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사키 토모카의 '그 거리의 현재는', '오늘의 사건사고'를 참 재밌게 봤기 때문에 이 책도 기대를 했는데 너무 기대한 탓인지 그다지 특별함은 모르겠더라구요. 그런 기대감을 빼고 담백한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하니 이야기가 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오사카 출신이라 먼저 읽은 두 편은 그쪽 중심이었는데 이번에는 도쿄입니다. 원작의 기본 설정 자체는 오사카 출신들이 등장해서 간사이 사투리를 쓴다고 하더라구요. 주인공 유마는 일반 회사원인데 이번에 도쿄로 휴가를 내서 오게 됩니다. 대학때 사진부 동아리를 했었는데 그 때 알았던 친구와 회사 때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실은 사진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조용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요일별로 나누어져있습니다. 사건의 흐름이나 발생보다는 캐릭터의 감정 표현을 더 중시하는 시바사키 토모카 답게 이번 작품도 그렇습니다. 좀 지나칠 정도로 유마의 감각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유마는 고등학교 친구 나루미를 좋아하는데 이 감정도 일반적인 느낌과 좀 다릅니다. 자신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어떻게 납득해야할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루미를 한번 만나볼까 라고 생각해서 만나러 가는데 기묘한 여자 아이인 나기코를 만납니다. 나루미의 스토커같은 아이인데 가끔 나루미 집에 와서 묵고 간다고 합니다. 게다가 나루미는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그렇다는 이상한 설정입니다.
좀 제멋대로인 나기코는 유마를 좋아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다 읽고나서 유마와 나루미 그리고 나기코에 대해서 스스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유마와 나루미는 좋아한다는 감각을 좀 뛰어넘은 사이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관계가 친구나 애인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별로 상관이 없다고 유마와 나루미는 스스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보지 않아도 상대를 한 인간으로써 인정하고 좋아한다고 설명해야할까요. 이런 느낌을 이해할 것 같긴 한데 각자에게는 그다지 좋은 감각은 아니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온다 리쿠의 '흑과 다의 환상'에서 리에코와 마키오의 관계 같달까요. 둘은 애정의 과거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좀 다르겠지만요.
나기코에게 동경의 대상인 나루미는 유마와 만나서 좀 더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싫어질 것도 같고 그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한 이중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나서 보니 둘은 전혀 좁혀지지도 않고 정체된 것같은 모습에서 안도하기도 실망하기도 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이 나루미에 대한 감정이 조금 정리되기도 하면서 유마와의 관계를 통해 나기코가 좀 더 인간적인 감각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정확히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래서 제목이 고등학교 때(혹은 그 이후에) 나루미가 유마와 다시 만나기를 고대했던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고, 지금 이들에게 아무 일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음을 기대하는 중의적인 느낌도 갖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나루미가 이대로 여자친구와 결혼을 한다면 상대에게 이 유마란 존재가 그리 유쾌하진 않을 것 같은데 혹시라도 유마와 나루미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서로를 바라 본다면 좀 다른 미래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혹자는 이 소설을 연애 소설의 범주에 넣을지도 모르고, 혹자는 이 소설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어느 쪽도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인공 유마조차도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작가도 어떤 결론조차 내려주지 않았으니까요.
그야말로 시바사키 토모카 다운 소설인 것 같기는 한데 앞의 두 소설 쪽이 좀 더 개운했기 때문에 별은 세 개만 매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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