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끙끙 앓는 하나님 누구보다도 당신이 불쌍합니다 우리가 암덩어리가 아니어야 당신 몸이 거뜬할 텐데 피둥피둥 회충떼처럼 불어나며 이리저리 힘차게 회오리치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벌건 욕망들-11쪽
참외 종이꽃 토해내는 땅에서 나를 넘어서 넓어지는 나를 얼마나 꿈꾸었던가 배꼽이 쑥 튀어나온 참외에 코를 대니 내 마음은 아직 그윽하려면 멀었구나 속이 썩지 않은 참외들이 노점 할머니의 대광주리 품에 안겨 온몸으로 향기 토하는 여름 싱그러운 금빛 파도는 터진 사방으로 이글대며 헤엄쳐간다 -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