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 역사의 발자국 헤아리기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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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카뮈의 창작물들과 철학적 에세이들은 서로 긴밀한 내적 연
관을 지니고 있어서,예컨대 에세이 시지프의 신화가 소설 이방인의 짝이고,희곡 계엄령이 소설 페스트의 짝이라면,에세이 반항적 인간은 희곡 정의의 사람들의 짝이라고 할 만하다.

카뮈는 젊은 시절 잠깐 공산당에 적을 두기도 했지만,결국
우파로 선회했는데,기실 그의 우파적 세계관은 초기 에세이나 소설의 섬세함과 머뭇거림 속에 이미 배태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알제리 독립 전쟁에 대한 카뮈의 침묵은,비록 그가
고향 알제리와 그곳의 친지들을 저 자신과 프랑스의 본질적 구성 부분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지식인의 책임을 피한 것으로 비판받을 만하다.-1월 4일쪽

질레트

14세기 영국 스콜라 철학자 윌리엄 오브 오컴의 이름을 딴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원칙은, 사리의 설명이 불필요하게 복잡해서는 안 된다는 단순성의 원리를 뜻한다. 가정이나 설명은 단순하고 간결한 것일수록 뛰어나다는 말이다.-1월 5일쪽

히로히토

다이쇼시대의 지배적 헌법 학설이었던 미노베 다쓰키치의 천황기관설,곧 천황은 그 자체로 국가통치권의 주체가 아니라 통치권 주체인 국가의 최고기관으로서 통치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할 뿐이라는 온건한 견해조차 쇼와전기의 파시스트 일본에서는 금기였다. 그러니,전쟁 시기 히로히토는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였다.-1월7일쪽

철학자의 임무는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맑스의 말이 옳다면,사르트르와 보브아르 가운데 진짜 철학자는 보부아르였다.그녀의 제2의 성은 존재의 무 에서 변증법적 이성비판에 이르는 사르트르의 모든 난삽한 철학 논저를 합한 것보다 훨씬 더 세계의 변화에 이바지했기 때문이다.-1월9일쪽

민정당

1979년12월의 군사반란과 이듬해 5월의 민간인 대량학살을
밑절미 삼아 만들어진 정당이 민주정의당이라는 이름을 내건
것은 우리 현대사의 한 희극적 에피소드를 넘어서 한국어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할 만하다.
민주정의당이라는 이름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오세아니아 사람들의 언어생활에 스며든 더블스피크(표리가 다른 이중언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민주정의당의 민주가 실제로 뜻하는 것은 독재나 파시즘이었고, 정의 의 실제 의미는 불의였던 것이다.- 1월15일쪽

무하마드 알리

천일야화에서 40인의 도적으로부터 보물을 훔쳐 부자가 되는 알리 바바일 것이다.
무하마드 알리는 유색인들의 종교 이슬람교를 선택함으로써 흑인이라는 자기정체성을 선언했고,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베트남전쟁을 반대하고 징집을 거부함으로써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3년 반 동안 선수 자격을 잃었다.
그의 위대함은 차라리 백인들의 인종차별에 정면으로 맞서
자신의 위대함을 선얼할 줄 알았던 긍지와 다부짐에 있을 것이다.나는 위대하다!나는 복싱보다 더 위대하다!같은 그의 과시적 발언이 미워 보이지 않는 것은,그 개인적 발언이 차별받는 소수인종의 열망을 담은 집단적,정치적 발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1월17일쪽

지루

렉스프레스 편집장으로 일하던 시절 지루는 전통적 영화에 맞선 젊은 영화인들의 전위적 영화 운동을 누벨바그(새물결)라고 명명함으로써 영화사에 이름을 새겼다.-1월19일쪽

반제회의

홀로코스트는 20세기의 가장 큰 비극 가운데 하나다.그런 끔찍한 수난을 겪은 유대인들이 제2차세계대전 뒤 팔레스타인에 제 나라를 세우고,미국의 지원 아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박해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 우울한 아이러니다.-1월20일쪽

보도지침이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 문화공보부 홍보조정실이 거의 매일 각 언론사에 보낸 보도 가이드라인이다.

전두환의 기내 사진에는 비치된 목민심서가 나오도록 할 것 등의 보도지침이 해당일의 보도에 그대로 반영됬음이 말 특별호를 통해 밝혀져 시민들에게 실소와 분노를 자아냈다.-1월27일쪽

7대 대선

유신체제 또는 제4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박정희 정권 후반기와 제5공화국으로 불리는 전두환 정권 때,대통령은 선출 된다기보다 체육관에 모인 지지자들만의 요식 투표 뒤 선언되었다.

박정희 캠프는 7대 대선에서 이른바 신라 임금론을 내세움으로써,건국 이후 정치 세력으로서는 처음으로 지역주의라는 흑마법의 주술을 유권자들에게 걸었다.-4월27일쪽

히틀러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체제 가운데 하나일 나치스 정권이 대중의 지지에 따라 합법적으로 성립됬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4월30일쪽

악마의 사전

충고는 친구를 잃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바보가 특히 선호하는것이다.-6월24일쪽

파라셀수스

세상의 모든 약은 독이고 약과 독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용량일 뿐이다.-9월24일쪽

박정희의 추억

박정희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그의 권력욕에 치여 무고하게 죽고 다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 말이다-10월26일쪽

화대혁명은 한때 인간의 개조를 통해 평등사회를 겨냥하는인류의 위대한 실험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서유럽의 좌파들을 열광시키기도 했지만,중국 전역을 유혈이 낭자한 무법의 강제노동 수용소로 만들어놓고 말았다.-11월23일쪽

촘스키

지성사는 촘스키를 다른 무엇에 앞서 생성문법의 창시자로 기록할 것이다.-12월7일쪽

나는 되도록 소수자에게 눈길을 주고자 했다. 말하자면 남성보다는 여성을,백인보다는 유색인을,다스리는 자들보다는 저항하는 자들을 바라보고자 했다.-군소리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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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8 14: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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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8 2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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