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야마 1번가와 덴겐지, 롯폰기와 시부야를 잇는 전철의 환승지였던 가스미초의 교차점은 니시아자부로 이름을 바꾸었다. (p. 264)
지금은 일본에 대해서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번화가 롯폰기와 시부야. 그곳이 유흥가가 되기 전에 도쿄 토박이들이 대대로 가업을 이어 살아왔던 가스미초라는 곳의 이야기입니다. 안개마을이란 뜻의 가스미초. 1970년대의 그곳의 이야기를 주인공의 회상을 통해 이야기됩니다. 총 여덟 편의 연작 단편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사진관집 손자입니다. 어용 사진사로 고관대작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던 할아버지와 제자이자 데릴사위이지만 자유롭게 풍경 사진을 찍으며 온천을 떠돌아다니는 아버지, 그리고 가부키에 파묻혀 사는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방탕하게 사는 주인공의 첫 이야기는 설명답게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하루코와의 이야기입니다. 시대감이 물씬 풍기는 설명들로 굉장히 사실적이란 생각이 드는 설명이 종종 등장합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가 있고 그 터전을 삼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대를 이어 사진사를 하는 이야기와 외국인 선생님과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게이샤였던 아름다운 할머니와의 추억이야기. 아름답지만 슬픈 추억이 공존하는 사랑 이야기, 그리고 할머니의 과거를 알게 되는 이야기, 낯선 해안에서 만난 멋있는 남자와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졸업 사진을 찍어준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주인공은 형편없이 방탕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학원물이 아니라 도쿄 토박이들의 가족사가 등장하고 그 거리의 이야기도 함께 합니다. 아마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좀 더 이 이야기가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맛깔나고 아름답게 사람들의 정에 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아사다 지로 답게 이 소설 또한 추억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꼭꼭 채워뒀습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만났던 그 때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내 과거 속에 가족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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