠㅠ 동생의 모토는 돈이 생기면 (책은 사서 한 번 읽고 말지만 옷은 몇 년을 입으니) 옷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책의 중요성은 알아서 아이 책을 사는데... 싸고 많은 양을 주는 전집을 사는 괴상한 경제 원칙을 갖고 있다.
책을 뽑아내는데 내 마음이 참 묘했다. 어렸을 때 일부러 전집을 피했기에 이 책들은 모두 한 권 한 권 다 내 손으로 고른 책이다. 아이와 함께 큰 책이다. 며칠 방에다 쌓아두었더니 아이는 캄캄한 그 방에 들어가 다시 한 번씩 읽어보곤 한다. 우리 둘 다.... 망설인다.

이렇게 한 번씩 책을 방출할 때마다 책이 아닌 추억을 넘겨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애잔해진다. 벌써 넘어갔어야 할 책인데도 내가 망설였거나 아이가 망설여 보내지 못했던 책들까지 이번에는 과감히 다 뽑아들었다. 덧붙여 어렸을 때 본 비디오테이프라고 계속 한 번 더 보겠다고 미루었던 비디오테이프도 넘기기로 했다. 그나마 우리가 이 곳으로 이사오면서 동생네가 옆집에 살기에 방출이 조금 더 쉬워진 것이다. 언제든 가서 다시 볼 수 있으니깐^^
동생이 책을 사랑했다면 내 마음이 이렇게 애잔하지 않았을 것도 같다... 줄줄이 밑으로 조카들이 있기에 이 책들은 계속해서 넘겨질 것이다. 아직은 우리 애만큼 책을 좋아하는 애가 없다. 이번 달에 태어날 조카는 처음으로 태어나는 여자애다(내 주위의 어린이들은 모두 남자다) 그 녀석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