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走的年代 by Jiang Yun(蔣韻, 2010)
길 위의 시대
지은이 장윈
펴낸곳 자음과모음
초판 1쇄 인쇄일 2010년 12월 1일
초판 1쇄 발행일 2010년 12월 8일
옮긴이 허유영
* 오타 p. 147 각주의 '산시'가 두 번 쓰였습니다.
p. 40
해가 비스듬히 기울고 저녁놀이 나타났다. 괄게 달아오른 노을 한 자락이 절벽 위로 길게 걸쳐져 푸석한 황토를 핏빛으로 적셨다. 한없는 정적, 농밀한 고요함이 작은 산촌을 뒤덮고 깊은 골짜기 속으로 내려앉았다. 밥 짓는 연기가 망자의 혼백처럼 한 가닥씩 하늘로 피어올랐다. 순간 망허는 신을 만난 듯한 착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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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64
눈사태라도 난 것처럼 무너지는 감정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것은 전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자신은 그걸 붙잡을 수 없다는 서러움이 그녀를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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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06
그 여행객이 살던 시대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번화한 도시든, 한갓진 시골 마을이든, 변두리 외딴 마을이든, 어디를 가든 멀리서 온 나그네 시인이 시를 매개로 생면부지의 또 다른 시인과 조우한다는 건 언제나 반갑고 기쁜 일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 시대의 낭만이요, 고결함이요, 순수함이었다. 그때 시인들은 대부분 방랑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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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80
고개를 들어보니 빽빽한 별무리가 온 하늘 가득 들어차 있었다. 하늘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금시라도 와그르르 쏟아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숨 막히게 농밀하고 고요한 별빛이 땅 위의 모든 것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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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71~2
"그러시군요. 저도 예전엔 시를 좋아했었죠."
"그런데 전 시인이었지만, 한 번도 시를 사랑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사실 시는 참 잔인한 거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그가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게 물으시는 건가요?"
"네."
그녀가 또 고요하게 웃었다.
"원래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잔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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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75
그를 태운 차가 미끄러지듯 학교를 빠져나갔다. 그 순수했던 청춘을 황토 먼지 자욱한 산촌에 남겨두고. 천샹에게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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