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창비시선 203
허수경 지음 / 창비 / 2001년 2월
구판절판



우리들의 저녁식사


토끼를 불러놓고 저녁을 먹었네
아둔한 내가 마련한 찬을 토끼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오늘 요리는 토끼고기

토끼도 토끼를 먹고 나도 토끼를 먹는다
이건 토끼가 아니야, 토끼고기라니까!
토끼고기를 먹고 있는 토끼는 나와 수준이 똑같다

이 세계에 있는 어떤 식사가 그렇지 않을까요
풀을 불러놓고 풀을 먹고
추억을 불러놓고 추억을 같이 먹고
미움을 불러놓고 미움을 같이 먹었더랬지요

우리는 언제나 그랬지요
이 세계에 있는 공허한 모든 식사가 그랬지요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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