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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책의 저자는 2002년 '맹 스피드 엄마'로 제126회 아쿠타가와상, 2007년 '유코의 지름길'로 제1회 오에 겐자부로상을 수상한 나가시마 유입니다. 처음 나가시마 유의 소설을 읽어봤는데 그 전에 아무래도 수상작가이다보니 익숙한 이름이기는 합니다. 만약 이 소설의 제목만을 봤다면 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목의 '에로망가'는 일본어로 '야한 만화'를 뜻하거든요.
그래서 시덥잖은 코믹물 정도의 소설이 아닐까 상상했는데 조금 다르더라구요. 물론 설정 자체는 유머스럽긴합니다. <게임 통신>이라는 콘솔 게임 잡지의 편집부에 근무하는 사토와 구보타는 '에로망가 섬에 가서 에로 만화를 보자'는 기획을 내게 됩니다. 술자리에서 흥에 겨워 얘기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기획이 통과되고 만겁니다.
일이기 때문에 이 여행이 즐거울리가 없지요. 게다가 혹시라도 사고가 난다면 에로망가 섬에서 죽었다는 뉴스라도 전국에 퍼질까봐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음담폐설을 싫어하는 여자 친구 역시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뉴칼레도니아에 속하는 바누아투 공화국에 있는 섬에서 5박을 하고 돌아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일행 중 한명이 바뀌게 되고 낯선 섬에서 지내는 이야기인데요. 이 책 속에 총 다섯 개의 단편이 들어있어 내용 자체는 길지 않지만 가볍고 우습기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회사원의 애환도 느껴지고 삶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되구요. 실제 한 편집자의 체험담을 바탕으로한 소설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다음 단편인 '여신의 돌'에서는 멸망한 지구의 이야기인건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폐허가 된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세상이 변해버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랄까요. 좀 더 장편화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위 이야기보다는 덜 SF적인 '알바트로스의 밤'. 한 커플이 도망을 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이 소설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SF웹진에 게재되어서 아무래도 SF적인 면이 조금씩은 있긴 합니다만 엉뚱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버렸던 가족과의 관계랄까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반추하게 되는 이야기랄까, 즐겁게 봤네요.
'새장, 앰플, 구토'는 '관능 소설 특집' 집필 의뢰를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에로틱하지는 않고 상황이 좀 그런 면이 있구요. '청색 LED'에서는 처음 단편인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에 나오는 히오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 이후 이야기 정도가 될 수 있겠지요.
소설을 읽다보면 그 작가의 문체랄까, 색깔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이 느낌을 문장화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소설 속에서 느낀 나가시마 유라는 작가의 느낌은 중년이 조금 되기 전의 남자같은 문체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실제 작가가 그 나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회사원의 지친 일상과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동조해서 살아가지만 어딘가 휑한 기분이 드는 사람이랄까요.
허무적이기도 하고 자조적이기도 한 면이 있지만 그 속에서 동조하기에 유머러스한 면도 드러나고 그런 성향을 많이 느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속 사람들은 정의에 불타거나 범죄형이라도 허무하다는 면보다는 열정이 더 드러나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좀 더 이야기에 빠져들어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요.
아카가와 지로의 캐릭터들은 제 3자가 바라보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독자 역시도 그렇게 빠져들며 감정에 동조하게 되지는 않는달까요. 그러면서도 더 코믹스럽달까.. 저자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이 나가시마 유는 좀 느긋하면서도 인생을 즐기면서도 어딘가 자조적인 면이 있달까 그런 공통점이 느껴지더라구요. 다른 작품 역시도 그런 스타일인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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