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개
미치오 슈스케 지음, 황미숙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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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솔로몬이 반지를 끼고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대목에서 포착해서 그 반지를 만들고자하는 학자들의 이야기와 개의 행동패턴을 통해 사건의 배후자를 찾아내는 이야기입니다. 반지를 발명해내는 것이 주된 이야기의 흐름은 아니고 그만큼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개'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는 바람을 나타내는 제목입니다.

 

주인공 아키우치는 대학생입니다. 부잣집 아들에 항상 쿨한데다가 의욕이 없어보이는, 어쩔 때는 무서운 쿄야, 그를 좋아해서 사귀게된 귀여운 히로코, 그리고 히로코의 친구이자 아키우치가 첫눈에 반한 치카. 이렇게 네 사람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아키우치는 항상 고백을 하지 못한 채 변화없는 상황이 되어 맴돕니다. 그리고 미생물학을 가르치는 조교수 시이자키 쿄코와 그녀의 아들 요스케, 애완견 오비도 등장합니다. 

 

똑똑한 요스케와 충실한 오비인데 오비는 이상하게 갑자기 차도에 뛰어들어 요스케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그 때 아키우치가 사건 현장 주변을 봤었기 때문에 친구들의 행동에 대해서 이상하게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동물생태학을 담당하고 있는 조교수 마미야 미치오 선생님에게 가서 정황을 이야기하고 개의 행동에 대해서 물어보게 됩니다.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되어 있지 않고 아키우치가 친구들을 만나서 진상을 물어보는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회상하는 장면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누가 범인일지 진상은 무엇일지 추측하게 하지만 아키우치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명탐정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오류를 독자들도 범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친구들 각자의 거짓말이 각각의 사람들을 의심하게 만들고 함정에 빠지는 상황이 되지만 사실 미치오 슈스케 소설을 읽어온 사람들이라면 결말은 대충 윤곽을 잡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패턴이랄까 캐릭터 설정과는 좀 다른 작가의 취향 덕분에 대충 이런 반전을 쓰지 않을까 싶어서 결말이 좀 시시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써냈다는 점, 각각의 캐릭터들에겐 그렇게 나쁜 결말은 아니라는 점에서 기분 좋은 뒷맛으로 느껴졌습니다.  

 

 

  

 


책 정보

 

SOLOMON NO INU by Michio Shusuke (2007) 

솔로몬의 개 

지은이 미치오 슈스케 

펴낸곳 해문출판사 

2010년 11월 20일 초판 발행 

옮긴이 황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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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호텔
김희진 지음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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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2인용 식탁에서 한 여자가 홀로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기묘하게도 그 의자에는 고양이들이 가득 앉아 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불청객이 방문합니다. 그녀는 '고요다'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문학상 수상하며 3억원의 상금까지 받았지만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심지어 다시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한 독특한 작가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인터뷰를 따기 위해서 달려온 강인한 기자와의 이상한 관계가 시작됩니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를 밀어내고 그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정보를 얻으려고 합니다. 그로인해 그녀는 회상을 하게되고 그는 그녀의 모습을 완성해갑니다. 한편 이 동네에서는 이상한 실종 사건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데 이 사건이 그녀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란 추측을 하게 합니다.




그녀는 홀로 성같은 저택에서 외부와의 단절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도 원래는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어했지만 자신과 관계되는 사람들은 고양이로 변해버려서 그녀는 점점 갇혀 살아가게 됩니다. 이 소설이 정말 그런 판타지적인 장르에 속하는 것인지 혹은 기자의 이야기처럼 그녀가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인건지 정확하게 선을 긋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이 집을 위해 없애버린 고양이 수가 채워질 때쯤이면 이 저주의 사슬도 끊기는 것은 아닐까란 상상도 해보게 되고 강인한 기자의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그는 고양이가 되지 않았으니 이 둘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을까란 기대도 하게 되었습니다.




자전적 소설처럼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결국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소설로 써냈다는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그녀는 자신의 소설을 쓰고자 결심을 합니다. 그래서 다시 이 소설의 처음부터 써내려간 '뫼비우스의 띠'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곳의 이야기는 결말이 나지 않고 영원히 그곳에서 머무는 상황이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방식이 무겁게 짙은 고독을 낳는 것 같진 않습니다.




너무도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온 한 여자와 너무도 평범한 삶을 살아온 한 남자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또 다른 모습이 될 그런 그 후 이야기를 상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책 정보




고양이 호텔


지은이 김희진


펴낸곳 (주)민음사


1판 1쇄 찍음 2010년 10월 1일


1판 1쇄 펴냄 2010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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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미도리의 책장 5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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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 중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은 고분샤 계간 미스터리 전문지 『잘로』2000년 가을호(창간호)에서 2001년 가을호까지 5회에 걸쳐 게재된 연작입니다(p. 287). 그리고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을 새로 추가해 이 책의 모체가 카파노블스에서 2002년 1월에 간행되었다고 합니다(p. 288).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가 함께 있는 방식인데 교차로 배치를 해두는 바람에 처음에 아무 생각없이 읽다보면 이상해서 뒤적이게 됩니다. 우선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은 다이도지가 경찰 생활을 끝내게 되는 사건을 다루게 됩니다.





피해자는 32세의 후지노 유키. 자유기고가이며 맞아 죽은듯하지만 즉사하지 못하고 옮겨온 흔적이 있는 사건입니다. 이쪽은 '사건 수첩'에 비해서 상당히 짧은 편입니다. 그러나 배치를 독특하게 해두다 보니 이 두 가지 이야기가 교묘하게 연결되어 나름의 추리나 복선이랄까 실마리를 갖게 해서 상당한 재미를 주게 됩니다.





죽여도 안 고쳐져


그리고 이야기는 바뀌어서 다이도지가 경찰을 그만 두고 난 후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경찰이 하기 싫은 듯한 그는 논픽션으로 책을 써서 먹고 삽니다. 바로 경찰 생활을 하면서 겪은 바보 같기 짝이 없는 범죄자들의 에피소드를 모은 책입니다. 그것으로 강연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오늘 아침에도 밀실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것에 실소했었는데 바로 그 가해자가 다이도지를 협박하여 사건을 풀어내라고 나타납니다. 그러나 마지막 다이도지의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의 것이었습니다. 죄가 도미노 현상처럼 얼마나 큰 영향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했는지 그 파급효과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원숭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원숭이를 닮아 원숭이 조지라고 불리우는 하나마키 조지. 그는 소매치기인데 너무 쉽게 잡히는 바람에 다이도지의 저서에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불만을 토하면서 자신의 딸이 행방불명이라고 피곤해야하는 다이도지를 못살게 하며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시체로 발견되고 다이도지는 그의 딸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그의 캐릭터와 다르게 사건 자체는 좀 무겁달까 어이없는 면이 있는 사람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죽여도 안 죽어


첫 논픽션 도서인 '죽어도 안 고쳐져'를 이어 '죽여도 안 죽어'인 두 번째 도서도 출간하게 됩니다. 그렇게 작가 반열에 들어선 다이도지에게 한 편지가 도착합니다. 추리 작가 지망생이 '완전 범죄'라는 제목으로 사이 나쁜 부부의 파멸을 그리고자 하지만 누가봐도 소설이 아닌 실화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진상을 대충 파악을 하긴 했었는데 다이도지의 대응이 멋있었습니다.




추락과 붕괴


활화산인 고카 악에 있는 이소베 다카히토 선생님 댁에 다이도지는 가는 중입니다. 그가 쓰려던 사건을 이어받아 쓰기로 어느새 되어 있어서 무서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꾸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찌나 이렇게 일진 나쁜 날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위화감이 느껴지는 자료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다이도지는 습격을 받게 되고 그 위화감의 정체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도둑의 엉뚱한 원한


하자키 마을에서 강연을 초대받아 도착하게 됩니다. 그를 모시러 온 2인조는 상당히 이상했는데 역시 약을 타서 그를 함정에 빠뜨립니다. 그리고 도와달라는 협박을 가하게 됩니다. 여태까지 단편들에게 충분히 겪어왔듯이 다이도지는 역시 이번 사건의 진상도 제대로 파악을 하고 도와주지만 역시 그는 전 경찰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듯 결말은 바르게 납니다. 





이상이 이 책의 대충의 줄거리인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와 닮았지만 반대적인 거울 현상을 갖는 시리즈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무라 아키라가 불운에 강하고 사건을 몰고 다니듯 다이도지 또한 그렇습니다. 물론 추리물에서 사건이 진행되려면 그럴 수 밖에 없지만 패턴이 비슷한 편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좀 암울한 분위기가 녹아있습니다. 하무라 아키라는 이상한 언니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으로 나오고 다이도지는 아내가 일찍 죽었습니다. '하자키 마을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밝은 면을 지니고 있다면 이 두 시리즈는 상당히 어둡습니다. 세 시리즈 모두가 가벼운 사건들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좀 본격적인 사건이 나오긴 하지만 '하자키 마을 시리즈'는 어딘가 '그런 일도 있긴 했었지...'라는 느긋한 면이 있는 반면 이 두 시리즈는 꽤나 불쾌할만큼 추악한 인간들이 등장합니다.




두 사람 모두 정말 추리를 잘 하지만 시니컬한 면이 있습니다. 자신을 자랑하는 명탐정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건을 꺼리는 것도 아닌, 담담히 자신의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면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인지 하무라 아키라는 상당히 어처구니 없이 당하곤 하는데 경찰 출신의 다이도지는 믿음직스럽고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조차 하지 않는 강인한 면도 지니고 있습니다.




좀 밝은 '코지 미스터리'를 원하셨던 분들에게는 살짝 어둡고 무거울 수도 있겠지만 꽤 잘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밌게 봤습니다. 하자키 마을도 등장하고 소설가 쓰노다 고다이도 나옵니다. 그리고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스크램블'의 편집자 히코사카 나쓰미도 등장합니다.








 








책 정보




SHINDEMO NAORANAI by Nanami Wakatake (2002)


옴니버스 미스터리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수첩


지은이 와카타케 나나미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임프린트 시작


1판 1쇄 발행 2009년 1월 23일

옮긴이 권영주


 







   p. 285


   뭔가가 끝나면 뭔가가 시작된다. 끝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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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시대
장윈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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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중국, 1980년대의 시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망허'라는 이름을 가진 시인은 그리 유명하진 않지만 대학 강사 자리도 박차고 나올만큼 그 갑갑함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와 유랑하는 시인의 강한 영혼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전국을 돌며 살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망허를 만난 두 여자를 소개합니다.




한 여자는 '천샹'이라는 대학생입니다. 시인과의 좌담회를 통해 만나게된 망허와 하루 밤의 정을 통하고 임신을 하게 됩니다. 시인은 기약없이, 그 존재조차 모른채 영영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선배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여자는 예러우. 대학원생으로 대규모 인구이동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해 현지 답사 중에 망허를 만나게 됩니다. 그들도 하루 밤의 정을 통하지만 그녀는 망허를 둔 채 급히 도망을 칩니다.




이야기는 주로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진행되지만 천샹의 부분에서는 천샹에게 촛점이 맞춰져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편이고 예러우와의 만남에서는 망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런데 예러우의 이야기 속에서 망허는 전혀 '천샹'이라는 여자를 언급조차하지 않는, 예러우만을 원하는 순정남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야기의 이 트릭은 표지 뒷면에 소개된 면을 통해서 대충 파악을 할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추리 소설은 아니기 때문에 실망하거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장윈이라는 소설가는 참으로 아름다운 문장으로 순간적인 풍경과 마음을 표현해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지 않을만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한 사람 한 사람의 심정을 더욱 슬프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 소설이 '시인'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더욱 더 빛나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여자는 처절하게도 다른 인생을 살아갑니다. 시인을 너무 갈망했고 그 인연이 축복이라 감격했던 한 여인은 그 바람 덕분에 처절하게 버림받습니다. 그리고 한 여인은 너무도 그것을 무서워했기 때문에 피하지만 결국 함께하는 방향으로 인생은 흘러가게 됩니다. 그토록 원했던 자에게서는 빼았아 갔고 다른 한 사람은 가졌지만 그로인해 자신을 버려야만 했습니다.




공통점이라면 너무나 행복했던 한 때는 분명 두 여인 각자에게도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요. 유랑의, 시인의 시대가 끝이나고 21세기의 망허는 자신의 이름을 버립니다. 그리고 너무도 비약적인 인생과 만남을 갖지만 어쩌면 그런 것이 되려 현실적일지 모르겠습니다.




시를, 시인을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망허는 너무도 시를, 시인을 사랑하는 한 여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이 그 시를 만들어냈던 사람이지만 그는 자신이 시인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와 시인에게 유린 당한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제는 그 시만은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비로소 이제 그 시는 되려 망허가 아닌 바로 자신의 시가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너무도 철저히 고통스럽고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한 덕분에 별 4개만 매길까 고민을 했었는데 책을 끝내는 마지막 문장을 통해서 이 소설의 결말이 어찌나 훌륭한지 새삼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자들은 서로가 아닌 각자의 행복함을 찾을 것 같습니다.


 




 








책 정보




行走的年代 by Jiang Yun(蔣韻, 2010)

길 위의 시대

지은이 장윈

펴낸곳 자음과모음

초판 1쇄 인쇄일 2010년 12월 1일


초판 1쇄 발행일 2010년 12월 8일


옮긴이 허유영


 




* 오타 p. 147 각주의 '산시'가 두 번 쓰였습니다.










   p. 40


   해가 비스듬히 기울고 저녁놀이 나타났다. 괄게 달아오른 노을 한 자락이 절벽 위로 길게 걸쳐져 푸석한 황토를 핏빛으로 적셨다. 한없는 정적, 농밀한 고요함이 작은 산촌을 뒤덮고 깊은 골짜기 속으로 내려앉았다. 밥 짓는 연기가 망자의 혼백처럼 한 가닥씩 하늘로 피어올랐다. 순간 망허는 신을 만난 듯한 착각을 했다.


 





   p. 64


   눈사태라도 난 것처럼 무너지는 감정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것은 전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자신은 그걸 붙잡을 수 없다는 서러움이 그녀를 무너뜨렸다.


 





   p. 106


   그 여행객이 살던 시대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번화한 도시든, 한갓진 시골 마을이든, 변두리 외딴 마을이든, 어디를 가든 멀리서 온 나그네 시인이 시를 매개로 생면부지의 또 다른 시인과 조우한다는 건 언제나 반갑고 기쁜 일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 시대의 낭만이요, 고결함이요, 순수함이었다. 그때 시인들은 대부분 방랑객이었다.


 





   p. 180


   고개를 들어보니 빽빽한 별무리가 온 하늘 가득 들어차 있었다. 하늘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금시라도 와그르르 쏟아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숨 막히게 농밀하고 고요한 별빛이 땅 위의 모든 것을 압도했다.


 





   p. 271~2


   "그러시군요. 저도 예전엔 시를 좋아했었죠."

   "그런데 전 시인이었지만, 한 번도 시를 사랑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사실 시는 참 잔인한 거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그가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게 물으시는 건가요?"

   "네."

   그녀가 또 고요하게 웃었다.

   "원래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잔인하죠."








   p. 275


   그를 태운 차가 미끄러지듯 학교를 빠져나갔다. 그 순수했던 청춘을 황토 먼지 자욱한 산촌에 남겨두고. 천샹에게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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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3 - 고양이는 고타쓰에서 웅크린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3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서평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완전한 타인의 관점이 빠져서 그런지 조금 색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각 추리용 소재들은 독특해서 반대로 새롭기도 했습니다. 추리용 소재들은 그렇긴 했는데 네 편의 이야기에서 마사미 이야기가 나와서 덜 색다르다는 감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궁금증을 유발하여 흥미가 생기는 것은 여전합니다.

 

위험한 사건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결말, 살인 사건이지만 멋지게 사스케와 콤비를 이뤄 풀어내는 쇼타로의 모습, 동네 초등학생과 관련한 사건을 해결해서 의외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준 사쿠라가와 히토미, 그리고 전편에서 잠시 등장했던 쇼타로의  첫사랑인 토마시나가 출연합니다. 그 고양이와 주인 이야기, 주인의 사랑이야기, 사건 해결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쇼타로와 버섯 숲의 모험

사쿠라가와를 좋아하고 담당 편집자였던 이토야마. 그가 부서 이동으로 '월간 자연과 사람'에 가는 바람에 사쿠라가와는 난감합니다. 그의 애정 덕분에 어중간한 작가의 위치에도 불구하고 원고 청탁을 그럭저럭 도움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토야마가 '고양이와 버섯'이란 테마로 단편 소설을 부탁해서 센겐지 아저씨와 다카시마초에 있는 자연공원에 찾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뒤늦게 도착한 소설가 기사라기 무쓰키의 손에서 피냄새를 맡게 됩니다. 쇼타로와 사스케는 진상을 파헤치려합니다.

 

토마시나와 푸른 달

쇼타로의 첫사랑 토마시나는 라일락 포인트라는 샴고양이 입니다. 값도 비싸고 혈통도 있어서 정기적으로 맞선을 보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토마시나는 이런 일이 싫고 그저 거세한 수고양이 곤타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쇼타로도 그리워합니다. 그러나 지금 주인인 편집자 마사미가 실제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맞선은 정기적으로 계속되고 실패합니다. 그 상대 고양이의 주인인 이토씨는 기묘한 일을 이야기 합니다. 자신의 책상에 핑크 마블 카네이션 꽃송이가 한장씩 놓여서 매일 늘어간다고 합니다. 곤타의 추리로 토마시나는 그 진상을 알게 됩니다.

 

쇼타로와 비밀의 화원 살인
토마시나의 주인인 야마가타 마사미는 사쿠라가와에게 꽃에 관한 원고를 청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원고를 쓰기 위해 센겐지 아저씨 일행과 함께 '마고이치화단 제일원예원'에 방문합니다. 그곳은 독초를 전문으로 재배하는데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번엔 센겐지 아저씨의 지식 덕분에 사건이 해결됩니다.
 

폴로 미 (follow me)

이번에도 마사미의 이야기입니다. 전편에서 사이 좋았던 에리에게 결별을 통보 받습니다. 남자를 좋아하냐는 오해를 받지를 않나, '당신의 뒤를 언제까지고 따라가겠어요.'라는 기분 나쁜 메일을 받지 않나 누군가 뒤를 밟는 일을 경험하지 않나 기분 나쁜 일 투성이입니다. 사건들은 결국 해결되고 에리에 관한 마음을 정리하지 않을 것 같은 결말을 맞습니다.

 

쇼타로와 늦여름의 스파이 대작전

이번에도 동네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글이 막혀서 더운 날에 쇼타로와 함께 산책을 나온 사쿠라가와. 이번에는 동네 주택에 살고 있는 사카이 씨 집 고양이 긴타와 동행합니다. 그러다가 그 집 아들 유이치로의 뱃지를 연속적으로 발견하게 되는데 사건의 냄새를 맡게 됩니다. 그리고 등교 거부를 하는 유이치로와의 대화 속에서 사쿠라가와의 또 다른 일면을 본 것 같습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핑크

이번에는 마사미와 에리의 이야기입니다. 르포라이터가 맡은 사건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수수께끼를 풀게되는 내용입니다. 한 여자가 결혼할 남자에게 돈을 빌려주지만 돌려받지 못하고 결혼도 사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남자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인데 약혼 반지가 발견되지 않아서 살인을 의심하게 됩니다. 진상은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였습니다. 때론 범죄는 정말 가벼운 것으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양이는 고타쓰에서 웅크린다 

새해에 고타쓰를 상품으로 받아오게 됩니다. 쇼타로는 한껏 즐기게 되고 원고를 받으러온 마사미와 함께 대화를 하게 됩니다. 아주 짧은 수수께끼가 있는 짧은 단편이었지만 정초에 보게되서인지 계절감도 맞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책 정보

 

NEKO TANTEI SHOTARO NO BOKEN 3 : NEKO WA KATATSU DE MARUKU NARU by Yoshiki Shibata (2004)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3 - 고양이는 고타쓰에서 웅크린다

지은이 시바타 요시키 

일러스트 마에다 마리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임프린트 시작 

1판 1쇄 발행 2010년 7월 2일

옮긴이 권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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