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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제10회 소겐추리단편상 수상작입니다. 같은 표지의 '클럽 인디고 - 제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가 속편으로 번역되어있네요. 총 4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단편 소설집니다. 표지의 소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시부야의 호스트 클럽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렇지만 독특하게 화자는 30대의 여자인 다카하라 아키라, '프리랜서 작가'라는 그럴듯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유명한 작가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고 닥치는대로 일을 해왔기에 '전립선 질환', '갱년기 장애' 같은 실용서의 대필 작가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5년 전 어느 날 편집부에서 만난 인연으로 알게된 시오야와 호스트바를 함께 취재합니다. 하나같이 똑같은 스타일이라 투덜대다가 둘이 함께 독특한 호스트바를 차려보자고 의기 투합하여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가게로 자리매김하고 2호점을 낼 계획도 가질 만큼 성장하게 됩니다. 메이지 거리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틀어 시부야 강에 걸린 작은 다리 옆의 낡은 건물에 있다는 '클럽 인디고'. 말이 좋아 강이라고 불리지만 그리 좋은 장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잘되는 호스트바의 사장이면서도 명품 하나 걸치지 않고 대수롭지 않은 대필작가 노릇을 하며 마감에 허덕이지만 그래도 이 호스트바 사장 노릇은 어디까지나 부업이라며 자신의 삶을 지키는 화자 아키라는 참 괜찮은 인물로 그려집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손님과 역시 그런 호스트들이 잔뜩인 장소와 완전 대조적인 인물로 그려지지요.
그렇게 자신을 확실히 지키는 인물이기에 더 의지가 되고 호스트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시부야 일대의 이야기들을 일종의 탐정물로 그려냈습니다. 이런 형태는 드라마 'I.W.G.P.(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나(원작은 소설이기도 하지요) 애니 '듀라라라!!!'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뚜렷하게 탐정 노릇을 하는 인물은 없지만 모두 힘을 합쳐서 자신들이 살아가는 시부야의 거리를 지켜나간다는 이야기랄까요. 손님이 살해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신세진 분의 딸을 돌봐주는 일, 구청장의 힘든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이상한 호스트 클럽을 조사하기도 합니다.
별거없이 가볍게 진행되는 면이 있지만 사실 꽤 큰 범죄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살인을 시작으로 소아성애 범죄라던가 헌팅족의 협박, 야쿠자들의 개입, 마약, 성매매 등이 나오고 경찰도 출연합니다.
저자가 쓰면서 리듬감을 가지고 쓰려고 노력했다는 글처럼 재미있게 읽어지는 소설이지만 너무 심각한 범죄들을 가볍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쁜 호스트 클럽 사장이나 호스트도 등장하긴 하지만 '클럽 인디고' 사람들이 너무 좋게 그려진달까요. 어디까지나 픽션이니까 이런 평가는 좀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무거운 부분은 확실히 무겁게 그려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가볍게만 그렸다고 별을 4개로 매긴 것은 아니고 너무 엔터테인먼트적인 소설의 느낌이 강해서 살짝 아쉽고 오히려 '듀라라라!!!'같은 라이트 노벨에서 시작되는 애니 쪽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몹걸'이 드라마화 되었으니 이 작품도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추리물은 좋은데 너무 무거운 것은 싫으신 분들에겐 딱인 작품입니다. 반대로 정통 추리물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좀 가벼울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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