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화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서평

 

저만의 나쁜 버릇인지는 모르겠는데 작가가 독특하면 독특할 수록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상당히 시동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난독증같은 느낌으로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거든요. 열 페이지에서 삼십 페이지쯤 읽고 놔둔 후 그 세계관에 적응 기간을 두고 읽으면 단숨에 뒷쪽을 읽게 됩니다. 간혹 힘들 땐 열 페이지에 도달도 못할 때가 있고 재밌으면 오십 페이지까지도 읽게되는 등 천차 만별입니다.

 

온다 리쿠는 좋아하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입니다. 매번 다른 분위기의 소설을 써내기 때문에 늘 그렇습니다. 막상 읽기 시작하면 작가의 특징이 군데 군데서 베어나와 그 세계관을 맞춰나가는 재미는 있지요.

 

개인적인 얘기는 잘 쓰는 편은 아닌데 왜 이런 걸 풀어놓느냐하면 그런 온다 리쿠 글임에도 이 소설은 전혀 그 특유의 분위기가 없었습니다. 역자는 후기를 통해서 온다 리쿠에 대한 호불호가 상당히 나뉜다는 얘기를 하면서 도저히 못읽겠다는 사람에겐 이 책을 추천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소설은 대중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이 소설은 제목 이외에 '미모의 천재 여류 화가의 죽음을 둘러싼 호러 미스터리'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온다 리쿠는 항상 어느 정도 호러적인 면을 가미하기 때문에 어느 작품에서건 그 작풍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다지 호러스럽지는 않습니다. 물론 살인이 등장하는 소설이기에 그 사건을 생각해보면 무섭긴 합니다.

 

그런데 평소 온다 리쿠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무언가 기묘한 감정에 휩싸이거나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만 같아서 불안할 때 한껏 분위기를 잡는 그 호러스러움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온다 리쿠스럽지 않은 소설이냐 물으면 또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방식, 소재, 결말 등은 전부 온다 리쿠스럽습니다. 딱 그의 세계관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습니다. 다만 방식이 너무 담백해서 대중적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추리물에 가까운 기분도 들지요. 그래서 골수 온다 리쿠 팬들에겐 좀 가벼운 작품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선 화자는 이 부제에 붙은 '미모의 천재 여류 화가' 다카쓰키 노리코의 환생으로 추정되는 마유코입니다. 다카쓰키 노리코의 유작전에서 한 그림을 본 후 살해되는 순간의 과거가 떠오르면서 기절하게 됩니다.

 

이 마유코는 얼핏 평범한 여성으로 보이지만 신기한 능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인데요. 흔히 알려진 독심술이나 텔레파시 같은 흔한 쪽이 아니라 온다 리쿠의 다른 소설인 '빛의 제국'에서 잠시 등장했던 '서랍'을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독특한 능력이 있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나오고 추리를 한다는 점에서 '어제의 세계'나 '유지니아'가 떠오릅니다. 평범한 느낌인 것으로 치면 '도미노'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어린 시절 엄마를 잃어 엄마에 대해 잘 모르는 다카쓰키 노리코의 아들 뵤는 뒤늦게 유서를 발견합니다. 지인에게 그림을 넘기라는 유언입니다. 그래서 마유코와 대학 교수 우라타 다이잔, 마유코의 친구 이마이즈미 슌타로와 함께 그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유작전에도 방화 사건이 일어나면서 협박 편지와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납니다.

 

아름답고 천재적이었지만 좋은 사람만은 아니었던 다카쓰키 노리코의 지인들을 만나면서 그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지만 대체 누가 협박을 하고 무엇이 숨겨져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합니다. 결국 한 인물에 의해 그 내막이 알려지고 예상 밖의 이야기들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또 다른 관계들이 알려지게 되지요.

 

궁금해서 무척이나 열심히 읽은 소설이지만 아무래도 온다 리쿠 스타일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라는 기분이 드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추리물을 써달라는 편집부의 부탁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거든요. 그렇다고 소설 자체가 별로였다는 것은 아니구요. 온다 리쿠도 이런 소설을 쓸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도미노'란 소설도 그렇긴 하지만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 정보

 

Fuanna Dowa by Onda Riku (1994)

불안한 동화 (미모의 천재 여류 화가의 죽음을 둘러싼 호러 미스터리)

지은이 온다 리쿠

펴낸 곳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년 8월 23일 초판 1쇄 인쇄

2007년 8월 30일 초판 1쇄 발행

옮긴이 권남희

 

 

 

   p. 108

   문득 고개를 들자, 계단의 층계참 위 유리창으로 도려낸듯한 여름 끝의 하늘이 보였다.

   그 하늘을 보았을 때, 이제 피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 현실로 침입해온 지금, 내게는 달아날 곳이 없다.

 

 

   p. 119~20

   아무래도 최근 젊은 여자들은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무조건 자신을 타인과 차별화하고 '뭔가'를 추구하는 타입과 판에 박힌 '여자의 인생'을 걷는 타입으로.

   학창 시절부터 양측의 경계선상에 있었다. 친구도 양쪽에 모두 있었다. 그러나 각각의 주장이 나름대로 납득은 갔지만, 진심으로 공감할 수는 없었다.

 

 

   p. 246

   바다가 보이는 순간은 참으로 신기하다.

   반드시 어떤 징조가 있다. 뭔가가 열리는 기척이 난다.

   창밖에 잿빛 바다 한 자락이 보였다.

   부옇게 은색으로 빛나는 바다가 나를 맞이했다. 파도가 거칠게 일렁인다. 그곳은 이미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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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야 가의 전설 - 기담 수집가의 환상 노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5
츠하라 야스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

 

개인적으로 호러물은 좀 취향이 아니여서 찾아 읽진않는데 일본 소설, 만화, 애니 등을 보다보면 친숙한 소재이긴 하지요. 특별히 호러물 지향하는 작가가 아니라도 종종 쓰이기도 하구요. 이 책 역시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택한 것은 아닌데 엄청 재밌게 읽었습니다. '기담 수집가의 환상 노트'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표지 뒤를 살펴보면 오싹할 문장들이 몇 있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포우 소설의 그 여운은 아직도 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면이 있는데요. 역시 정말 무서운건 지속적인 공포가 아니라 여운으로 남는 부분에서 오는 공포가 아닐까 싶습니다.

 

호러물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묘사 자체가 무섭다던가 점점 무서워진다던가 그런 류도 있을 것 같구요. 그런 분류를 생각해보면, 반대로 이 소설은 정말 평범합니다. 주인공인 사루와타리와 '백작'이라 불리우는 괴기 소설가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일정 직업없이 사는 사루와타리와 유명한 괴기 소설가 백작은 미식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거 호러 소설 맞는건가 싶을 정도로 담백하게 음식 얘기가 이어집니다. 그 대화가 무척이나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어서 다른 장르를 의심하게 되지요. 그런 두 사람의 만남이라 평범한 분위기로 진행되는데 아무래도 백작이 소설을 쓰기위한 자료 수집 덕분에 매번 지방을 전전하게 됩니다.

 

각 지역마다 도는 기묘한 이야기나 우연히 접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기담을 보여주는 방식인데요. 각기 다른 여덟 개의 단편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평범하다고 해서 코믹한 부분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어둡긴합니다. 그러나 곧 무슨 일이 일어날듯한 전조의 의미에서 어두운 분위기를 잡아가는게 아니라 그냥 전체적으로 가라앉은듯한 느낌이 듭니다. 과장된 표현을 절제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적인 묘사랄까 자세한 설명을 주지 않는 기담의 정체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을 하게 만들어 더 공포스럽게 하는데요. 그렇다고 미친듯이 무섭거나 그 정도는 아니구요. 오싹한 느낌이 드는 정도이지요.

 

차에 새겨진 기억이 재생되는 반곡 터널, 영력을 보존하기 위한 일족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아시야 가의 몰락, 정말 무서운 스토커를 그린 고양이 등 여자, 붉은 거인이 살인을 카르키노스, 커다란 쥐 뉴트리아의 종족 보존을 그린 초서기, 고마이누 대신 마을을 지키는 케르베로스, 숙주를 필요로하여 종족 번식을 한 송장벌레, 신경증에 걸려 고생하며 벗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물소 떼.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일지 궁금해지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호러물은 정말 보고싶다는 생각이 안드는데 이 작가의 스타일은 참으로 독특합니다. 별 것 아닌듯하지만 굉장히 서로를 위하는 사루와타리와 백작 콤비의 모습도 인상적이구요. 주니어 소설을 발표하다가 호러물로 장르를 바꾸고 이후 미스터리 소설이나 청춘 소설도 써냈다는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집니다.

 

 

 

 

 

책 정보

 

Ashiyake no Houkai by Yasumi Tsuhara (2002)

아시야가의 전설 _기담 수집가의 환상 노트

지은이 쓰하라 야스미

발행처 도서출판 비채

1판 1쇄 인쇄 2009년 5월 11일

1판 1쇄 발행 2009년 5월 18일

옮긴이 권영주

일러스트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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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야마 만화경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서평

 

도쿄의 칸다 마쯔리(神田祭), 오사카의 텐진사이 마쯔리(天神祭)와 함께 일본의 3대 마쯔리(축제) 중 하나라는《교토 기온제(京都 祇園祭, ぎおんまつり)》. 이 기온 마쓰리의 전야제를 요이야마(宵山, 7월 16일)라고 한답니다. 나라에서 자라고 교토에서 대학을 다닌 후 계속 교토 관련된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교토에 대한 애정을 이번 소설에서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모두 이 요이야마에 벌어진 일을 쓰고 있지만 각각의 내용은 별개로 단편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결된 이야기도 있고 관련 없는데 각 등장 인물이 다른 단편에 등장하기도 하고 소소하게 연결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총 여섯 개의 이야기입니다. 일상을 그렸다기엔 판타지적인 부분이 많구요. 일본식 기묘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이야마 자매

산조 무로마치 서쪽에 위치한 고로모노타나 정(町)의 산조 거리에 면한 고풍스러운 4층 건물의 스자키 발레 교실. 그곳에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인데 자매가 다니고 있습니다. 화자는 동생. 소심한 동생과 달리 언니는 언제나 호기심과 모험심이 가득해서 동생은 이 요이야마의 날에 불안해집니다. 건물 안도 거리도 평소와 달리 복잡하고 장식품들이 가득 찬 이 날, 호기심 많은 언니와 헤어지게 됩니다. 동생은 언니를 찾다가 새빨간 유카타를 입은 여자아이를 따라 나섭니다.

 

요이야마 금붕어

후지타는 학창시절 이상한 녀석인 오토카와와 알게되었습니다. '초금붕어'를 기른 사내.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모를 말을 늘어놓는 특이한 인물인 오토카와는 아무렇지도 않게 후지타를 곤경에 빠트리지만 투덜대면서도 그런 오토카와를 부러워 합니다. 나라를 떠나 후지타는 오사카의 대학 졸업 후 지바에 살고 오토카와는 교토의 대학 졸업 후 고물상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같이 괴상 야릇하지만, 자유로운 특이한 녀석. 요이야마를 함께 보내면서 후지타는 역시 또 오토카와의 계략에 말려듭니다. '기온제 요이야마 법규 제28조'를 위반했다면서 그를 끌고 가는데 이상한 공간이 등장하게 됩니다.

 

요이야마 극장

시조 가라스마 북서쪽, 무로마치 거리 롯카쿠 근처인 시내 중심부에 사는 고나가이. 그가 이번 편의 주인공입니다. 늘 투덜대는 그는 역시 복잡한 요이야마를 싫어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기온제 사령부'인 가짜 기온제 계획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는 극단 무대 스태프로 공인된 실력이 있는 사내. 들어가는 돈도 무제한에 애초 기온제를 따라하려는 목적도 잃은 채 기괴함만을 중시하게된 큰 프로젝트가 두달 동안 진행됩니다.

 

이쯤 와서는 알게되지요. 바로 전편의 그 후지타가 당했던 바로 그 오토카와의 계략임을요. 이 단편의 화자가 근면 성실한 장인스러운 면을 지녔기에 자세히 그 과정이 기술됩니다. 전편을 읽을 때엔 기묘하고 환상이 아닐까 싶은 이야기라는 의혹을 갖게 되는데 이 편을 읽으면서 인간의 쓸데없는 성실함이 이룩한 계략임을 알게되고 실소를 머금게 됩니다. 바보를 속이려는 바보들의 이야기.

 

요이야마 회랑

지즈루는 교토 서쪽 가쓰라에 삽니다. 시조 가라스마로 나와 기온제 요이야마 날, 산조 다카쿠라의 화랑 주인 야나기를 만납니다. 그는 삼촌을 만나러 가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삼촌은 어딘가 늙어 있고 내일부터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기묘한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서 요이야마 만화경이 등장합니다. 어린 딸을 요이야마에 잃어버린 삼촌은 그 딸이 보이는 만화경과 함께 요이야마에 갇혀 버립니다. 요이야마는 매일 매일 계속됩니다.

 

요이야마 미궁

전편과 동일한 내용이지만 화자는 화랑 주인인 야나기입니다. 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전편에서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많이 드러납니다. 이 방식은 앞의 두 편인 '금붕어와 극장'의 구조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뒷편인'만화경' 부분을 읽으면서 이 것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가장 처음 편인 '자매'와 페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야나기에게 만화경을 찾는 고물상 직원이 등장하는데 여기에서 잠시 오토카와도 등장합니다. 지즈루도 연관성이 있었지만 야나기 역시 관련 인물이기 때문에 이 미궁에 갇히게 되는 일을 경험합니다. 가족에 대한 애정을 추억하는 모습은 행복해보이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요이야마 만화경

이 편은 처음 등장했던 발레 교실을 다니는 두 자매의 이야기에서 언니의 관점으로 기술됩니다. 그 편의 해설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고 있는 부분들을 총괄하는 면이 있기도 합니다. 화려한 축제의 모습 사이사이 들어가 있는 기묘한 현상들이 전부 보인다고 할 수 있지요.

 

동생이 서술했던 언니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면도 있습니다. 원래 일본의 축제라는 것이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관련 소재를 사용하는 만화들을 보면 인간과 함께 신도 요괴도 모두 함께 즐기는 모습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 역시도 그런 면이 있는데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판타지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경계가 있지요.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들이 늘 그런 특색을 갖고 있는데 이 소설 속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친구를 속였던 오토카와가 바로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모리미 도미히코 소설의 핵같은 존재랄까요. 늘 이런 인간을 넘어선 이상한 녀석에게 당하는 성실하고 현실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쓰는 소설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단순히 그 성실한 녀석은 현실의 경계선 안에서만 생각하게 되지만 이상한 녀석은 현실의 경계를 뛰어넘은 인물이랄까요.

 

축제의 전날, 기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소재는 비단 소설 뿐 아니라 만화 속에서도 많이 등장하기에 생소하지는 않지만 교토를 사랑하는 작가답게 상세한 거리의 설명이 있어 굉장히 현실감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도리미 모리히코 소설을 읽을 때마다 교토에 가보고 싶고, 거리들이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들 것 같거든요. 그래서 신작을 발표할 때 교토 배경이 아니면 서운하기까지한 작가. 다른 소설도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책 정보

 

Yoiyama Mangekyo by Tomihiko Morimi (2009)

요이야마 만화경

지은이 모리미 도미히코

펴낸곳 (주)문학수첩

초판 1쇄 인쇄 2010년 3월 25일

초판 1쇄 발행 2010년 3월 30일

옮긴이 권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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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이이치로의 사고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속편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단편 모음집이며 '아 아이이치로'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물입니다. 주인공이 탐정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비중이 크거나 멋있게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소설 두 권이 번역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작가는 1933년 출생으로 1982년 작입니다. 잘 써진 추리 소설은 어느 작품이나 그렇지만 시대감이 느껴진다거나 예전 글이라 시대착오적인 이론같은 것은 없습니다.

 

1990년 《음도라지》로 제103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고 여러 상들을 수상한 작가답게 잘만들어진 캐릭터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필력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경창원사 선정 ‘본격 추리소설 100선’ 6위,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터리 100선’ 17위, 2007년 플레이보이 선정 ‘일본 올타임 베스트 미스터리 100선’ 6위에 오르는 등 수식어가 화려한 작품입니다.

 

추리 소설은 다양한 스타일이 있지요. 멋있는 천재 탐정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 있거나 반대로 천재 탐정인척 하지만 사실 전혀 추리는 못하고 명탐정 역할은 따로 있다거나 하지요. 전자는 유머스러운 방식이나 멋스러운 방식으로 또 나뉠 수 있겠구요.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는 유머스러운 면이 있기는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볍고 코믹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탐정 역할을 평범한 인물로 대체한다면 어디서나 일어날 법한 코지 미스터리 같기도 하고 삶의 애환을 그려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모음집 같기도 하거든요. 타겟 독자층이 어리고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로 된 가벼운 추리물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읽는데 어렵다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좀 정적이랄까요.

 

아 아이이치로는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주변 인물처럼 잠시 등장하는 형태인데요.  그는 독특하게도 구름, 벌레, 고대생물, 화석같은 것들을 찍는 사진사입니다. 그러나 정확히 뭐가 전공 분야인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전작과 동일하게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 모음집입니다. 화자는 각자 다르고 사건을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어설프게 잠시 출현하는 듯한 '아'가 나오는 형태입니다.

 

아황산의 '아(亞)'라는 성을 갖고 있고, 이름은 아이+이치로인 아이이치로(愛一郞)입니다. 그래서 '아', '아이', '아아'라고도 불립니다. 잘생긴 외모와 달리 행동은 어딘가 굼뜨고 어색하지만 머리는 좋은 독특한 캐릭터. 화자가 각자 사건의 관계자들이다 보니 각각의 주인공들이 이 '아 아이이치로'를 묘사하는 모습이 조금씩 달라 그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잘생긴 외모 덕분에 여성들에겐 호감을 얻지만 조금만 관찰해보면 행동이 영 수상쩍어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게다가 경찰을 싫어해서 더 이상한 오해를 받곤 하지요. 세모꼴 얼굴의 노부인도 계속 등장합니다.

 

지푸라기 고양이

완벽한 묘사력을 가진 화가 가유야 도쿄의 첫 유작전이 열리게 됩니다. 화자는 그의 친구인 오카모토 기쿠지. 죽음으로 유명해진 작가의 회고전에서 암모나이트를 촬영하는 아 아이이치로와 만나게 됩니다. 그는 그림 속의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스나가 가의 증발

산사태로인해 선로가 휘는 바람에 발이 묶인 승객들. 무로노 하지메는 휴가 때 자신의 위치를 회사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걸어서 산을 넘고자 합니다. 상인 다니오 쇼스케와 식물학자로 추정되는 아 아이이치로(화자의 관점에서)와 동행하게 됩니다. 마을에 내려오는 스나가 가의 증발에 대한 노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길을 잃고 민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집이 없어진 기묘한 목격을 하게 되는 이야기.

 

스즈코의 치장

죽은 지 1년쯤 된 가수 가모 스즈코의 팬인 도시코는 유작인 영화 상영을 보러갑니다. 그곳에서 린코(가모 스즈코가 린코로 불림)의 닮은 꼴을 찾아 영화 주연으로 선발하는 콘테스트가 열립니다. 여기서 아 아이이치로는 구름 사진을 찍는 것으로 나오는데 도시코는 연예인인줄 알고 사인을 받습니다. 아 아이이치로는 역시나 숨겨진 내막을 간파하지만 결말은 화석을 봤다는 이야기로 꿑이 납니다.
 
뜻밖의 유해
가장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사쿠라이 료지는 유황 온천이 있는 우마모토 온천 마을에서 형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형사 드라마에 가슴이 설레여서 그렇게 됐는데 형사는 아니지요. 세계 담수어 생태 비교학회에 발표할 사진을 찍기위해 아 아이이치로는 구사후지 교수와 동행하게 됩니다. 오우타케헤게타우오라는 물고기를 찾습니다. 그런데 진짜 시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비뚤어진 모자
오오타케 유즈루는 안달복달하는 성격으로 식사조차 씹지않고 하고 자는 것조차 고통인 그야말로 급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는 식물도감 제작을 위해 무샤노히가시노코지 교수에게 부탁을 해 아 아이이치로를 소개받습니다. 모자를 흘리고 간 남자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두 사람.
 
네 거두의 싸움
형사과 주임에서 퇴직한 스즈키.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요리에 본격적으로 빠져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퇴직 후 지역 신문사에서 기사를 쓰려고 아 아이이치로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지만 잘맞지 않는데다가 흐지부지되어 일단락되었지만 아 아이이치로가 뒤늦게 직접 찾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전 중의원, 현 지사를 역임한 다나카 요시유키의 손녀인 미치코가 찾아와 할아버지가 수상하니 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역시나 진상은 의외의 상황으로 이끌어집니다.
 
사부로 정 노상
아사히 교코 박사는 벌레 사진을 찍기 위해 아 아이이치로를 소개받는데 시체가 없어진 이상한 사건과 만나게 됩니다. 구름 사진 찍기를 더 좋아하는 아 아이이치로를 데리고 사건의 전말을 밝히려합니다.
 
환자에게 칼
편집장 이소아키는 바쁜 때에 하필 몸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하게 됩니다. 톨레미 병으로 대퇴부 종양을 제거합니다. 병원에서도 여전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 아이이치로가 문병을 옵니다. 몇번 언급되었던 사진집 《구름 폭포》를 이 출판사에서 냈다고 하네요. 그러다 같은 병실의 쓰쓰미 씨가 칼에 찔려 죽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소아키가 범인으로 몰리게됩니다.
 
이상이 간단한 각 단편의 내용입니다. 아무래도 화자가 늘 다른 사람이다보니 다른 책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합니다. 아 아이이치로의 잠깐의 등장임에도 큰 활약을 합니다. 그러나 영웅같은 느낌이 아니라 정말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상황이 그렇게 되는 분위기라 실소를 머금게 되는 면이 있지요. 이 시리즈의 몇 권이 더 있는데 계속 번역되기를 바래봅니다.
 
 

 

 

 

 

책 정보

 

A Aiichiro no Tento (A is For Accident) by Awasaka Tsumao (1982)

아 아이이치로의 사고

지은이 아와사카 쓰마오

발행처 (주)시공사

2012년 2월 21일 초판 1쇄 인쇄

2012년 2월 24일 초판 1쇄 발행

옮긴이 권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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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야나기하라 케이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서평

 

저자 야나기하라 케이는 많이 들어본 작가는 아닙니다. 검색해보니 국내에서는 2008년에 3권이 번역 출간되었더라구요. 제2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인 유괴 미스터리 '퍼펙트 플랜' ('밤의 강에 모든 걸 흘려보내라'를 수정 보완함.)과 특수청소업을 다룬 본격 호러 미스터리 '콜링' 그리고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걸작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인 이 '사기꾼'이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구입하게 된 책인데 좀 늦게 읽게 되었는데요. 별 다섯 개를 매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리물도 여러 장르가 있지만 탐정이나 경찰같은 전문직종인 인물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코지 미스터리라면 더 어울릴 정도로 일상의 이야기를 그리는 면이 있어서 좀 가볍지요.

 

미술 작품을 주제로 한다는 점과 제목의 '사기꾼'을 일관성있게 끌고 나간 점만 놓고 봐도 높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간혹 후반부로 갈수록 일관성이 떨어진달까 방향이 달라지는 작품들도 간간히 있기는 하니까요.

 

소설은 한 편지가 등장함으로 시작됩니다. 화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자살 직전에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아내가 있고 나이가 들었지만 한 여인을 사랑한다는 내용과 자신의 그림을 남긴다는 유서입니다. 그리고 내용이 바뀌어서 주인공 사키가 입원한 엄마를 돌보고 일을 하는 일상이 그려집니다.

 

만나는 남자마다 불행하게 만들어서 몇 명과 헤어지게 되고 배신도 당한 과거를 가진 엄마는 사키와 둘이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옛 사진들을 살펴보던 사키가 이 유언장을 발견하게됩니다. 그리고 사키 이야기와 별개로 자세히 설명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삽입됩니다.

 

시작부터 그랬지만 점점 상속에 관한 트러블이 생길듯 여러 인물들의 관심이 그림으로 모아집니다. 사키는 자신을 딸이라 부르던 그 남자, 와시자와 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행동에 나서는데 그의 부인도 얼마전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게됩니다.

 

그러면서 그 집에 찾아가게 되고 상속 문제를 의논하게 되는데, 와시자와 고의 손자,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나타나면서 평범한 일상이었던 이야기는 점점 미스터리 소설의 분위기로 바뀌어 갑니다. 사키는 어린 시절 와시자와 고의 집에서 보았던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한 작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인상 깊은 그림이라 꼭 그 그림을 찾고 싶어합니다.

 

왜 자신을 딸이라고 하는지, 대체 엄마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예전 일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만 엄마는 병상에 누워 대화할 수 없는 상태이고 옛 이웃들도 자세한 내막은 알지못합니다. 그 과정을 추적해나가는 재미가 있고 중간 중간 비밀을 알고 있는듯한 인물이 위협을 가합니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그림인 책의 표지 역시 '사기꾼'이라는 제목을 가집니다. 그와 관련하여 주변인물들 중에서 누가 사기꾼인지 계속 긴장하게 합니다. 주인공이 추리해나가는 면, 인물들에 대한 평가, 엄마에 대한 애정 등이 두드러지는데요. 아무래도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이끌고나가는데 여성의 감성적인 면을 상당히 잘 살린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의 진행 방식이 아주 심각하거나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무겁게 그려나가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쉽게 읽어지기도 하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필력이 좋은 작가라 여겨져서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집니다.

 

 

 

 

 

 

책 정보

 

IKASAMASHI by Kei Yanagihara (2007)

사기꾼

지은이 야나기하라 케이

펴낸곳 폴라북스 ((주)현대문학)

초판 1쇄 펴낸날 2008년 7월 10일

옮긴이 권일영

 

 

* 오자

p. 34 저 문학가 와지자와 에린 -> 와시자와 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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