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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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여행에도 방법이 있다면,

내 여행의 방식은

아무런 방법도 구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 이용한은 시인으로 시작하여 여행 에세이와 고양이 관련 에세이 저자로 알려져있습니다. 제가 들어본 작품은 '물고기 여인숙'과 '길 고양이 시리즈' 입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 '물고기 여인숙'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접하게 된 책은 '길 고양이 시리즈'였네요.

 

영화 '고양이 춤'의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하구요. 기회가 되면 다른 저서도 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신작을 보게되었습니다. 1996년부터 2012년까지의 여행 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장르는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진을 곁들인 시집같은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1~#120까지 사진과 짧은 글이 두~세 장씩 나눠져있습니다. - 페이지 수가 적힌 페이지도 있긴 합니다. 사진이 있는 페이지에는 빠져 있구요. - 그러니 정보나 루트를 실은 정보용 에행 에세이는 아닌 것이지요. 단순히 '여행지'만 배경이 될 뿐인 산문시집 같은 기분이 듭니다.

 

종이는 조금 빳빳하면서 코팅안된 용지를 사용해서 좋구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종이도 천차만별이지만 색감이 꽤 잘나오고 뒷페이지가 비치지 않는 정도로 좋습니다. 저는 이런 책을 볼 때마다 - 저 자신도 물론 좋아하긴 하지만 -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분들에게 선물하면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글의 소재는 다양해서 여행지의 역사부터 문화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도 있고 전혀 여행지와 관련 없는 내 감정을 담아내는 글도, 가끔은 세상의 어떤 부조리나 그다지 좋지 않은 일화도 쓰고 있습니다. 독특한 점은 다양한 나라에 관한 사진들을 담아냈다는 점도 있지만 유명하기만한 여행지에서 짜여진 계획에 따라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 느낌이 많이 묻어납니다.

 

몽골에 대한 부분이 좀 있는 편인데 아무 것도 없기에 그곳에 간다는 표현을 씁니다. 여행은 낯선 것을 보면서 반대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평소에는 생활을 해야하지만 여행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다보니 일상이 아닌 낯선 것을 조우하게 되고 평소 생활을 통해 자신 안에 쌓아가던 것을 중단하다보니 내면이 텅 비어서 깊이 가라앉았던 생각들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거든요.

 

심지어 스파르타식에 가까울 만큼 가혹한 스케줄의 패키지 여행에서도 느껴지곤 하는데 이렇게 아무 계획없이 자연만이 펼쳐진 곳에 가게되면 더 그렇겠지요. 나와 자연, 둘 밖에 없는 느낌이 들테니까요. 그런 곳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추억이나 누군가 혹은 어떤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그런 에세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감정만 잡고 철학적인 이야기만 줄줄이 늘어놓지는 않구요. 그곳에서 만난 동물들, 아이들 이야기도 나오고 정말 다양해서 각각의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 사이즈는 그리 크지 않지만 왠지 커보이는 사진들은 몽골이나 고비 사막처럼 광활한 지역을 담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왠지 무척이나 꽉 찬 느낌이 들어서 멍하니 보게 되는 사진들과 감정들을 꾹꾹 눌러담아 한컷 함축된 글을 나열한 듯한, 기분이 드는 이 책을 참 즐겁게 읽었습니다. 여행을 떠나 낯선 길을 걷고 싶어지네요.

 

 

 

 

 

책 정보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지은이 이용한

펴낸 곳 상상출판

초판 1쇄 2012년 5월 17일

디자인 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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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운동회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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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

 

이 소설은 아카가와 지로가 1978년에 쓰기 시작한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를 시작으로 하는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첫 단편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전체 순서상으로는 일곱 번째 작품입니다. 1983년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핸드폰,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야기만 없다 뿐이지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는 생각이 든달까 이상한 점은 없습니다. '운동회, 특종, 바캉스, 온천 여행, 전람회, 생일 파티'의 여섯 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형사가 된 가타야마 요시타로, 그러나 그는 전혀 이쪽이 맞지 않는 듯 하여 시리즈 시작부터 사표를 내고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매번하는 인물입니다. 여성 공포증, 피 공포증 등이 있고 모습도 성격도 전혀 형사답지 않지만 경시청 수사 1과에 있는 아이러니한 인물입니다. 전혀 사건 해결을 못하는 것도 아니지요.

 

그런 그가 첫 화에서 갈 곳을 잃은 삼색털 고양이 '홈즈'를 만나게 됩니다. 평범한 고양이와 달라보이는 홈즈는 사건의 열쇠가 되는 힌트를 주곤합니다. 식은 홍차를 즐겨마시고 전갱이를 구워주는 것을 좋아하는 미식가로도 나오지요. (실제로 카페인이 든 홍차를 마시게 하면 안될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런 홈즈의 힌트로 사건을 풀어가며 더욱 사직과 거리가 멀어지는 이런 가타야마와는 달리 여동생 하루미는 대신 형사가 되어도 좋을듯 무척이나 관심이 많습니다. 우울했던 1화의 이야기와는 달리 점점 명랑한 모습으로 오빠 대신 사건에 대한 관심이 엄청 많은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메구로 서의 이시즈 형사가 늘 콤비처럼 등장하는데 키만 크고 먹성 좋은 단순한 인물이며 하루미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 속에서는 꽤 커플에 가까워진 모습도 볼 수 있지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운동회, 특종, 온천 여행, 전람회'에서 경시청 내부 인물들과의 행사, 혹은 경찰 관련 이야기가 배경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보다 더 경찰 특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운동회, 특종, 바캉스, 온천 여행'에서 남녀 관계의 문제가 중심으로 나오기에 좀 통일적인 단편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운동회'는 시작부터 불륜의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 사건과 흉악범의 등장으로 즐거워야할 운동회가 복잡해집니다. '특종'에서는 큰 사건을 네 개나 맡고 있는 수사 1과를 대표로 미스 경시청 콘테스트 심사 위원으로 가타야마가 가게됩니다. 여성 공포증이 있는데다가 특히 미인에게는 더 공포스러워하는 가타야마가 말이지요. 그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동료간의 질투 때문인지 단순한 치정인지 추리를 해나갑니다.

 

'바캉스'에서는 리조트 호텔에 휴가를 가게되는데 한 손님 가족과 알게됩니다. 결혼과 이혼, 재혼에 얽혀 있는 의문스러운 점들이 이상해보이더니 결국 살인 사건으로까지 연결됩니다. '온천 여행'에서는 한 경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방화, 실종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단순하지만은 않은 내막을 지닌 것 같습니다.

 

구리하라 과장님의 취미인 그림을 전시하는 '전람회'에 가게 된 가타야마.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이상한 그림을 보게됩니다. 시체 그대로라고 해도 될 법하게 리얼한 그림입니다. 그러면서 그 그림의 모델이 정말 시체로 발견됩니다. '생일 파티'에서는 아주 짧은 하루미의 활약상이 담겨 있습니다.

 

단편집이지만 그리 짧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50편에 가까운 시리즈가 지속되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우선 독특한 설정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적당한 선으로 잘 끌고 간다는 점입니다. 너무 주인공에게만 집중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만은 않게 그 선을 아슬아슬 잘 이끌고 갑니다.

 

그리고 늘 같은 패턴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주는 면도 그렇고 읽을 때마다 이 시리즈가 지속되어 온 저력을 느끼곤 합니다. 흔히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그 자체로도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긴 세월 동안 살아남는 것은 단순히 캐릭터의 힘만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다음 작품도 기대되고 읽어보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책 정보

 

Mikeneko Holmes no Undokai by Jiro Akagawa (1987)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운동회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20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27일

옮긴이 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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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인디고 : 밤을 달리는 자들
가토 미아키 지음, 김소영 옮김 / 갤리온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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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제10회 소겐추리단편상 수상작입니다. 같은 표지의 '클럽 인디고 - 제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가 속편으로 번역되어있네요. 총 4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단편 소설집니다. 표지의 소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시부야의 호스트 클럽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렇지만 독특하게 화자는 30대의 여자인 다카하라 아키라, '프리랜서 작가'라는 그럴듯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유명한 작가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고 닥치는대로 일을 해왔기에 '전립선 질환', '갱년기 장애' 같은 실용서의 대필 작가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5년 전 어느 날 편집부에서 만난 인연으로 알게된 시오야와 호스트바를 함께 취재합니다. 하나같이 똑같은 스타일이라 투덜대다가 둘이 함께 독특한 호스트바를 차려보자고 의기 투합하여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가게로 자리매김하고 2호점을 낼 계획도 가질 만큼 성장하게 됩니다. 메이지 거리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틀어 시부야 강에 걸린 작은 다리 옆의 낡은 건물에 있다는 '클럽 인디고'. 말이 좋아 강이라고 불리지만 그리 좋은 장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잘되는 호스트바의 사장이면서도 명품 하나 걸치지 않고 대수롭지 않은 대필작가 노릇을 하며 마감에 허덕이지만 그래도 이 호스트바 사장 노릇은 어디까지나 부업이라며 자신의 삶을 지키는 화자 아키라는 참 괜찮은 인물로 그려집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손님과 역시 그런 호스트들이 잔뜩인 장소와 완전 대조적인 인물로 그려지지요.

 

그렇게 자신을 확실히 지키는 인물이기에 더 의지가 되고 호스트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시부야 일대의 이야기들을 일종의 탐정물로 그려냈습니다. 이런 형태는 드라마 'I.W.G.P.(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나(원작은 소설이기도 하지요) 애니 '듀라라라!!!'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뚜렷하게 탐정 노릇을 하는 인물은 없지만 모두 힘을 합쳐서 자신들이 살아가는 시부야의 거리를 지켜나간다는 이야기랄까요. 손님이 살해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신세진 분의 딸을 돌봐주는 일, 구청장의 힘든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이상한 호스트 클럽을 조사하기도 합니다.

 

별거없이 가볍게 진행되는 면이 있지만 사실 꽤 큰 범죄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살인을 시작으로 소아성애 범죄라던가 헌팅족의 협박, 야쿠자들의 개입, 마약, 성매매 등이 나오고 경찰도 출연합니다.

 

저자가 쓰면서 리듬감을 가지고 쓰려고 노력했다는 글처럼 재미있게 읽어지는 소설이지만 너무 심각한 범죄들을 가볍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쁜 호스트 클럽 사장이나 호스트도 등장하긴 하지만 '클럽 인디고' 사람들이 너무 좋게 그려진달까요. 어디까지나 픽션이니까 이런 평가는 좀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무거운 부분은 확실히 무겁게 그려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가볍게만 그렸다고 별을 4개로 매긴 것은 아니고 너무 엔터테인먼트적인 소설의 느낌이 강해서 살짝 아쉽고 오히려 '듀라라라!!!'같은 라이트 노벨에서 시작되는 애니 쪽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몹걸'이 드라마화 되었으니 이 작품도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추리물은 좋은데 너무 무거운 것은 싫으신 분들에겐 딱인 작품입니다. 반대로 정통 추리물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좀 가벼울 것 같구요.

 

 

 

 

 

 

책 정보

 

Indigo no Yoru by Miaki Kato (2005)

클럽 인디고_밤을 달리는 자들

지은이 가토 미야키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임프린트 갤리온

초판 1쇄 발행 2008년 8월 4일

옮긴이 김소영

디자인 Design co*KKIRI

Cover illust 이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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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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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저는 처음 만나는 저자인데 이 책 이전에 '바다를 품은 유리구슬'이라는 책이 번역된 바 있더라구요. 이 소설은 치바현에 실제 존재하는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해 대지진, 실직 등 안좋은 상황들에 놓인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희망의 소설이라고 합니다. 마음 먹고도 찾기 힘든 후미진 곳에 있는 이 카페는 에쓰코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가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총 6가지 각기 다른 이야기로 이루어진 연작 단편 소설집이구요. 앞의 등장 인물의 짧은 일화가 뒷편에서 잠시 등장하기도 해서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습니다. 각각의 화자를 달리하여 이야기가 진행되고 마지막에는 이 카페의 주인 에쓰코 씨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각 단편은 봄부터 매 계절마다 진행되고 다음 해 여름까지구요. 각 부차적인 제목은 그 주인공인 손님에게 틀어주는 노래의 제목이 됩니다. 카페는 커녕 무엇이라도 있을까 싶은 그런 곳의 끝에 위치한 이 카페는 에쓰코 씨가 하나 하나 만들어서 전혀 조화롭지도 않게 일관성 없는 모습이지만 왠지 따스함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합니다. 다리 한쪽이 짧은 강아지 고타로가 들어오라는 듯 안내를 하는 동화 속 장소 같은 카페.

 

아내를 일찍 잃어 어린 딸과 둘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도예가 아빠의 애처로움이 한껏 묻어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구직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대학 졸업반인 학생 이마겐이 오토바이의 기름은 떨어지고 급하게 화장실이 가고싶어서 쩔쩔 매는 이야기, 칼가는 장인이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도둑질을 하러 이 카페에 무단 침입한 사람, 에쓰코 씨를 오랫동안 좋아했지만 이제는 떠나려는 친구 다니 씨, 에쓰코 씨의 조카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끔 살려보려는 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쓰코 씨의 솔직한 이야기까지.

 

마치 힘든 사람에게만 무지개 곶의 찻집이 보이는 듯 홀연히 그 장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내를 잃었지만 딸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힘을 내는 아빠의 모습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전혀 몰랐던 학생에게 목표를 갖게 한 것도, 도둑질을 결심하지만 도둑으로 대하지 않는 대범함도, 친구의 우정에 한껏 기뻐하는 모습도, 조카를 응원하는 이모의 모습도 모두 에쓰코 씨라는 인물에 대해 애정을 갖게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런 그녀가 있는 찻집이기에 따스할 수 밖에 없음을 생각하지요. 그런데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서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임이 드러납니다.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외로움도 심하게 타고 의욕을 잃었을 땐 건강도 그리 좋지 않음을 알게됩니다. 그런 그녀에게 보여진 선물은 역시 '무지개 곶의 찻집'이 누구에게라도 주었던 동화같은 기적이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더라구요.

 

곶에 있어서 위험한 찻집. 실제 자연 재해 때문에 지붕이 날라가는 상황도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남편이 살아 생전에 봤던 무지개를 꼭 보고 싶어서 이 위험하고 외진 곳에 카페를 지어서 평생을 기다리고 있다는 에쓰코 씨. 그 그림이 걸린 무지개 곶의 찻집. '맛있어져라'는 주문을 외우며 커피를 내리는 그런 에쓰코 씨와 손님들의 이야기는 마음이 따스해지고 행복하게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책 정보

 

Niji no Misaki no Kissaten (虹の岬の喫茶店) by Akio Morisawa (2011)

무지개 곶의 찻집

지은이 모리사와 아키오 http://www.facebook.com/akio.morisawa

펴낸곳 (주)샘터사

1판 1쇄 인쇄 2012년 5월 22일

1판 1쇄 발행 2012년 5월 29일

옮긴이 이수미

디자인 조은희

표지그림 박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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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보통 외국 작가의 소설은 베스트셀러나 수상작같이 흥행을 한 작가의 작품들이 번역되기 때문에 취향에 안맞는 경우는 있어도 졸작은 그리 많이 발견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노나미 아사 또한 이 소설을 통해서 제115회 나오키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알게된 작가인데 이 소설이 502 페이지입니다. 이번 영화 '하울링'의 원작 소설로 소개하면서 재판되어 가벼워졌지만 기존에는 상당히 두껍고 큰 편이라 읽는 것이 꺼려졌었거든요. 그래도 수상작가는 아무래도 필력이 상당하다보니 다른 책들을 통해서 '재밌다!'는 평가를 갖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형사물입니다. 오토미치 다카코가 대부분의 화자로 등장합니다. 특이하게도 '경시청 형사부 제3기동수사대 경시청 순경'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합니다. 월초부터 갑자기 일어난 큰 화재로 인해 소집되어 27년 경력의 강력범 수사를 해온 경시청 다치카와 중앙서의 다키자와 다모쓰의 파트너가 되어 함께 움직입니다.

 

소설이 써진 시기가 96년이라선지, 아직도 경찰 내부에 이런 차별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심각할 정도로 성차별이 존재합니다. 단순 화재가 아닌 것 같아서 조사를 하게되면서 탐문 수사를 끈질기게 이어나가는 방식은 정통 형사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이 단순히 '인체 발화'만을 다룬 형사물이라고 했어도 충분히 저자의 저력을 알 수 있고 나오키상을 수상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할만큼 성실한 탐문이 이어집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가 잠시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특징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연쇄 살인 속에서 발견되는 시체의 특이한 상처입니다. 이상한 동물의 이빨 자국이 동일하게 발견됩니다.

 

인체 발화의 원인과 기이한 상처의 원인을 좇고, 그 내막이 눈에 잡히지만 단순히 범인 검거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끈질기게 투덜대는 다키자와를 끈질기게 따라붙는 오토미치는 처음 등장했던 바이크 라이더로 자신의 임무를 완성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가 형사물 속에 판타지가 삽입된듯 이질적이기도 하면서 독특한 느낌을 주지요. 범인과 동조하는 이야기를 조금 비틀어 동물과 동조하게 되는 이야기로 간달까요. 소설 자체는 단순히 흉악한 살인범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자로 잰듯 뭔가 딱 떨어지는 깔끔한 문체를 사용하는 노나미 아사의 이 소설은 먼저 접했던 소설들과 또 다른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단편을 읽었더래서 문체 자체도 단편과 좀 다른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역시나 심리 묘사는 탁월합니다.

 

추리물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지만 정통 형사물은 특히나 주인공이 되는 형사가 앞장서 수사하고 눈치 채고 해결하는 형태를 취하지요. 그러나 이 소설은 형사물이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건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 많은 형사들 중 한 명으로 존재하고 자신이 해야할 업무를 하는 한 사람의 형사로 그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정통 형사물 대로의 수사를 지속하는 초중반부의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뒷 부분이겠지요. 뒷 부분은 워낙 독특해서 수상작에 이의를 달지 못할 정도로 기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 감각이 잊혀지질 않네요. 

 

형사물에서의 동료의식은 전형적인 것이라 빠질 수 없는 면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리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다키자와가 오토미치에게 조금씩 변해가는 면이 그려지긴 하지요. 각 인물들에게 두드러지는 특징들을 생각해보면 작가 분이 '직구'를 날리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홀로 고고히 살아가는 모습이 더 어울린달까요.

 

단순히 수상작이라서 다 괜찮은 소설은 아닐 껍니다. 취향도 있고 깊이도 다르니까요. 이 소설은 상당히 인상적이여서 곱씹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장편 두 편과 단편집이 세 편 더 있다고 합니다. '여형사 오토미치 다카코 시리즈'를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 정보

 

Kogoeru Kiba by Asa Nonami (1996)

얼어붙은 송곳니

지은이 노나미 아사

발행처 (주)시공사

2007년 8월 23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1월 19일 초판 3쇄 발행

옮긴이 권영주

design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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