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서평

 

아오야마 1번가와 덴겐지, 롯폰기와 시부야를 잇는 전철의 환승지였던 가스미초의 교차점은 니시아자부로 이름을 바꾸었다. (p. 264)

 

지금은 일본에 대해서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번화가 롯폰기와 시부야. 그곳이 유흥가가 되기 전에 도쿄 토박이들이 대대로 가업을 이어 살아왔던 가스미초라는 곳의 이야기입니다. 안개마을이란 뜻의 가스미초. 1970년대의 그곳의 이야기를 주인공의 회상을 통해 이야기됩니다. 총 여덟 편의 연작 단편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사진관집 손자입니다. 어용 사진사로 고관대작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던 할아버지와 제자이자 데릴사위이지만 자유롭게 풍경 사진을 찍으며 온천을 떠돌아다니는 아버지, 그리고 가부키에 파묻혀 사는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방탕하게 사는 주인공의 첫 이야기는 설명답게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하루코와의 이야기입니다. 시대감이 물씬 풍기는 설명들로 굉장히 사실적이란 생각이 드는 설명이 종종 등장합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가 있고 그 터전을 삼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대를 이어 사진사를 하는 이야기와 외국인 선생님과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게이샤였던 아름다운 할머니와의 추억이야기. 아름답지만 슬픈 추억이 공존하는 사랑 이야기, 그리고 할머니의 과거를 알게 되는 이야기, 낯선 해안에서 만난 멋있는 남자와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졸업 사진을 찍어준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주인공은 형편없이 방탕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학원물이 아니라 도쿄 토박이들의 가족사가 등장하고 그 거리의 이야기도 함께 합니다. 아마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좀 더 이 이야기가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맛깔나고 아름답게 사람들의 정에 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아사다 지로 답게 이 소설 또한 추억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꼭꼭 채워뒀습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만났던 그 때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내 과거 속에 가족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책 정보

 

Kasumichou Monogatari by Jiro Asada (1998) 

가스미초 이야기

지은이 아사다 지로 

펴낸곳 도서출판 바움 

초판 1쇄 2009년 9월 15일

옮긴이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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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 우리를 닮은 그녀의 이야기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서평

 

인생이란 어쩌면 사랑과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에서 방송된 김성원 작가의 글과 밤삼킨별(김효정)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에세이집입니다. '그녀가 말했다'란 코너 속에서 이야기 된 수 많은 그녀들의 이야기. 버림받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는, 그렇지만 아픔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수 많은 그녀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한국 드라마는 무조껀 사랑 이야기로 귀결된다. 

한국 드라마는 어떤 전문적 드라마를 진행시켜도 결국은 죄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만다고 하지요. 이 책을 읽다보면 역시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생각해보면 사실 사랑을 빼고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되려 흔치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처럼 사랑할 날을 기다리고 아름답게 사랑을 하고 그리고 이별을 하게 되는. 그러나 이야기는 이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에게 또 다른 사랑스러운 삶에 도달할 것이라는 희망의 격려를 보내주고 싶어지지요.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랑.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커플도 헤어지기도 하고 설령 결혼을 한다 해도 평생을 잉꼬부부로 사는 경우는 흔치 않겠지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은 사랑하기를 기다리고 바랍니다. 혼자로 행복한 것보다 둘로써 행복한 것이 더 커서일까요. 그렇지만 언제나 행복감이 충만한 사랑을 하고 있는 시기일 수만은 없기 때문에 행복한 사랑이야기는 어쩌면 더 적은지 모르고, 또 그렇기에 더욱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랑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행복감에 젖어있는 사랑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 이야기만 계속되서 사랑에 관한 책이려나, 하고 생각해볼 때쯤 다른 이야기들도 종종 나옵니다. 누군가의 살아가는 이야기. 또 다른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들을 쭉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단지 행복감이 최고조로 충만하게 차올라 있는 그 순간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억이 내가 되고 그런 내가 또 하루를 살아간다.

이해할 수 없는 선택 덕분에 다른 사람을 만나도 결국 되돌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랑도 있고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보다 더 사랑해주지 않아도 내가 사랑하니까 져줄 수 있는 사랑도 있습니다. 잊지 못할 줄 알았는데, 영원히 힘들 줄 알았는데 무덤덤해지는 추억도 있습니다. 그런 추억이 쌓인 나와 니가 만나 인생은 또 지속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 이야기지만 사랑에 관해서만 생각하게 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들은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랑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이지만 - 전부가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 읽고 나면 단순히 '사랑'에 관해서만이 아니라 인생에 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 관계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여러 이야기들 덕분에 그렇겠지요.

 

 

 

 


책 정보

 

우리를 닮은 그녀의 이야기

그녀가 말했다

지은이 김성원

사진 밤삼킨별(김효정)

펴낸곳 인디고

초판 1쇄 인쇄 2011년 1월 10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1월 25일

 

 

* 이 책에 페이지수가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에게 기대는 건,

   앞으로 크고 작은 상처를 받게 될 거라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배운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오직 믿을 건 사람뿐이라는 걸"





 




   별똥별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있을 것,

   완전한 형태를 갖지 못한 소원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기회는 별똥별처럼 나타나 안개처럼 사라지니까.





 




   스펀지에 물 담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진짜로 잊은 걸까.

   ...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은  계속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닐까.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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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벤트] 1727차 -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서평단 모집 | ▥ 서평이벤트


  2011.02.28 16:31



remonade0719
카페스탭


http://cafe.naver.com/readbook/1157796
 



안녕하세요~!  북카페 가족 여러분 

 

 

2월도 오늘로써 끝이나고 학생분들은

개강과 개학도 눈 앞에 다가왔네요.

이번주 꽃샘추위 잘 나셨다가

만개한 3월 봄의 시작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서평 이벤트 도서는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요!



 

오늘 서평이벤트는 북카페 회원님들이 사랑하시는 추리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일본 신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잘 알려진 시마다 소지의 형사 요시키 시리즈의 사회파 추리소설의 하나로 실화를 소재로 한 숨막히는 전개속에 사회적 문제의식과의 절묘한 흐름이 주목을 받은 작품입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초현실적인 현상에 대해 완벽한 논리로 미궁속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일품이라고 하니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네요.

 

그럼,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이벤트 기간 2월 28일 ~ 3월 6일

 

▶ 모집인원 : 30

 

▶ 참가 방법

 

1. 여러분이 직접 생각했던 혹은 다른 사람의 생각들 중 가장 기발했던 발상은 무엇이었나요?  2.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평단 참가를 원하는 분은,

  

하나! 자신의 블로그에 이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한 뒤,  덧글로 '스크랩 완료' 를 달아주세요

 

둘! 위의  질문에 대한 덧글을  '스크랩 완료'와 함께 달아주세요. 
  

이벤트를 타 온라인매체에 스크랩하신 후 주소(URL)을 덧글로 남겨주시면 당첨 확률이 높아집니다






 

▶ 당첨자 발표 :  03/8

 


▶ 서평단 선정기준 :

 

☞ 같은 아이디로 닉네임만 바꿔서 상습적으로 이벤트 신청하시는 분들(그러면서 서평도 쓰지 않고)은 서평단 선정시 제외합니다.


☞ 지난 이벤트에 당첨된 분들 중에서는 우리카페와 인터넷서점에 서평을 제때 쓰신 분

 
☞ 신입 회원분들의 경우 게시글과 덧글달기 등 열심히 활동(게시글, 덧글, 최종 방문일자 순으로 점수화함)

 
평소 카페 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들(게시글, 덧글, 최종카페 방문일자도 포함)이 뽑힐 가능성이 99.9% 입니다!

 
☞ 울 카페를 좋은 분들께 많이 추천해주시고 소개받고 오신 분들(앞으로 추천하실 경우, 추천받은 분이 카페에 가입할때 카페 가입 경로에 추천하신 분 닉네임을 쓰도록 해주세요^^)

 

☞ [★이벤트 신청시 주의 사항]아래에 댓글 다실때 꼭(!!) 닉네임(아이디)를 함께 써주셔야 합니다! 닉네임만 쓰시고,아이디를 안써주시면  이벤트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꼭꼭꼭  닉네임과 아이디를 , "닉네임(아이디)"의 형식으로 두가지를 댓글 다실때 써주세요~!!!! 자주 참여하시는 분들은, 카페닉네임을 "닉네임(아이디)"형식으로 바꿔놓으시면, 더 편하시겠죠?^o^  


☞ 덧글 및 게시글의 정성 감안

 


서평 기한 : 책 수령 후 2주 이내

 
서평 남겨야 할 곳

 
-필수 : 울 카페  <이벤트서평> 게시판 +  인터넷 서점 (YES24, 인터파크,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리브로 중 1곳 이상)

=>서평을 올리고 나서는 울카페의 "이벤트 서평완료"게시판에 해당 책 제목의 게시물에 서평완료하셨다는 덧글과 함께 서평 올린 곳,

서평 올린 곳의 닉네임 혹은 아이디를 같이 올려주세요^^

=>울카페와 인터넷 서점 두군데 모두 쓰셔야 합니다!

=>책만 받고 서평을 쓰지 않는 분들은 차기 이벤트시 무조건 제외됩니다.

 



 

 

 

 



▶ 책 소개



본격과 사회파 미스터리가 완벽하게 융합된 불멸의 걸작!


198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
주간 문예춘추 선정 ‘20세기 미스터리 30’



《점성술 살인사건》의 시마다 소지,
또 하나의 대표작 ‘형사 요시키 시리즈’


시마다 소지는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국내에는 특히 일본 ‘신(新)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수께끼 풀이를 중시하여 추리소설 본연의 즐거움에 되찾자는’ 신본격 추리소설로 일본 미스터리의 흐름을 바꾸며 많은 작가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시마다 소지는, 그렇다고 안주하지 않았다.
실제로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원제: 奇想、天を動かす)》가 출간되기 전인 1980년 중반 이후 일본에서는 본격 추리소설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는 풍조가 있었다. 다양한 추리소설이 사랑받기를 원했던 시마다 소지는 본격물의 뼈대에 사회파적 문제의식을 담은, 소위 ‘본격과 사회파의 융합’에 고심하였다. 그렇게 탄생한 ‘형사 요시키 시리즈’ 중 특히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독자와 평단 모두를 만족시키며 본격, 사회파, 어느 관점에서 보아도 불평할 데가 없는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그의 ‘사회파 추리소설’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은 198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 주간 문예춘추 선정 ‘20세기 미스터리 30선’에 랭크되었다. 


 

 




 

*댓글로 아래 질문에 답변을 남겨주세요*

 




2.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1. 여러분이 직접 생각했던 혹은 다른 사람의 생각들 중 가장 기발했던 발상은 무엇이었나요?  

 









  

 

 

   

▶ 저자소개 

 

저자 시마다 소지
1948년 히로시마 출생, 현재 LA에 거주 중이다.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일하며 일러스트 작업과 잡문을 썼다. 1976년에는 작사, 작곡, 노래에 재킷 디자인까지 직접 맡은 음반을 발표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다채로운 경험이 점성술사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를 탄생시켰다. 1980년 《점성술의 매직》을 제26회 에도가와 란포 상에 응모해 최종심까지 올랐으나 낙선, 이듬해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제목을 바꾼 후 출간해 본격 미스터리 팬들의 폭발적인 성원을 얻었다. 이후 미타라이 시리즈와 《침대특급 ‘하야부사’ 1/60초의 벽》으로 인기를 얻은 미남 형사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를 발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명실상부한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8년 제12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을 수상하였다. 
추리소설 이론가로서도 이름이 높은 시마다 소지는 《점성술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일본 추리소설계에 ‘신본격’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내며, ‘신본격파’ 후배 작가 발굴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시각을 넓혀, 아시아 각국의 유력 출판사들이 주최하는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 상’의 심사위원으로, ‘시마다 소지 선정 아시아 본격 리그’ 시리즈의 선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양질의 아시아 추리소설을 알리는 메신저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정력적인 집필 활동을 펼치며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맹활약 중인 거장 시마다 소지. 최근 발표한 《샤라쿠, 닫힌 나라의 환상》으로 2011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주간 문예춘추 선정 ‘2010년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 10’ 6위에 랭크되는 등 그의 진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 책 속으로
 
환상적인 소재와 장대한 스토리텔링이 압권인
본격과 사회파 미스터리의 완벽한 융합작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쿄 아사쿠사의 상점가에서 부랑자 노인이 소비세 12엔(우리 돈으로 약 160원)을 요구하는 가게 여주인을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영락없이 치매에 걸린 걸인에 의한 충동살인 분명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았던 요시키 형사는 단독으로 수사를 계속한다. 그러던 중 노인은 유아유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써 26년간 억울하고 비참한 복역 생활을 끝낸 지 2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노인을 기억하는 모든 이가 그의 온화한 성품과 소설을 쓸 정도로 지적인 인물임을 증언한다. 노인이 쓴 소설은 실로 놀랍다. 한겨울밤 열차 안, 밀실 상태인 화장실에서 자살한 피에로의 시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이야기, 방금 목을 매단 사형수 곁에서 만주와 술을 게걸스레 먹는 남자, 하얀 거인에 의해 하늘로 날아오른 열차 등 괴담과 동화, 환상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인의 소설. 탐문 중 요시키 형사는 믿을 수 없게도 노인이 쓴 기묘한 소설이 실제로 일어난 일임을 알게 되고, 30여 년 전 그리고 훨씬 더 전에 노인의 전 생애를 뒤흔든 것들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에서 시마다 소지는 그가 한결같이 주장해왔던 것처럼 작품 초반에는 ‘환상미와 강렬한 매력을 지닌 수수께끼’와 ‘흡인력이 있는 아름다운 수수께끼’를 선보인다. 괴담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초현실적 현상이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해결되면서 ‘본격 추리소설’로서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또한 고작 소비세 12엔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였던 살인사건이, 오직 급성장만을 위해 달려온 일본 쇼와 시대(1926년~1989년)의 일그러지고 병든 이면을 고발하면서 한편으로는 과거 일본인이 범한 최대의 범죄(이 작품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과 패전 후 사할린에 남겨진 조선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로 이어지는 과정을 흡인력 있는 필치로 그려나가며 사회파 추리소설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사형당한 재일한국인, 범인을 날조한 형사 등
실재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다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부랑자 노인은 실재 인물을 모델로 탄생하였다. 1958년 도쿄 고마쓰카와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여학생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체포, 4년 후 22세의 나이에 사형 집행된 재일한국인 이진우다. 경찰은 빈곤한 가정환경과 재일한국인 차별에 불만을 품어온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발표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진우는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의혹을 받았다.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도 그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노인은 이진우와 같이 원죄(冤罪), 즉 누명으로 고통받은 모든 사회적 약자의 합성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노인을 유아 유괴살인범으로 조작하여 26년간의 옥살이를 시킨, 국가권력의 화신으로 묘사된 벤야마 경감 역시 실재하는 형사를 모델로 하였다고 한다. 1954년 일어난 시마다 사건(시마다 시에서 일어난 어린이 유괴 살인사건으로, 피고인이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가 되었다. 당시 수사진은 변질자, 정신이상자, 부락민 중에서 적당한 사람을 끌고 와서 과격한 고문을 가해 취조, 자백을 강요했다고 한다.)에서 아카호리를 범인으로 꾸며낸 구레바야시 경감으로, 상당히 소설적이고 극적인 이 인물이 실존 인물이었다니 놀랍다. 이 작품은 고도성장기에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강렬한 실재 모델은 한국과 일본 간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 문제를 대담하고 극명하게 파헤친 작가 시마다 소지의 용기와 열정이 대단하다. 아직은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지도 않았던 1989년. 일본이 저지른 전쟁의 죄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시마다 소지는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시점에서 냉철하고 정확한 어조로 일본이 진심으로 속죄하지 않는 이상 그 죄악은 결코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작품을 통해 단호히 말했다. 한일 통한의 근대사의 현신과도 같은 노인과 그의 인생에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사죄하는 요시키 형사의 모습에서, 이 작품이 22년 전, 그것도 일본의 인기작가에 의해 쓰였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유난히 튀는 행보를 거듭해온 시마다 소지지만 늘 그의 작품 속에는 이렇듯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으며, 특히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한국 독자에게 커다란 감동과 위로,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줄 것이다.
 

 

기상천외한 트릭의 열쇠는
하늘마저 움직인 남자의 마음이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쿄의 상점가에서 부랑자 노인이 소비세 12엔을 요구하는 가게 여주인을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치매에 걸린 걸인에 의한 충동살인이 분명하지만 요시키 형사는 어쩐지 석연치가 않다. 유아유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써 26년간 비참한 복역 생활을 했던 노인,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가 노인의 온화한 성품과 소설을 쓸 정도로 지적인 인물임을 증언한다. 한겨울밤 열차 안, 밀실인 화장실에서 자살한 피에로의 시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이야기, 하얀 거인에 의해 하늘로 날아오른 열차 등 괴기스러우면서도 환상적인 소설을 쓴 노인. 탐문 중 요시키 형사는 노인이 쓴 기묘한 소설이 실제로 일어난 일임을 알게 되고 곧이어 충격적인 진실과 조우하는데…….   


 
 
본격과 사회파 미스터리, 어느 관점에서도 불평할 데가 없는 역작.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야말로 일본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찬란히 빛나는 일등성임을 수많은 독자와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출처] [서평이벤트] 1727차 -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서평단 모집 (북카페◈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베스트셀러 추천도서 소설 독후감) |작성자 remonade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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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
폴 오스터 지음, 김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이야기를 설명하기에 앞서 폴 오스터의 다른 소설을 먼저 언급해야합니다. '환상의 책'에서는 사라진 영화감독 헥터 만에 대해 나옵니다. 그는 영화 마틴 프로스트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것을 데이비드 짐머가 보고 자세히 묘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짐머 이야기를 폴 오스터가 소설로 썼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바로 그 '마틴 프로스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영화 시나리오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1999년 <남자와 여자>에 관한 에로틱 스토리라는 30분짜리 영화를 열두 명의 감독들이 각각 만들기로 해서 탄생한 작품인데 그 기획은 틀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나중에 다른 스탭들과 영화를 만든 이야기도 책의 후반부에 셀린 퀴리올과 폴 오스터의 대담 속에서 등장합니다.

 

30분짜리 단편 영화용 시나리오라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마틴 프로스트는 작가입니다. 얼마전 3년 동안 쓴 소설을 겨우 탈고하고 친구의 집에서 쉬기로합니다. 빈집에서 느긋하게 지내기로 하는데 그들의 조카라는 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마틴은 그와 동시에 새로운 글도 써내려갑니다. 그러나 그녀는 친구의 조카가 아니고 이야기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쓰던 소설이 완성될 즈음 죽어가는 그녀. 그리고 소설을 한장씩 불태우니 그녀는 살아납니다. 이 소녀 클레어는 소설가에게 등장하는 '뮤즈'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판타지적인 성향을 띄게 되고 이것이 비극인지 희극인지 모르게 흘러갑니다. 새롭게 등장한 포르투나토와 그의 뮤즈 안나는 마틴 프로스트에게 어떤 또 다른 영향을 주게 될지 이야기가 끝나도 그 궁금함은 강한 여운이 되어 남는 신기한 작품이었습니다. 

 

 

 

 


책 정보

 

The Inner Life of Martin Frost by Paul Auster (2007)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

지은이 폴 오스터 

발행처 주식회사 열린책들 

발행일 2008년 4월 25일 초판 1쇄

옮긴이 김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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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F - 제124회 나오키상 수상작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양철북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

 

이 소설은 제124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2000년 하반기에 야마모토 후미오의 '플라나리아'와 공동 수상했습니다. 연작은 아닌 단편집이지만 40대 전후의 가장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면에서 통일성이 있습니다.

 

작가는 흔히 얘기하는 비타민 A, B, C 말고 비타민 F를 정해서 F로 시작하는 단어를 키워드로 담아서 썼다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있는 '필수지방산인 비타민 F를 접어두고' 라는 언급도 후기에서 하고 있긴 합니다.) 그 키워드는 각각 Family, Father, Friend, Fight, Fragile, Fortune로 잡았는데 작가로서 결국 Fiction, '이야기'의 힘을 믿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홈드라마 류의 훈훈한 이야기가 많이 읽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취향이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편이라 집중해서 읽었는데 반대의 경우에서 생각해봤을 때 이 이야기의 장점은 무엇일까하고 고민해본 결과 닿은 결론은 작가의 담백한 필력입니다. 문체 자체가 상당히 깔끔해서 군더더기가 없는 기분이 듭니다. 간혹 여기에 이런 문장은 굳이 쓰지 않아도 될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사실 줄거리만 놓고보면 그리 특별해 보일 것도 없는 이야기인듯도 한데 맛깔스럽게 잘 써놓은 인상입니다. 지나치게 정의를 강조하는 것도 아니고 지나치게 멋있고자 하지도 않습니다. 가끔은 불행하거나 좋지 않은 때도 있었지만 결국 훈훈한 결말들 때문에 기분 좋아지는 소설인듯 합니다.

 

주먹

입사한지 16년의 마사오는 이제 술자리에서 흥분해서 놀지 않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동기가 그러는 것을 보면 서글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는 누구보다도 정의를 좋아했던 아이였습니다. 지금은 성가신게 싫고 젊은 아이들의 무모함이 겁이 나는 중년. 그런 그에게 같은 아파트의 문제 중학생이 다가오게 됩니다. 아버지를 때렸다느니 소문이 좋지 않은 요스케와의 이야기.

 

만약 안어울리게 운동으로 다져진 의외의 중년! 숨은 영웅이 등장하는 내용이었다면 실망했을 것 같습니다. 솔직한 중년의 애환을 보이고 그린 것 같아서 사실적이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싸워서 제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떨어진 복권

부인의 수술로 인해서 그간 잘 몰랐던 아들과 단 둘이 된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슈이치는 아들 유키와 어색한 상황 속에서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전혀 아버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회상하다가 늘 복권을 사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 아들의 모습이 눈에 차지 않고 화가 나지만 결국 아들의 '아빠'란 표현만으로도 뭉클해지는 아빠의 마음을 잘 그린 것 같습니다.

 

판도라 

귀엽기만 한 중학생 딸의 범죄에 놀라고 남자친구가 있음에 놀라고 첫경험에 놀라는 아버지.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그 때문에 아내를 다시 보게 되고 괜시리 첫사랑의 연락처를 묻게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아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여자를 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아내 덕분에 이 힘든 과정들을 극복해내는 이야기였습니다. 딸도 이런 경험들을 통해 성장했을 것이고 아버지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셋짱

유스케는 중학교 2학년 딸 가나코에 대해 걱정하지 않습니다. 학급 위원도 하고 똑똑해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부터 전학생 셋짱이 이지메를 당한다는 이야기를 종종해왔는데 그것이 자신의 딸의 경험담일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딸이 자존심 상할까봐 내색도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부모의 심정이 절절히 표현됩니다. 자신의 상처 대신 '대역 히나'를 강에 띄워보냄으로 괜찮아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모습이 잘 그려져있습니다.

 

바닷가 호텔에서

서른 일곱살의 다쓰야. 어린 아들과 딸이 있는데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부인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이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17년 전 부부행세를 하며 사귀었던 유키에와 머문 이 호텔은 17년 후 편지를 대신 보내주는 '미래 포스트'를 했습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이 걷지 못한 인생을 그리워하는 다쓰야. 결말에 조금 안도가 되었던 이야기였습니다.

 

부스럼딱지 눈꺼풀

재수생 아들과 중학교 입학 전의 딸을 가진 부부. 이제는 아이들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짐작도 못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딸에게 문제가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아버지. 사립중학교 입시에서도 성공한 딸이라서 너무 성공만해 와서 실패에 무너져내렸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신은 사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딸을 위로합니다.

 

어머니 돌아오다

아들의 결혼과 동시에 이혼을 요구하고 다른 남자와 살았던 어머니. 아들은 그런 어머니가 미워 손녀들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죽었다고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재결합을 원한다고 합니다. 말도 안되게 화가 나서 고향으로 향하는데 바람을 피워 누나와 이혼한 전 매형이 되려 이 처남을 훈계합니다. 가족이 떠나고 돌아가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시각. 어쩌면 다른 이야기들 보다 가장 독특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 정보

 

VITAMIN F by Shigematsu Kiyoshi (2000) 

비타민F 

지은이 시게마츠 기요시 

펴낸곳 양철북 

1판 1쇄 인쇄 2010년 11월 16일 

1판 1쇄 발행 2010년 11월 22일 

옮긴이 김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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