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광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도쿄 일기 & 읽기
김정운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6월
품절


1920년대 미국 대통령 캘빈 쿨리지와 그의 부인이 양계장을 방문했다. 영부인이 양계장 주인에게 수컷은 하루에 몇 번이나 교미를 하는지 물었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한다고 주인이 대답했다. 영부인은 그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주인이 대통령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대통령이 물었다. 매번 같은 암탉과 교미를 하나요? 주인은 대답했다. 아니오 매번 다른 암탉과 합니다. 대통령은 그 이야기를 다시 영부인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쿨리지 대통령의 이름은 대통령으로서의 업적보다 쿨리지 효과 로 더 유명하다. 일부일처제와 새로움에 대한 본능적 욕구 사이에서 일어나는 본질적인 딜레마를 분명하고도 유쾌하게 정리해줬기 때문이다.-219쪽

인간이 생산하는 물건의 가치는 사용가치에 있다. 즉 사용하려는 목적에 의해 결정되는 가치다. 사용가치에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생산자의 노동의 목적이 살아 있다. 아직은 인간의 냄새가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인간의 생활 방식이 복잡해지고 다양한 상품 교환이 이뤄지면서,서로 교환되는 상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매겨주는 잣대가 필요하게 되었다.교환가치다. 돈이 생겨난 것이다.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 교환가치가 사용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맑스는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필요해서가 아니라 단지 바꾸기 위해 물건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생산자의 목적과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상품 자체가 독립하여 전능한 힘을 갖게 되는 물신 숭배의 시작이다. 바로 이 교환가치와 사용가치의 모순적 관계로부터 자본주의의 온갖 문제가 파생된다는 것이 맑스의 자본주의 비판이다.-225쪽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분열에 대한 맑스의 지적은 탁월하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또 하나의 가치가 있다.심리적 가치다.자본주의적 상품 사회에서 인간의 상품 구매 행동은 새로움과 감동의 구입이라는 또 다른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감동가치의 구매다.동구의 사회주의는 이 새로움, 놀라움,감동의 경험이 동반하는 삶의 기쁨을 애써 무시하려 했다.자본주의적 허영이라고 했다.그리고 계몽을 통해 그 욕구를 없애려 했다. 결국 실패했다.
감동가치는 단순한 자본주의적 상품 교환 과정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을 포함하는 인간의 모든 미학적 행위의 심리학적 근본 동기가 되는 것이다.-226쪽

우리는 감동하기 위해 산다. 왜 사냐고 묻거든,그저 웃지요 라면 그건 그저 정신 나간 사람일 따름이다. 감동과 감탄이 없는 삶은 인간의 삶이 아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진정한 기쁨을 동반한 감동의 경험은 드물다. 자본주의는 바로 그 빈틈을 기가 막히게 파고든다. 자본주의는 인위적인 감동과 감탄의 기술이 극대화된 시스템이다.하지만 진정한 가치를 가진 감동스러운 경험이든,상업주의에 농락당하는 사이비 감동의 경험이든,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효과는 동일하다.-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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