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 실격'을 비롯하여 여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그는 스무살에 첫 자살 시도를 하고 결국 서른 아홉살의 나이로 자살을 했습니다. 이 표제작인 '인간 실격'은 자서전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세 장의 사진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로 나뉘어 있습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전혀 식사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주인공 요조. 그는 너무도 두려운 것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을 숨기기위해 사람들 앞에서 광대가 되어 적당히 웃음을 주면서 살아가다가 한 녀석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연극을 알아 챈 녀석. 다케이치는 자신의 그림을 괴물이라 판단하고 그 본질을 꿰뚫습니다. 그러나 요조는 아버지의 기대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정치인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관리가 되기를 바라셨기 때문에 도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폐결핵 초기라는 핑계로 그의 긴 방랑은 시작이 됩니다.
여자와의 동반자살의 실패와 아버지의 노여움, 정신 병원 생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넙치 부자와 살아가다가 결국 도피하듯 결혼하게 되고 그마저도 행복하지 못했던 요조. 그리고 마약 중독과 형편 없는 삶으로 그의 이야기는 마칩니다. 스물 일곱살이었던 그의 이야기를 저자는 전해 듣고 10년이 흘렀으니 죽었을꺼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자 다자이 오사무는 실제 이 소설을 쓰고 난 후에 자살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1화가 발표되었을 때 다들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니 그 처절함이 글에 묻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면, 좀 더 덜 상처받는 강인함을 지녔다면 그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지는 한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찻집을 하는 스와의 이야기. 산과 폭포, 그리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꼭 설화 같은 물고기비늘 옷. 촌장의 늦둥이 아들 다로는 무엇이든 귀찮아하는 아이이지만 간혹 예언을 합니다. 선술을 하다가 풀리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고, 지로베는 싸움의 달인이 되어 싸우고 싶어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고, 학자의 아들인 사부로는 불행한 삶을 살면서 거짓말의 달인이 됩니다. 에도의 한 술집에서 셋은 만나게 되는 이야기 끝에 작가는 그들을 예술가들이라 부릅니다. 제목도 로마네스크.
너무 병약해 일찍 죽은 동생의 사랑이야기. 새잎 돋은 벚나무와 마술 휘파람. 그리고 개를 싫어하지만 개는 그를 좋아하는, 결국 개를 좋아하게 되는 개 이야기. 마지막으로 돈이 화자가 되어 여러 사람을 전전하는 조금은 따스한 화폐.
외로움이 절절히 사무치는 인간 실격과는 전혀 다른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단편들을 보면서 그가 좀 더 살아냈다면, 좀 더 그럴듯하게 삶을 견뎌냈다면 또 다른 작품들을 써낼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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