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저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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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본격 탐정물'에 대해서 어떤 감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신답게 이공계 계열의 소재들로부터 독특한 추리물을 써내고 있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그런 소재가 아니라도 좀 더 다양하고 독특한 시도를 모색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들을 줄곳 발표하고 있는 작가이지요. 이 책에 앞서 '명탐정의 규칙'을 통해 작가의 이상적인 '명탐정론'을 펼쳤었는데요. 이 책은 그 규칙에 대응하는 실전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접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명탐정물'을 작업한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발매된 최신작이지만 일본에서 발표는 1996년으로 시간적으로 최신작은 아닙니다. 주인공은 '핵무기'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이 설정 자체가 작가 자신을 나타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자료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가서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작가는 탐정 소설을 신랄하게 비평해댑니다. 수수께끼 풀기 식 소설이 잘팔리는 나라는 일본뿐이라면서 리얼리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미로에 빠진듯 길을 찾을 수 없게 되고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해버린듯한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자신은 그곳에서 초대받은 명탐정 덴카이치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그 세계에서 명탐정 역할을 하게 됩니다. 크게 4가지의 사건들로 나뉘어져있다고 할 수 있지만 첫번째 사건과 마지막 사건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3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내용 자체는 본격 추리물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이 세계가 실존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판타지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본격 추리물'이 없음을 알게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밀실'이라는 단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형사는 존재합니다. 본격 추리물이 없는 세계에서, 본격 추리물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본격 추리물적인 추리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결국 이 세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애초에 이 명탐정이 불려온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마지막에 다 밝혀집니다. 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세계관은 작가의(히가시노 게이고) 실제 고백같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이 바탕이 되어 마치 자서전처럼 이 주인공에게 이입을 시켜 그려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확실히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금 비틀린 수사물은 재미있습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른 장르의 소설들도 아주 잘 써내기도 해서 신뢰가 가는 작가이기도 하지요. 한가지 색만 가지고 있는 작가라도 재미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이렇게 다작을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또 다른 흥미가 이는 작가이기도 하구요.

이런 고백을 바탕으로 2005년에 출간된 '탐정 클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중 가장 정통 탐정물스러운 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작가의 시도가 보이는 것 같아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책 정보

Meitantei no Jubaku by Keigo Higashino (1996) 
명탐정의 저주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펴낸곳 도서출판 재인 
초판 1쇄 펴낸 날 2011년 3월 21일 
3쇄 펴낸 날 2011년 4월 26일
옮긴이 이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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