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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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여행에도 방법이 있다면,

내 여행의 방식은

아무런 방법도 구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 이용한은 시인으로 시작하여 여행 에세이와 고양이 관련 에세이 저자로 알려져있습니다. 제가 들어본 작품은 '물고기 여인숙'과 '길 고양이 시리즈' 입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 '물고기 여인숙'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접하게 된 책은 '길 고양이 시리즈'였네요.

 

영화 '고양이 춤'의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하구요. 기회가 되면 다른 저서도 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신작을 보게되었습니다. 1996년부터 2012년까지의 여행 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장르는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진을 곁들인 시집같은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1~#120까지 사진과 짧은 글이 두~세 장씩 나눠져있습니다. - 페이지 수가 적힌 페이지도 있긴 합니다. 사진이 있는 페이지에는 빠져 있구요. - 그러니 정보나 루트를 실은 정보용 에행 에세이는 아닌 것이지요. 단순히 '여행지'만 배경이 될 뿐인 산문시집 같은 기분이 듭니다.

 

종이는 조금 빳빳하면서 코팅안된 용지를 사용해서 좋구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종이도 천차만별이지만 색감이 꽤 잘나오고 뒷페이지가 비치지 않는 정도로 좋습니다. 저는 이런 책을 볼 때마다 - 저 자신도 물론 좋아하긴 하지만 -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분들에게 선물하면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글의 소재는 다양해서 여행지의 역사부터 문화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도 있고 전혀 여행지와 관련 없는 내 감정을 담아내는 글도, 가끔은 세상의 어떤 부조리나 그다지 좋지 않은 일화도 쓰고 있습니다. 독특한 점은 다양한 나라에 관한 사진들을 담아냈다는 점도 있지만 유명하기만한 여행지에서 짜여진 계획에 따라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 느낌이 많이 묻어납니다.

 

몽골에 대한 부분이 좀 있는 편인데 아무 것도 없기에 그곳에 간다는 표현을 씁니다. 여행은 낯선 것을 보면서 반대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평소에는 생활을 해야하지만 여행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다보니 일상이 아닌 낯선 것을 조우하게 되고 평소 생활을 통해 자신 안에 쌓아가던 것을 중단하다보니 내면이 텅 비어서 깊이 가라앉았던 생각들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거든요.

 

심지어 스파르타식에 가까울 만큼 가혹한 스케줄의 패키지 여행에서도 느껴지곤 하는데 이렇게 아무 계획없이 자연만이 펼쳐진 곳에 가게되면 더 그렇겠지요. 나와 자연, 둘 밖에 없는 느낌이 들테니까요. 그런 곳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추억이나 누군가 혹은 어떤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그런 에세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감정만 잡고 철학적인 이야기만 줄줄이 늘어놓지는 않구요. 그곳에서 만난 동물들, 아이들 이야기도 나오고 정말 다양해서 각각의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 사이즈는 그리 크지 않지만 왠지 커보이는 사진들은 몽골이나 고비 사막처럼 광활한 지역을 담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왠지 무척이나 꽉 찬 느낌이 들어서 멍하니 보게 되는 사진들과 감정들을 꾹꾹 눌러담아 한컷 함축된 글을 나열한 듯한, 기분이 드는 이 책을 참 즐겁게 읽었습니다. 여행을 떠나 낯선 길을 걷고 싶어지네요.

 

 

 

 

 

책 정보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지은이 이용한

펴낸 곳 상상출판

초판 1쇄 2012년 5월 17일

디자인 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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