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탈리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여자라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바람기 많은 남자들과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문화 유적이 가장 우선일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살고 있는 밀라노는 유명한 패션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가장 현대화되고 바쁜 도시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다른 도시들보다 더 바빠보였고, 회사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더
라구요.

그래서 이 소설도 그런 분위기가 많이 느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는
데 관광객들은 전혀 나오지 않고, 연애는 고사하고 회사 일에 치여서 괴
로워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장소를 서울로
바꿔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선입견으로 큰 로펌의 기업 변호사라면 양복 근사하게
차려입고 상스러운 얘기는 하지 않으며 고상한 느낌의 멋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요. 그러나 전혀 일반 회사원들과 다르지 않고, 업무량이
많아도 인터넷으로 다른 짓도 하고 잡담도 하는 선입견으로 갖고 있는
기업 변호사의 모습은 전혀 없었습니다.

종종 업무 얘기도 회의도 등장하는데 회의 묘사가 아니었다면 이 소설은
마치 연봉도 터무니없이 낮고 하루하루 제대로된 일도 하지 않는 그런
무능한 회시원의 이야기일 법도 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
니 사람 사는 건 어느 나라건, 어느 위치건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인가란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제목이 주는 이미지는 소설의 전반에 걸쳐 꾸준하게 보여집니다. 정말
시니컬할 수 밖에 없이 업무에 시달립니다. 처음에는 그저 멋있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지금은 일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일간지에서 이 책을 '너무 재미있어 단숨에 읽게 되는 책'
이라고 광고를 한 것 같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재미' 보다는 '페이소스'
쪽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정말 캄피 씨의 인생을 어떻게 해주고 싶을 만큼 안타깝기도 하고,
마지막 결정에 가슴이 짠해지고 박수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캄피 씨
만큼이나 시니컬한 제가 보통 이런 결말을 낸 책을 보면 결국 이건
연애물인가, 라는 평가를 하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단순히 그 결정이 '사랑'을 찾는 것에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캄피 씨가 새로운 인생에 한 발 내딛었다는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엄마의 마음으로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실제 변호사로써 블로그에 올린 글들과 1500명의 다른 변호사들
에게도 공감을 자아내는 글이라는 점은 역시 이탈리아 변호사 사회
의 한 단편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종종 패션에 관해서 언급되는 것을 보면 역시 밀라노 사람
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작가도 당시에 다녔던 회
사에서 다른 곳으로 이적했다고 하니 좀 나아진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역시 시니컬함보다는 행복함이 더 좋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구요.
좀 더 열심히, 좀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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