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도시의 즐거움 세계사 시인선 4
최승호 지음 / 세계사 / 1990년 4월
품절




끙끙 앓는 하나님
누구보다도 당신이 불쌍합니다
우리가 암덩어리가 아니어야
당신 몸이 거뜬할 텐데

피둥피둥 회충떼처럼 불어나며
이리저리 힘차게 회오리치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벌건 욕망들
-11쪽

참외

종이꽃 토해내는 땅에서
나를 넘어서 넓어지는 나를 얼마나 꿈꾸었던가

배꼽이 쑥 튀어나온

참외에 코를 대니

내 마음은 아직 그윽하려면 멀었구나

속이 썩지 않은 참외들이

노점 할머니의 대광주리 품에 안겨

온몸으로 향기 토하는 여름

싱그러운 금빛 파도는

터진 사방으로 이글대며 헤엄쳐간다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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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23: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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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0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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