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 키우는건 딱 질색이다.
남들은 화초 키우는 것도 좋아하고 강아지도 키우고 그런다만....난 선인장도 죽이게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이 때문에 곤충을 키우고 있다.

우리집 왕사다.
왕사슴벌레...얘는 6센티미터다.
왕사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런 딱정벌레류를 엄청 좋아라 하는 일본에서는 1억이 되는 왕사도 나왔다.
처음엔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샀다.
발효톱밥을 먹으며 잘 크는 넘을 애아빠가 어느날 구경한다고 뚜껑 열다가 죽였다 ㅜㅜ
대성통곡하는 아들 땜에 다시 장풍이를 사러 갔는데...장풍이 애벌레가 없을 때라 사슴벌레를 사게 된
것이다.
넓적사슴벌레, 애사슴벌레...좀 싼 것도 있건만...세상 물정 모르는 우리집 남푠은 1억짜리 왕사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덜컥 6센티 왕사를 사버린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8만원을 계산했다.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이것이 왕사가 우리집에 오게 된 스토리다.
이 녀석이 5월에 2세를 보았다.
5마리 왕사 애벌레가 균사통 하나씩을 차지하고 들어갔다.
균사통...걔는 5천원씩이다. 난 또 2만 5천원을 계산했다.
알을 낳을 새 산란목을 마련하느라 또 몇 천원 더 계산했다.
그래....나는 속물이라서 이넘들 키우는데 드는 비용만 계산된다.
왕사를 살 때 곤충농장 아줌마는 서비스로 장풍이 애벌레를 주었는데...이 넘은 잘 살다가 번데기 방을 만들
고는 결국 죽었다, 왜 죽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키우기 쉽다는 장풍이가 우리집에서는 영 안 된다.
곤충농장 아저씨는 그냥 냅두란다. 곤충은 키우겠다고 덤비면 죽는단다.
장풍이 애벌레가 두 번이나 죽어버리는 바람에 1억짜리 왕사를 키우겠다고 덤비던 남푠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 발언권이 없어졌다. 아들의 감독 하에 왕사 사육통 정리만 할 수 있다,
자연에 있는 것은 자연에서 살아야 한다는게 내 모토다.
그래서 애완견도, 애완 고양이도...집 안에 동물이 있다는게 이해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생뚱맞게 곤충을 데리고 산다.
아들 꿈이 곤충학자다,
곤충도감류는 물론이고 모든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책은 눈에 띄는 대로 다 읽어댄다.
어른들 대상의 곤충 키우기 책까지 보는 아이지만, 겁나서 잘 못 만지고 있다.
이래서 곤충학자가 되겠나 싶다...
나? 나는 한 번도 안 만졌다.
그래도 뒷수발은 다 내 몫이다.
우리집은 에어컨이 없다.
그래서 시원한 곳에 두어야 하는 균사병이 영 신경쓰인다. 요며칠 계속 덥더니만 파란곰팡이가 생긴
것이 암만해도 이상하다.
또 곤충농장에 들고 가야 하나보다.
에궁...이번엔 또 얼마나 들꼬.
꿈을 키우는 경제적, 정신적 비용이 넘 많이 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