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 교육 강좌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저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작가의 성격이나
취향이 소설에서 드러난다고 할지라도 다른 요소들로 즐길 수도 있습니다.
구성이나 문체, 소설을 이끌고 가는 패턴이라던가 다른 캐릭터들. 그러나
에세이는 정말 작가 자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르이기 때문에 잘못 만났
을 때, 탈출구가 없습니다. 정말 나랑 맞지 않는 작가라는 사실에 대한
탈출구 말이죠.

책을 덮음으로써 그 탈출이 가능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읽은 그 내용
들의 잔재가 마음에서 떠돌기 때문에 탈출구가 없다는 표현이 떠올랐습
니다.

미시마 유키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유명해서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만
이라도 들어본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 작가의 연보를 살펴보니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가라고 해서 글만 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서 할복 자살을 할 정도의
사람은 정말 흔치 않지요.

이런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여기고, 옳다고 여기는 신념을
관철할 정도로 강인한 내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은 좋아보이지만 반
대의 경우에서 살펴보면 오만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의 측면이라는 것은
이 사람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봤을 때 여겨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글들이 전부 헛소리라던가 쓰레기라던가 그런 생각이 든 것
은 아닙니다. 분명 자신의 철학이 있고 거기에 따르는 정당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단지 그 스타일이 저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글은 정말 잘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인한 내면을 통해 확고함이
글로 표현되었기에 더 그렇게 느끼겠지요. 이 에세이는 18세기 유명한
소설가 이하라 사이카쿠가 쓴 작품 중 '혼조니주후코, 이십사효'를 흉내
내어 적은 것이라고 합니다.

불효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둠으로써 나는 이 정도의 불효자는 아니라
는 안도감이 들게 하여 효도의 첫걸음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합니다.
(p. 9~10) 그래서 '비도덕적'인 표현을 썼다고 합니다.

단순히 비도덕적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비도덕적'이라고 여기는
부분에 대한 다른 측면에서의 접근을 통해 그것이 효과적인 위치를
갖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라고 하는 에피소드에
서는 거짓말을 잘 하려면 단순히 머리가 나빠서 그 거짓말이 성립하게
만들 수 없다는 부분이 담겨있습니다. 정말 치밀하게 짜여진, 똑똑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도덕적인 것은 분명 아니지만 그 '비도덕적'인 부분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을 이야기 합니다. 작가의 한 에피소드마다 왜 그런 이야
기를 썼는지, 왜 반대적인 것을 통해서 옳은 결론이 나는지에 대해 자신의
확고한 철학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모든 학생들에게 다 적용
가능하며 옳다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좀 의문입니다.

30대 이후로 어느 정도 인생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확고함을 지녔
을 때 이 글을 읽으면 전후 판단이 되며, 이 이야기는 옳다, 이 이야기는
좀 아니다. 라는 분별이 가능합니다. 물론 10~20대가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생각하는 내가 이것을 해서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자기
신념이 생기는, 자신을 그만큼 파악하게 되는 것은 30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어른'의 범주에 들어가는 나이라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10~20대로서는 어느 작가가 좋아서 그 작가 말대로 해야지.
라는 모방 심리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고 어떤 것이 옳다고 판단하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람은 옳은 것만을 보고 자라는 것은 아니고 좋은 것만 겪으면서
자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생각 자체가 이론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책을 10~20대에게 직접 권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옳은 부분도 있지만, '비도덕'이라는 곳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이렇게
까지 썼어야했나 라는 생각이 드는 비튼 곳, 조금 터무니 없는 옳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서평을 써야할지 계속 고심을 했습니다. 다른 분들
서평을 좀 찾아보니 칭찬 일색이라, 이런 서평 하나 쯤은 있어도 될 것
같아서 신랄하게 한번 써봤습니다.




Fudotoku Kyoiku Koza by Mishima Yukio (1959)
(주)태일소담
초판 1쇄 2010년 6월 14일
초판 2쇄 2010년 7월 19일
이수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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