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 교육 강좌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저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작가의 성격이나
취향이 소설에서 드러난다고 할지라도 다른 요소들로 즐길 수도 있습니다.
구성이나 문체, 소설을 이끌고 가는 패턴이라던가 다른 캐릭터들. 그러나
에세이는 정말 작가 자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르이기 때문에 잘못 만났
을 때, 탈출구가 없습니다. 정말 나랑 맞지 않는 작가라는 사실에 대한
탈출구 말이죠.

책을 덮음으로써 그 탈출이 가능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읽은 그 내용
들의 잔재가 마음에서 떠돌기 때문에 탈출구가 없다는 표현이 떠올랐습
니다.

미시마 유키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유명해서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만
이라도 들어본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 작가의 연보를 살펴보니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가라고 해서 글만 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서 할복 자살을 할 정도의
사람은 정말 흔치 않지요.

이런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여기고, 옳다고 여기는 신념을
관철할 정도로 강인한 내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은 좋아보이지만 반
대의 경우에서 살펴보면 오만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의 측면이라는 것은
이 사람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봤을 때 여겨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글들이 전부 헛소리라던가 쓰레기라던가 그런 생각이 든 것
은 아닙니다. 분명 자신의 철학이 있고 거기에 따르는 정당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단지 그 스타일이 저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글은 정말 잘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인한 내면을 통해 확고함이
글로 표현되었기에 더 그렇게 느끼겠지요. 이 에세이는 18세기 유명한
소설가 이하라 사이카쿠가 쓴 작품 중 '혼조니주후코, 이십사효'를 흉내
내어 적은 것이라고 합니다.

불효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둠으로써 나는 이 정도의 불효자는 아니라
는 안도감이 들게 하여 효도의 첫걸음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합니다.
(p. 9~10) 그래서 '비도덕적'인 표현을 썼다고 합니다.

단순히 비도덕적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비도덕적'이라고 여기는
부분에 대한 다른 측면에서의 접근을 통해 그것이 효과적인 위치를
갖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라고 하는 에피소드에
서는 거짓말을 잘 하려면 단순히 머리가 나빠서 그 거짓말이 성립하게
만들 수 없다는 부분이 담겨있습니다. 정말 치밀하게 짜여진, 똑똑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도덕적인 것은 분명 아니지만 그 '비도덕적'인 부분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을 이야기 합니다. 작가의 한 에피소드마다 왜 그런 이야
기를 썼는지, 왜 반대적인 것을 통해서 옳은 결론이 나는지에 대해 자신의
확고한 철학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모든 학생들에게 다 적용
가능하며 옳다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좀 의문입니다.

30대 이후로 어느 정도 인생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확고함을 지녔
을 때 이 글을 읽으면 전후 판단이 되며, 이 이야기는 옳다, 이 이야기는
좀 아니다. 라는 분별이 가능합니다. 물론 10~20대가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생각하는 내가 이것을 해서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자기
신념이 생기는, 자신을 그만큼 파악하게 되는 것은 30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어른'의 범주에 들어가는 나이라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10~20대로서는 어느 작가가 좋아서 그 작가 말대로 해야지.
라는 모방 심리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고 어떤 것이 옳다고 판단하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람은 옳은 것만을 보고 자라는 것은 아니고 좋은 것만 겪으면서
자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생각 자체가 이론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책을 10~20대에게 직접 권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옳은 부분도 있지만, '비도덕'이라는 곳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이렇게
까지 썼어야했나 라는 생각이 드는 비튼 곳, 조금 터무니 없는 옳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서평을 써야할지 계속 고심을 했습니다. 다른 분들
서평을 좀 찾아보니 칭찬 일색이라, 이런 서평 하나 쯤은 있어도 될 것
같아서 신랄하게 한번 써봤습니다.




Fudotoku Kyoiku Koza by Mishima Yukio (1959)
(주)태일소담
초판 1쇄 2010년 6월 14일
초판 2쇄 2010년 7월 19일
이수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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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탈리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여자라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바람기 많은 남자들과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문화 유적이 가장 우선일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살고 있는 밀라노는 유명한 패션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가장 현대화되고 바쁜 도시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다른 도시들보다 더 바빠보였고, 회사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더
라구요.

그래서 이 소설도 그런 분위기가 많이 느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는
데 관광객들은 전혀 나오지 않고, 연애는 고사하고 회사 일에 치여서 괴
로워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장소를 서울로
바꿔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선입견으로 큰 로펌의 기업 변호사라면 양복 근사하게
차려입고 상스러운 얘기는 하지 않으며 고상한 느낌의 멋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요. 그러나 전혀 일반 회사원들과 다르지 않고, 업무량이
많아도 인터넷으로 다른 짓도 하고 잡담도 하는 선입견으로 갖고 있는
기업 변호사의 모습은 전혀 없었습니다.

종종 업무 얘기도 회의도 등장하는데 회의 묘사가 아니었다면 이 소설은
마치 연봉도 터무니없이 낮고 하루하루 제대로된 일도 하지 않는 그런
무능한 회시원의 이야기일 법도 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
니 사람 사는 건 어느 나라건, 어느 위치건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인가란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제목이 주는 이미지는 소설의 전반에 걸쳐 꾸준하게 보여집니다. 정말
시니컬할 수 밖에 없이 업무에 시달립니다. 처음에는 그저 멋있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지금은 일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일간지에서 이 책을 '너무 재미있어 단숨에 읽게 되는 책'
이라고 광고를 한 것 같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재미' 보다는 '페이소스'
쪽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정말 캄피 씨의 인생을 어떻게 해주고 싶을 만큼 안타깝기도 하고,
마지막 결정에 가슴이 짠해지고 박수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캄피 씨
만큼이나 시니컬한 제가 보통 이런 결말을 낸 책을 보면 결국 이건
연애물인가, 라는 평가를 하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단순히 그 결정이 '사랑'을 찾는 것에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캄피 씨가 새로운 인생에 한 발 내딛었다는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엄마의 마음으로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실제 변호사로써 블로그에 올린 글들과 1500명의 다른 변호사들
에게도 공감을 자아내는 글이라는 점은 역시 이탈리아 변호사 사회
의 한 단편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종종 패션에 관해서 언급되는 것을 보면 역시 밀라노 사람
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작가도 당시에 다녔던 회
사에서 다른 곳으로 이적했다고 하니 좀 나아진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역시 시니컬함보다는 행복함이 더 좋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구요.
좀 더 열심히, 좀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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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게임
카린 알브테옌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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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에는 주요한 부분을 제외하긴 했지만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림자 게임'은 스웨덴에서 노벨 문학상까지 받아 국민 작가로 존경받는
한 작가의 삶에 대해 쓴 작품입니다. 역자의 의견 또한 그러했는데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라고 평가받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추리 소설
매니아들에게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정한 패턴으로 비밀, 추리, 불륜, 이혼, 살인, 은폐 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추리 소설과 같아 보이지만 사실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다양한
인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순수 문학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추리를 시작하고 끝을 맺는 정확성이 없습니다. 단지 한 유명
작가와 얽혀있는 사람들의 진실이 파헤쳐집니다. 작가는 실제로 유명 작가를
집안 어른으로 두고 있는, 역시 본인 또한 유명 작가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반대로 실제 유명 작가는 추악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점을 착안해서
1년 넘게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책 표지에서 출발합니다. 한 아이가 엄마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엄마는 오지 않고, 놀이공원 경비에 의해서 발견되는데 아이를 버렸음직한
쪽지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서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한 장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것이 교대로 이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현재에서 과거로의
추적이라던가 그런 추리는 아니고 각자의 과거를 회상하는 면에서 과거의, 역사가
구성됩니다.

마리안네는 죽은 사람들의 집을 정리해서 연락을 하고 처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그녀가 일하게 된 집은 예르다 페르손이라는 할머니의 집입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기묘한 것을 발견합니다. 유명한 작가 악셀 랑네르펠트의 사인본들이
냉동실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을 펼쳐보니 그다지 팬의 느낌이 아닌,
도리어 그를 증오하는 것 같은 메모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마리안네를 통한 추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다 읽고 이 소설을 별 5개를 줄 정도로 대단하다고 여겼지만,
추리 소설적인 관점에서 마리안네가 탐정의 역할을 맡아 랑네르펠트 가문의
추악함을 다 파헤쳤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그녀는 예르다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연락할 사람들을 정리합니다. 토리뉘라는
사람은 오겠다고 연락을 했고 크리스토페르는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한편
악셀은 쓰러져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새끼 손가락만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데 그것도 잘되지 않습니다.

그의 딸은 15살때 죽었고 그의 아들은 지금 결혼해서 딸을 낳고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병환을 숨기고 자신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강연을 다닙니다. 그리고
어머니 알리세는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아들 얀-에리크는 작가는 아니고 부인 루이세는 작가였지만 전혀 글을 못쓰고
있습니다. '랑네르펠트' 가문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고 전혀 원만한 부부 생활을
못하고 있어서 절망합니다. 딸 또한 자신에게 애정을 보여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있습니다. 얀-에리크는 한 때 열렬하게 사랑했지만 자신이 항상 가문의
이름을 등에 엎고 방탕하게 살아왔던 것을 다시 시작하면서 제대로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악셀과 알리세의 젊은 시절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알리세는 육아로 글을 포기
하고 남편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악셀은 집필을 지속하지
못하는 절망의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갔던 낭독회에서 우연히
토리뉘의 동행인 할리나를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는 대충 이런 인물들이 등장하여 숨은 과거가 드러납니다. 주인공
악셀 랑네르펠트가 유명한 작가이다보니 그쪽에 관련된 사람들의 여러
종류가 등장합니다. 악셀은 가난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유명한 작가가
되기까지 항상 더 나아가고자하는 욕망을 품고 괴롭게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화려하게 데뷔한 알리세는 자식을 낳음으로써 육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가정부를 들이지만 다시 작가로 재기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남편
때문에 더 고통스러워지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 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크지 못한 아들 얀-에리크과 죽음을 맞이한 딸,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길게 가지 못하고, 아이러니
하게도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아버지를 위해서 살 수 밖에 없는 불행한 인물
입니다.

얀-에리크의 부인 또한 화려하게 데뷔하여 열렬한 구애를 받는 행복한 여자
였지만 결국 행복하지 못한 처절하게도 불행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유일하게 이 고통의 끈을 끊으려는 자아를 가진 인물입니다.

할리나는 자신의 이야기처럼 외국인이 긍정받지 못하는 스웨덴 사회를
고발하고 더 나아가서는 히틀러 아래 고통받았던 폴란드와 스웨덴의
동조를 고발하는 인물이며, 그녀의 삶은 유린당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평가받았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페르는 버림받았다는 절망 속에서 괴롭게 살아왔지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합니다. 극본을 쓰는 작가로, 데뷔하는 친구가 부러워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이중성도 보이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가 버림받지 않았다는 안도와 함께 맞은 결말은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토리뉘는 사랑과 복수를 보여주는 인물인데, 그가 역시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글은 사랑했을 때에 멈추었고 회상만하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에스페르는 7년에 걸쳐 쓴 소설이 드디어 출간되지만 작가로써의 삶을
지속할 자신이 없어서 화려한 죽음을 택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르다는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며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현명한 인물이지만 사건에 말려들어 남은 여생을 항상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던 불행한 인물입니다.



이렇게 주요 등장 인물들은 모두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루이세가
더 이상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이혼을 요구하는 모습만이, 그녀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을 통해서, 타인의 어쩔 수 없는 요구로 인해서 사람들은
고통당합니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가 그토록 원했던 것을, 삶을 추구하려고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쳐놓고 더렵혀놓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것을 달성하고 획득한 사람 마저도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면 행복할지는 몰라도 그 이상의 것은
추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무언가를 갖기위해 모든 것을 짓밟고
올라서겠다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자신 뿐만 아니라 모두를 불행으로
밀어넣는 것이겠습니다.

더 감사할 줄 알고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더 생각해보게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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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7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자키라는 가상의 도시를 만들어 작가가 새로운 동네를 구상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3부작의 1부에
해당하는 이 책은 표지 그림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형사 두 명이 주로
'빌라 하자키 매그놀리아'의 거주인들을 탐문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물이라고 하기 보다는 시점이 전체적으로, 각각의
인물들로 옮겨다니기 때문에 이 빌라의 사람들 이야기라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하자키라는 곳은 원래 하자키 산 일대가 마에다라는 지주의 소유였다고
합니다. 버블 때에 집안은 철수하고 그 때 정리하지 못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떨어진 별장과 상속세를 충당하려고 지은 빌라까지 지금은
좋은 물건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처음 광고했던 것과 달리 가마쿠라, 후지사와, 로맨스카까지의
통근 시간이 터무니없이 안맞고 교통난에 시달렸기에 전부 헐값이 넘기고
떠나게 되어 지금은 더 값이 떨어졌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살게된 입주민들과 시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추리 소설의 한 패턴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간혹 형식을 탈피해서 쓰고 싶어하는 작가
들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구요.

흔히 이런 한정된 공간 속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용의자일 경우 좁혀지거나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거나 그런 패턴으로 가게 되는데, 용의자가 좁혀지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완전 뜬금없는 인물이 출현하진 않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 의심을 잔뜩 하게 만든 작가의 의도가 보이는 소설이긴 합니다.

물론 반전이랄까, 범인이랄까 그런 것을 차근차근 추리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그런 소설을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소설에서
그 부분이 마치 별개인 것처럼 느껴져서 싫지는 않았습니다.

표지 그림에서 두 사람은 형사인데 참 무능하게 보이지만 사실 왼쪽의
저 사람 - 고마지 반장은 유능한 형사입니다. 자신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놓고 부하에게 잘 해보라고 시치미를 떼고 알려주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쌍둥이들이 잘 따르는 재밌는 모습도 있지요.

대체적인 흐름은 파악할 수 있지만, 범인을 특징짓는 구체적인 수사
진행 사항은 주지 않기 때문에 짐작만 할 뿐 추리는 불가능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보다
인간 삶의 다양한 패턴들을 보여주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보다는 약간의 추리적 요소가 가미된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더 반가울 것 같습니다.

문제의 빈집 3호를 제외하고는 쌍둥이 딸이 있고, 아빠는 실종 상태인
미시마 후유, 이야기에는 등장하지만 부재중인 고다이, 친구와 함께 학원을
운영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는 다쿠야와 아키라, 남편은 패스트푸드 점을
운영하고 부인은 그것을 무시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칭찬하지도
않는 이상한 성격의 마쓰무라.

번역일을 하며 혼자 사는 쇼코, 고서점을 경영하면서 엄마랑 살고 있는
기토, 죽은 남편의 어머니와 함께 레스토랑,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세리나,
명품만 쓰고 빌라 사람들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는 부인과 중고차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노, 할머니 레쓰.

이렇게 빌라에는 아홉 가정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업자인
고다마 부부, 직원, 위쪽의 저택에서 살고 있는 하드보일드 작가 부부 쓰노다.
형사 고마지와 히토쓰바시가 등장합니다.

형사 둘이서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면서 이 사람들의 성격과 생활상이라던가
서로를 생각하고 있는 면들이 드러나고 각자 숨기고 있는 것들이 있어서
전부 용의자로 보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것이 또 살인으로 이어지는데 그것은 전부 수상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 의심을 하게 만듭니다. 누군가를 도와서 입을 막고 있는 것인지,
혹은 우발적이거나 실수에서 나온 살인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작가의 이야기처럼 이 소설의 뒷맛이 좋습니다. 분명 시체가 등장하고
사람들이 모두 싫어할 정도로 트러블을 만들며 이상한 성격의 사람들도 등장
합니다. 그들을 제외하고는 비밀이 법적인 것과 별개로 동정이 가는 면이 있게
작가가 그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게 사건이 있으면 강력한 처벌이 따르는 이야기로 가게 되는데 이 사건은
정말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소소한 느낌으로 마무리짓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정신차리고 생각해보면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하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쓰노다 부부의 결말이 제일 즐거웠습니다. 이런 부부였다니요. 마지막까지보고
앞을 다시 읽어보니 작가에게 제대로 속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짓말과 은폐, 살인, 또 스포일러 때문에 말할 수 없는 몇 가지 문제들이
등장하지만 마치 작은 마을의 한 일화인 것 처럼 대수롭지 않다는 생각도
드는 그런 소박한 글을 쓰는 것도 작가의 재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추리물로써의
점수는 많이 주고 싶지 않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좋아서 별 4개를 매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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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 유혹에 빠지거나 매력에 미치거나 EBS 세계테마기행 8
박정은 지음 / WISDOM(위즈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유혹에 빠지거나 매력에 미치거나, 프랑스

 

보통 여행서는 몇 가지 종류로 나뉠 수 있습니다. 정말 여행을 가기 위한 코스나

유명 명소를 소개하는 여행서와 여행을 다녀온 후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요즘은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조합해서 작가의 에세이지만, 간혹 명소를 소개하는

형태의 여행서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 책도 그렇습니다. 에세이지만 지나치진 않고 코스나 명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 면이 있습니다.

 

파리에 관한 여행서는 좀 읽어봤는데 다른 지역은 못봐서 신선했어요.

크게 다섯개로 나눠져있습니다. 와인과 가톨릭의 남서 지역, 꼬뜨 다쥐르,

프로방스, 론 알프스, 노르망디 이렇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지역이 몇 군데

있어서 정말 재밌게 봤네요.




모나코도 잠시 등장합니다. 그레이스 켈리 얘기도 나오고 각 지역과 관련된

화가 이야기나 작가의 일화들을 어찌나 감칠맛 나게 잘 써대는지! 재미있게

봤네요. 보통 에세이적인 여행서에서는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으면 읽는

내내 불편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저랑 맞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적절하게

감정적인 내용들을 배치했기 때문에 잘 썼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우울한

일화도 너무 처지지 않게,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도 너무 심한 호들갑을 떨

지 않고 적당한 정도의 선에서 끊어줬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정보는 기술되어 있지만 완전히 '여행'을 위한 루트나 정보들은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확실한 루트를 짜기 위해서는 다른 책도 곁들여야할 것 같습니다.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구요. 좀 더 미술 관련된 서적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와인에 관해, 화가들의 이야기, 소설에 관한 이야기, 자신의 일화들이 어우러져서


멋스러운 책이 된 것 같습니다. 타국 여행자들과의 만남, 대화들도 기억에 남구요.





사진도 적절한 양이 있었고, 각 페이지들도 새로운 구성을 배경으로 넣어서

신경 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도서관에서 계속 예약 순위에 있는 것을 보니

저만 읽고 싶어했던 책은 아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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