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에 대기만성 이란 말이 나오는데, 그 뜻은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가 아니라 큰 그릇은 이루어짐이 없다이다(만약에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크지 않다!).즉 큰 그릇이란 무한을 가리킨다. 아무리 큰 유한도 무한보다는 작기 마련이기에 가장 큰 유한이란 곧 무한인 것이다. 해서, 큰 그릇의 바같은 없다! 공자가 말하는 성인, 곧 군자도 마찬가지다.-19쪽
세상과의 연애를 통해서 제가 깨우친 바가 있다면 삶의 의미는 끊임없는 배움에 있으며, 그 배움은 공경하는 마음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다 더 자세하게 살피자면 배움은 다름 아닌 공경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입니다.(...)앞도 뒤도 알 수 없는 막막한 세월 속에서 구원도 해탈도 아닌 막막한 걸음걸이, 우리는 모두 그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막막함을 함부로 제 멋대로 제 편한 것으로 바꾸어버리지 않고 그 길을 끝까지 가는 것, 모든 공부는 입을 틀어막고 우는 울음 같은 것입니다. 이성복 <세상과의 연애>-20쪽
어떤 클래식이 나에게는 아무런 용기도 지혜도 주지 못하며 오히려 힘만 빠지게 한다면 그것은 클래식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클래식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그러니 억지로 클래식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클래식이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준 작품을 뜻한다면, 그런 맥락에서 나의 클래식 나만의 클래식 목록도 만들어질 수 있다. 나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나만의 클래식이다.-28쪽
우리가 진정으로 주체가 되는 것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승인함으로써다.-159쪽
내 울부짖은들 천사의 열에서 누가 들어주랴. 설혹 한 천사가 있어 갑자기 나를 가슴에 껴안는다 해도, 그 강한 존재로 말미암아 나는 스러지고 말리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 <두이노의 비가>중에서-404쪽
이별의 꽃 릴케
이 세상 어디선가 이별의 꽃은 피어나 우리를 향해 끝없이 꽃가루를 뿌리고 우리는 그 꽃가루를 마시며 산다. 가장 가까이 부는 바람결에서도 이별을 호흡하는 우리.-4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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