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서평


이 책은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만화가 박광수의 사진집입니다. 서문을 통해 아름다운 순간에 재빨리 카메라를 들지 못해서 그 순간이 지나가던 때의 사진들이라고 밝힙니다. 그러나 사진들이 결코 부족하다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에세이집이라기엔 조금 글들이 짧고 그렇다고 사진집이라기엔 조금 글들이 곁들여져 있는 이 책에서 사진을 찍은 장소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라와 도시가 곁들여진 세심함은 참 좋더라고요.

두 페이지에 사진 한 장과 명언 한 구절과 광수 생각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때로는 광고의 한 컷처럼 사진에 새겨져 있는 글자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작은 사진과 때로는 큰 사진들이 지루할 틈이 없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편집하신 분의 작업도 꽤 커 보이네요.

인생에 관해서나 감정에 관해서나 추억에 관해서나 사람에 관해서나 사랑에 관해서나 통일성이 없는 글들 같아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참으로 고심을 하고 나온 글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역시 '광수생각'을 통해서 보여주었던 짧으면서도 힘이 있던 그의 글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통일성이 없는 글들은 각각이 달라서 매번 새로움을 준다는 강점도 있고요.

금을 돌려받은 것보다 그보다 귀한 마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강하게 가슴에 남구요. 충고와 참견의 차이라던가 박광수의 글도 좋았고 동물의 위대함이라던가, 나만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던 가의 명언들도 좋았습니다.

이런 글이 적은 책들을 볼 때마다 책과 친하지 않은 지인들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이 책도 역시 그런 분들께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쁜 사진과 명언에 좋은 글들까지. 가볍진 않지만 가끔은 재밌는 글들도 있고요. 잘 만들어진 예쁜 책 한 권의 선물이 기쁨을 한가득 줄 것 같아서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생이 쉽지만은 않고 사람이 항상 옳게만 살아갈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신중히 살아갈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도 없지 않을까란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책 정보

앗싸라비아
글과 사진 박광수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인쇄 2011년 5월 18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5월 30일
편집 정낙정
디자인 & 글씨 이유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굴에 흩날리는 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서평

'잔학기'를 읽고 나서 기리노 나쓰오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적잖은 거부감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 읽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미스터리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소설은 좀 평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수하다던가 지루하다는 의미의 '평범'이 아니라 대조적으로 그렇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추리물이 지니고 있는 강점은 궁금증 때문에 빨리 읽게 되고 마지막까지 읽고자 하는 호기심이 강해진다는 것이지요. 이 책도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추리물의 요소로 꼽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마지막까지 범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이 여러 명이 있어야 하고 조사 과정에서 그 용의자들의 요소들이 조금씩 등장하며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당위성이 잘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사람의 스토리는 이러해서 죽였을 것이라는 부분이 각자에게 필요하지요. 너무 생뚱맞은 범인이어서도 김이 새고 동기가 마지막에 등장하면 중간 과정이 무시되기 때문에 재미가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그런 점을 잘 살리고 있다고 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꿈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전남편의 자살과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주인공 무라노 미로. 아버지는 전직 탐정이었는데 야쿠자와 관련된 조사를 한 덕분에 평범한 일이 끊겼다는 과거를 지니고 있고 지금 그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르포라이터인 친구 요코가 갑자기 실종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이끌어져 나갑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조폭과 관련이 있는데 그들이 맡긴 자금 1억 엔이 요코와 함께 사라집니다. 그래서 친구인 미로에게 들이닥쳐 숨겨주고 있다든지 공범인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들과 요코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등장하는 요코의 인간관계나 진행되고 있는 일의 내용, 요코의 남자친구인 나루세의 전부인과 그 뒤에 있는 조폭들의 이야기가 뒤죽박죽 등장합니다. 이런 큰 스토리 라인도 결코 평범하지는 않지만, 종종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네오나치와 관련된 옛 동독 지역의 문제, 트랜스베스타이트(이성의 옷을 즐겨 입는 복장 도착자), SM이나 시체 사진 애호가들 등 평소 전혀 접할 수 없는 별난 소재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단순히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다는 점 이면에 한 여성의 일그러진 욕망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처지에 콤플렉스를 갖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날카로워진다던가 그 취재대상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상황도 낳게 됩니다. 그리고 겉치레가 중시되다 보니 금전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이것이 또 다른 큰일을 원하게 되는 욕망으로 계속 반복되면서 결국 죽음에 닿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흔치 않은 일들을 접하면서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는 주인공 미로는 정말 탐정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인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떤 때는 조금 불합리할 만큼 요코에 대한 우정을 드러내고 또 어떤 때는 완전한 명탐정 같기도, 어떤 때는 평범히 상처입은 여인 같기도 한 모습에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기획이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물의 잠, 재의 꿈', '로즈가든', '다크'로 여탐정 미로 시리즈가 이어진다니 다음 권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 정보

Kao ni Furikakaru ame by Natsuo Kirino (1993) 
얼굴에 흩날리는 비
지은이 기리노 나쓰오 
발행처 도서출판 비채 
1판 1쇄 인쇄 2010년 8월 16일 
1판 1쇄 발행 2010년 8월 23일
옮긴이 권일영
일러스트 클로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잔학기 밀리언셀러 클럽 63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서평

수상작도 다양하고 이름도 유명한 작가이지만 개인적인 취향과 맞지 않는 줄거리 탓에 늘 후순위로 밀렸던 작가였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얇은 분량 탓에 가볍게 보려고 선택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제목대로 내용은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읽으면서 이 소설은 서평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을 정도로 불유쾌한 인간의 감정들이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이 소설로 작가는 2004년 제17회 시바타 렌자부로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야기는 소설가의 남편이 원고와 함께 편지를 편집부로 보내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아내가 실종된 상태이고 이 원고는 실제 경험담을 쓴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녀는 16살에 파격적인 작품으로 데뷔를 한 소설가이지만 밝히지 못했던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1년간 감금을 당했던 피해자였습니다. 이 소설 속 사건이 실제 일본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고 하네요.

자전적 소설인듯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르포인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에세이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문체적으로 봤을 때 독특한 점은 상당히 담담하게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사건을 담담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술자의 강한 감정 표현이 종종 등장하는데도 어딘가 냉정한 어조로 그것을 설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 소설에 대한 서평을 쓰고자하는 마음이 들었던 대목은 마지막에 한번 더 덧붙여진 남편의 편지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물론 진실이긴 하지만 지금껏 읽어온 이 이야기가 사실은 소설가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고 덧붙여지기도 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입니다. 그 부분을 읽고 나서 여태까지 읽었던 앞의 내용들이 재구성되면서 사건에 대한 인식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됩니다.

작가가 참으로 단순한 방식을 써서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를 다시 상고시키게 만드는 힘을 보인 것인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극중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상상'을 써내는 소설가의 힘을 이렇게 작가 스스로가 독자에게 느끼게 했던 면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소설 속에서 사건 자체의 묘사보다는 다른 부분들이 훨씬 많이 등장합니다. 한 소녀가 유괴되기까지의 과정이나 그 이후 사람들의 시선, 자신의 변화같은 것들을 진득하게 묘사합니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의 소설이 취향이 아닌 분이라면 좀 지루할 법할 것 같습니다. 검색해보니 역시 이 작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리더라구요.

또 다른 독특한 면은 유괴범의 정체가 소아성애자가 아니었다는 점에 있을 것 같습니다. - 물론 그의 정체에 대해서 확실히 규정해놓지 않아서 단언할 수 있으지는 모르겠습니다. - 흔히 이런 사건들에는 그런 범죄로 이야기되기 마련이고 극중에서도 되려 범인이 아닌, 선량한 일반 시민인 구경꾼들이 더 추악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스톡홀름 증후군(범인과 인질이 동조하는 현상) 같은 심적 변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마지막을 읽고 나면 이 주인공은 그런 '스토리'를 원하는 추악한 다수의 구경꾼들에게 이 이야기를 먹이처럼 던져주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에 옮길 정도의 자신은 없었겠지요. 결국 그런 그녀가 이 원고를 편집부에 전달하기를 원하면서 실종이라는 선택을 한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 속에는 '소설'이 주는 상상에 관한 모호함만이 등장합니다. 실제 사건을 겪은 피해자 본인이 사건을 기술하면서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곳곳에 허구의 옷을 입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그녀의 실종은 무엇을 원하며 그 결과는 어찌되었는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입니다. 그러나 너무 슬픈 사건과 가해자가 실제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과 더 잔인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괴롭기 때문에 별은 3개 정도로만 매겨봅니다. 

 


책 정보

Zangyakuki by Natsuo Kirino (2004) 
잔학기
지은이 기리노 나쓰오 
펴낸곳 (주)황금가지 
1판 1쇄 찍음 2007년 5월 10일 
1판 1쇄 펴냄 2007년 5월 15일 
옮긴이 김수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운초 이야기 - 할머니 탐정의 사건일지
요시나가 나오 지음, 송수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일흔여섯 살인 '소우'라는 주인공 할머니를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나고 소소하게 추리하는 단편 묶음집입니다. '할머니 탐정의 사건일지, 고운초 이야기'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유쾌하거나 가벼운 추리물 쪽을 생각했습니다. 왠지 '할머니'가 탐정역을 한다면 조금의 오지랖 덕분에 관심을 갖고 나서서 해결해주는 패턴을 상상했거든요. 어느 정도 비슷한 면도 있긴 하지만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사회파 미스터리 쪽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런 감상으로 마지막 역자분의 글을 읽으니 역시 2004년 올요미모노 추리소설상 신인상을 첫단편 '고운초의 소우 할머니'로 받았다고 합니다. 심사위원 미야베 미유키가 칭찬했다고 하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추리물과 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추리물하면 조금 가벼운 문체거나 반대로 무거운 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소설도 무거운 쪽에 속합니다. 그렇다고 심각하고 전문용어가 등장하는 그런건 아니구요. 무게감이 있는 개념있는 할머니랄까요? 그런 느낌에 서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습니다. 크게 다섯개의 단편으로 나눠져있습니다.

이 소우 할머니는 대대로 내려오는 잡화점을 정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가게로 탈바꿈을 합니다. 그것이 60대에 결정한 일이니 쉬운 것은 아니었겠지요. 커피와 전통 다구를 파는 가게인데 커피 한잔씩은 서비스로 주는 덕분에 장사가 되지 않는 손님이 항상 많습니다. 무례한 사람들도 있구요.

할머니하면 자녀와 손자 등 시끌벅적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소우 할머니는 쓸쓸한 사람입니다. 사는 곳이 '고운초'여서 이런 제목이 붙었구요. 근데 맨션에서 괴담스러운 이야기이 소재가되는 목격담을 풀어내어 도움을 준다던지 얄밉게 대했던 어린 시절 친구에게 도움을 준다던지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학생의 문제도 도와주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항상 커피를 마시러오는 트럭 운전사의 옛친구가 등장하는데 그의 사건도 해결해주고 좋아했지만 그저 친구의 역할로 도움을 주러 교토까지 가는 마지막 사건까지 이야기들은 그냥 동네 할머니의 것치곤 스케일이 좀 있는 편입니다. 가정 폭력이나 가게 운영에 관련된 것들, 직장을 잃은 어른, 나이들어 거동이 불편한 친구, 도둑과 재혼 가정 문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라던가 마약 범죄까지 소소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소재들치곤 꽤 스케일이 있지요.

기본 설정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사회 곳곳에 등장하는 일들을 내세우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면이 단순한 추리물과 다르게 사회파 미스터리 같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소우 할머니 시리즈가 이어지길 바라는 독자들이 많다고 하니 저처럼 재밌게 읽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작가의 차기작은 아내의 자살로 인해 남편이 왜 죽었는지 파헤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 작품도 빨리 번역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네요. 관심있게 볼 작가가 한명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책 정보

Kouncho Monogatari by Yoshinaga Nao (2008) 
고운초 이야기 
지은이 요시나가 나오
펴낸곳 (주)문학동네
초판 인쇄 2011년 4월 25일
초판 발행 2011년 5월 9일
옮긴이 송수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탐정의 저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이 소설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본격 탐정물'에 대해서 어떤 감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신답게 이공계 계열의 소재들로부터 독특한 추리물을 써내고 있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그런 소재가 아니라도 좀 더 다양하고 독특한 시도를 모색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들을 줄곳 발표하고 있는 작가이지요. 이 책에 앞서 '명탐정의 규칙'을 통해 작가의 이상적인 '명탐정론'을 펼쳤었는데요. 이 책은 그 규칙에 대응하는 실전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접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명탐정물'을 작업한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발매된 최신작이지만 일본에서 발표는 1996년으로 시간적으로 최신작은 아닙니다. 주인공은 '핵무기'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이 설정 자체가 작가 자신을 나타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자료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가서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작가는 탐정 소설을 신랄하게 비평해댑니다. 수수께끼 풀기 식 소설이 잘팔리는 나라는 일본뿐이라면서 리얼리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미로에 빠진듯 길을 찾을 수 없게 되고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해버린듯한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자신은 그곳에서 초대받은 명탐정 덴카이치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그 세계에서 명탐정 역할을 하게 됩니다. 크게 4가지의 사건들로 나뉘어져있다고 할 수 있지만 첫번째 사건과 마지막 사건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3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내용 자체는 본격 추리물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이 세계가 실존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판타지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본격 추리물'이 없음을 알게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밀실'이라는 단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형사는 존재합니다. 본격 추리물이 없는 세계에서, 본격 추리물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본격 추리물적인 추리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결국 이 세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애초에 이 명탐정이 불려온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마지막에 다 밝혀집니다. 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세계관은 작가의(히가시노 게이고) 실제 고백같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이 바탕이 되어 마치 자서전처럼 이 주인공에게 이입을 시켜 그려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확실히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금 비틀린 수사물은 재미있습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른 장르의 소설들도 아주 잘 써내기도 해서 신뢰가 가는 작가이기도 하지요. 한가지 색만 가지고 있는 작가라도 재미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이렇게 다작을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또 다른 흥미가 이는 작가이기도 하구요.

이런 고백을 바탕으로 2005년에 출간된 '탐정 클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중 가장 정통 탐정물스러운 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작가의 시도가 보이는 것 같아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책 정보

Meitantei no Jubaku by Keigo Higashino (1996) 
명탐정의 저주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펴낸곳 도서출판 재인 
초판 1쇄 펴낸 날 2011년 3월 21일 
3쇄 펴낸 날 2011년 4월 26일
옮긴이 이혁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