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아카가와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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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몇 가지 시리즈 소설로 유명한 아카가와 지로의 시리즈가 아닌 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번역 출간 당시 상상했던 이미지로는 아내를 죽이려고 의기 투합한 네 명의 중년 남성들이 결국 갈 곳을 잃고 되려 살해 위협을 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상상해봤었거든요. 그런데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아무래도 이야기 속에서 소설가가 등장하면 반갑기 마련입니다. 그들만의 세상이 궁금하기도 하거든요.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네 남자는 한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하는 동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시코지 도시카즈'라는 필명을 가진 네 남자. 아이가 없이 연상의 기가 쎈 부인과 살고 있는 니시모토는 41살. 돈만 밝히고 남편을 쥐잡듯이 잡는 아내입니다.

 

그리고 고지 다케오는 35살로 22살의 어린 아내와 살다보니 피말라 죽을 것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잣집 아들인데다 잘생기기까지 한 그는 TV 시나리오 작가였습니다. 가게야마 도시야는 42살로 전직 신문기자이면서 취재를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시인 가가와 가즈오는 셋 과는 조금 다른 타입으로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인물입니다. 서른에서 마흔 사이로 나이가 추정되고 검은색 복장을 한 인물입니다.

 

니시모토의 소설을 전혀 다른 시나리오로 바꾼 고지는 의기투합해서 공동으로 베스트셀러를 써보자고 합니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보니 취재를 위한 인물이 필요했고 시로만은 밥먹고 살 수 없어 TV 드라마 주제가 작사를 맡았던 가가와에게 최종적으로 문장을 손질하는 역할을 맡기게 합니다. 이들의 작업으로 연수입 3천만엔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게 됩니다.

 

그런데 니시모토의 아내는 동등한 수입 분배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남편을 닥달하고 고지는 사는게 힘들어죽겠고 가게야마는 마음이 약해 내연녀와 부인 사이에서 갈등 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비밀에 휩싸인 가가와는 평범한 부인을 두고 있는데 덕분에 시를 한자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연인지 다음 소설의 주제는 부인을 죽이는 것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옵니다.

 

독특하게 네 사람이 각각의 단편을 써보자고 제안을 하고 모두 자신의 삶의 연장선상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쓴 소설이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됩니다. 소설과 완전히 같은 사람도 있고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슷하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러면서 네 남자들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악처라고 생각할 정도로 싫었던 아내에 대한 감정이 자츰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악처를 죽인다는 소설을 쓰고 있고 현실 자체도 괴롭지만 오직 살인을 위해 실행에 옮기는 살인마의 이야기와는 다르달까요. 좀 더 현실적인 면이 있지요. 나약한 중년 남성들의 모습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결국 무엇이 소중한지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유같은 것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정말 아내와 살기 싫었다면 헤어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우선일테니까요. 시대가 1980년대 배경이다보니 당시엔 성격 차이 이혼은 성립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지금 일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전화 통화에 대한 부분만을 제외하면 촌스럽다던가 시대감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아무래도 한순간 아내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면이 조금 비약적인 것 같긴 해서 별은 네 개만 매겨봅니다.

 

 

 

 

 

책 정보

 

Akusai ni Sasageru Requiem by Jiro Akagawa (1981)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펴낸날 초판 1쇄 2010년 7월 27일

옮긴이 오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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