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 중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은 고분샤 계간 미스터리 전문지 『잘로』2000년 가을호(창간호)에서 2001년 가을호까지 5회에 걸쳐 게재된 연작입니다(p. 287). 그리고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을 새로 추가해 이 책의 모체가 카파노블스에서 2002년 1월에 간행되었다고 합니다(p. 288).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가 함께 있는 방식인데 교차로 배치를 해두는 바람에 처음에 아무 생각없이 읽다보면 이상해서 뒤적이게 됩니다. 우선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은 다이도지가 경찰 생활을 끝내게 되는 사건을 다루게 됩니다.
피해자는 32세의 후지노 유키. 자유기고가이며 맞아 죽은듯하지만 즉사하지 못하고 옮겨온 흔적이 있는 사건입니다. 이쪽은 '사건 수첩'에 비해서 상당히 짧은 편입니다. 그러나 배치를 독특하게 해두다 보니 이 두 가지 이야기가 교묘하게 연결되어 나름의 추리나 복선이랄까 실마리를 갖게 해서 상당한 재미를 주게 됩니다.
죽여도 안 고쳐져
그리고 이야기는 바뀌어서 다이도지가 경찰을 그만 두고 난 후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경찰이 하기 싫은 듯한 그는 논픽션으로 책을 써서 먹고 삽니다. 바로 경찰 생활을 하면서 겪은 바보 같기 짝이 없는 범죄자들의 에피소드를 모은 책입니다. 그것으로 강연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오늘 아침에도 밀실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것에 실소했었는데 바로 그 가해자가 다이도지를 협박하여 사건을 풀어내라고 나타납니다. 그러나 마지막 다이도지의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의 것이었습니다. 죄가 도미노 현상처럼 얼마나 큰 영향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했는지 그 파급효과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원숭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원숭이를 닮아 원숭이 조지라고 불리우는 하나마키 조지. 그는 소매치기인데 너무 쉽게 잡히는 바람에 다이도지의 저서에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불만을 토하면서 자신의 딸이 행방불명이라고 피곤해야하는 다이도지를 못살게 하며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시체로 발견되고 다이도지는 그의 딸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그의 캐릭터와 다르게 사건 자체는 좀 무겁달까 어이없는 면이 있는 사람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죽여도 안 죽어
첫 논픽션 도서인 '죽어도 안 고쳐져'를 이어 '죽여도 안 죽어'인 두 번째 도서도 출간하게 됩니다. 그렇게 작가 반열에 들어선 다이도지에게 한 편지가 도착합니다. 추리 작가 지망생이 '완전 범죄'라는 제목으로 사이 나쁜 부부의 파멸을 그리고자 하지만 누가봐도 소설이 아닌 실화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진상을 대충 파악을 하긴 했었는데 다이도지의 대응이 멋있었습니다.
추락과 붕괴
활화산인 고카 악에 있는 이소베 다카히토 선생님 댁에 다이도지는 가는 중입니다. 그가 쓰려던 사건을 이어받아 쓰기로 어느새 되어 있어서 무서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꾸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찌나 이렇게 일진 나쁜 날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위화감이 느껴지는 자료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다이도지는 습격을 받게 되고 그 위화감의 정체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도둑의 엉뚱한 원한
하자키 마을에서 강연을 초대받아 도착하게 됩니다. 그를 모시러 온 2인조는 상당히 이상했는데 역시 약을 타서 그를 함정에 빠뜨립니다. 그리고 도와달라는 협박을 가하게 됩니다. 여태까지 단편들에게 충분히 겪어왔듯이 다이도지는 역시 이번 사건의 진상도 제대로 파악을 하고 도와주지만 역시 그는 전 경찰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듯 결말은 바르게 납니다.
이상이 이 책의 대충의 줄거리인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와 닮았지만 반대적인 거울 현상을 갖는 시리즈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무라 아키라가 불운에 강하고 사건을 몰고 다니듯 다이도지 또한 그렇습니다. 물론 추리물에서 사건이 진행되려면 그럴 수 밖에 없지만 패턴이 비슷한 편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좀 암울한 분위기가 녹아있습니다. 하무라 아키라는 이상한 언니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으로 나오고 다이도지는 아내가 일찍 죽었습니다. '하자키 마을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밝은 면을 지니고 있다면 이 두 시리즈는 상당히 어둡습니다. 세 시리즈 모두가 가벼운 사건들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좀 본격적인 사건이 나오긴 하지만 '하자키 마을 시리즈'는 어딘가 '그런 일도 있긴 했었지...'라는 느긋한 면이 있는 반면 이 두 시리즈는 꽤나 불쾌할만큼 추악한 인간들이 등장합니다.
두 사람 모두 정말 추리를 잘 하지만 시니컬한 면이 있습니다. 자신을 자랑하는 명탐정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건을 꺼리는 것도 아닌, 담담히 자신의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면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인지 하무라 아키라는 상당히 어처구니 없이 당하곤 하는데 경찰 출신의 다이도지는 믿음직스럽고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조차 하지 않는 강인한 면도 지니고 있습니다.
좀 밝은 '코지 미스터리'를 원하셨던 분들에게는 살짝 어둡고 무거울 수도 있겠지만 꽤 잘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밌게 봤습니다. 하자키 마을도 등장하고 소설가 쓰노다 고다이도 나옵니다. 그리고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스크램블'의 편집자 히코사카 나쓰미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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