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이야마 만화경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서평

 

도쿄의 칸다 마쯔리(神田祭), 오사카의 텐진사이 마쯔리(天神祭)와 함께 일본의 3대 마쯔리(축제) 중 하나라는《교토 기온제(京都 祇園祭, ぎおんまつり)》. 이 기온 마쓰리의 전야제를 요이야마(宵山, 7월 16일)라고 한답니다. 나라에서 자라고 교토에서 대학을 다닌 후 계속 교토 관련된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교토에 대한 애정을 이번 소설에서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모두 이 요이야마에 벌어진 일을 쓰고 있지만 각각의 내용은 별개로 단편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결된 이야기도 있고 관련 없는데 각 등장 인물이 다른 단편에 등장하기도 하고 소소하게 연결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총 여섯 개의 이야기입니다. 일상을 그렸다기엔 판타지적인 부분이 많구요. 일본식 기묘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이야마 자매

산조 무로마치 서쪽에 위치한 고로모노타나 정(町)의 산조 거리에 면한 고풍스러운 4층 건물의 스자키 발레 교실. 그곳에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인데 자매가 다니고 있습니다. 화자는 동생. 소심한 동생과 달리 언니는 언제나 호기심과 모험심이 가득해서 동생은 이 요이야마의 날에 불안해집니다. 건물 안도 거리도 평소와 달리 복잡하고 장식품들이 가득 찬 이 날, 호기심 많은 언니와 헤어지게 됩니다. 동생은 언니를 찾다가 새빨간 유카타를 입은 여자아이를 따라 나섭니다.

 

요이야마 금붕어

후지타는 학창시절 이상한 녀석인 오토카와와 알게되었습니다. '초금붕어'를 기른 사내.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모를 말을 늘어놓는 특이한 인물인 오토카와는 아무렇지도 않게 후지타를 곤경에 빠트리지만 투덜대면서도 그런 오토카와를 부러워 합니다. 나라를 떠나 후지타는 오사카의 대학 졸업 후 지바에 살고 오토카와는 교토의 대학 졸업 후 고물상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같이 괴상 야릇하지만, 자유로운 특이한 녀석. 요이야마를 함께 보내면서 후지타는 역시 또 오토카와의 계략에 말려듭니다. '기온제 요이야마 법규 제28조'를 위반했다면서 그를 끌고 가는데 이상한 공간이 등장하게 됩니다.

 

요이야마 극장

시조 가라스마 북서쪽, 무로마치 거리 롯카쿠 근처인 시내 중심부에 사는 고나가이. 그가 이번 편의 주인공입니다. 늘 투덜대는 그는 역시 복잡한 요이야마를 싫어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기온제 사령부'인 가짜 기온제 계획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는 극단 무대 스태프로 공인된 실력이 있는 사내. 들어가는 돈도 무제한에 애초 기온제를 따라하려는 목적도 잃은 채 기괴함만을 중시하게된 큰 프로젝트가 두달 동안 진행됩니다.

 

이쯤 와서는 알게되지요. 바로 전편의 그 후지타가 당했던 바로 그 오토카와의 계략임을요. 이 단편의 화자가 근면 성실한 장인스러운 면을 지녔기에 자세히 그 과정이 기술됩니다. 전편을 읽을 때엔 기묘하고 환상이 아닐까 싶은 이야기라는 의혹을 갖게 되는데 이 편을 읽으면서 인간의 쓸데없는 성실함이 이룩한 계략임을 알게되고 실소를 머금게 됩니다. 바보를 속이려는 바보들의 이야기.

 

요이야마 회랑

지즈루는 교토 서쪽 가쓰라에 삽니다. 시조 가라스마로 나와 기온제 요이야마 날, 산조 다카쿠라의 화랑 주인 야나기를 만납니다. 그는 삼촌을 만나러 가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삼촌은 어딘가 늙어 있고 내일부터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기묘한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서 요이야마 만화경이 등장합니다. 어린 딸을 요이야마에 잃어버린 삼촌은 그 딸이 보이는 만화경과 함께 요이야마에 갇혀 버립니다. 요이야마는 매일 매일 계속됩니다.

 

요이야마 미궁

전편과 동일한 내용이지만 화자는 화랑 주인인 야나기입니다. 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전편에서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많이 드러납니다. 이 방식은 앞의 두 편인 '금붕어와 극장'의 구조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뒷편인'만화경' 부분을 읽으면서 이 것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가장 처음 편인 '자매'와 페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야나기에게 만화경을 찾는 고물상 직원이 등장하는데 여기에서 잠시 오토카와도 등장합니다. 지즈루도 연관성이 있었지만 야나기 역시 관련 인물이기 때문에 이 미궁에 갇히게 되는 일을 경험합니다. 가족에 대한 애정을 추억하는 모습은 행복해보이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요이야마 만화경

이 편은 처음 등장했던 발레 교실을 다니는 두 자매의 이야기에서 언니의 관점으로 기술됩니다. 그 편의 해설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고 있는 부분들을 총괄하는 면이 있기도 합니다. 화려한 축제의 모습 사이사이 들어가 있는 기묘한 현상들이 전부 보인다고 할 수 있지요.

 

동생이 서술했던 언니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면도 있습니다. 원래 일본의 축제라는 것이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관련 소재를 사용하는 만화들을 보면 인간과 함께 신도 요괴도 모두 함께 즐기는 모습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 역시도 그런 면이 있는데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판타지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경계가 있지요.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들이 늘 그런 특색을 갖고 있는데 이 소설 속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친구를 속였던 오토카와가 바로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모리미 도미히코 소설의 핵같은 존재랄까요. 늘 이런 인간을 넘어선 이상한 녀석에게 당하는 성실하고 현실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쓰는 소설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단순히 그 성실한 녀석은 현실의 경계선 안에서만 생각하게 되지만 이상한 녀석은 현실의 경계를 뛰어넘은 인물이랄까요.

 

축제의 전날, 기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소재는 비단 소설 뿐 아니라 만화 속에서도 많이 등장하기에 생소하지는 않지만 교토를 사랑하는 작가답게 상세한 거리의 설명이 있어 굉장히 현실감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도리미 모리히코 소설을 읽을 때마다 교토에 가보고 싶고, 거리들이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들 것 같거든요. 그래서 신작을 발표할 때 교토 배경이 아니면 서운하기까지한 작가. 다른 소설도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책 정보

 

Yoiyama Mangekyo by Tomihiko Morimi (2009)

요이야마 만화경

지은이 모리미 도미히코

펴낸곳 (주)문학수첩

초판 1쇄 인쇄 2010년 3월 25일

초판 1쇄 발행 2010년 3월 30일

옮긴이 권영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