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호러물은 좀 취향이 아니여서 찾아 읽진않는데 일본 소설, 만화, 애니 등을 보다보면 친숙한 소재이긴 하지요. 특별히 호러물 지향하는 작가가 아니라도 종종 쓰이기도 하구요. 이 책 역시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택한 것은 아닌데 엄청 재밌게 읽었습니다. '기담 수집가의 환상 노트'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표지 뒤를 살펴보면 오싹할 문장들이 몇 있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포우 소설의 그 여운은 아직도 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면이 있는데요. 역시 정말 무서운건 지속적인 공포가 아니라 여운으로 남는 부분에서 오는 공포가 아닐까 싶습니다.
호러물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묘사 자체가 무섭다던가 점점 무서워진다던가 그런 류도 있을 것 같구요. 그런 분류를 생각해보면, 반대로 이 소설은 정말 평범합니다. 주인공인 사루와타리와 '백작'이라 불리우는 괴기 소설가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일정 직업없이 사는 사루와타리와 유명한 괴기 소설가 백작은 미식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거 호러 소설 맞는건가 싶을 정도로 담백하게 음식 얘기가 이어집니다. 그 대화가 무척이나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어서 다른 장르를 의심하게 되지요. 그런 두 사람의 만남이라 평범한 분위기로 진행되는데 아무래도 백작이 소설을 쓰기위한 자료 수집 덕분에 매번 지방을 전전하게 됩니다.
각 지역마다 도는 기묘한 이야기나 우연히 접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기담을 보여주는 방식인데요. 각기 다른 여덟 개의 단편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평범하다고 해서 코믹한 부분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어둡긴합니다. 그러나 곧 무슨 일이 일어날듯한 전조의 의미에서 어두운 분위기를 잡아가는게 아니라 그냥 전체적으로 가라앉은듯한 느낌이 듭니다. 과장된 표현을 절제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적인 묘사랄까 자세한 설명을 주지 않는 기담의 정체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을 하게 만들어 더 공포스럽게 하는데요. 그렇다고 미친듯이 무섭거나 그 정도는 아니구요. 오싹한 느낌이 드는 정도이지요.
차에 새겨진 기억이 재생되는 반곡 터널, 영력을 보존하기 위한 일족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아시야 가의 몰락, 정말 무서운 스토커를 그린 고양이 등 여자, 붉은 거인이 살인을 카르키노스, 커다란 쥐 뉴트리아의 종족 보존을 그린 초서기, 고마이누 대신 마을을 지키는 케르베로스, 숙주를 필요로하여 종족 번식을 한 송장벌레, 신경증에 걸려 고생하며 벗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물소 떼.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일지 궁금해지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호러물은 정말 보고싶다는 생각이 안드는데 이 작가의 스타일은 참으로 독특합니다. 별 것 아닌듯하지만 굉장히 서로를 위하는 사루와타리와 백작 콤비의 모습도 인상적이구요. 주니어 소설을 발표하다가 호러물로 장르를 바꾸고 이후 미스터리 소설이나 청춘 소설도 써냈다는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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