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시노 교토
방지연 지음 / 램램(lamblamb)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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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책은 교토, 나라, 고베, 오사카의 카페들을 수록한 작은 여행서입니다. '도쿄맑음'의 작가 방지연의 책으로 2007년부터 2008년까지의 기록입니다. 고베에서 이뤄지는 핸드메이드 작가 블루브란쉐의 수업을 받으러 매달 한번씩 도쿄에서 10시간을 버스를 타고 갔다는 열정이 부럽기도 합니다. 

 

일본의 고건물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교토와 오사카에 거주하는 작가들 책을 읽으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봤을 때 그 바람과 딱 들어맞는 감성이 참 좋았습니다. 여행서가 추구하는 인상이랄지 그런 것이 각각 있는 편인데 이 책은 좀 차분한 기분이 들고 곳곳에 아기자기함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 같은 색감이랄까요. 린넨의 감각 같기도 하구요. 그다지 화려한 꾸밈은 없는데도 편안하고 손에 착 붙는 것 같은 그런 멋스러움. 평범한 여행서가 주는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더라구요.

 

그런 작가의 추천 카페들이라선지 역시 등장하는 곳들도 그렇습니다. 화려하거나 강력한 인상이 있기 보다 오랫동안 있어왔던 편안한 동네의 단골집처럼 차분하고 편안해지는 곳들.

 

교토

여행을 시작하게 만들었다는 유게는 그렇게 대단해보이지 않는데 어떤 점 때문에 찾게 될까 궁금해져서 되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의 타르트 타탕을 잊지 못해 만들기 시작하고 상까지 받은 라바츄르. 오오야 미노르가 로스팅하는 커피를 쓰는 카페 코우센과 아키시노 노 모리. 

 

저자를 교토로 움직이게 한 블루 브란쉐의 자매. 그녀들과 함께 한 카페 프랑소아 킷사시츠, 옷가게 미나 패르호넨. 나카무라 유키의 트리코프러스. 카페 같은 느낌의 서점 케이분샤. 차고를 개조해 만든 주말 카페 키토네. 프랑스 풍 빵을 파는 브랑제리 마슈 교토. 매일 바뀌는 오늘의 집밥을 파는 구리구라 카페.

 

1932년부터 시작된 레스토랑을 자가배전하는 커피전문점으로 바꾼 스마토 코히텐. 카모가와가 보이는 에휫슈.쉴새없이 손님이 오가는 빵집 호호에미. 낮은 온도의 가마에서 구워내는 빵집 봉 보란테. 4대째 이어지는 파리의 카르티에라탱의 카페를 재현한 신신도 쿄다이키타몬마에. 수제품 시장 테즈크리이치.

 

유기농과 계절 재료를 사용하는 소우겐 카페. 식당 겸 카페인 츠바메. 귀여운 버섯 모양 문이 있는 교토 부립 식물원. 핸드메이드 제품을 파는 알파벳. 파리에서 온 수공예 전문점 라 드로그리. 숲 속의 빵집 하치하치 인피니티 카페. 꽃집 타니가와 하나미세.

 

나라

나라 공원. 사슴 모양들이 잔뜩한 쥬에느. 전통 방식으로 마직물을 만드는 유-나카가와. 콩 과자 가게 제이타쿠 마메. 귀여운 빵가게 케즈 웨크. 25년된 명소 쿠루미노키 카페.

 

고베

프랑스에서 가져온 자카, 옷들을 함께 판매하는 카페 베레. 남자 두명이 운영하는 카페 & 바 안세무. 밤늦게까지 하는 카페를 만들고 싶어서 식사, 차, 술도 할 수 있는 아리안스 그라픽크. 수많은 여행 끝에 만들어진 라이카페 에키조틱. 고베다운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는 하오스. 체코의 그림책과 동유럽의 자카를 판매하는 체독 자카 스토아. 카메라와 뉴욕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만든 엔틱샵 파인다 안도 파운도. 카페와 자카샵인 토리톤 카페. 유럽에서 가져온 엔틱 제품들을 파는 마르. 차를 메인으로 한 카페 마도마도.

 

오사카

동유럽 자카점과 카페 챠르카. 쇼와 시대 가구들이 놓은 편안한 카페 로카리테. 헌책방, 도서관, 찻집인 카시홍 킷사 쵸쵸복코. 공원이 보이는 카페 네스토. 자카와 차, 전시가 있는 히나타. 갤러리, 책, 카페 이토헨.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빵집 브랑제리 타케우치. 아티스트 브랜드 베이디미칸이 만든 갤러리숍 카페 베이디미칸 쇼룸#2.

 

이상이 이 책에 등장하는 샵들의 목록입니다. 제목 '와타시노교토'는 '나의 교토'란 뜻인데 그 울림이 참으로 책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자의 나의 교토는 이런 색감이구나'라는 느낌이랄까요. 저도 교토를 여행하고 나의 교토는 어떤 색일지 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 정보

 

와타시노 교토 

지은이 방지연

펴낸곳 펴낸이 램램 

초판 1판 1쇄 2009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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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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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본의 유명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 실격'을 비롯하여  여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그는 스무살에 첫 자살 시도를 하고 결국 서른 아홉살의 나이로 자살을 했습니다. 이 표제작인 '인간 실격'은 자서전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세 장의 사진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로 나뉘어 있습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전혀 식사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주인공 요조. 그는 너무도 두려운 것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을 숨기기위해 사람들 앞에서 광대가 되어 적당히 웃음을 주면서 살아가다가 한 녀석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연극을 알아 챈 녀석. 다케이치는 자신의 그림을 괴물이라 판단하고 그 본질을 꿰뚫습니다. 그러나 요조는 아버지의 기대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정치인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관리가 되기를 바라셨기 때문에 도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폐결핵 초기라는 핑계로 그의 긴 방랑은 시작이 됩니다.

 

여자와의 동반자살의 실패와 아버지의 노여움, 정신 병원 생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넙치 부자와 살아가다가 결국 도피하듯 결혼하게 되고 그마저도 행복하지 못했던 요조. 그리고 마약 중독과 형편 없는 삶으로 그의 이야기는 마칩니다. 스물 일곱살이었던 그의 이야기를 저자는 전해 듣고 10년이 흘렀으니 죽었을꺼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자 다자이 오사무는 실제 이 소설을 쓰고 난 후에 자살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1화가 발표되었을 때 다들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니 그 처절함이 글에 묻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면, 좀 더 덜 상처받는 강인함을 지녔다면 그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지는 한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찻집을 하는 스와의 이야기. 산과 폭포, 그리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꼭 설화 같은 물고기비늘 옷. 촌장의 늦둥이 아들 다로는 무엇이든 귀찮아하는 아이이지만 간혹 예언을 합니다. 선술을 하다가 풀리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고, 지로베는 싸움의 달인이 되어 싸우고 싶어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고, 학자의 아들인 사부로는 불행한 삶을 살면서 거짓말의 달인이 됩니다. 에도의 한 술집에서 셋은 만나게 되는 이야기 끝에 작가는 그들을 예술가들이라 부릅니다. 제목도 로마네스크.

 

너무 병약해 일찍 죽은 동생의 사랑이야기. 새잎 돋은 벚나무와 마술 휘파람. 그리고 개를 싫어하지만 개는 그를 좋아하는, 결국 개를 좋아하게 되는 개 이야기. 마지막으로 돈이 화자가 되어 여러 사람을 전전하는 조금은 따스한 화폐.

 

외로움이 절절히 사무치는 인간 실격과는 전혀 다른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단편들을 보면서 그가 좀 더 살아냈다면, 좀 더 그럴듯하게 삶을 견뎌냈다면 또 다른 작품들을 써낼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책 정보

 

세계문학의 숲 005

인간실격

지은이 다자이 오사무

발행처 (주)시공사 

2010년 8월 10일 초판 1쇄 인쇄 

2010년 8월 17일 초판 1쇄 발행 

옮긴이 양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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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
베로니크 오발데 지음, 김남주 옮김 / 뮤진트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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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프랑스 퀼튀르-텔레라마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프랑스 현대 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목소리를 내는 작가라고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하나의 사랑 이야기
한 남자, 랜슬롯의 아내가 죽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그녀를 만난 상황들을 회상하고 동시에 이 지독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됩니다. 그가 아내 이리나를 만났을 때, 사실 그는 유부남이었습니다. 불현듯 자신이 어떻게 무감각한 하루 하루를 지내왔었는지 깨닫고 전부인을 떠나게 됩니다.

이리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해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저 그러는 것이 당연한 것인듯 그녀를 만나고 그녀와 함께 살게됩니다. 그는 처음 앓는 열병처럼 미친듯이 그녀를 사랑하고 질투하고 그런 감정에 쌓이게 됩니다. 독특한 성격의 그녀 덕분에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으로까지 이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감춰진 아내의 삶
그녀는 비행기를 탔어야했는데 엉뚱한 곳에, 엉뚱한 사람의 차를 타고 죽어버린 일부터 시작해서 폭탄 제조용 재료들이 등장하고 약이 있고 알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녀의 죽었다던 아버지가 나타나고 그 역시도 자신의 딸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것은 랜슬롯으로 하여금 자신이 이리나를 얼마나 모르는지를 확인시켜주는 혼란만 가중시킵니다.

게다가 이리나는 누군가의 집을 파괴시켰던 일도 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오다보니 '이 소설은 러브스토리가 아닌, 추리물인가 음모론 따위의 결말을 예상해야하나'라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은 랜슬롯의 이야기
랜슬롯은 이리나가 죽었던 그 차 주인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를 미행하고 그와 지내게 되면서 또 다른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이리나는 왜 그랬고 어떠한 인물이었는지에 대해서. 그러나 이 이야기는 사실 중반쯤 등장했던 키워드들로 예상 가능했던 부분이고 사실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것은 이리나가 아니었다는 결론을 맞게됩니다.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추리물도 아닌, 되려 심리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랜슬롯은 불쌍한 인물입니다. 어머니의 상처 덕분에 그의 사고 전반에는 어머니와의 일이 많이 등장합니다. 아마 그 부분을 통해 이리나에 대한 집착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가 전부인을 통해 안정을 얻었다면 이리나에겐 열망을 통한 집착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에게 종종 일어나는 사물이 없어지는 현상은 처음엔 스릴러라던가 그런 쪽으로 생각해서 누군가 없애고 있다는 추측을 해봤지만 그건 아닌, 단순히 이 랜슬롯이라는 인물의 사고 속에서 일어나는 일 같더라구요. 그는 살아가면서 삶 속에서 무언가를 자꾸 상실해가는 병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리나를 통해 일종의 만족감이 충족되고 있었지만 그 집착의 대상이 사라지고 정처를 잃은 그는 바이엘을 만납니다.

랜슬롯이 바이엘에게 얻는 것은 사랑이라던가 동성애적인 무엇은 아닌 것 같고 좀 더 깊은 홀로된 인간이 얻는 강력한 온기에 대한 만족감이 아니었나 싶네요. 작가가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하는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떠올랐습니다. 호리키에 의해 가게된 그 공산주의 모임 속에서 사상에 관심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모임 안에 속하는 것이 중요했던 '요조'란 인물. 이리나와 바이엘이 사람보다 동물을 더 소중히 여기는 목적을 갖고 '크릭' 활동을 했다면 랜슬롯은 부재의 아픔을 견뎌낸 것은 누군가가 함께 있어주는 좀 더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는 이제 바이엘과 함께 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점점 상실되어 가는 자신의 세상 속에 불안정하지 않은 것들을 지키는 목적 의식을 갖게 된 이유가 될지 모릅니다. 미친듯이 이리나를 그리워하고 조금은 무기력해 있는 나날도 있겠지만 그는 좀 더 활기찬 삶의 목적을 찾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 이야기와 동물 애호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추리 소설 같은 방식과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방식이 확실히 주목을 받는 작가 답게 다양함을 담아냈구나란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책 정보

ET MON COEUR TRANSPARENT by Véronique Ovaldé (2008)
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
지은이 베로니크 오발데
펴낸곳 (주)뮤진트리
첫판 1쇄 펴낸날 2011년 3월 8일
옮긴이 김남주



   p. 133

   그는 생각한다, 그 자신이 투명하면 할수록, 그들은 자신들이 알아낸 사실들을 그에게 기탄없이 말해줄 것이라고.


   p. 189

   성냥개비로 만든 요새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소리 없는, 그러나 결정적인 몰락이었다.


   p. 199

   그는 힘없이 신음을 내지른다. 어떻게 하면 이 불안정한 세상(혹은 감각) 때문에 상처 입는 일을 그만 둘 수 있을까?


   p. 242

   구석에서 들려오는 흰티티새의 노래에 신경을 집중한다. 죽은 것처럼 있기, 그것이야말로 그가 힘든 시간을 견디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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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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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화 카모메 식당의 원작 소설로 푸른숲의 '디 아더스(the other) 시리즈' 일곱 번째 책입니다. 책이 먼저 써진 것은 맞지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작가에게 이 책을 써달라고 부탁을 했더라고 하더라구요. 아마 영화 시작 전에 근원이 되는 이야기를 먼저 소설로 만들어두고 시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에서는 핀란드에서 식당을 열고 있는 상황이 나오는데 이 책에는 그 상황을 포함한 이전 상황들까지 나오기 때문에 각 캐릭터 별로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흥미롭습니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한 영화 '카모메 식당'의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는 워낙 인기가 있습니다. 특히 일본식 가정식을 잘 드러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차림을 연출한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이이지마 나미도 함께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저는 어느 쪽도 아닌 주연 배우 코바야시 사토미 덕분에 이 영화를 보게 된 경우입니다. (표지 사진이 영화의 주인공역인 '사치에'역을 맡은 코바야시 사토미) 특별히 아주 이쁜 것도 아니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도 아닌 것 같은데 그녀의 잔잔한 일상과 딱부러지는 면이 공존하는 것 같은 연기는 어느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그녀의 그런 역할과 오기가미 나오코의 추구하는 영화관이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이 '카모메 식당'과 또 다른 영화 '안경'의 주연 배우가 된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각각의 캐릭터 세 명의 여자의 이야기로 장이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사치에' 서른 여덟 살의 주인공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작은 음식점을 열었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핀란드 사람들은 그녀는 10대로 생각하고 여러 추측을 할 뿐 들어가볼 생각을 않습니다. 

그녀가 어떻게 이곳까지 와서 가게를 열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혀 뜻밖의 이야기여서 숨겨진 이야기의 제대로된 재미를 느꼈네요. 조금 평범한 면이 이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 같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동화같은 부분이 있어서 좀 어처구니 없기도 했지만 인생은 때때로 그런 부분들이 서로 얽혀서 이루어지는 것일테니까요. 그런 것이 되려 리얼리티일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키 큰 여자아이 '미도리'. 영화와 다르게 소설 속 미도리는 마흔 한살로 사치에보다 연상으로 나옵니다. 그녀의 인생에 관해서도 나오고 왜 핀란드에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영화보다 좀 더 나이 먹은 여자의 굴곡같은 것이 느껴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굴곡이라고 할 정도의 것은 아닐진 몰라두요.

세 번째 여자 '마사코'. 그녀의 이야기는 영화에서도 잠시 등장했었지요. 영화에서 그녀의 일탈이 좀 더 멋있게 그려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차이를 염두하고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여자의 이야기를 더하면서 이제 카모메 식당에도 손님들이 늘게됩니다. 영화만큼 급반전의 순간을 맞진 않지만 차분한 흐름이 참 좋습니다. 작은 가게 속에서 열심히 누군가의 행복감을 위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책 정보

KAMOME SHOKUDO (かもめ食堂) by Mure Yoko (群ようこ, 2006) 
카모메 식당 
지은이 무레 요코 
펴낸곳 (주)도서출판 푸른숲 
첫판 1쇄 펴낸날 2011년 3월 3일
옮긴이 권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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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지옥 紙屋 - 신청곡 안 틀어 드립니다
윤성현 지음 / 바다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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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전 2시의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다는 라디오 PD.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 이름도 유명한 <심야식당>의 윤이모(식당이라 이모라 불리우나봐요.). 알음알음 소문이 퍼진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슈를 낳았던 것은 모 가수의 표절 문제곡을 그대로 선곡해서 내보낸 후의 폭발적인 반응 때문에 가능했었지요. 이 책에도 그 사건(?)에 관한 언급이 있습니다. 지금은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PD도 겸하고 있다고 합니다.

 

첫 장을 펼치면 '까칠하고 시크한 라디오 PD의 라디오 이야기'라는 소개로 시작됩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본방사수를 고수할 순 없지만 저도 종종 듣긴하는데 이 책의 부제답게 실제로 이 분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안맞다 싶은 곡들은 선곡을 안해주는 것 같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취향대로 선곡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렇진 않더라구요. 그 날의 상황에 맞는 곡들을 선곡한다고 합니다.

 

라디오 PD라는 직업이 워낙 흔히 만날 수 있지 않다보니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이 책에도 그 이야기들이 일부 기록되어 있습니다. <심야식당>을 진행하는 멘트를 듣다보면 까칠해서 논리적인 사람일꺼라고 의례 생각하게 되는데 책을 읽어보니 상당히 감성적인 사람이더라구요.

 

자신의 대한 이야기와 추억과 일에 관한 이야기들을 적어내려간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네요. 사고가 살짝 독특한 면이 있어서 관심을 가졌는데 읽고나니 독특하다기 보단 확고한 자아가 있달까요. 그래서 명쾌한 부분이 있어서 거침없는 발언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이 적고 최근 출판 경향처럼 이쁜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글만 있지는 않구요. 작가의 모습과 어딘가 비슷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은근히 팬이 많고 인기가 있다는 것 같던데 그것과 별개로 한 사람의 라디오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서 귀한 책이라 느껴집니다.

 

라디오의 수명에 대한 우려가 생각나서 조금 슬퍼집니다. 이상하게 깔끔한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닌데 라디오로 듣는 노래는 무언가 감성이 실린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어느 사람이건 라디오의 진행자로서는 더 매력적으로 들리구요. 라디오도 오래도록 남아있어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 정보

 

라디오 지옥 (紙屋) - 신청곡 안틀어드립니다 

글 윤성현

사진 김주원 

펴낸곳 바다봄 

2010년 12월 10일 초판 3쇄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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