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때까지
시바사키 토모카 지음, 김활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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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바사키 토모카의 '그 거리의 현재는', '오늘의 사건사고'를 참 재밌게 봤기 때문에 이 책도 기대를 했는데 너무 기대한 탓인지 그다지 특별함은 모르겠더라구요. 그런 기대감을 빼고 담백한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하니 이야기가 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오사카 출신이라 먼저 읽은 두 편은 그쪽 중심이었는데 이번에는 도쿄입니다. 원작의 기본 설정 자체는 오사카 출신들이 등장해서 간사이 사투리를 쓴다고 하더라구요. 주인공 유마는 일반 회사원인데 이번에 도쿄로 휴가를 내서 오게 됩니다. 대학때 사진부 동아리를 했었는데 그 때 알았던 친구와 회사 때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실은 사진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조용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요일별로 나누어져있습니다. 사건의 흐름이나 발생보다는 캐릭터의 감정 표현을 더 중시하는 시바사키 토모카 답게 이번 작품도 그렇습니다. 좀 지나칠 정도로 유마의 감각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유마는 고등학교 친구 나루미를 좋아하는데 이 감정도 일반적인 느낌과 좀 다릅니다. 자신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어떻게 납득해야할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루미를 한번 만나볼까 라고 생각해서 만나러 가는데 기묘한 여자 아이인 나기코를 만납니다. 나루미의 스토커같은 아이인데 가끔 나루미 집에 와서 묵고 간다고 합니다. 게다가 나루미는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그렇다는 이상한 설정입니다.




좀 제멋대로인 나기코는 유마를 좋아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다 읽고나서 유마와 나루미 그리고 나기코에 대해서 스스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유마와 나루미는 좋아한다는 감각을 좀 뛰어넘은 사이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관계가 친구나 애인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별로 상관이 없다고 유마와 나루미는 스스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보지 않아도 상대를 한 인간으로써 인정하고 좋아한다고 설명해야할까요. 이런 느낌을 이해할 것 같긴 한데 각자에게는 그다지 좋은 감각은 아니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온다 리쿠의 '흑과 다의 환상'에서 리에코와 마키오의 관계 같달까요. 둘은 애정의 과거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좀 다르겠지만요.




나기코에게 동경의 대상인 나루미는 유마와 만나서 좀 더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싫어질 것도 같고 그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한 이중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나서 보니 둘은 전혀 좁혀지지도 않고 정체된 것같은 모습에서 안도하기도 실망하기도 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이 나루미에 대한 감정이 조금 정리되기도 하면서 유마와의 관계를 통해 나기코가 좀 더 인간적인 감각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정확히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래서 제목이 고등학교 때(혹은 그 이후에) 나루미가 유마와 다시 만나기를 고대했던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고, 지금 이들에게 아무 일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음을 기대하는 중의적인 느낌도 갖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나루미가 이대로 여자친구와 결혼을 한다면 상대에게 이 유마란 존재가 그리 유쾌하진 않을 것 같은데 혹시라도 유마와 나루미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서로를 바라 본다면 좀 다른 미래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혹자는 이 소설을 연애 소설의 범주에 넣을지도 모르고, 혹자는 이 소설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어느 쪽도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인공 유마조차도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작가도 어떤 결론조차 내려주지 않았으니까요.




그야말로 시바사키 토모카 다운 소설인 것 같기는 한데 앞의 두 소설 쪽이 좀 더 개운했기 때문에 별은 세 개만 매겨봅니다.


 


 

 








책 정보




MATA AU HIMADE by Tomoka Shibasaki (2007)


다시 만날때까지


지은이 시바사키 토모카

펴낸곳 랜덤하우스코리아(주)

초판 1쇄 발행 2007년 10월 29일

옮긴이 김활란




일러스트 이재은










   p. 45


   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려고 하면 자신의 느낌과는 점점 멀어져버린다.


 





   p. 129


   "내 생각이지만 아마 그런 걸 거야. 뭔가 갑자기 평소와는 다른 일이나 새로운 걸 해볼까 할 때가 있어. 그렇다고 항상 실제로 해보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정말로 행동으로 옮겨볼 때가 있잖아. 잘은 모르지만 그래서 뭔가를 조금씩 바꿔갈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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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서진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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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책은 공예 무형문화재 12인의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집입니다. 배용준의 책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으로부터 시리즈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2편이 '한국의 시장'이고 이 책이 3편에 해당합니다. 에세이다 보니 작가의 추억 얘기라던가 취재차 나서면서 겪은 일들이 좀 자유롭게 써진 편입니다.


 

한산모시짜기, 염색장, 침선장, 옹기장, 사기장, 나주반장, 소목장, 염장, 나전장, 백동연죽장, 낙죽장도장, 배첩장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실 우리 전통 문화인데 낯선 단어가 많습니다. 그나마 들어본 단어들도 그것만 안다고 할 수 있지요.




01 한산모시짜기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 선생)


모시는 서천군 한사면이 유명해서 저자는 취재를 하러 갑니다. 모시는 습기가 있어야 안끊어지기 때문에 새벽장이 선다고 합니다. 한산모시짜기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로 저자가 직접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소개합니다. 그냥 단순히 수확해서 실을 뽑는 것이 아니라 태모시를 이로 가늘게 쪼개야하는데 입술과 혀에 피가 나고 나중엔 굳은 살이 베길 정도의 힘든 과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모시 한 필을 짜는데 꼬박 석 달이 걸린다고 합니다.





언젠가부터 이상하게 모시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에어컨 잘 나오는 도시에 살아선지. 뽀얀 모시도 이쁘지만 색색 곱게 물들인 모시들도 새삼 이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02 염색장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정관채 선생)


예로부터 귀하게 여기었다는 쪽빛인 파란색. 그 염색의 세계를 살펴봅니다. 모 광고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는 그 장인이었습니다. 어찌나 청아한 파란색인지 눈을 못뗄 정도네요. 게다가 한가지만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농도가 다르게 염색된 원단들을 쭉 늘어놓으니 그 자체로도 예술인 것 같습니다.





03 침선장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 구혜자 선생)


바늘 침에 실 선이라는 뜻으로 부녀자들이 규방에서 바느질로 할 수 있는 일과 복식 전반을 아우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바느질만을 잘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에 앞서 그 옷을 디자인해야하는 부분까지 생각해야하고 옷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편한지를 생각해야하고 옛것을 담아내야하는 전통도 함께 들어있는 것이 침선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04 옹기장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29호-나호 옹기장 백광훈 선생)


옹기는 오지그릇과 질그릇이 있는데 유약을 발라 굽는 오지그릇을 도기에 속하고 유약을 바르지 않는 질그릇은 석기에 속합니다. 옹기는 진흙인 차진 흙으로 만드는데 차지지 않은 매질을 반 섞어야 찢어지지 않고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옹기의 좋은 점은 숨을 쉰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실험으로 더운날 아스팔트 위에 놓고 신선도를 측정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유리와 달리 물맛도 변하지 않고 열대어도 하루 이틀만에 죽는 것이 옹기는 열흘에 한번 물을 갈아줬더니 살았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쌀독, 김치독, 물독, 장독이 있었지만 요즘은 사용이 많이 줄었지요. 왠지 장독대가 늘어선 풍경은 애잔한 생각이 들곤하는데 우리 것이 너무 없어지고 세상이 달라져버린 것에 대한 생각 때문일 것 같습니다.




05 사기장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사기장 방곡 서동규 선생)

모래로 아름다운 그릇을 만드는 사기장. 조선시대 도자기하면 떠올리는 조선백자는 주로 경기도 여주와 이천등에서 하얗고 입자가 가는 모래 '백토'를 왕실과 관에서 쓸 용도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는 화강암이 풍화되어 바스라진 '사토'가 지천이라 밥그릇, 사발 등의 식기와 요강 등 서민들이 쓰던 단단한 생활자기를 많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06 나주반장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4호 나주반장 김춘식 선생)

나주반인 소반을 만드는 무형문화재 선생이지만 지정되기 전까지는 공방에서 상을 만들어 팔았다고 합니다. 나주반은 임금에게 진상을 했던 명품 중 하나였는데 입소문을 듣고 나주반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해서 50년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정말 상이 날렵한 느낌도 들고 소박한 느낌도 드는 것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판매보다는 연구에 치중해서 좋은 나무를 사기 위해 금전적 문제가 많았다는 솔직한 글도 기억에 남습니다.





07 소목장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4호 소목장 김순기 선생)


우리나라 전통 창호를 만드는 장인이라고 합니다. 소목장은 가구, 창호, 문방구 등 세간을 만드는 것이고 궁궐이나 사찰을 짓는 대목장으로 목재를 다루는 장인을 나눕니다. 열네 살 되던 해에 대목장 밑에 들어가 집 짓는 일을 돕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후 목공소를 차려서 일을 하다가 12년동안 밑에서 일했던 아이에게 맡겼는데 1년 후 자기 가게를 차려 나간 후에 경쟁이 되지 않으려고 규모를 줄여 문화재 쪽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래 아름다운 문살을 좋아하긴 했는데 이제는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08 염장 (중요무형문화재 제114호 염장 조대용 선생)


'발 염(簾)'자를 써서 '발장'인 발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조대용 선생은 통영대발을 만드는 장인입니다. 가늘게 쪼갠 대나무를 실로 엮어서 만든 가리개를 대발이라고 합니다. 통영에도 대나무가 자생하는데 전통의 통영대발은 통영 해안가에서 자라는 '시릿대'로 만듭니다. 증조할아버지부터 4대째 이어져오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요즘은 도시에서 커튼이나 블라인드 덕분에 발을 보는 것이 뜸해진 것 같습니다.





09 나전장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 송방웅 선생)


소라 나(螺) 비녀 전(鈿)은 순우리말로 자개입니다. 주로 전복 껍데기를 가공한 것을 자개라고 합니다. 나전칠기는 대체로 목기를 사용하는데 나전을 붙이고 옻칠을 하기 전 뼈대에 해당하는 목기를 백골이라고 합니다. 백골은 소목장이 만들고 여기에 나전을 붙이고 옻칠을 합니다. 그리고 두석장의 손을 빌려 경첩, 자물쇠 등의 장신구를 달아야 완성됩니다. 그래서 나전칠기를 종합예술품이라고 합니다.





10 백동연죽장 (중요무형문화재 제65호 백동연죽장 황영보 선생)


잎담배를 칼로 썬 것을 살담배라고 하는데 담뱃대에 살담배를 비벼 넣어 피웠다고 합니다. 담뱃대는 입에 물고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물부리'와 담배를 담아 태우는 '대꼬바리' 그리고 물부리와 담배통을 연결하는 '설대'로 구성됩니다. 백동연죽에서 대나무로 만드는 설대를 제외하고 모든 금속은 백동(니켈과 구리의 합금)으로 만듭니다.





11 낙죽장도장 (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 한병문 선생, 전수조교 한상봉 선생)


낙죽장도는 대나무로 만든 칼집과 칼자루에 불에 달군 인두로 글을 새겨 장식한 칼입니다. 호신용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가진 생각이나 사상이 담긴 글을 새겨 넣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워낙 찾는 이 없고 잊혀져 가는 낙죽장도여서 도구를 만드는 것부터 힘들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무형문화재 심사를 한 전문가가 낙죽장도는 처음들어 본다고 퇴짜를 놓은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 하나의 기록을 찾아냈습니다. 낙죽장도 하나를 만드는데 약 한 달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12 배첩장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7호 배첩장 홍종진 선생)

사람이 직접 책을 매고 꾸미는 일로 흔히 북아트라 하는 장정(裝幀, 裝訂)은 제본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전통 장정은 두루마리 식의 '권자본', 병풍식의 '선풍장', 나비 날개 모양으로 책으로 엮은 '호접장'과 익숙한 전통 서책인 '선장본'이 있습니다. 배첩도 재료가 좋아야하는데 요새 시중의 종이는 100년도 채 못 돼 바스러지는데 우리 전통한지는 200~300년이 지나도 깨끗하고 잘 보관하면 1,000년도 유지된다고 합니다. 한지는 한 차례 펄프가 단 1퍼센트도 섞이지 않은 오직 닥나무로만 뜬 것을 주문해서 쓴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사진에 짧은 글이 실린 페이지가 몇 장되는데 괜찮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열심히 장인들을 취재하고 글들을 담아내고 난 후에 읽게 되는 고즈넉한 페이지라 더 그랬습니다. 장인들은 단순히 한가지만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한가지만이 아니라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것을 거치면서 완성해나가는 여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요.





너무도 눈에 익은 것들인데 최근에는 보기 힘들어진 것들도 있지요. 우리의 것이 소중하다는 것도 점차 그 수가 줄어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을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냈고 인정받은 그 분들의 치열함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과 내가 전수받는 사람은 아니지만 늘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점이 남습니다.













책 정보




공예 무형문화제 12인의 장인정신 이야기 -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펴낸 곳 (주)시드페이퍼


글 서진영


사진 서진영, 손문수, 이우, 허진영


감수 최종호(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

진행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 p. 23 이후 계속 연도 표기가 '1,967년, 2,008년'으로 되어있는데 최근 잘 쓰이지 않는 표기라 좀 거슬리더라구요. 맞춤법이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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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로버트 바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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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849년에 태어난 로버트 바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네 살 때 캐나다로 이민한 후 1976년엔 미국에서 생활하고 이후 영국에 정착해서 여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저널리스트로 필명으로 소설도 냈던 세계 최초 셜록 홈즈 시리즈를 패러디한 셜로키언으로 알려져있다고 합니다.





이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은 엘러리 퀸과 하워드 헤이크라프트가 뽑은 '미스터리의 초석 100선'에 포함됐으면 단편 '건망증 클럽'은 엘러리 퀸과 전문가 열한 명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 단편 열두 편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로버트 바는 19세기 말의 작가. 스코틀랜드, 캐나다, 미국, 영국에서 생활한 저널리스트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입니다. 게다가 이 책의 주인공 외젠 발몽은 프랑스인으로 총감까지 지내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그만 둘 수 밖에 없고 결국 영국으로 도망치듯 건너와 탐정 사무실을 엽니다.





영국 생활 10년이라는 글귀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프랑스인과 영국인의 차이점을 얘기하면서 영국인을 상당히 비꼬는 문체가 많습니다. 실제 저자가 프랑스인이었다면 이 책은 좀 문제 도서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사실 저자는 영국인이니 되려 위트가 넘치는 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통 탐정이라고 하면 돈을 중시한다던가, 사건을 중시하는 성향을 지니기 마련인데 경시 총감 출신의 외젠 발몽은 '범죄자 검거'를 중시합니다. 그가 직함만 잃었을 뿐 프랑스에서 하던 일과 동일한 일들을 영국에서 한다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생업이 달린 것이니 돈 문제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옵니다.




현대물에 비하면 좀 지루한 감도 있습니다. 어떤 정통 추리물의 패턴을 따라가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주구장창 떠들어대는 감각이 있거든요. 글 자체가 아주 많은 건 아닌데 이 '외젠 발몽'이라는 인물에 대해 느껴지는 감상이 좀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읽다보면 '너무 길어!' 싶을만큼 주구장창 글이 나열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됩니다. 처음 경시 총감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던 굴욕의 사건을 다룬 '500개의 다이아몬드에 얽힌 수수께끼'. 사실 진행 방식이 재밌었던데 비해 끝은 좀 허무한 편이었는데 이 '외젠 발몽'이라는 영국에서 탐정 노릇을 하는 프랑스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두 얼굴의 폭탄 테러범'은 정보를 얻기 위해 무정부주의자가 되는데 너무 연기를 잘한 나머지 신뢰를 받고야말아 중책을 맡고 만다는 재밌는 설정입니다. '은숟가락에 담긴 단서'는 강력한 범죄는 아니지만 백작들의 모습이 조금 보이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치젤리그 경의 사라진 재산'은 참으로 놀란 설정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걸 추리했지 싶은 면이 있는 편집증적인 사람을 추리해내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건망증 클럽'은 위조 지폐와 관련해 수사를 하다가 엉뚱한 사건을 잡아내는 이야기입니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들을 속이는 조금 기분 나쁜 사기 이야기입니다. '기형 발 유령'은 딱 영국의 저택에서 일어날 법한 미스터리적인 느낌의 수사물인데 결국 미스터리도 뭐도 아니었다는 그런 사건이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와이오밍 에드의 석방'은 정말 당시에는 맘만 먹으면 이런 사기를 충분히 칠 수 있겠구나 싶은 시대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네요. 전체적으로 그다지 시대감이 느껴지진 않는데 역시 이런 누군가의 얘기만으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정보 부족은 시대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레이디 알리시아의 에메랄드'에서 나오는 부자들이 워낙에 돈을 중시하는 사고를 가지고 있나 생각했는데 결말은 전혀 다른 사랑스러우면서도 조금 유치한, 외젠 발몽도 한 방 먹은 것 같은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두 편은 셜록 홈즈 시리즈를 패러디한 작품이 짧게 실려 있습니다.





사실 '위트있다.'는 표현은 사람마다 시대마다 조금씩 특성을 달리하는 것 같아서 이 작품을 아무 사람에게나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조금 정통파 추리물을 좋아하고 나이대가 조금 있는 사람들이 더 즐거이 읽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독특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별 하나 더 얹어 4개를 매겨봅니다.





 


 









책 정보




The Triumphs of Eugène Valmont by Robert Barr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지은이 로버트 바


발행처 (주)시공사


2010년 11월 15일 초판 1쇄 인쇄


2010년 11월 19일 초판 1쇄 발행


옮긴이 이은선


디자인 이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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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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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958년에 출간한 이 추리 소설은 확실히 최근 추리 소설의 경향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대감이 물씬 느껴지는 면은 전혀 없어서 읽는 내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전반적인 구성 자체가 조금 속도감이 없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살짝 지루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래도 결말이 궁금해서 읽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라일락장'이라는 곳을 일본 예술대학이 사들여 레크리에이션 숙소로 학생들에게 개방했습니다. 이 기숙사는 아라카와 강 상류, 사이타마 현과 나가노현 접경에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맑고 푸른 강이 흐르는 강 상류에 위치하여 있지만 우에노에서 두 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다보니 여름방학 동안에 이용하는 학생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이 곳에 미술학부와 음악학부 학생들 히다카 데쓰코, 유키타케 에이이치, 아마 릴리스, 마키 가즌도, 다치바나 아키오, 마쓰다이라 살로메, 아비코 히로시가 손님으로 오게됩니다. 그리고 살인이 시작됩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그렇다보니 애정으로 얽혀 있는 문제들이 처음부터 부각되는데 시대가 그래선지 한 커플이 약혼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리라장에 와서 한 커플이 약혼을 발표하면서 두 남녀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일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스페이드가 사라지더니 그것이 시체 옆에 한장씩 놓이게 되면서 시체는 점점 늘어갑니다. '정말 언제까지 시체가 계속 나오는거야?' 싶을 정도로 계속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경찰도 함께 하지만 해결이 전혀 안되는 상태가 지속됩니다. 이제 해결되지 않을까 싶을 때조차도 점점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듭니다.

 

현대 추리물들을 보면서는 제법 범인을 맞추는 편인데 이 소설에서는 전혀 찾아내질 못했네요. 마지막에 탐정이 잠시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합니다. 여태까지의 여정이 괜히 길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풀어냅니다. 사건 자체는 일주일 동안 일어난 상황인데 소설의 전체를 거의 차지하는 양이라고 볼 수 있으니 꽤 꼼꼼한 편이지요.

 

그런데 그런 탐정의 신속한 해결이 어이없다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범인의 트릭은 꽤나 꼼꼼했고 대단했음을 알게 되어서 읽는 동안 조금 늘어지는 감정을 회복할만한 인상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책 정보

 

RIRA-SO JIKEN(VILLA LILAC CASE) by Tetsuya Ayukawa (1958)

리라장 사건

지은이 아유카와 데쓰야

발행처 (주)시공사

2010년 10월 25일 초판 1쇄 발행

2010년 10월 31일 초판 1쇄 인쇄 

옮긴이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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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의 숲 살인사건 미스터리 야! 4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김주영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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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책은 '청춘, 덴데케데케데케'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아시하라 스나오의 두 번째 국내에 소개된 소설입니다. 일본에서 '미스터리 Ya'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이 된 작품입니다. 교보문고 소개로 보면 '이 시리즈는 '영 어덜트'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소설로, 일본의 유명 작가들이 모여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들을 제공한다.'라고 합니다.

 

표방하는 바가 그렇다보니 정통 추리물 같은 제목과는 달리 엉뚱하게 주인공은 17살 소녀입니다. 17살 소녀가 정통 추리물에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은 없으나 이야기의 1/3이 진행되어 가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사건은 도입부를 맞지 않는 기분입니다.

 

시리즈의 특성 답게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물이라고는 해도 그다지 무겁지 않게 그려지는 것은 주인공 자체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사건 자체의 묘사 보다는 다른 쪽의 이야기들이 치중된 감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도망갔다는 다소 불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평범하고 바르게 자란 주인공 구와야마 미라. 그녀가 18년 전의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장거리 달리기에 매력을 갖고 있는 이 소녀는 한 전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사건에 빠져들게 됩니다.

 

부잣집 딸에 너무도 아름답고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 기록까지 좋은 소녀 미야마 사기리. 그녀는 오직 주인공 미라와 친하고 싶어서 좋은 학교도 관두고 이 학교로 전학을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가문의 저주를 알게 됩니다.

 

100년간 원하는 것은 다 줄테니 이후엔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는 무언가와의 약속 때문에 집안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름 방학에 사기리의 별장에 모두 모여있게 되는데 드디어 사건이 시작됩니다. 연속 살인이 일어나고 대체 무슨 일인지 아무도 그 연관성을 찾지 못합니다. 결국 모두가 기대했듯 주인공 미라는 이 사건의 진상을 뒤늦게 파악하게 됩니다.

 

이 소설을 작가가 정통 미스터리로 쓰려고 했다면 사건부를 좀 더 길게 늘리고 자세한 묘사에 할애했으면 좀 더 괜찮은 미스터리가 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는데 뒤에 덧붙여진 작가의 후기를 보니 이 작품은 작가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지 않았나란 생각이 듭니다.

 

잘된 작품은 너무 잘된 나머지 기분 나쁜 여운이 강하다던가 그럴 수 있지만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어도 이런 산뜻한 소설이 더 손이 가는 법이라서 추천하기엔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정보

  

KAWASEMI NO MORI DE by Sunao Ashihara (2007)

물총새의 숲 살인사건

지은이 아시하라 스나오

도서출판 들녘

초판 1쇄 발행일 2009년 8월 24일

옮긴이 김주영 

 

* 오타 p. 104 정학하게 말하면 -> 정확하게

* p. 140~ 사기리의 아버지 덴이치로의 이야기에서 '덴이치로 씨'로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원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친구 아버지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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