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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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독일의 작은 마을인 타우누스를 배경으로하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인기가 많았던 네 번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두 번째 이야기인 '너무 친한 친구들'이 앞서 번역 출간된 바 있습니다.

 

국내에는 가장 인기 많았던 작품이 먼저 출간되는 경향이 있어선지 순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백성공주에게 죽음을' 같은 경우에는 출간 4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32주 연속 판매 1위에 오른 경력이 있고 '너무 친한 친구들' 같은 경우는 자비 출판인데도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더 많이 팔리는 위력을 발휘해 작가가 유명해진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형사물이나 탐정물같은 추리 소설 장르에는 남성 작가들이 많은 편인데 그 안에서도 유명해지는 여성 작가들은 꼼꼼하게 감성을 잘 엮어내는 특징 덕분에 좀 더 독특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넬레 노이하우스 역시 지역 기반을 둔 작품이라 마을 사람들이나 외지인의 경계, 그간의 역사들을 무시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게다가 독특한 것은 단순히 사건만을 좇는 형사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지역의 이야기와 함께 형사들의 일상도 간간히 그려냅니다. 지역 이름을 딴 시리즈라고 명명되고 있지만 주인공 두 사람이 주요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멋있는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감이 좋은 여형사 피아가 고정으로 나옵니다.

 

두 번째 작품에서 피아의 사생활이 문제가 되었다면 이번 다섯 번째 작품은 보덴슈타인의 사생활이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이 반장님의 멋있는 활약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야기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큰 주제는 풍력 발전소를 설립하기 위한 회사와 시민단체, 지역민들의 의견 충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 여행을 휴가차 다녀온 피아는 도착 즉시 살인 사건을 맡게됩니다. 보덴슈타인의 상황 때문에 결국 피아의 활약상이 많이 그려지는 편입니다.

 

풍력 에너지 개발회사 '윈드프로'의 경비원이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의례 추리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정확한 알리바이나 유력 용의자라던가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들이 전혀 없습니다. 정말 현실의 일을 다루는 것처럼 형사도 정신없고, 회사의 주변 인물들도 정신없습니다. 게다가 이 풍력발전소를 위해 땅을 내놔야하는 지역민들과 반대를 위한 환경 단체의 인물들도 본격적인 사건과의 연관성이 아닌, 그들의 사생활 얘기가 뚝 짤라진 어느 시점부터 시작되기에 좀 정신이 없습니다.

 

아주 깔끔하게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이야기는 쓰지 않는 작가들이 있는 반면 이 부분도 염두해두고 쓴 것일까 싶을만큼 아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곁들이는 작가들이 있는데 넬레 노이하우스도 후자의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많은 등장인물들의 일상이 전환되며 그려져서 정신없지만 곧 그들의 윤곽이 독자로 하여금 자리잡게 되면 피아와 함께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살인을 했을지 추리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면은 인간의 나약함입니다. 그로인해 타인에게 받는 상처라던가 반대로 나 역시도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고 서로의 골이 깊어만가는 인간 관계가 나옵니다.

 

원래 추리 소설이 유명한 경우는 희대의 살인마가 나온다던가 살인의 대단한 트릭이나 그것을 밝혀내는 추리의 힘이라던가 그런 부류가 많은 편인데 이 소설은 그런 사건을 통해 모두가 동화되어 이상한 분위기가 되는 소설이 아닙니다. 정말 평범한 한 마을에 가족간에 깊었던 감정의 골이라던가 어떤 문제로 인해서 사람이 변해간다던가 그런 넓은 시간에 걸쳐 쌓인 감정의 문제로 인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사고력이 결정되는 이야기입니다.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좀 심리 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지요. (반대로 앞서 언급한 그런 추리 소설을 상상했다면,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맥빠지는 면도 있는듯 합니다.)

 

원자력이 아닌 대체 에너지를 표방한 풍력 발전은 자칫 좋아보일 수 있지만 회사의 이권 문제나 거기서 파생되는 학자와의 관계, 또 그들의 각각의 문제라던가, 작은 마을에서 땅을 팔아서 받을 수 있는 보상금, 그것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사람이 보여주는 면과 실제 그 인물의 됨됨이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면이 얽히고 섥혀서 아주 많은 관계들을 담아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소설의 정말 묘미는 읽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다 읽고나서 보면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주 드라마틱한 과거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물론 몇 인물들에겐 그렇긴 하지만요) 읽는 과정이 아주 꼼꼼하고 치밀하게 써졌다는 기분이 들어서 책을 손에게 놓을 수 없게 합니다.

 

읽은 후 충격적인 기분이 들었던 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었던 것 같은데 이 '바람을 뿌리는 자'는 읽으면서 더욱 재밌고 더 현실감이 있게 써내려간 것 같아서 전작보다 더 괜찮지 않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순서대로 이 시리즈가 계속 번역되어주길 바라면서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책 정보

 

WER WIND SÄT by Nele Neuhaus (2011)

바람을 뿌리는 자

지은이 넬레 노이하우스

펴낸곳 (주)더난콘텐츠그룹

초판 1쇄 발행 2012년 2월 6일

초판 3쇄 발행 2012년 2월 17일

옮긴이 김진아

디자인 서은영 장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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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1988년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으로 '명탐정 시나노 조지'가 등장하는 '집의

살인 시리즈' 제 1탄입니다. 개정판 간행에 덧붙인 작가의 글을 통해서도 예측할 수 있듯이 젊었을 때 쓸 수 있는 풋풋함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반대로 대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제4회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받은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재미있게 읽은 후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해피엔드에 안녕을'를 읽었는데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뒤의 두 작품은 우타노 쇼고가 '신본격 1세대 미스터리 작가'로 불리우는 부분이 이해되는 고전적인 면이 있는데 그러면서 좀 어두운 색체가 강하다는 인상이었지요.

 

반대로 이 '긴집의 살인'은 그 중간쯤 되는 이미지를 갖습니다. 본격 미스터리류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어둡거나 작가주의적인 특정 색체를 가진 것이 아니라 정말 풋풋하고 대중적인 면을 가진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나노 조지는 명탐정으로 불리우지만 그 등장이 그리 강력하다거나 '명탐정'이라는 본격 미스터리류에서 쓰일 법한 방식으로 진행된다기 보다는 그냥 친구 중에 머리 좋은 사람이 있어서 진상을 알려주는 정도로 등장을 합니다. 캐릭터들의 상황이 대학생에서 졸업 전후이기 때문에 잘 어울리는 설정입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러운 코지 미스터리 같은 면도 보이긴 하지만 틀 자체는 본격 미스터리적인 구성을 유지하고 조금 가벼운 대중적 접근을 시도한 것 같습니다.

 

5인조 학생 록 밴드 '메이플 리프'는 각자의 인생을 살기 이전에 마지막 공연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합숙 훈련을 떠나는데 그곳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등장 인물이 이렇다보니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등장합니다.

 

사건의 특이성은 한 사람이 방에서 사라졌다가 등장하는데 죽어있습니다. 나중에 경찰 조사 결과로 밝혀보니 사망 추정 시각이 사라진 이전입니다. 무거운 시체를 어떻게 옮겼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미궁으로 빠져듭니다. 그리고 잊혀진듯했지만 다시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명탐정 시나노 조지는 이 록 밴드의 초기 드러머로 등장합니다. 혼혈 같아 보이는 잘

생긴 외모에 어딘가 특이해서 훌쩍 떠나곤 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한 멤버가 경찰에

의심을 당하던 과거의 한 사건 때에 도와준 것을 계기로 이번에도 그가 활약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대적으로 나서서 경찰과 대응한다던가 그런 식의 '명탐정스러운' 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자신의 친구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해주는 정도로만 등장합니다. 본격 미스터리 형태를 취하지만 대중적인 면이 있다는 표현이 여기에서 좀 두드러지는데 흔히 멋있게 그려져야할 '명탐정스러운' 등장이나 진행 방식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도 멋있게 사건의 진상은 밝혀 내지만요.

 

이 소설의 평을 살펴보면 좋지 않은 경우가 꽤 많은 편인데 아무래도 대작이라고 말할

정도의 작품은 아닙니다. 그래도 우타노 쇼고의 필력이 좋은 것은 잘 드러나있구요. 자연스러운 전개방식이나 적절한 건물 도식표나 타임라인 제공같은 소소한 아이디어가 좋았고 지루할 법한 타이밍에서 새로운 환경으로의 전환같은 부분들도 괜찮았습니다.

 

괜찮은데 뭔가 임팩트가 없달까, 강력한 진상이 없달까 그런 면이 아무래도 조금 덜한

평가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풋풋한 대학생들의 이야기와 잘 맞지 않았나 싶습니

다. 다음 두 작품 속에서 시나노 조지는 어떤 활약을 할 지 궁금해집니다.

 

 

 

 

 

책 정보

 

Nagai ie no satsujin (new edition) by Shogo Utano (2008)
긴 집의 살인
지은이 우타노 쇼고
펴낸곳 폴라북스 ((주)현대문학)

초판 1쇄 펴낸날 2011년 10월 5일
옮긴이 박재현
표지 디자인 인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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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황금지구의
가이도 다케루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가이도 다케루의 의학 미스터리 '다구치 - 시라토리 콤비 시리즈'의 외전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은 전혀 연관이 없구요. 같은 지역인 사쿠라노미야를 공유하고 있으며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 등장했던 인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비중이 그리 큰 편은 아니구요. '나전미궁'으로 예상되는 부분도 잠시 언급됩니다.
 
이번에는 공학도랄까 물리학도랄까 그쪽 계열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작가가 '시인 불명 사회'를 집필하던 중에 머리 식힐 겸 즐겁게 써내려간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상당히 유쾌하고 가벼운 특징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평가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닌데 저는 재밌게 봤고 짜임있는 진행과 반전 덕분에 별 다섯개를 매겨봅니다.
 
아무래도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들은 어딘가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확실히 규정지을만큼 2% 가벼움이 있달까요. 거기에 이 소설은 더 가벼운 면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캐릭터의 구성은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으로 시작된 '다구치 - 시라토리 콤비'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배경은 2013년으로 설정되어 있구요. 1988년 거품경기로인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1억엔씩 주기로 결정했던 이야기에서 시작이 됩니다. 이 사쿠라노미야 공무원들은 부의 상징인 금을 갖고 싶었지만 1억엔 상당의 금을 갖고 있어봐야 의미가 없기에 아이디어를 내서 지구의를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어느 정도 큰 황금지구의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해서 결국 지도의 일본 부분만 금으로 만드는 작업을 착수합니다.
 
그냥 머리 식히려고 적은 소설이라지만 이 황금지구의에 대한 현실적인 계산 덕분에 무척 고생을 했다고 하네요. 이 황금지구의는 사쿠라미야 수족관에 놓이게 되는데 불경기인 지금 히라누마 헤이스케에게 대학 친구가 나타납니다.
 
화자는 바로 이 히라누마 헤이스케입니다. 그는 '히라누마 철공소'의 영업부장 겸 임시 공원으로 일을 하는 중인데 아버지의 공장을 돕기 위해 진학한 물성물리학과 대학원에서 이렇다할 논문을 쓰지못한 채 포기 상태에 있습니다.
 
대학 때 만나 불행을 몰아다주고 함께 많은 범법행위를 하고 다녔던 히사미츠 조지, 일명 글라스 조의 등장에서 여태까지의 평범했던 이야기는 범죄물로 흘러가게 됩니다. 바로 황금지구의를 접수하자는 의견을 냅니다.
 
단순히 잠입해서 훔쳐내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히라누마 철공소'에서 만든 수많은 기기들을 가지고 지구의를 자르고 도려내고 대체품을 만들고 등등. 이야기는 상당히 이공계 스타일로 흘러가는데 너무 전문적이라 되려 어처구니가 없어집니다. 즉흥적이고 말만 번지르르한 글라스 조와 무척 성실한 듯 보여서 이런 범행과는 어울리지 않는 헤이스케의 조합은 '다구치 - 시라토리 콤비'가 절로 떠오르기도 하지요.
 
전혀 학문적 지식이 없으면서도 특이한 기계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헤이스케의 천재적인 아버지도 그렇지만 짜증나게 만드는 수족관 관장이나 시청 관재과 과장 고니시도 어떤 의미에서는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갑니다. 헤이스케의 부인 기미코나 아들 유스케도 평범한 인물은 아닌 것 같이 보입니다. 
 
이렇게 나열하다 보면 전부 천재들 밖에 없어서 어이가 없어지는 면이 있는데 그것 역시 가이도 다케루 소설 속의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허황된 인물인 글라스 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헤이스케의 중심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이것은 도둑질을 하는 얘기가 아니라 무슨 납기일을 맞추는 공장의 스토리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역시 범죄물에서 반전이 없으면 재미가 없겠지요. 너무 순탄하게 일은 흘러가지만 역시 헤이스케는 속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정신없이 일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더 이상한 상황에 놓이게됩니다. 결국 주변 천재들의 도움 아닌 도움 덕분에 사태들은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지만 거대하거나 장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보다 더 한 반전은 마지막에 따로 있는 것 같구요.
 
거창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등장하는 기계들은 꽤나 거창하고 여러 천재들이 등장하는데도 이 소설 속의 모습은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대수롭지 않은 청년들의 치기어린 장난 같은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범죄라는 느낌보다는 좀 코믹하고 안타까운 느낌의 감정이 헤이스케에게 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구치 - 시라토리 콤비'처럼 '헤이스케 - 글라스 조 콤비'로 마을의 소소한 사건을 수사하는 홈드라마같은 추리물은 어떨지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지요. '다구치 - 시라토리 콤비 시리즈'가 드라마로 계속 방영되고 있는데 이 이야기도 영화화되면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등장하는 기계들을 만드는게 더 큰 일이 되려나요.
 
 
 

 

책 정보

 

Yume miru ougon chikyugi by Takeru Kaidou (2007)

울트라 황금지구의

지은이 가이도 다케루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예담)

초판 1쇄 인쇄 2012년 1월 10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1월 17일

옮긴이 신유희

디자인 하은혜

일러스트 삐뚤어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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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의 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본 서평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작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후 이 소설로도 후보에 올라 최후까지 각축을 벌였다는 소문

을 듣고 기대했던 작품입니다. '12지 시리즈'에 속하구요. 어린 왕자에 나오는 '보아

뱀'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그간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중 아이를 화자로 하는 소설들은

의도적으로 어린 아이의 사고를 써내려가려는 부분이 거슬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최

근들어 이런 면들이 좀 나아져서 문체가 유려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물론 어

른을 화자로 하는 소설들은 그렇지 않았으니 딱히 문체가 발전했다고 볼 수 없겠지만

요.) 이 소설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학생까지의 시점이 이동하는 편인데 그런

문제점은 없었습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무척이나 잘 썼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거 '달과 게'(작년 나오키상

수상작)보다 더 괜찮은 작품인 것 같은데?'라는 감상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왜 수상

하지 못했나를 생각해보니 표현의 방식이 너무 직관적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나오키상은 어딘가 '문학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어느 정도 모호함을 유려

하게 사용하는 면에서 큰 점수를 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수상작인 나카지마 쿄코의 '작은 집' 역시 전반적으로 평이한 문체를

지니고 있지만 결말의 충격은 여운이 꽤 큽니다. '진실'에 대한 부분을 놀라게 하는

반전이나 새로운 요소의 등장이 아니라 결말이 주는 '진실'이 얼마나 주인공을 고뇌

에 빠뜨렸느냐를 표현하는 방식에서랄까요.

 

게다가 그 부분에서 화자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니라 관찰자로 하여금 추측

을 할 수 있게 하고 일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읽는 사람에게 그 평가를 맡깁니다. 그

런 문학적 요소를 잘 사용한 점이 높이 평가된 것 같습니다.

 

반면 이 '구체의 뱀'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소설과 순수 문학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면

서 읽는 동안에는 재미있었지만 결말은 좀 아쉬웠습니다. 역시 후보작에 머물렀던 것

은 결말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주인공의 심리 상태가 좀 더 세밀히 묘사되

었다거나 고뇌를 표현했다기 보다 너무 빨리 마무리지었다는 느낌이랄까요.

 

드라마가 마지막화에서 분량에 맞춰 끝내기 위해서 '10년후'라는 문구 하나로 시점을

옮겨버리는 그런 느낌처럼요. 그냥 소설로는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 서평의 평가 역

시 별 다섯개를 가감없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오키상 후보작에서라면 결말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는 한 소년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엘리트지만 차가운

아버지와 자라온 소년. 그 아버지 덕분에 부모님은 이혼으로 이어지고 아버지는 도시

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자신은 남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옆집에서 함께 살게 되는 이

야기입니다.

 

흰개미퇴치 일을 하는 옆집 아저씨 오츠타로 씨는 화목하고 평범한 가정을 이뤘지만

아내와 큰 딸을 먼저 잃고 둘째 딸과 주인공 토모와 한 가족처럼 정겹게 살아갑니다.

조금 기묘한 소녀인 사요와 평범한 동생 나오. 사요가 죽기 전의 이야기부터 이 후

알게된 사요를 닮은 기묘한 여인과의 이야기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이 정신없이

진행됩니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맞닿아있는 이 이야기 안의 진짜 내용은 사람과 사람 간의 '생각

의 차이'에서 모든 일이 벌어진다는 면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진실을 말할 수 없음

으로부터 오는 오해와 사랑하기 때문에 진실한 것으로부터 오는 절망은 아무도 순수

한 행복을 얻지 못하게하는 파괴력을 지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알고서, 다 안고서 함께하는 삶은

생(生)에 대한 증오와 동시에 느끼는 평안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 안에서 안

주하는 토모는 모든 것을 극복한 인물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힘에 굴복당한 무기력

한 인물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모르는 사람과 살아가는 대

신 공범자와 기꺼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느낌이랄까요. 그러나

결말은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후반부를 좀 더 자세히 그렸다면, 그래서 토모가 느끼는 감정에대해 좀 더 세밀하게

써내려갔다면 좀 더 대작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운 소설이지만, 그대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혀지긴 합니다.

 

'재미'라는 표현을 쓰기엔 조금 무거운 소설이긴 하지만 '진실'이라는 것이 왜곡됨으

로써 낳는 무서움과 밝혀짐으로써 낳는 파괴감은 분명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

니다. 언제나 진실해야한다거나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고지식한 소설은

아닙니다. 그 두 가지면을 모두 요구받는, 그저 순수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 행복할

수 있지 못했을 각 인물들이 너무도 애처로운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책 정보

 

Kyutai no Hebi by Shusuke Michio (2009)
구체의 뱀
저자 미치오 슈스케
발행처 (주) 학산문화사 (북홀릭)
2012년 1월 10일 초판 발행
역자 김은모
디자인 황시야_디자인플러그
커버사진 김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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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을 향해 쏴라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본 서평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이카가와 시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세 번째인 '완전 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가 번역 출간되었고 그 다음으로 첫 번째 작품인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가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먼저 첫 번째와 세 번째 작품을 읽고 이 책을 읽게 되면 하나의 캐릭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과정을 알 수 있게 되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이카가와 시'는 '지바 현 동쪽, 가나가와 현 서쪽' 정도에 위치한 어항으로 오징어잡이 항구로 전국에서 손꼽힌 적이 있다고 합니다(이카가와 : 오징어 강).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대학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초밥 체인점 주인이 의뢰인으로 나옵니다.

 

두 번째 이 작품에서는 세 번째 이야기와 반대로 서양식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오징어 관련 산업 재벌이 의뢰인으로 등장합니다. 지역의 특정을 잘 살리고 있지요. 비록 가상의 도시이지만요.

 

그렇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그것과는 좀 동떨어져있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이야기 속에는 권총이 등장합니다. 어느 형사가 범인을 검거하다가 권총을 잃어버리는 사태에 직면합니다. 물론 도둑이 잘못한 것이지 형사의 잘못은 아닌 상황이지만요. 그래서 경찰서는 비상 사태가 되고 결국 시체가 발견됩니다.

 

스나가와 경부와 나카야마 쇼지는 결국 그 피해자에게서 발견된 단 하나의 전화번호를 찾아 우카이 탐정에게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엉뚱한 상황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으로 우카이 탐정에게 의뢰가 들어옵니다. 1년치 가게 세가 밀렸어도 재미없는 사건은 맡지 않겠다는 심보의 우카이이지만 집 주인의 협박에 못이겨 결국 의뢰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탐정이 가는 곳에서 사건이 발생하게 되듯 역시나 밀실 총기 난사 사건이 등장하게 됩니다. 정통 추리물들이 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있다면 히가시가와 도쿠야 소설은 늘 그렇듯 실소를 머금게하는 부분들이 종종 나오고 그리 멋있지 않고 삶에 찌든 탐정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추리를 풀어낼 땐 역시 멋있다는 소리가 나오게끔 진상을 밝혀줍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궁금해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추리물이지요. 그리고 아무래도 시리즈가 지닌 장점은 단순히 이 이야기에서 끝난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이야기에서도 새로운 활약을 벌여줄 것을 예상하게 하기에 더 기대를 갖게됩니다. 그리고 시리즈이기 때문에 늘 다른 사건과 다른 패턴으로 쓰여진다는 다양성도 장점이 될 것 같습니다.

 

새롭지 않은 캐릭터가 새롭게 자리 매김을 하고 우카이와 단순히 사돈 관계였던 류헤이가 좀 더 사무소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가고 그렇지만 천재적인 발상과는 다르게 여전히 계획없이 사는 우카이, 정상적인 것 같은데 철부지 같은 시나가와 경부와 왠지 이번 이야기에서는 좀 의젓했던 시키까지. 네 번째 이야기도 빨리 번역 출간되길 바래봅니다.

 

 

 

 

 

책 정보

 

Misshitsu ni Mukatte Ute! by Tokuya Higashigawa (2002)

밀실을 향해 쏴라

지은이 히가시가와 도쿠야

펴낸곳 도서출판 지식여행

옮긴이 임희선

초판 1쇄 인쇄 2012년 1월 2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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