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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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이 소설은 온다 리쿠식 '유리 가면', 혹은 정상 버전의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화 '유리 가면'을 아시는 분들에겐 익숙하겠지만 연극 배우들의 이야기입니다. 앞서 읽었던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역시 연극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었는데 워낙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었지요. 저자 자신도 쓰면서 다시 찾아봐야할 정도라고 했으니까요.

 

'초콜릿 코스모스'는 그에 비하면 정말 정상적인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도미노' 같은 류의 정상적인 면을 상상했는데 그쪽은 아니었구요. 온다 리쿠 특유의 캐릭터 설정들이 잘 들어가 있습니다. 천재적인 사람들의 모임이랄까요.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배우 등 하나의 오디션을 놓고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우선 시나리오 작가 한명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중간 중간 창 밖으로 독특한 소녀를 보게 됩니다. 타인의 표정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어린 소녀.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속에서는 천재 배우가 등장합니다. 집안 전체가 배우이며 본인 역시도 어린 시절부터 천재라 불리웠던 인물이지요. 어느 날 전설적이면서 괴팍한 프로듀서 세리자와 다이지로의 신작 오디션이 비밀리에 진행된다는 소문이 돌게 됩니다.

 

시나리오 마저도 경합을 펼친다고 하고 라이벌들은 전혀 알려주지 않는 독특한 프로듀서지요. 단 두 명의 여배우가 등장한다는 힌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이 시나리오를 써내라고 하지요. 출연한다는 여배우 역시도 그렇습니다.

 

라이벌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오디션. 그 오디션에 선택된 연기 초보인 사사키 아스카와 천재로 불리웠지만 이 오디션에 선택되지 못한 아즈마 교코. 그녀의 친척이면서 역시 잘 나가는 배우인 무나카타 하즈키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연기 경력이 긴 대여배우도 오디션에 함께 합니다.

 

이 소설의 뒷면에도 그렇고 주제 역시도 그렇긴 하지만 이 오디션에 대한 부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소설의 꽤 많은 부분 속에서 이 오디션까지의 이야기들을 상당히 자세히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 시나리오 작가인 가미야가 그 소녀를 보기 시작하면서 그 소녀가 대학 연극반에 들어가는 과정이나 연극의 공연 속에서 그녀의 이야기가 꽤 자세히 다뤄지지요. 천재라 불리우는 아즈마 교코 역시 그녀의 일상이 자세하게 다뤄집니다.

 

그녀들의 인생이 보여지고 천재적인 인물들이 투입되어 만들어질 이 중요한 오디션이 후반부를 장식하게 됩니다. 단순히 오디션만의 이야기가 아니지요. 과연 이 소설에서 등장할 연극의 정체는 무엇일지 누가 선택될지 궁금해서 속도감을 갖고 읽게 되지만 이야기는 오디션으로 끝이 납니다.

 

너무 재밌고 독특해서 이 다음 이야기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애석할 따름입니다. 누가 선택될 것인가, 대체 어떤 연극이 올려질 것인가, 어떤 시나리오가 경합을 할 것인가, 사사키 아스카나 아즈마 교코는 어떤 배우로 성장할 것인가, 천재적인 프로듀서의 연극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등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도 정신없이 떠오르고 정답이 없는 질문이기에 또 다시 애석함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전반부와 오디션에서 진행되었던 두 극에 대한 연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아 이런 소설을 읽게 되어서 행복하다'고 할 만큼 대단했습니다.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이 기괴함으로 가득찬 여러 구조들이 반복되었던 것이 독특했다면 이 소설에서는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 인물의 대단함이 그려졌다고 할까요.

 

가미야는 그녀들의 연기를 보고 그 오디션에 응모할 연극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그것이 바로 '초콜릿 코스모스'입니다. 그렇게 이 소설은 끝이 납니다. 한계를 가지고 있는 사사키 아스카와 새롭게 변모한 아즈마 교코의 연기 세계. 그 둘의 조화는 단순히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 자체가 되는 세계로 가겠지요. 시공을 넘나드는 그녀들의 연기를 그려낼 가미야의 시나리오가 미친듯이 보고 싶어지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책 정보

 

Chocolate Cosmos by Onda Riku (2006)

초콜릿 코스모스

지은이 온다 리쿠

펴낸곳 미래엔 컬처그룹

초판 1쇄 발행 2008년 5월 30일

초판 3쇄 발행 2009년 5월 26일

옮긴이 권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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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아카가와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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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몇 가지 시리즈 소설로 유명한 아카가와 지로의 시리즈가 아닌 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번역 출간 당시 상상했던 이미지로는 아내를 죽이려고 의기 투합한 네 명의 중년 남성들이 결국 갈 곳을 잃고 되려 살해 위협을 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상상해봤었거든요. 그런데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아무래도 이야기 속에서 소설가가 등장하면 반갑기 마련입니다. 그들만의 세상이 궁금하기도 하거든요.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네 남자는 한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하는 동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시코지 도시카즈'라는 필명을 가진 네 남자. 아이가 없이 연상의 기가 쎈 부인과 살고 있는 니시모토는 41살. 돈만 밝히고 남편을 쥐잡듯이 잡는 아내입니다.

 

그리고 고지 다케오는 35살로 22살의 어린 아내와 살다보니 피말라 죽을 것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잣집 아들인데다 잘생기기까지 한 그는 TV 시나리오 작가였습니다. 가게야마 도시야는 42살로 전직 신문기자이면서 취재를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시인 가가와 가즈오는 셋 과는 조금 다른 타입으로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인물입니다. 서른에서 마흔 사이로 나이가 추정되고 검은색 복장을 한 인물입니다.

 

니시모토의 소설을 전혀 다른 시나리오로 바꾼 고지는 의기투합해서 공동으로 베스트셀러를 써보자고 합니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보니 취재를 위한 인물이 필요했고 시로만은 밥먹고 살 수 없어 TV 드라마 주제가 작사를 맡았던 가가와에게 최종적으로 문장을 손질하는 역할을 맡기게 합니다. 이들의 작업으로 연수입 3천만엔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게 됩니다.

 

그런데 니시모토의 아내는 동등한 수입 분배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남편을 닥달하고 고지는 사는게 힘들어죽겠고 가게야마는 마음이 약해 내연녀와 부인 사이에서 갈등 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비밀에 휩싸인 가가와는 평범한 부인을 두고 있는데 덕분에 시를 한자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연인지 다음 소설의 주제는 부인을 죽이는 것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옵니다.

 

독특하게 네 사람이 각각의 단편을 써보자고 제안을 하고 모두 자신의 삶의 연장선상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쓴 소설이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됩니다. 소설과 완전히 같은 사람도 있고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슷하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러면서 네 남자들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악처라고 생각할 정도로 싫었던 아내에 대한 감정이 자츰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악처를 죽인다는 소설을 쓰고 있고 현실 자체도 괴롭지만 오직 살인을 위해 실행에 옮기는 살인마의 이야기와는 다르달까요. 좀 더 현실적인 면이 있지요. 나약한 중년 남성들의 모습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결국 무엇이 소중한지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유같은 것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정말 아내와 살기 싫었다면 헤어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우선일테니까요. 시대가 1980년대 배경이다보니 당시엔 성격 차이 이혼은 성립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지금 일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전화 통화에 대한 부분만을 제외하면 촌스럽다던가 시대감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아무래도 한순간 아내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면이 조금 비약적인 것 같긴 해서 별은 네 개만 매겨봅니다.

 

 

 

 

 

책 정보

 

Akusai ni Sasageru Requiem by Jiro Akagawa (1981)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펴낸날 초판 1쇄 2010년 7월 27일

옮긴이 오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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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망가 섬의 세사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9
나가시마 유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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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책의 저자는 2002년 '맹 스피드 엄마'로 제126회 아쿠타가와상, 2007년 '유코의 지름길'로 제1회 오에 겐자부로상을 수상한 나가시마 유입니다. 처음 나가시마 유의 소설을 읽어봤는데 그 전에 아무래도 수상작가이다보니 익숙한 이름이기는 합니다. 만약 이 소설의 제목만을 봤다면 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목의 '에로망가'는 일본어로 '야한 만화'를 뜻하거든요.

 

그래서 시덥잖은 코믹물 정도의 소설이 아닐까 상상했는데 조금 다르더라구요. 물론 설정 자체는 유머스럽긴합니다. <게임 통신>이라는 콘솔 게임 잡지의 편집부에 근무하는 사토와 구보타는 '에로망가 섬에 가서 에로 만화를 보자'는 기획을 내게 됩니다. 술자리에서 흥에 겨워 얘기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기획이 통과되고 만겁니다.

 

일이기 때문에 이 여행이 즐거울리가 없지요. 게다가 혹시라도 사고가 난다면 에로망가 섬에서 죽었다는 뉴스라도 전국에 퍼질까봐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음담폐설을 싫어하는 여자 친구 역시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뉴칼레도니아에 속하는 바누아투 공화국에 있는 섬에서 5박을 하고 돌아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일행 중 한명이 바뀌게 되고 낯선 섬에서 지내는 이야기인데요. 이 책 속에 총 다섯 개의 단편이 들어있어 내용 자체는 길지 않지만 가볍고 우습기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회사원의 애환도 느껴지고 삶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되구요. 실제 한 편집자의 체험담을 바탕으로한 소설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다음 단편인 '여신의 돌'에서는 멸망한 지구의 이야기인건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폐허가 된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세상이 변해버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랄까요. 좀 더 장편화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위 이야기보다는 덜 SF적인 '알바트로스의 밤'. 한 커플이 도망을 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이 소설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SF웹진에 게재되어서 아무래도 SF적인 면이 조금씩은 있긴 합니다만 엉뚱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버렸던 가족과의 관계랄까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반추하게 되는 이야기랄까, 즐겁게 봤네요.

 

'새장, 앰플, 구토'는 '관능 소설 특집' 집필 의뢰를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에로틱하지는 않고 상황이 좀 그런 면이 있구요. '청색 LED'에서는 처음 단편인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에 나오는 히오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 이후 이야기 정도가 될 수 있겠지요.

 

소설을 읽다보면 그 작가의 문체랄까, 색깔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이 느낌을 문장화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소설 속에서 느낀 나가시마 유라는 작가의 느낌은 중년이 조금 되기 전의 남자같은 문체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실제 작가가 그 나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회사원의 지친 일상과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동조해서 살아가지만 어딘가 휑한 기분이 드는 사람이랄까요.

 

허무적이기도 하고 자조적이기도 한 면이 있지만 그 속에서 동조하기에 유머러스한 면도 드러나고 그런 성향을 많이 느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속 사람들은 정의에 불타거나 범죄형이라도 허무하다는 면보다는 열정이 더 드러나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좀 더 이야기에 빠져들어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요.

 

아카가와 지로의 캐릭터들은 제 3자가 바라보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독자 역시도 그렇게 빠져들며 감정에 동조하게 되지는 않는달까요. 그러면서도 더 코믹스럽달까.. 저자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이 나가시마 유는 좀 느긋하면서도 인생을 즐기면서도 어딘가 자조적인 면이 있달까 그런 공통점이 느껴지더라구요. 다른 작품 역시도 그런 스타일인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책 정보

 

Eromangatou no Sannin Nagashima Yu Ishoku Sakuhin Shuu by Yu Nagashima (2007)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

지은이 나가시마 유

발행처 도서출판 비채

1판 1쇄 인쇄 2009년 11월 16일

1판 1쇄 발행 2009년 11월 23일

옮긴이 이기웅

일러스트 최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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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사랑의 도피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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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장편입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로미오와 줄리엣 버전이라고 할까요. 한 마을의 라이벌 관계이면서 부자인 두 집안에서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도피한 것이 배경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인 가타야마 남매가 바로 그 남녀라고 오해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우연히도 그 둘의 이름은 하루미와 요시타로. 가타오카와 야마나미의 성을 붙여서 가타야마로 살고 있을 꺼라 추측한데서 두 사람이 실은 남매가 아니었다고 오해를 하게되고 이시즈의 행동도 이상합니다.

 

유능한 형사였던 아버지를 이어 경시청 수사 1과에 근무하는 가타야마 요시타로. 그러나 그는 그리 형사다운 스타일은 아닙니다. 이 시리즈의 1편에서 만나게된 고양이 홈즈와 함께 사건을 추리해가는 이야기인데요. 드라마화되어 홈즈가 사람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로 나왔지만 원작에서는 그냥 고양이이고 뭔가 잘 아는 것 같은 모습으로 그려질 뿐입니다.

 

그리고 오빠와 반대인 성향을 지니고 있고 사건도 무척 좋아하는 여동생 하루미와 함께 삽니다. 그런 하루미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고양이 공포증이 있는 메구로 서의 이시즈 형사도 크게 보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도망을 친 두 사람 말고 이 두 집안의 또 다른 아들 둘이 각각 한 여자를 놓고 다투다가 서로를 죽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흉기가 깨끗이 닦여 있었기 때문에 또 다른 살인범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수사가 시작됩니다.

 

한편, 가타오카 가문엔 세 아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아버지의 신뢰를 받던 큰 아들이 바로 요시타로이고 이번에 살해당한 아들이 막내입니다. 둘째인 슈지로는 흥청망청 노는 타입이라 큰 아들을 찾기 위해 도쿄로 사람을 보내게 됩니다. 역시 야마나미 집안에서도 딸을 찾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듯 하고 두 사람과 연락을 하고 있는듯한 의사인 구라모치가 등장하구요. 처음 나왔던 살인 사건을 필두로 점점 이 가문과 관련된 사람들이 죽거나 살해 위협을 당하는 사건이 이어집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유산을 목적으로 하는 범행이라기엔 이상한 점이 있고, 늘 그렇듯이 가타야마가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사실 단순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시작된 설정이나 부자인 가문의 유산 타툼을 주제로 하는 추리물은 상당히 많지요. 그런데 이 소설 속에서는 전혀 상상 밖의 전말이 드러나고 그 자체도 놀랍지만 워낙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진정으로 그 사람의 성향이 드러나는 방식을 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은 정통 추리물이라기엔 조금 가벼워서 라이트하달까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으로 생각하고 접근하시는게 좋습니다. 다루는 이야기들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풀어가는 방식이 그리 무겁지 않아서 가볍게 볼 수 있어서 좋거든요. 반대로 무거운 정통 추리물들은 읽을 때도 열심히 몰입해서 보게되고 읽은 후에도 뿌듯하달까 강한 충격을 받곤 하지만 아무래도 그만큼 읽는데에 열정을 쏟아부어야해서 좀 힘들거든요.

 

좀 가벼운 소설들은 아무래도 읽고 나면 남는게 없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간혹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지만 아카가와 지로는 독특하게도 적절한 유머와 심각함, 인간 군상을 잘 조화시켜놓은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편에서는 아무래도 한 가지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조금 지루한 면이 있을 수도 있는데 여러 피해자가 나온다는 점과 의외의 진상을 놓고 보여지는 것과 다른 인간상이 밝혀지는 면 덕분에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시리즈도 역시 기대됩니다.

 

 

 

 

 

 

책 정보

 

Mikeneko Holmes no Kakeochi by Jiro Akagawa (1981)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사랑의 도피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6월 28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7월 5일

옮긴이 한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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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 세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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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몬을 아십니까? 익숙한 이름임을 깨달으셨다면 '달의 뒷면'을 읽어보신 분이군요! 이 소설은 온다 리쿠의 '달의 뒷면'과 동시에 출간되었는데 '다몬이 주인공인 소설이라서 그랬구나!' 라고 읽은 뒤에 알게 되었네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읽는 재미를 위해서 소개글을 따로 찾아보지 않는 편이거든요. '달의 뒷면'에서는 관찰자로서 다몬이 등장했다면 이번엔 좀 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2000년에 발표된 '달의 뒷면' 이후 10년간 쓰여진 단편 다섯 편을 묶어 출간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동명의 단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별개로 붙여진 제목이더라구요. 인디 밴드를 발굴해 데뷔시키는 일을 하는 쓰카자키 다몬의 다섯 가지 이야기입니다. 첫 단편 속에 결혼 전으로 추정되는 시기가 나오길래 부인과의 러브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콕 찝어서 나오진 않더라구요. 여러 장소가 배경이 됩니다.

 

매번 주인공이 되는 캐릭터는 따로 있지만 다몬의 친구들이 고정적으로 나옵니다. 일본 오타쿠인 영국사람 로버트, 짙은 밤색 머리와 눈을 가져 프랑스인이지만 외국 사람 같지 않은 잔, 집안도 대단하고 본인 역시 그런 '최강의 일본 여성'으로 불리우는 미카가 다몬의 친구로 종종 등장합니다.

 

나무지킴이 사내

온다 리쿠가 늘 산책한다는 간다 천 변에서 보게된 집을 모티브로 쓰고 등장하는 꿈의 이야기 역시 본인이 꾼 꿈이라고 합니다. 다몬은 강가를 산책하며 여러 생각을 합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주요 인물은 대학 선배로 삼십대 중반의 인기 방송 작가인 다시로입니다. 윤택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지만 낡은 집을 구입해 일주일의 일부는 다른 삶을 사는 독특한 사람입니다.

 

그와 종종 이 강가에서 만나곤 하는데 꿈 얘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나무지킴이 사내 이야기가 나오고 다몬은 그 기묘한 존재를 보게됩니다. 판타지적 요소와 사회파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섞여 있는 그런 단편입니다.

 

악마를 동정하는 노래

윗 단편도 - 온다 리쿠 소설의 대부분이 그렇듯 - 호러적인 요소가 섞여 있지만 이 단편은 특히 그렇습니다. '들으면 죽고 싶어지는 음악'이란 소재를 모티브로 합니다. 한 지방 방송에서 우연히 틀어진 아마추어의 노래 덕분에 줄줄이 사고로 연결되어 죽게된다는 소문을 조사하게 되는 다몬. 결과는 생각보다 만만치않은 끔찍한 이야기였습니다.

 

온다 리쿠 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무서운 어떤 현상 자체를 무섭게 묘사하는 작가가 아니라 그 배경부터 분위기 자체를 무섭게 만들어 그 일대 전체를 공포감으로 휩싸는 그런 작가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이 소설이 그랬습니다. 나라에 있는 '꽃의 절' 코스를 산책하다가 구상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환영 시네마

다몬이 데뷔시키고자하는 인디밴드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베이스의 스기하라 다모쓰의 고향인 H현 O시로 결정합니다. - 오노미치가 무대라고 합니다. - 그렇데 이 다모쓰의 상태가 영 이상합니다. 어떤 징조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꼭 죽는다는 다모쓰의 걱정을 해결해주기 위해 다몬이 나서게 됩니다.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였지만 잘해결되서 다행이랄까요.

 

다모쓰의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역시 몽환적이면서도 호러적인 단편입니다.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공포를 가미한 이야기는 온다 리쿠 특유의 장기이기도 하니 당연하겠지요.

 

사구 피크닉

돗토리 사구와 고쿠라가 배경이라고 합니다. 구스노키 도모에는 산업 번역, 기술 번역이 전문이며 그 밖에 트렌드를 예측하는 힘이 있어 굉장히 발은 넓은 인물입니다. 최근 번역하고 있는 사진작가 U가(앙리 베자르) 쓴 유작 속에 T사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기묘한 이야기가 있어 다몬에게 동행을 부탁합니다.

 

T사구를 포함한 T현을 관광하는듯 이야기가 나오면서 동시에 U가 쓴 수수께끼의 이야기를 추리하게 됩니다. 다른 단편의 이야기들이 너무 스케일이 커서 이 소설은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지만 몽환적인 느낌은 상당히 강했습니다.

 

새벽의 가스파르

이 책의 제목인 '불연속 세계'가 원본에서 역시 동일한 제목인데 이 단편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라는 저자의 글이 마지막에 있습니다. 가스파르(gaspard)는 프랑스어로 작은 악마, 교활한 녀석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종종 다몬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특히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야간 열차를 타고 다카마쓰에 내려 사누키 우동을 먹고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다는 여행 계획을 세운 친구들. 단정한 정장을 입은 도쿄 지방 검찰청 검사인 구로다. 통통하고 빡빡머리에 반바지 차림인 오노에는 의외로 작곡가인 뮤지션입니다. 컬러 렌즈에 펑크스타일의 옷을 입은 빨간 머리의 미즈시마는 의외로 의사라고 합니다. 이렇게 넷이 굳이 바쁠 때에 야간 열차 안에서 괴담을 나누자는 별난 사람들입니다.

 

온다 리쿠 스러운 설정이지만 이야기는 반전이 있습니다. '달의 뒷면'을 시작으로 이 소설 속의 여러 이야기 속에서 늘 평정심을 유지했던 다몬의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이야기랄까요.

 

이런 내용의 단편들입니다. - 저자는 중편이라고 표현했지만요. - 과거를 회상하며 되새김질하듯 생각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독백은 온다 리쿠 특유의 방식이지요. 그것이 단순히 이 캐릭터의 사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었던 기억으로부터 앞으로 대면할 사건과의 연속된 흐름을 가집니다. 단지 본인은 그 흐름을 지속적으로 깨닫지 못하지요. 그것이 바로 '불연속 세계'가 아닐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분명 나는 시간의 흐름 안에 살아가고 있고 그 시간은 연속되어 있지만 나의 생각은 연속되지 못하고 불현듯 등장하니까요. 그 불연속된 세계가 연결이되고 인물들로 하여금 사건으로 연결되는 흐름을 갖지만 어디까지나 읽고 있는 독자에게 보여지는 흐름이지 본인들에게는 뜬금없는 조우일테니까요.

 

'엔드 게임'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의 이동을 보여줬던 것처럼 모든 생각은 나의 안에 있지만 그 생각이 시간의 흐름처럼 동일선상에 빼곡히 연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에 착안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분위기나 선호하는 설정들이 반복되는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는 온다 리쿠의 이야기에 또 다시 감탄하고 즐겁게 읽게 되었습니다. 호러적인 면이 있어서 여름에 무척 잘 어울리지 않나 싶네요.

 

 

 

 

 

 

책 정보

 

Furenzoku no Sekai by Onda Riku (2008)

불연속 세계

지은이 온다 리쿠

발행처 도서출판 비채

1판 1쇄 인쇄 2012년 3월 9일

1판 1쇄 발행 2012년 3월 19일

옮긴이 권영주

cover illust 정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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