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어린이가 실망했다.
걔 평생 처음으로 시험 공부라는걸 했는데...달랑 두 과목 본 시험에 백 점은 고사하고 90점도 안 나왔기 때
문이다.
80점, 85점. (해리포터님...부러워^^)
다른 때 같으면 "틀린 것보다 맞은 게 많으니 이것도 잘한거야. 엄마, 왜 60점 70점은 못했다고 하지? 맞은
게 더 많잖아!" 할텐데 약속된 선물을 받을 수 없게 되어서 아무 말도 안하고 시무룩하다.
애가 욕심이 없다.
아니, 어떻게 백점 맞고 싶다는 생각이 아예 없을 수가 있을까.
우리집 어린이는 80점이나 90점이나 100점이나 다 똑같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아이 담임선생님들은 반에서 가장 어린애답단다, **는 정말 순진해요라고
말씀하신다.
유치원 1년 보낸게 다에요라고 하면 다 그런줄 아셨다고 한다.
오늘 떠든 사람 휴지조각 줍고 가 하고 1교시 때 말씀하셨는데, 점심 급식 후 우리집 어린이만 휴지 줍고
있더란다.
선생님 목이 아프다고, 병원에서 이렇게 약 지어먹고 있는데 너희들 왜 이렇게 떠드냐고 혼내시면 우리집
머스마 혼자서 눈물 뚝뚝 흘리더란다.
드라마에서 병아리 죽었다고 같이 울고, 인간극장 보다가 울고, 교회에서 기도제목 이야기하라고 했더니
다들 공부 잘하게 해 주세요, 엄마한테 안 혼나게 해 주세요 하는데 혼자서만 통일이 되게 해주세요 했단다.
교회 선생님께 이 이야기를 듣고 왜 그랬어? 했더니 그냥! 이란다.
이번에 200점 맞으면 보물상자를, 100점이 하나라도 나오면 자물쇠를 사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갖고 싶은 자물쇠도 날라가버렸다.
주위에서 그랬다.
야~ 그 2000원도 안 되는 자물쇠 그냥 사줘라, 어떻게 백점 맞으면 사준다고 하냐. 그냥도 사주겠구만.
나는 뭐가 되었든 아이가 욕심 좀 부렸으면 좋겠다.
아...우리집 어린이도 욕심부리는게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패트병의 뚜껑들만 모아댔고(이걸 보고 옆에
사는 6살 조카도 형 따라 뚜껑 모은다고 해서 한동안 난리였다 ) 곰탱이라고 어린이음료수의 곰탱이들을 열
심히 모아대었다. 또 길바닥에 떨어진 비비탄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정작 얘는 총도 없다 . 그냥 총알이 많
이 떨어져 있어서 모은단다 @@
그것 봐, 시험 공부 했더니 시험도 잘 보고, 갖고 싶었던 자물쇠도 받고... 신나겠다 하려는게 내 목적이었는
데 점수가 더 낮게 나와서 나도 황당하다.
이럴 때는 뭐라 해주어야 하나.
오늘 아침도 시무룩해서 나가는 녀석의 뒷꼭지를 보니...암만해도 자물쇠를 선물로 사주어야 할까보다.
대외적 포상 이유 : 놀고 싶은걸 참고 공부했다는 노력 점수 100점
대내적 포상 이유 : 처음으로 백점을 욕심낸 기념

"엄마, 형아들이 나보고 자꾸 웃으래. 눈이 안 보인다고 재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