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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야나기하라 케이는 많이 들어본 작가는 아닙니다. 검색해보니 국내에서는 2008년에 3권이 번역 출간되었더라구요. 제2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인 유괴 미스터리 '퍼펙트 플랜' ('밤의 강에 모든 걸 흘려보내라'를 수정 보완함.)과 특수청소업을 다룬 본격 호러 미스터리 '콜링' 그리고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걸작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인 이 '사기꾼'이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구입하게 된 책인데 좀 늦게 읽게 되었는데요. 별 다섯 개를 매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리물도 여러 장르가 있지만 탐정이나 경찰같은 전문직종인 인물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코지 미스터리라면 더 어울릴 정도로 일상의 이야기를 그리는 면이 있어서 좀 가볍지요.
미술 작품을 주제로 한다는 점과 제목의 '사기꾼'을 일관성있게 끌고 나간 점만 놓고 봐도 높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간혹 후반부로 갈수록 일관성이 떨어진달까 방향이 달라지는 작품들도 간간히 있기는 하니까요.
소설은 한 편지가 등장함으로 시작됩니다. 화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자살 직전에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아내가 있고 나이가 들었지만 한 여인을 사랑한다는 내용과 자신의 그림을 남긴다는 유서입니다. 그리고 내용이 바뀌어서 주인공 사키가 입원한 엄마를 돌보고 일을 하는 일상이 그려집니다.
만나는 남자마다 불행하게 만들어서 몇 명과 헤어지게 되고 배신도 당한 과거를 가진 엄마는 사키와 둘이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옛 사진들을 살펴보던 사키가 이 유언장을 발견하게됩니다. 그리고 사키 이야기와 별개로 자세히 설명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삽입됩니다.
시작부터 그랬지만 점점 상속에 관한 트러블이 생길듯 여러 인물들의 관심이 그림으로 모아집니다. 사키는 자신을 딸이라 부르던 그 남자, 와시자와 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행동에 나서는데 그의 부인도 얼마전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게됩니다.
그러면서 그 집에 찾아가게 되고 상속 문제를 의논하게 되는데, 와시자와 고의 손자,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나타나면서 평범한 일상이었던 이야기는 점점 미스터리 소설의 분위기로 바뀌어 갑니다. 사키는 어린 시절 와시자와 고의 집에서 보았던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한 작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인상 깊은 그림이라 꼭 그 그림을 찾고 싶어합니다.
왜 자신을 딸이라고 하는지, 대체 엄마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예전 일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만 엄마는 병상에 누워 대화할 수 없는 상태이고 옛 이웃들도 자세한 내막은 알지못합니다. 그 과정을 추적해나가는 재미가 있고 중간 중간 비밀을 알고 있는듯한 인물이 위협을 가합니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그림인 책의 표지 역시 '사기꾼'이라는 제목을 가집니다. 그와 관련하여 주변인물들 중에서 누가 사기꾼인지 계속 긴장하게 합니다. 주인공이 추리해나가는 면, 인물들에 대한 평가, 엄마에 대한 애정 등이 두드러지는데요. 아무래도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이끌고나가는데 여성의 감성적인 면을 상당히 잘 살린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의 진행 방식이 아주 심각하거나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무겁게 그려나가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쉽게 읽어지기도 하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필력이 좋은 작가라 여겨져서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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