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무늬
오정희 지음 / 황금부엉이 / 2006년 1월
품절


결혼식 날 아침의 그 이상하고 복잡했던 심정을 기억한다. 뭔가 이렇

게 결정된다는 것에 어리둥절했고,이 낯선 상황에서 달아나고 싶고, 이

제껏의 모든 과정과 절차를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는 충동이 스스로에게

무서웠다. 대개의 신부들은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 그 화사한 겉모습과

는 달리 어느 정도 불안감과 착잡한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결혼식 날

너무 좋아한다고 흉잡힐 정도로 활짝활짝 웃던 친구는 훗날, 너무 두렵

고 불안해서 그렇게 웃을수밖에 없었다고 그때의 심정을 토로했다. 사랑

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결혼이 이 험한 세상의 안전한 닻이자 자신의 존재

를 옭아매는 덫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75쪽

환을 멸한 자리에 비로소 명징함이, 본모습이 드러나는 게 아닌가. 자

신에 대한 신비화를 벗어나야 비로소 세상의 타인의 삶의 신비가 보이는

것처럼.-76쪽

여러 해 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대 시신을 붙들고 울면서 나는 나

도 모르게 문장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눈은 닫히고 입은 열

렸다. 꺼멓게 열린, 무정형의 욕망이 빠져나간(......)'-155쪽

옥석을 가릴 겨를 없이 날마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태에,

전집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이 전 생애를 바쳐 이룬 세계에의 탐색이고

다가가고자 하는 안타까움이며 존경심이다.-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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