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
베로니크 오발데 지음, 김남주 옮김 / 뮤진트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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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프랑스 퀼튀르-텔레라마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프랑스 현대 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목소리를 내는 작가라고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하나의 사랑 이야기
한 남자, 랜슬롯의 아내가 죽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그녀를 만난 상황들을 회상하고 동시에 이 지독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됩니다. 그가 아내 이리나를 만났을 때, 사실 그는 유부남이었습니다. 불현듯 자신이 어떻게 무감각한 하루 하루를 지내왔었는지 깨닫고 전부인을 떠나게 됩니다.

이리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해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저 그러는 것이 당연한 것인듯 그녀를 만나고 그녀와 함께 살게됩니다. 그는 처음 앓는 열병처럼 미친듯이 그녀를 사랑하고 질투하고 그런 감정에 쌓이게 됩니다. 독특한 성격의 그녀 덕분에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으로까지 이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감춰진 아내의 삶
그녀는 비행기를 탔어야했는데 엉뚱한 곳에, 엉뚱한 사람의 차를 타고 죽어버린 일부터 시작해서 폭탄 제조용 재료들이 등장하고 약이 있고 알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녀의 죽었다던 아버지가 나타나고 그 역시도 자신의 딸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것은 랜슬롯으로 하여금 자신이 이리나를 얼마나 모르는지를 확인시켜주는 혼란만 가중시킵니다.

게다가 이리나는 누군가의 집을 파괴시켰던 일도 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오다보니 '이 소설은 러브스토리가 아닌, 추리물인가 음모론 따위의 결말을 예상해야하나'라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은 랜슬롯의 이야기
랜슬롯은 이리나가 죽었던 그 차 주인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를 미행하고 그와 지내게 되면서 또 다른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이리나는 왜 그랬고 어떠한 인물이었는지에 대해서. 그러나 이 이야기는 사실 중반쯤 등장했던 키워드들로 예상 가능했던 부분이고 사실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것은 이리나가 아니었다는 결론을 맞게됩니다.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추리물도 아닌, 되려 심리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랜슬롯은 불쌍한 인물입니다. 어머니의 상처 덕분에 그의 사고 전반에는 어머니와의 일이 많이 등장합니다. 아마 그 부분을 통해 이리나에 대한 집착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가 전부인을 통해 안정을 얻었다면 이리나에겐 열망을 통한 집착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에게 종종 일어나는 사물이 없어지는 현상은 처음엔 스릴러라던가 그런 쪽으로 생각해서 누군가 없애고 있다는 추측을 해봤지만 그건 아닌, 단순히 이 랜슬롯이라는 인물의 사고 속에서 일어나는 일 같더라구요. 그는 살아가면서 삶 속에서 무언가를 자꾸 상실해가는 병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리나를 통해 일종의 만족감이 충족되고 있었지만 그 집착의 대상이 사라지고 정처를 잃은 그는 바이엘을 만납니다.

랜슬롯이 바이엘에게 얻는 것은 사랑이라던가 동성애적인 무엇은 아닌 것 같고 좀 더 깊은 홀로된 인간이 얻는 강력한 온기에 대한 만족감이 아니었나 싶네요. 작가가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하는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떠올랐습니다. 호리키에 의해 가게된 그 공산주의 모임 속에서 사상에 관심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모임 안에 속하는 것이 중요했던 '요조'란 인물. 이리나와 바이엘이 사람보다 동물을 더 소중히 여기는 목적을 갖고 '크릭' 활동을 했다면 랜슬롯은 부재의 아픔을 견뎌낸 것은 누군가가 함께 있어주는 좀 더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는 이제 바이엘과 함께 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점점 상실되어 가는 자신의 세상 속에 불안정하지 않은 것들을 지키는 목적 의식을 갖게 된 이유가 될지 모릅니다. 미친듯이 이리나를 그리워하고 조금은 무기력해 있는 나날도 있겠지만 그는 좀 더 활기찬 삶의 목적을 찾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 이야기와 동물 애호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추리 소설 같은 방식과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방식이 확실히 주목을 받는 작가 답게 다양함을 담아냈구나란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책 정보

ET MON COEUR TRANSPARENT by Véronique Ovaldé (2008)
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
지은이 베로니크 오발데
펴낸곳 (주)뮤진트리
첫판 1쇄 펴낸날 2011년 3월 8일
옮긴이 김남주



   p. 133

   그는 생각한다, 그 자신이 투명하면 할수록, 그들은 자신들이 알아낸 사실들을 그에게 기탄없이 말해줄 것이라고.


   p. 189

   성냥개비로 만든 요새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소리 없는, 그러나 결정적인 몰락이었다.


   p. 199

   그는 힘없이 신음을 내지른다. 어떻게 하면 이 불안정한 세상(혹은 감각) 때문에 상처 입는 일을 그만 둘 수 있을까?


   p. 242

   구석에서 들려오는 흰티티새의 노래에 신경을 집중한다. 죽은 것처럼 있기, 그것이야말로 그가 힘든 시간을 견디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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